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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기념 2탄) <Igor> 리뷰

title: Tyler, The Creator (CHROMAKOPIA)칸예맛라마17시간 전조회 수 290추천수 11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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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정말 낯간지러운 말이지만, 나는 이 말이 존재함으로써 인간이 지금까지 살아왔으며, 아직까지도 인간의 가장 큰 존재 이유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육체적-물질적 관계를 넘어, 우리는 정신적, 심리적 심지어는 이상적인 사랑을 끔꾸며 이를 이루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끝이 항상 찬란한 장밋빛의 해피엔딩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그들의 꿈을, 소망을, 이상을 이룰 수 있더라면 오죽 좋을련만, 세상은 야속하게도 원하는 걸 항상 주지는 않는다. 달콤해 보이던 설탕 결정이 깨지는 순간, 그것은 날카로운 조각들로 변하여 우리를 찢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순간이라도 힘을 주면, 한 시간만이라도 눈을 떼면,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우리의 갸냘픈 소망은 그렇게 산산조각 나 버리는 것이다. 어디 산산조각 뿐이겠는가-그것은 우리를 병들게 하고, 피와 눈물의 바다에서 목적지 없이 헤매게도 할 수 있다.


전작 <cherry bomb>에서 기존과 달리 부드럽고 감상적인, 음미하기 좋은 노래들을 선보인 타일러는 이후 <flower boy>를 통해 완벽한 사랑꾼으로 변질한다. 해당 앨범에서 그는 사랑의 순수한 설레임과, 그걸 받아들이는 한 남자의 솔직한 속마음을 마치 거울에다가 말하듯이 털어놓는다. 전체적으로 느긋하고 부드러운 비트 위의 타일러와 피처링진들은, 분명 사랑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잘 짜여진 푹신한 구름 위에 앉아있는 그 기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번 작에서는, 그는 무언가 조금 다른 결로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것 같다. 앨범 커버부터 꽃이 잔뜩 피어 눈과 귀를 가리던 - 사랑에 먼 - 타일러의 모습과는 달리, 이번 커버에서는 장밋빛 분홍색 커버와 대조되는 그의 까만 얼굴과 함께 반쯤 벌린 입이, 이 이야기의 끝을 암시라도 하는 것 같다.


트랙의 제목만 봐도, 우리는 역시 타일러의 이야길 잠깐 훔쳐들을 수 있다. [Earfquake]에서 그녀/그 를 만난 타일러는 자신의 세계에, 자신의 마음에, 자신의 머리에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한 충격을 받는다. 이후 [I think] 에서는, 이름모를 청자에게 자신이 사랑에 빠진 것 같다고 열심히 털어놓는다. 전형적인 짝사랑 이야기이다. 그렇지 않은가? 무언가 움터나기 시작하고, 몸과 마음은 내 통제를 따르지 못한다. 너무나도 설레는 그 계절, 잊지못할 그 시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암울해져간다. [Running out of time]에서 조바심을 드러내기 시작한 타일러는, [New magic wand]에서 황당한 공상까지 하며 그녈 만나고 싶음을 간절히 소망한다. 이때의 타일러는 어떤 일도 참았을 것이다. 어떤 짓이라도 했을 것이다. 오직 그녀를 보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하지만...


[A boy is a gun]에서의 나를 놓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외침, 사다리를 오르는 듯한 마음으로 외친 비명에 가까운 절규와 [puppet]에서 꼭두각시라도 되겠단 타일러의 간절한 외침에도, 결국 그녀는 타일러의 마음을 새카맣게 탈 때까지 내버려놓는다. 분노한 타일러가 [what's good]에서 그녀에게 진심어린 대화를 요청하고 절규하며 화를 내도 결국 그녀는 꿈쩍하지 않고 그를 떨쳐낸다.


마침내, [gone, gone/thank you]에서, 타일러 역시 체념한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그녀가 보고싶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그녀와 자기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는 포기한 것이다. 그를 버리면서 


그는 잊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잊고싶어 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이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필사적으로 외친다. [I don't love you anymore]에서, 그는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그를 부정한다. 그의 감정을 부정한다. 자신이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아주 작은... 아주아주 가는 희망은 고갤 들고 다시 피어오른다. [Are we still friends?]에서 그는 정말로 친구만이 되기를 원했을까? 꽃은 다시 필 것이다. 그렇지만 이 꽃이 활짝 만개해 그의 품 안에 가득 안길지, 아니면 공연히 땅을 갈라지게 만든 후 시들어 버릴지는 모르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의 이야기가 꽃밭으로 끝나면 좋겠다. <flower boy>에서 그랬듯이... 나도 그의 감정을 알기에 말이다.


피어나지 못한 꽃들을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시든 꽃을 놓아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그럼에도 봄은 온다. 온갖 피와 시체와 황무지를 넘어서, 자박자박 하고 봄은 걸어온다. 모든것을 뒤덮고 활짝 피는, 눈이 아릴듯한 그 힘! 


나는 모두에게 그들이 원할 때, 그들이 원하는 방법으로 봄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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