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음악

VULTURES 2 리뷰

GeordieGreep2025.04.05 14:29조회 수 1991추천수 16댓글 11

3d7bdca736daf5a069b4d5e86f5ff086.1000x1000x1.png

¥$(Kanye West & Ty Dolla $ign) - VULTURES 2


 이 앨범은 일종의 존재론적 농담이다. Kanye는 이제 음악을 만든다기보단, 음악이란 개념을 하품하며 뱉는다. VULTURES 2는 작곡도 아니고, 프로듀싱도 아니며, 그냥 자기 자신의 잔상에 침을 뱉는 행위다. 이 앨범을 듣는 우리는 단지 그 침이 튀는 각도를 분석하며 앨범을 감상하게 된다. 그 침은 곧 마를 수도 있었겠지만, Kanye는 그것마저 리버브로 늘려버린다. 


 Ty Dolla $ign의 존재는 이 앨범에 있어 하나의 증언자다. 그는 이 사운드의 재앙 속에서 자신도 여기에 있었다고 말하는 유일한 생존자처럼 등장한다. 문제는 그의 목소리가 지나치게 담담하다는 것이다. 이건 감정이 아니라 포기, 정서가 아닌 탈출 실패의 음색이다. 그는 마치 Kanye라는 이름의 폐허에서 구조되길 기다리는 인질처럼 노래한다. 그리고 그 노래는 슬프게도 감미롭다. 감미롭다는 것은, 즉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앨범은 믹싱의 쿠데타다. 뭔가 달라졌다. 바뀌었다. 바뀌었다. 사라졌다, 생겼다. 바뀌었다. 또...? 곡이 바뀌는 게 아니라, 자신이 곡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며 은폐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한때 음원이던 파일은 이제 생물학적이다.

그건 변한다. 무르익지 않고, 증식한다. 파일은 더 이상 곡이 아니라 과민성 대장 증후군에 걸린 미디 프로젝트처럼 굴러간다. 클립은 늘어졌다가 붙고, 베이스는 잠들었다 깼다가 갑자기 변성기를 맞는다. 우리는 음원을 듣는 게 아니다. 음원의 세포 분열을 관찰하고 있는 중이다.


 FIELD TRIP. Kodak Black은 등장과 동시에 플로우를 유기한다. 정확히 말하면, 플로우가 아니라 의식의 흐름에 가까운 사운드적 사변이다. 그는 박자 위에 올라타지 않는다. 그는 박자를 쫓지만, 박자는 그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Kodak의 파트는 병리학적 사례다. 그는 랩을 하지 않는다. 그는 랩이라는 행위에 대해 무책임한 입장을 밝힌 후, 소리로 사과문을 남긴다. 우리는 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왜냐면 우리는 아직도 그가 뭘 말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갑자기 벌어지는 가족 오락관 특별편. BOMB. 진짜 BOMB이다. 혼란스럽다. North의 파트는 마치 Tamagotchi에 랩 기능이 생긴다면 나올 법한 소리 같고, 우리는 믿고 싶지 않지만, 그 모든 게 진심이라는 사실이 가장 무섭다. 음악이 아니라 그냥 '아빠 나도 해볼래'다. 그리고 그는 애석하게도 그것을 트랙 10이라 불렀다.


 VULTURES 2는 실은 Kanye가 우리에게 묻는 하나의 질문이다. "그래도 날 사랑하니?" 그리고 우리 모두는 살포시 이어폰을 빼며 고개를 젓는다. 그는 그걸 보지 못한다. 왜냐면 그는 여전히 리믹스 중이기 때문이다.

신고
댓글 11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아이콘] Chief Keef 등 아이콘 출시 / 5월 아이콘 설문217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4.19
[공지] 회원 징계 (2025.03.23) & 이용규칙29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3.23
화제의 글 음악 디지털나스도 이제 좀 힘들겠다....16 title: yeule외힙린이 22시간 전
화제의 글 음악 가사 해석할 때 작업환경 공유해봅니다.7 G59 22시간 전
화제의 글 인증/후기 댓글 달기만 해도 만포씩 이벤트44 title: Dropout Bear따흙 Hustler 2025.05.05
215212 음악 리뷰보고 한번 더들어봤다.13 GunzNButter 2025.04.05
215211 일반 앙기모찌5 title: Mach-HommyStarboiCarti 2025.04.05
215210 일반 제인 신보 듣고 느낀 생각12 HomixideGang 2025.04.05
215209 리뷰 Jane Remover - [REVENGESEEKERZ] 리뷰27 turnupordie 2025.04.05
음악 VULTURES 2 리뷰11 GeordieGreep 2025.04.05
215207 일반 제인 4번 트랙 다들 좋다는데7 title: Chance the Rapper (2)명둥이입니다 2025.04.05
215206 음악 제인 리무버 입문은 무슨 앨범으로?4 title: Kanye West (2)Delphox 2025.04.05
215205 일반 외게가 죽은 게 아니라7 Drumlesshoegaze 2025.04.05
215204 음악 JID 8월에 뭐 나오나봄9 title: Pusha TAMW 2025.04.05
215203 일반 뒷북인데 제인 신보 베스트 뭔가요9 title: Mach-HommyStarboiCarti 2025.04.05
215202 일반 한국 거리에서 레이지 들려오는 날이 올까요8 title: Playboi Carti (MUSIC)Insoo 2025.04.05
215201 일반 외힙 리스너 특23 Kool G Rap 2025.04.05
215200 일반 레이지씬 소신?발언 5선9 HomixideGang 2025.04.05
215199 일반 '힙합 반항아' 에미넘14 GunzNButter 2025.04.05
215198 음악 예고돼있는 올해안에 나오는거17 title: Post Maloneslime 2025.04.05
215197 일반 경🎇축 에미넴 손자출생28 GunzNButter 2025.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