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카티가 해온 반항은 새로운 ”음악적-장르적“ 시도였죠. 그렇기에 그 시도는 현 음악산업, 더 나아가 대중예술 기저에 깔린 ”좋은 예술이란 ~한 것이다”라는 대전제 아래에 있었죠.
Wlr도 die lit도, “음악적” 새로운 시도였던 만큼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좋은 음악”이라는 코드 자체는 여전히 기저에 깔려 있던 거죠.
그런데 여기서 좀 더 깊게 들어가보면, “좋음“이 뭐지? ”예술적 가치“가 뭐지? “가치있음”이 무슨 의미이지? 와 같은 가치부여의 체계 자체에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카티는 그래서 아예 그 가치체계 자체를 부정하고자 하는 것 같아요.
고전예술에서부터 근대 모더니즘에 이르기 까지 고등 가치로 평가받던 세련미, 엄숙미 등에서 벗어나 “키치”를 내세웠던 팝아트. 그리고 그에 대한 맹목적 전복을 외쳤던 다다이즘이 쉽게 연상되죠.
그런 면에서 사실 이러한 저항정신은 꽤나 유래가 깊다 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생각해보면 음악이라는 예술 분야가 유독 다른 분야와는 대비될 정도로 산업, 계 자체가 뒤집혀진 적인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여러 실험적 시도는 계속 있어왔겠지만, 씬의 중심에서 저항을 외치는 사례는 드물었죠. 시간이 갈수록 음악산업은 자본가, 그리고 미디어를 중심으로 그 가치체계를 견고히했구요.
이때 이 문제를 직시하고, 아방가르드 정신을 아주 래디컬하고 드러냈던 아티스트가 한명 있었죠. 칸예웨스트는 이미 몇년 전부터 이러한 시도를 해왔고, 카티가 이 행보를 이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요즘 칸예는 그 저항의 목적성을 잃은 것 같긴함)
이번 앨범에서 opm babi는 그 저항정신의 정수를 보여주는 핵심 트랙인 것 같습니다. 그냥 키치 그 자체에요. 조잡하고 귀만 아파서 듣기 힘든데, 또 듣다보면 이상한 매력이 느껴집니다. 그때 이미 우리는 기존의 음악 패러다임을 지배하던 가치체계에서 조금은 벗어난 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다만, 이러한 시도를 “음악적 성취”라고 할 수 있나가 의문이에요. 기존 가치체계를 거부하고, 음악적 형식 자체에 의문을 던지는 이 시도가 ”음악적 성취“인지, 아방가르드한 ”운동“에 가까운지인지는 각자의 판단이 맡겨야 할 것 같네요.
사실 카티는 그냥 단순히 “최대한 반대로 가고 싶어서” 이런 앨범을 만든 것 같긴해요. 그런데 이런 다양한 반응과 해석들이 쏟아지는 걸 보면, 카티가 얼마나 문제적 인물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되네요.
Ps)
왜 이런 해석을 하게됐나 혼자 생각해보니, 카티의 이번 음반이 “과장됐다”고 느껴질 정도로 조잡해서 인 것 같습니다. 위에서 밝혔듯이 카티는 별 생각 없옸을 것 같긴 한데.. 잘 생각해보면 이상하지 않나요? 진짜 진심으로 능력이 부족해서 이렇게 냈다고? 꿈보다 해몽일 순 있지만.. 나름 합리적 의심이라 생각함니다
개인의견)
아방가르드함이랑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지난 2년간 찔끔찔금 선공 내면서 다 스포하고 다녔기에 저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못느꼈음
아방가르드함에 관해서도 솔직히 카티는 걍 급하게발매하려고 대충 때운건데 여기에 과도하게 의미부여하는듯
그저 개인의견입니다
개인의견)
아방가르드함이랑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지난 2년간 찔끔찔금 선공 내면서 다 스포하고 다녔기에 저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이라고 못느꼈음
아방가르드함에 관해서도 솔직히 카티는 걍 급하게발매하려고 대충 때운건데 여기에 과도하게 의미부여하는듯
그저 개인의견입니다
제가 말하는 아방가르드는 새로운 스타일을 지칭하는건 아니에여. 글을 대충 적다보니 좀 널뛰기로 넘어간 것 같은데,
어떤 “스타일”로 해석되는 것들은 이미 기존의 음악적 가치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아닐까요? 그런데 이번 카티의 앨범은 그냥 완성도가 낮아요. 이걸 스타일이라고 할수 있을까요?
+ 제가 의미부여를 과하게 하는건 맞습니다ㅋㅋ 막 문단에 적혀있듯이 카티는 별 생각 없었을거에요. 다만 감상자는 그것을 시대적-문화적 맥락과 함께 해석할 특권이 있다 생각합니다. 그게 좀 오버스러울지라도
좋은글 추천올립니다
카티 = 락스타
기존의 음악 패러다임을 지배하던 가치체계에 대해 조금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음악을 배운건 아니라 정확히 짚어서 말할 순 없지만.. 어떤 예술이든 그것의 “좋고 나쁨”은 시대,문화,사회에 따라 결정되는 거라ㅊ생각합니다.
정말 뻔한예로, 예전 회화에서 가장 지배적이었던 가치는 “묘사의 정확성”이었죠. 묘사가 정확하면 좋은 그림이었어요. 그리고 그 가치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후순위로 밀려났죠.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악기들은 조화로워야하고, 보컬과 악기의 진행은 서로 방해가 되면 안되고, 노이즈는 하나의 사운드로서 조화롭게 작용해야한다.“ 등등.. 우리가 “좋은 음악의 특성“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다양한 가치체계가 있을 거라 생각햐요. 그중에서 이미 전복된 것들, 시도되고 있는 것들도 많을 거구여
오!! 감사합니다
좋은 글은 추천입니다 ㅋㅋ 갠적으로 과대해석한 면이 있긴한데 재밌고 의미있는 해석이신 것 같아요.
