피치포크 - 10/10
RYM - 4.09/5.00
Rolling Stone - ★★★★★
NME - 9/10
모두 하나의 앨범에 대한 평가다. 칸예 웨스트 5집. 굳이 이 앨범이 얼마나 대단한가에 대한 평가는 이제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21세기 최고의 앨범, 2010년대 최고의 앨범, 힙합의 패러다임을 바꾼 앨범 등등. 이 앨범에 대한 극찬은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는 수준이다.
2025년 칸예는 또다시 미쳐가고 있다. 나치 소동부터 시작하여 칸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이제는 등을 돌린 팬들마저 생기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시점에서 이 앨범을 다시 한번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칸예와 달리 칸예가 젊었을 때, 그 시절 칸예가 자살을 고민할 정도로 암울했을 때, 그 당시 칸예가 만들었던 일종의 반성문이자 자신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기도 했던 앨범.
칸예의 작곡 능력이 정점을 찍었을 때 나왔던 앨범인 그의 5집.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
앨범의 첫 트랙은 Can we get much higher? 이라는 말과 함께 앨범이 진행될 웅장함을 예고한다. 테일러 스위프트 사건으로 인한 자신에 대한 대중의 비판과 질타. 그는 이후 자살을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앨범의 첫 트랙에서 보여주는 태도는 대담하다. 니키 미나즈의 인트로에서는 입 닫고 듣기나 하라는 말을 던진다. 난데 없이 우리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냐고 묻는 이 부분은, 그 당시 칸예의 상황과 이미 음악적으로는 많은 찬사를 받았던 칸예에게 묻는 질문이라고 느껴진다.
Can we get much higher? 이 질문에 칸예는 직접적인 대답을 회피하는 듯 하다만 그는 여전한 자신감과 태도로 어느정도 대답을 한 듯 하다.
최근의 앨범들은 평이 낮을 지언정 칸예의 앨범들이 평론가들과 대중들에게 찬사를 받고 끊임 없이 재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영향력이었다. 칩멍크 소울의 정수를 보여주었던 그의 데뷔 앨범과 우아하다는 표현이 나왔던 그의 2집. 그리고 전자 음악에 대한 진보적이고 획기적인 샘플링을 보여준 3집. 그리고 2010년대의 대중음악에 전반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의 4집. 그러나 칸예의 5집 MBDTF는 2025년 현재 보았을 때 영향력이 큰 앨범은 아니다. 그의 5집을 듣고 큰 감명을 받은 아티스트들은 많았어도 5집의 사운드가 유행하거나 이에 영향 받은 사운드가 유행하는 일은 그의 전작들에 비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이 정도의 찬사를 받는 이유는 정말 딱 하나. 이 앨범의 사운드와 이 앨범에서 칸예가 표출하는 그의 자만심 가득한 랩이 완벽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앨범에서 보여주는 맥시멀리즘은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이 정도까지 사운드가 웅장해질 수 있다는 점과 힙합의 음악적 한계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을 느끼게 해준다. 단순한 드럼 비트에 랩을 하던 초창기부터 여러가지 사운드를 이용해 샘플링을 하고 색다른 소리를 조합해 힙합의 사운드는 초창기와 비교해 상당한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큰 사랑을 받았던 다른 대중음악 장르들과 비교했을 때 힙합의 사운드는 더 발전할 여지가 분명히 있었다. 이러한 한계이자 새로운 기회를 칸예는 확실히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한 돌파구로 힙합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샘플링을 활용했다.
특히 3번 트랙인 POWER에서 샘플링한 킹 크림슨의 21st Century Schiziod Man과 Cold Grits의 It's Your Thing 샘플은 칸예가 이 앨범을 얼마나 치밀하게 만들었는지 보여준다. 곡의 메인이 되는 부분이 아닌 정말 잠깐 나오는 부분의 샘플을 통해 칸예는 곡 하나를 전혀 다른 분위기로 만들고 빈틈 없고 꽉 찬 사운드를 선보인다. 그동안 칸예가 보여주었던 음악들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가 힙합이라는 장르가 이렇게나 거대하고 웅장한 파도가 되어 귀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러한 POWER의 웅장한 사운드는 칸예의 랩으로 더더욱 텐션을 올린다. 마치 미치광이가 된 듯한 그는 자신이 자신의 위치에서 느낄 수 있는 권력과 힘에 취해있으며 자만심 가득한 그의 태도를 당당하게 보여준다. 거만하고, 재수 없으며 허세가 넘치지만 동시에 분노와 허무함이 느껴지는 곡의 마지막 부분을 통해 칸예는 가사가 아닌 사운드로서 자신의 뒤틀린 모습과 인간적인 모습을 표현한다.
