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E - Showbiz!
https://youtu.be/0cDe2pK4SoU?si=aXxYayq_U2FEhPf7
*풀버전은 w/HOM Vol. 20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https://drive.google.com/file/d/1lv7Ke2wvVGfxZbPGHr2zJVWLVahTgYdJ/view
지난 20년 간 힙합 음악의 동태를 관측했을 때, 유독 약화된 이스트코스트 힙합의 브랜드 파워는 동부 인사들의 후계자 양성 실패로 요약할 수 있다. JAY-Z가 <The Blueprint>를 발매하고 DMX가 Woodstock 페스티벌에서 20만의 관중을 흔든 이래로, 그들의 스타덤이나 위업에 대적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다시 나온 적이 있었는가? J. Cole은 새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으나 그의 음악적 성과는 실제에 비해 과대측정되었고, Joey Bada$$는 데뷔의 광휘에 묻혀 황금기의 그림자에 암약하고 있다. Griselda의 래퍼들은 그들의 유산이 유행으로 전락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 늦게나마 발악 중이며, Pop Smoke에서 Ice Spice로 앰버서더가 교체된 드릴 뮤직은 크게 논할 가치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어떤 백인 랩 팬도 Barrington DeVaughn Hendricks가 브루클린 출신이라는 것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약 30년 전 데뷔한 노장들이 근 몇 년 간 가장 우수한 작품들을 배출하는 안타까운 역설 속에서, 오히려 뉴욕 힙합 근간을 지탱하고 있는 존재들은 프로젝트의 늪지대에 은둔하고 있던 앱스트랙 힙합의 달변가들이었다. 그리고 이제 마이크(MIKE)라는 98년생 래퍼가 그들 중 최고라는 것을 부정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뉴욕 골든 에라의 끝자락부터 형체를 갖추며 새천년의 언더그라운드를 예술적으로 집필한 앱스트랙 힙합이란 이름의 명가는 현재까지도 영광스러운 혈통의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막시무스 마스크를 쓴 채 마블 코믹스 최고의 빌런을 자칭하는 거장에게서 영향을 받아 남아프리카 시인의 아들 Thebe가 Earl Sweatshirt가 된 것은 유명한 일화이나, 우리는 뉴욕 출신의 내성적인 소년 Michael Jordan Bonema가 장르의 미래를 상징하는 거성이 된 작은 역사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론 그는 DOOM의 운율에도 영향을 받았으나, Metal Fingers가 비트를 제작하는 방식에 훨씬 지대한 영향을 받은 것처럼 들린다. 로파이로 분류되어야 마땅할 저음질의 재즈 샘플과 희미한 드럼 라인을 특장점으로 내세우며 샘플 컷의 이음새를 불투명하게 가공하는 특유의 테크닉은 분명 DOOM의 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결과이다. <MAY GOD BLESS YOUR HUSTLE>, <Disco!>와 <Beware of the Monkey>, 그리고 본작에 이르기까지 마이크는 자가복제를 하는가 싶으면서도 언제나 미묘하고 섬세한 차이를 두며 진보해왔다. 그리고 그 진보의 폭은 청음함으로써 획득하는 단순한 인상보다 훨씬 더 상당한 수준이다.