저도 카티가 그런 대단한 의도를 가졌을거라곤 생각안해여 ㅋㅋ 거창하게 해석해보자면 이런 의미도 가질 수 있다 이정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랑 생각이 비슷하신듯.
저도 이번 앨범을 대표하는 곡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opm babi 꼽을 거 같아요.
저는 카티와 무식 앨범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별 생각 없이 그냥 잘 못 만든/대충 만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좋은 대중음악의 틀을 부수려고 했다는 관점 "자체"는 흥미롭게 봤습니다.
단지, 대중음악의 영역에서 전복적 시도를 카티 이상으로 훌륭하게, 다양하게, 복잡하게, 섬세하게, 깊이 있게 해보고 성과를 거둔 이들이 너무나 많아요. 카티만큼 대중에게 주목 받은 경우는 아방가르드의 특성상 없겠지만, 이미 그쪽으로 이름을 알리고, 이후의 음악에 큰 영향을 끼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은 많죠. 힙합에서만 생각해봐도 Moor Mother 같은 경우가 있고, "익스페리멘탈" 자체가 크든 작든 이러한 경향성을 지니고 있겠죠. 이들은 명확한 목적성을 지니고 음악을 전복하고 있고, 그러한 전복이 청자를 설득하는 힘을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에 이번 카티는 뭘 전복하고 부수려고 했다기보다는 그냥 너무 못 만든 나머지 아방가르드하게 보이는 거에 가깝다고 느꼈어요. 즉, 설령 카티가 기성 힙합 음악의 패러다임을 부수려고 의도했다 한들, 무참히 실패한 거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섀그스 같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아방가르드를 낳았다는 독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지금의 시대에서는 단순 음악 자체를 넘어 그 외의 여러 캠페인, 퍼포먼스, 스타일링, 마케팅 등의 복합적 요소들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봐요! 그런 면에서 거대한 자본을 이용할 수 있는 씬의 중심에 선 스타가 더욱 유리하겠죠..!
전 카티의 앨범 자체 뿐만 아니라 그가 가진 캐릭터성과 여러 브랜딩, 기행, 아트 등을 복합적으로 보아 그 조잡한 사운드가 하나의 의도된 장치로 느껴졌고, 꽤나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설득이 되어버린거져..
캐릭터적으로나 마케팅적으로나 퍼포먼스 측면에서나 다양하게 바라볼 여지는 분명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단지... 조잡한 사운드와 아쉬운 마감 때문에 역으로 흥이 깨고, 소위 빨간약 먹는... 느낌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잘 모르겠는 입장이고... 더불어 저는 그런 측면으로는 별 관심이 없어서 + 카티의 락스타 캐릭터성은 전복이고 자시고 몇십년 간 꾸준히 있던 거라 더욱 잘 모르겠네요.
음악적인 전복, 아방가르드, 저항정신 같은 측면을 생각해보면, 저는 이 앨범이 WLR에서 뭔가 나아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WLR는 익스페리멘탈하고 과격한 프로듀싱과 길길이 날뛰는퍼포먼스로 그런 의도를 다분히 잘 살려서 지금에 와서는 하나의 분파를 세웠다고 볼 정도로 큰 성과를 얻었죠. MUSIC은 그때에 비해 랩 톤이 바뀐 거? 말곤 크게 변화한 부분이 없다고 느꼈어요. 오히려 익숙한 트랩 사운드를 차용한 트랙들도 눈에 띄다보니 되려 보수적이고 안전 지향적인 것처럼도 느껴지고요. 다소 난잡한 트랙 구성도 의도라기보다는... 그냥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선 발매 후 수정도 칸예가 시도 때도 없이 해대서 신선하고 새로운 방식은 아니고요. 그나마 생각해보면 켄드릭이 가장 아방가르드하고 충격적인 요소일텐데... 이거...는 켄드릭의 행보 문제이지 카티의 예술적 시도의 문제라고 보긴 애매하죠. 결국 제게는 카티의 MUSIC도, 일련의 요소들의 하나의 아방가르드 예술을 향한 시도라는 이론도 설득력 있게 와닿지는 않는 듯 합니다.
그래도 각자 생각하고 해석하기 나름이니까요. temm님의 관점도 재밌게 봤고, 여러모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음 그 부분에선 확실히 생각의 차이가 있네여
그간 다양한 저항적 움직임과 락스타 캐릭터가 있어왔지만, 힙합 음악이 대중 음악의 중심에 선 이후 그 한가운데서 미디어를 이토록 적극 활용한 락스타 브랜딩의 사례는 전 카티가 어느정도 유일무이하다고 생각해요!(그나마 칸예?)
뒷 문단에서 말씀하시는 부분은 확실히 작품에 대한 인식의 차이 같기도 하네여. 전 익숙한 장르적 특성을 차용한 것도 형식적 새로움이라는 개념에 위배됐다기 보단 아주 과감하고 무식한 방식으로 과거의 사운드를 재구성했다고 느껴졌어요. 카티의 배경과 그의 최근 스타일링, "i am music"이라는 앨범 타이틀을 같이 생각하면 자신의 향수를 과장되게 만화적으로 뒤트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 모든게 기반이 되어 난잡한 트랙 리스트도 그의 어떤 광기어린 내면에 천착하는 듯한.. 느낌을 직관적이지만 유치하진 않게 잘 설계된 결과물처럼 느껴졌네요.
암튼 이렇게 의견이 확확 갈리니 너무 재밌네여. 재미난 대화였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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