3번 트랙 POWER에서 칸예가 선보인 자만심과 웅장함은 다음 트랙인 All Of The Lights에도 이어진다. 이 트랙 또한 그 사운드의 치밀함과 완벽함에 대해서는 아무리 말해도 충분하지가 않다. 곡의 하이라이트에서 고막에 끊임 없이 때려박는 정교한 드럼과 비트와 완벽하게 녹아든 리한나의 피쳐링, 이어지는 칸예의 랩. 궁지로 몰리고 모두가 자신을 싫어하는 암울한 상황 속에서 칸예는 이러한 상황임에도 너무나 밝은, 너무나 아름다운 불빛들을 보며 자신의 위치를 느낀다. All Of The Lights는 참 신기한 곡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웅장한, 말 그대로 가슴이 힘차게 뛰는 비트와 멜로디지만서도 곡에서는 어딘가 허전하고 공허함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위치와 높은 곳에 올라와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분.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느끼고 있는 칸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고 기본적인 것 조차도 통제 당하는 상황이기에 칸예가 보여주려고 했던 그 밝은 빛이 무엇이었는지, 말이 안 나올 정도로 감탄만 나오던 그 광경이 무엇이었고 그때 느낀 감정이 대체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하게 만드는 곡이다.
이어지는 Monster에서는 칸예의 이러한 당당한 태도가 더 적나라하게 나온다. 공격적이고 사나운 비트와 이 곡이 어떤 분위기로 진행될 지 예고하는 릭 로스의 짧은 벌스. 이에 칸예는 지금 궁지에 몰린 사람이 맞나 싶은 당당한 랩을 선보인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조용히 하고 호응이나 하라는 허세와 자만심 가득한 태도. "the best living or die hands down". " I'm 'bout to take it to another level", "I'm livin' in the future so the present is my past", "My presence is a present, kiss my ass". 너무나 뻔뻔하고 허세로 가득찬 이 태도에 지금까지 이 앨범에서 보여준 그의 음악과 태도를 보며 아무도 반박하지 못한다. POWER에서 그랬던 것처럼 당당하고 뻔뻔한 태도를 보여주지만 곡의 후반부에서는 그러한 그의 태도 속에 있는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다. 공연을 할 수 없을 것 같고 그래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는 칸예. 앨범이 진행될 수록 앨범 제목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그의 내면의 양면성이다.
8번 트랙 Devil In A New Dress는 칸예 커리어 최고의 명곡 중 하나라고 평가 받기도 하는 곡이다. 우린 모두 예수를 사랑하지만 사탄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는 그의 가사는 그의 자신감과 대비되는 내면의 불안감을 동시에 설명해주는 가사인 듯 하다. 귀를 채워주는 웅대한 사운드는 칸예의 벌스가 끝난 후 길게 이어지는 일렉기타 연주에서 그 감정을 더욱 더 증폭시킨다. 분명 아름다운 듯 하면서도 허무감과 공허함이 존재하는 연주는 릭 로스의 벌스로 이어지며 릭 로스의 완벽한 벌스가 마무리되면 마침내 비트와 일렉기타가 소름 돋게 결합하며 찝찝함을 남긴 채 곡은 마무리된다.
Devil In A New Dress에서 남긴 찜찜함은 곡이 끝나자마자 이어지는 Runaway에서 해소된다. 20초 가량 반복되는 하나의 노트. 그리고 약 약 20초동안 이어지는 단순한 피아노 노트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노트가 끝났을 때, 앨범에서 가장 아름답고 추악한 곡이 시작된다. 앞선 곡들에서 자신의 뻔뻔하고 허세 가득한 태도를 당당하게 보여준 칸예지만, 8번 트랙에서까지 끝내 해소되지 않았던 살짝씩 엿볼 수 있었던 그의 불안감이 솔직하게 해소된다. 쓰레기들을 향해 건배를 하자는 칸예지만 정작 곡에서는 자신이 얼마나 못나고 약한 사람인지 이야기한다. 계속해서 그의 당당함과 허세를 보여주었던 그의 앞선 곡들과는 다른 느낌이다. 여자를 단순하게 취급하는 그의 첫 번째 벌스와 자신이 얼마나 더러운 사람인 지 알려주면서 그는 시종일관 자신에게서 도망치라고 애원한다. 푸샤 티의 벌스에서도 칸예는 자신의 더럽고 추악한 내면을 끊임 없이 이야기한다. 마침내 세 번째 벌스까지 곡이 진행되면 칸예는 자신의 추악함을 고백하며 동시에 이를 후회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아웃트로에서는 들리지 않는 너머에서 칸예의 웅얼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아웃트로가 이 곡의 진정한 의미이자 앨범 전체의 메시지이다. 아무 말도 들리지 않지만 이 아웃트로를 통해 칸예는 자신의 약한 내면을 소리친다. 자신이 8번 트랙까지 칸예는 계속해서 자신이 얼마나 허세와 자만심에 가득차 있는 사람인지 이야기한다. 처음 앨범의 시작인 Dark Fantasy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그의 당당한 태도는 점점 곡들이 진행되면서 찜찜한 불안감을 내놓더니 마침내 Runaway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한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여자를 다루는 법을 모르며 단순하게 취급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런 가사 속에서 그는 자신 또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감정이 있고 슬픔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마치 누군가 알아달라는 듯이 애원한다. 곡이 진행되는 동안 그는 계속 자신에게서 도망치라고 이야기하지만 이 곡을 들으면서 느껴지는 칸예의 외로움 속에서 오히려 "나는 이렇게 못난 놈이야. 그럼에도 나에게서 떠나지 말아줘."라고 외치는 것 같다.