때문에 우리는 ‘MIKE’라는 총체를 다루는 것만큼이나 프로듀서로서의 자아인 ‘dj blackpower’에 대한 조명에 힘쓸 필요가 있다. 특히, <Showbiz!>가 <Burning Desire> 후 2년 만에 비트메이커로서 그가 가진 경이로운 역량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임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Disco!>의 후속작으로서 지닌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본작 — 당연하게도, 동명의 프로듀서에 대한 헌정 앨범이 결코 아니다. — 은 <Pinball>의 개량형 트랩/플러그 음악이 남겼던 아쉬움을 남김없이 씻어내린다. Roc Marciano나 JPEGMAFIA가 그러하듯이, 마이크 역시 온전한 셀프메이드에서만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만발하는 몇 안되는 천재의 부류에 속하는 것이다. 앨범의 시작을 장식하는 “Bear Trap”은 dj blackpower의 음악 문법을 더할 수 없이 완벽하게 제시하고, ‘How About Love’를 샘플링한 “Then we could be free”는 그가 소울이나 디스코 등 고전 흑인 음악의 향취를 살리는 데 얼마나 능한지 제시하는 훌륭한 방증이다. “You're the Only One Watching”의 칩멍크 소울은 재단할 구석 없이 깔끔하고, 낡은 LP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음질의 샘플이 앨범 전체에서 손꼽힐 정도로 인상적인 순간을 조성하는 “Strange Feelings”는 가히 환상적이다. 그리고 그 사이를 봉제하는 소울 찹 비트들과 “The Weight (2k20)”의 색소폰 샘플, J Dilla 타입의 스윙 리듬, 이목을 집중시키는 일부 곡의 트랩 드럼셋까지, 의 프로덕션은 마이크가 편곡자로서 지닌 천부적인 감각을 고스란히 구현해놓은 것만 같다. 그는 어쩌면 현존하는 모든 힙합 프로듀서 중 블랙뮤직 원전의 전개와 화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이일지도 모른다.
그의 또 다른 매그넘 오퍼스인 <Burning Desire>와 <Showbiz!>를 비교했을 때, 전자가 다소 과시적이지 않나 싶을 정도의 다채로운 방식으로 샘플을 편집하고 기타 사운드 소스를 감각적으로 운용해 견고하고 예리한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오리지널 스코어의 사운드스케이프를 건설한다면, 후자는 샘플로 사용된 재즈와 블루스 본연의 앙상블을 살리는 데 집중하며 마이크 음악의 본질에 보다 가까이 접근한다. 동명의 곡 중 고작 10초만을 샘플링해 루프화시킨 ‘Pieces Of A Dream’에 주목해보라. 로파이 샘플링 특유의 앳된 질감이 느껴지지만 정작 비트의 전개에 있어 커팅의 흔적은 일체 찾을 수 없는 무결함이 돋보이지 않나? 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각 트랙이 두고 있는 샘플의 출처가 분명 상이함에도 곡의 개별적 존재감보다 한 음반으로서의 인상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기획력은 마치 Madlib 같은 장인이나 가질 법한 재능을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물론, SURF GANG과 함께 한 “Belly 1”이나 <Pinball>의 플로우를 재활용한 “Spun Out”에서 알 수 있듯 마이크는 다양한 시도 또한 서슴치 않으나, 그것은 트렌드를 추적하기에 급급한 시도가 아닌 그 자신의 음악을 더 지역적이고 독특하게 승화하는 아티스트리에 보다 가깝다. 때문에 마이크의 프로덕션은 공격적인 콜라주 음악보다도 정교하며 규칙적으로 조직된 패치워크 음악에 가깝다. 다채로움이 철저히 조율되었고, 그 에너지가 결코 선을 넘지 않는다. 그리고 는 본질적 측면에서 지금까지 발표된 마이크의 프로젝트 중 가장 광활하고도 영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이렇게 추상적으로 분산된 그의 음악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는 오직 마이크 본인뿐인 듯하다. 경직된 학술적 연설보단 Earl Sweatshirt로 대표되는 나른한 톤의 자유분방한 작가주의적 라임이 장르의 신예들 간 유행하는 세태지만, 마이크만큼이나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진 MC는 전무한 듯하다. 당장 그가 재작년 Danny Brown과 Earl Sweatshirt의 앨범에서 펼쳤던 인상적인 활약을 상기해보라. 그의 허스키한 바리톤 보컬과 정석적인 2–4 리듬을 필사적으로 거부하는 비선형적 전달법은 그의 정체성과도 같다. 그의 우상인 MF DOOM과 비교했을 때 마이크의 운율적 접근은 그 정도로 특출나게 계산적이거나 영리하지 않지만, 장르의 학생으로서 어느덧 10년을 바라보는 경력자답게 막연한 감각만으로 불규칙성을 규율 안에 완벽하게 끼워맞춘다. 그리고 감정선에 따라 발음의 명확도를 능청스럽고도 몽환적으로 조절하는 전달법과 천부적인 음역의 발성에 힘입어, 그의 래핑은 가히 영적인 인상을 주기까지 하다.
