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소닉 ASR-10을 썼던 힙합 아티스트들 모음

힙합을 상징하는 샘플러라고 하면 어지간해선 다들 AKAI사의 MPC나 골든에라의 먼지낀듯한 붐뱁 사운드를 상징하는 E-MU사의 SP-1200, 그리고 로우파이를 상징하는 샘플러인 롤랜드 사의 SP 라인업을 주로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위 사진에 나와있는 ASR-10 또한 힙합 역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명기인데요, 힙합 프로듀싱에 주로 사용된 건반 샘플러들을 대표하는 얼굴마담과도 같은 이미지를 담당하고 있죠.

그럼 ASR-10을 사용한 힙합 프로듀서들이 얼마나 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w0BGErgupk

1. 칸예

사실 칸예가 ASR-10을 썼다는 건 칸예 골수팬분들이라면 이제 너무 잘 아는 사실이라...

위 영상에서 칸예는 “I just put the pitch up on the sampler, and it will go faster. The ASR-10 is like my left hand. I can chop samples into 61 pieces without wasting any memory. A lot of old songs are too slow to rap on. So I got to speed them up to a rappable tempo.”

라고 ASR-10의 기능성을 가볍게 칭찬하면서 자신과 일심동체와도 같은 기기임을 어필하는 대사를 치기도 했었죠.

참고로 저 영상에서 칸예가 만들던 기깔나는 비트는 나중에 Pay The Price라는 곡으로 탄생하니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보십쇼.

심지어 저 영상이 찍힌지 15년도 넘었을 시점인 지금도 Bully를 만드는데 ASR-10을 쓰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을 정도로 상당히 애정이 가는 기기인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06UxOKc7io

2. El-P

샘플링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응용하시는 엘피햄 답게 샘플러를 쓰는 모습을 은근 자주 보입니다.

특히 신디사이저를 통해 만들어내는 특유의 사이버펑크스러운 사운드가 트레이드마크인 엘피의 음악 특성상, 건반 신디사이저가 스튜디오에 한트럭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ASR-10 또한 그것의 연장선인 걸로 추측됩니다.

나름 샘플러뿐만 아니라 워크스테이션 신디사이저 기능도 겸하고 있으니까요.

저 시점의 ASR-10은 살짝 맛이 간 상태라고 본인이 직접 영상에서 언급하기도 했었는데요,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은 아직도 잘 쓰시는건지 아니면 다른 기기로 넘어가신건지 궁금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4ODySiARLQ

3. 네크로

호러코어 장르의 선구자로 불리는 래퍼 네크로도 ASR-10을 자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장 영상의 썸네일만 봐도 그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박혀있죠?

게다가 Gory Days 인스트루멘탈 모음집의 앨범커버는 흰 면도날과 검은 면도날로 피아노 건반을 잔혹하게 비유적으로 표현한 아트워크인데요... 이걸로 봐선 꽤나 애용하는 기기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게 바로 이 사진입니다.

사족으로 시각적 비유가 굉장히 참신하게 다가와서 개인적으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앨범커버들 중 하나입니다. 

이상 ASR-10을 썼던 힙합 아티스트들에 대해서 한번 써봤습니다.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