Runaway가 끝나면 다시 한 번 자신의 허세 가득한 태도를 보여주는 Hell Of A Life가 나온다. 락스타를 자처하며 향락적인 삶을 보여주지만 그의 발음에서는 Hell Of A Lie라고 발음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이러한 쾌락을 추구하는 삶이 결국 부질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칸예의 나약함과 애절함이 보여지는 Blame Game을 지나 Lost In The World에서는 자신이 길을 잃었다는 것을 계속 외친다. Lost In The World에서 보여지는 화음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인데 조용한 솔로로 시작하여 화음을 형성하고 마침내 비트가 드랍되는 순간에는 앨범이 끝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과 고개가 흔들어지는 경쾌함, 그리고 동시에 울적한 감정이 느껴진다.
마지막 곡인 Who Will Survive In A America는 Lost In The World와 연결되는데 제목 그대로 누가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반복해서 외치며 곡과 앨범이 끝나게 된다.
여론이 안 좋아지고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낸 천재 래퍼의 사과 앨범. 그러나 그 사과문은 단순한 사과문이 아니었다. 자신이 잘못했다거나 미안하다는 태도는 보이지도 않고 앨범이 시작하면 자신이 얼마나 허세 가득하고 자만심이 넘치는 사람인 지 이야기한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그의 자만심과 거만함 속에서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그 불안함과 내면의 나약함은 마침내 앨범의 하이라이트에서 해소된다. 여전히 그는 더럽고 추악하며 뒤틀려있다. 하루 종일 여자 생각만 하고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지만서도 그는 자신이 얼마나 잘났고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그는 고백한다. 아직도 뒤틀려있고 추악한 나지만, 동시에 자신 또한 나약하고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미안하다거나 잘못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한 시간이 넘는 앨범 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대신 그는 자신이 얼마나 뒤틀려 있는 사람인지, 동시에 이러한 상황에서 얼마나 괴롭고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지 정말 솔직하게 표현한다. 대중에게 사과하는 앨범이 힙합 음악 역사상 가장 웅장한 앨범이라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점이 칸예의 매력이자 표현이 서툰 칸예의 사과 방식이다. 항상 거만함에 차있던 그가 자신의 내면을 고백하는 것. 철이 안 든 어린아이 같은 태도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감정이다.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가장 어린 말투로 고백하는 칸예이기에 그 당시 대중들은 칸예에게 공감하고 또 용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칸예는 가장 본질적인 것 또한 이해하고 있었다. 사과문이기 전에 칸예 웨스트라는 래퍼의 5집으로서 힙합 역사상, 어쩌면 21세기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사운드와 앨범을 보여주었기에 대중들은 설득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너무나 대단하고 잘난 사람이기에 가능했던 사과 방식이자, 동시에 너무나 대단하고 잘난 사람이라는 것을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2025년 현재까지도 여러 논란을 만들고 대중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앨범이 주는 감동과 설렘은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평점: 10/10
블로그: https://blog.naver.com/findmesomeday/223855203179
원본은 블로그에 작성했습니다.
다양한 앨범들 리뷰하고 있습니다!
다른 mbdtf리뷰들과 다르게 테일러니 뭐니 같이 음악 외적인 이야기를 줄이고
음악적인 이야기가 많으니 좋네요
음악으로만 봐도 충분히 완벽한 앨범이라 외적인 이야기를 할 생각을 못 한 것 같습니다 ㅎ
딱 5집듣는데 ㄱㅅㄱㅅ
감사합니당
잘 읽었습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