그리고 그 영의 형상은 그저 끊임없이 고뇌하고 사유하는 98년생 흑인 작가에 불과하다. 그는 거창한 존재가 되려 애쓰지 않는다. 되려 소탈하고 섬세할 뿐이다. 그는 청자에게 자신의 철학을 입각시키거나 강대한 정언 명령을 내리기보다 그저 그가 개인임과 동시에 예술가로서 느끼는 바들을 유려하게 토로할 뿐이다. 개인적이지만 과하게 극적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조절하며 일상적인 드라마를 집필하는 것이다. “Lost Scribe"는 대표적인 예이다. 직관적인 이해를 가능케 하는 서정적 표현들을 다채로이 꾸리며, 음악가의 삶 속에서 얻는 스트레스와 극복 의지를 표하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독자친화적이기에 그를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로 착각하게 만들 정도이다. 마이크의 장기는 매니아들의 숱한 추앙을 받는 타 지성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미세한 척도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능력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JPEGMAFIA와 같은 재능을 가진 새로운 Earl Sweatshirt’라는 거창한 수식어보다도, 그저 ‘MIKE’라는 이름으로 설명될 때 그가 가장 현실적인 형체를 갖추는 이유이다. 그는 분명 래퍼로서도 모호함을 탐구하는 몽상가 동료들 사이에서 독보적이다.
<Showbiz!>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이라면, <Hurry Up Tomorrow>의 다수 사례 등 강력한 후보가 존재함에도 단연 올해의 트랜지션으로 거론될 만한 5번 트랙과 6번 트랙 간의 변환일 것이다. “man in the mirror”의 피아노 코드가 6번 트랙인 “Artist of the Century”의 플루트 코드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며 환상적인 변환을 이루는 이 진경은 본작의 백미라 극찬할 만하다. 각각 “Fly the Wind”와 “Imagine Me”라는 다른 원본에 근간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완벽한 구도를 이루는 두 곡의 양립은 dj blackpower의 디깅 범위와 그의 우수한 화성학적 이해도를 암시한다. 하지만 고작 그 정도가 끝일까? 마이크는 의도적으로 유사한 코드로 진행되는 두 곡을 붙여놓고 의미심장한 제목을 붙였다. ‘거울 속의 남자’와 ‘세기의 예술가’는 동일한 곡조를 공유하고, 곧 동명(同名)이다. 브루클린의 MC로서는 다소 소탈한 품성에도 불구하고, 그가 거울 속에서 비춰보는 모습은 진정 세기의 아티스트가 아닐까. 적어도 는 마이크가 그런 존재로 등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공고히 하는 그의 또 다른 최고작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C7UbQ3M3jk&pp=ygURcGllY2VzIG9mIGEgZHJlYW0%3D
블로그: https://m.blog.naver.com/oras8384/223791058311
현재 앱스트랙 힙합에 종사하는 아티스트 중 마이크만큼이나 '자기 음악을 한다'고 당당하게 평할 수 있는 인물이 또 있을까요?
이제 마이크를 논할 때 둠과 매들립을 언급하는 것조차 진부해보일 정도로 마이크는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들어보면 특유의 존재감이라고 해야 하나, 카리스마가 여타 래퍼들관 확실히 달라요.
언더그라운드 디깅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저이지만, 그런 저로서도 마이크의 음악을 들으면 언제나 경탄하게 되네요.
물론 최고작은 아직까지 <Burning Desire>이지만... 누가 알겠나요? 이런 기세로 간다면 어느 사이에 최고작을 갈아끼워버릴지.
돌아오셨다
천천히 읽어봐야지
잘 읽었습니다 역시 리뷰에 있어서는 원탑이시군요
쇼비즈가 커하인듯
저도 쇼비즈가 더 좋아요
전 버닝
선추후감 늘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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