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 Miller - Circles (4.5 / 5)
삶의 원 위에 앉아 회색의 하늘에 담배 한가치를 태운다.
돌고 도는 이 세상은 쨍쨍하다기 보다는, 흐릿하다. 하늘은 물론이고, 눈 앞마저 흐릿한 안개다. 그래서인지 내가 갈 길 또한 보이지 않는다. 현실도 흐릿해보이네. 하지만 다가오고 있다라는 건 확실히 보이지. 그렇다면 난 이 안개 속에서 어때야할까? 또 걷기에는 이미 수없이 걸어왔고, 그 걸음은 결국 다시 돌아왔단 말야. 이 현실이 다가오는 곳에. 이제는 후- 하고 안개를 말아 필 수밖에. 아, 저기 현실이 다가오고 있지만, 안개로 피는 담배는 몹시 편안하고, 순수하구만. 그렇게 또 피워오르는 담배연기는 그대로 떠올라 퍼져나가겠지. 현실을 앞둔 자들에게 순수함을. 안개속에서 잠들 수 있는 자유를. 그렇게 잠을 들면은, 아주 편안할거야. 누군가 눈물을 흘리더라도, 다들 그 담배연기만은 기억하겠지. 그렇게 나는 잠에 든다. circles가.
그의 마지막 연기를 받아 든 우리는 그 연기를 말아 피운다. 원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나약함, 시간에서 나아가지 못하는 빈사상태, 필름이 겹쳐져 5cm길이로 보이는 것같은 흰색들을 덜어내기 위해서다. 그렇게 습관적으로 틱 틱 하고 피운 circles의 연기는 우리의 폐 속에 깊숙히 들어가고, 우리의 흰들을 짊어진 채 우리의 입술 위로 희게 떠오른다. 그가 바랬던 순수함, 편안함은 여기에 있다. 그 순수함의 의지또한 느껴진다. 그렇게 본 흰 담배 연기가 그를 따라가는 것을 보며, 우리는 우리의 의지안에 있는 흰이 타올라 흰 없는 의지를 지닌채, 일상을 살아간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감정적 담배, circles라는 앨범은 그런 것이다.
circles의 음악은 로파이 음악 같다고 생각한다. 악기들이 섬세하거나, 강렬하지 않고, 절제된 미로 우리의 귀를 떠도는 것이 특히 그렇다. 드럼이 퉁 퉁 들어오다가도, 다른 사운드에 적절히 묻어가면서 강렬함은 사그라지고, 그 울리는 감정만 남아 우리에게 전달되고, 다른 사운드들 또한 서로를 엮으며 감정만 남겨 전체적으로 가볍고, 그의 심경이 그대로 들어오는 훌륭한 통로가 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들을 때, 그 절제된 사운드의 위로 탄다. 그 사운드 위에서 편안히 누워 음악의 정경을 보는 것, 그것이 그가 우리에게 준 편안함이다. 안개 속에서 눈을 감는 듯한 편안함, 그것이 그의 유산이다. 또한, 그의 보컬은 꽤나 거칠게 느껴지다가도, 거칠다는 감상을 넘어서는 수많은 맥락이 얽매여 어떤 감미로운 보컬보다도 우리의 마음 속의 정글을 가볍게 헤쳐 들어온다. 그렇게 우리에게서 흰을 가져가고, 사운드 위를 바라보며 어느새 우리와 같이 누워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친구 같이 인간적이기도 한 앨범, 그게 circles다.
circles는 가사적 측면에서, 대단한 작품성의 가사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가 이 가사를 쓸 때 준 필압까지도 느껴질 정도의 진실성은 돋보인다. 그렇게 그는 일상적으로 풀어냈기에, 일상에서 지내는 게 일상인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 진실성으로 담담히 담긴 지난 반복되어왔던 과거에 대한 후회, 죽음에 대한 공허함, 삶에 대한 성찰 등등의 가사들은 음악의 떠있는 감상을 포근한 안개처럼 우리를 감싼다. 그 감싸는 것이 편안한 누움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일어서기 위한 훌륭한 받침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이 그가 담배연기에 넣어놓았던 순수함일 것이다. 하루의 한 순간, 한 순간 즐거웠던 그때처럼 말이다.
결론적으로, circles는 원에서 살아가는 끝에서 그 원을 보며 그려낸 앨범이다. 그 끝에서 맞이하는 공허함이 앨범의 모든 것이다. 사운드도, 보컬도, 가사도 모두 그 흑백 커버에 어울리는, 우울이 아닌 공허를 담고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는 그 원을 긍정할 마음을 갖고 있다. 즐거움을 기억하고 있다. 우리에게 주려는 것은 결국 마지막의 그 의지 였을 것이다. 그가 남긴 의지를 이어, 원에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것이다. 돌고 도는 원일지라도, 고통이 한바퀴, 아니 한발짝 마다 계속 되더라도, 힘에 부쳐 쓰러질 것 같더라도 말이다.
다들 잘 살아봅시다.
글 잘쓰시네요 1따봉 드림니다
감사합니다
선추후감
잘 살아보고싶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앨범에 대한 음악적 분석을 중점으로 한 리뷰도 좋지만 전 님의 감상 위주의 리뷰가 더 좋네요 리뷰에서 어떤 것을 느꼈는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시한번 글 잘 읽었습니다 비유적인 표현들이 돋보이네요
저는 제가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도 많은 편도 아니기도 하고,
감상에서 개개인이 나온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표현해내려 합니다
솔직히 걱정이 좀 있었는데 잘 읽었다니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상쾌하고 따뜻하면서도 왜인지 모를 우울함이 옅게 느껴지던 앨범이었어요
제가 정말 애정하는 앨범입니다
추천
필압까지 느껴진다는 표현이랑 원을 긍정할 마음..
제가 느낀 그대로는 아니지만 맥밀러의 의도엔 가장 근접한 해석이 아닐까 해요
결국 돌고 도는 삶의 굴레는 필연적이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차이인데 Circles 결코 무작정 이를 낙관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단, 현실적인 면은 인정하되, 그 속에서도 끊임 없이 몽상하는게 매력인 것 같아요
공감합니다
그 매력이 circles를 찾는 이유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앨범을 듣는다면 이 앨범을 듣지 않을까 싶어요.. 잘 읽었습니다
me too
죽음은 파랑색보다 흰색이 어울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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