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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와 우리 그리고 예술

Parkta19582025.02.14 23:27조회 수 230추천수 12댓글 7



우리는 왜 다름을 못 견딜까요? 저 역시 이 물음에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저와 다른 의견들이 틀렸다고 생각할 때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사실 모든 의견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기생충이 하층계급을 비판하는 영화라는 의견을 본 적 있는데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틀린 해석입니다. 가장 자유롭다는 예술에 있어서도 그런데 다른 분야는 어떻겠습니까. 정치,과학,철학,스포츠 등등 온갖 문제들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모두가 옳다는 전제는 사실 불가능할 때가 있으니까요. 


다른 의견에도 이런데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겠습니까.

우리는 쉽게 얘기하고 판단하고 우리의 상처에만 민감하고 예의없어집니다. 하루키의 표현대로 깊이가 없는 인간이 되어버리죠.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피츠제럴드는 속물적인 인간들로 가득찬 이야기의 포문을 이런 문장들로 시작합니다. 유보의 태도를 보이는 것이죠. 실제로 닉은 계속 인간에 대한 판단들을 수정해갑니다. 우리도 그렇죠.


개인적인 얘기를 덧붙이지아면 저는 동성애자입니다. 남자를 좋아하고 그렇게 살겠죠. 그래서인지 삶에서 비하하는 표현을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듣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웃음 속에 불안과 공포를 숨깁니다. 견디는 게 힘들 때도 있죠. 그럴 때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악은 개별성을 삭제하는 것이라고요. 우리는 남들과 다른 것을 혐오하고 싫어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의 관념으로 만들거나 대상화합니다. 그리고 그 행위를 상식이라는 말로 포장하죠. 하지만 확신하건데 상식과 교양,지성은 상식을 의심하는 태도에서 옵니다.

 게이는 이래서 싫어, 중국인은 이래서 싫어, 어느 당 지지자는 이래서 싫어.

 하지만 곰곰히 들여다보면 혐오의 감정이 먼저고 이유는 나중인 경우도 있습니다. 매슈 레스톨의 말대로 우리는 신념과 인종이 다른 사람을 두려워하고 심지어는 혐오하는 데 익숙해있어서 결함도 있지만 다른 모든 점들도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 보지 못하고 우리와 동일시하지 못하죠.


이것은 사실 악인들에게도 적용됩니다. 악인들은 인간이 아니라 싸이코패스,악인 등등의 이름표를 붙여 우리와 분리합니다. 우리 선한 이들과 악한 저들로 분류하는 것이죠.


사실 그들도 인간입니다. 이것이 늑대와 춤을 에서 인디언을 이상화시키거나 혹은 나치나 온갖 연쇄살인마들을 악마화시키는 종류의 것과 반대의 태도입니다. 그들도 인간이라는 말은 인간에게 내포된 모든 가능성과 결함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화도 폄하도 아니죠.


수프얀 스티븐스는 그의 곡, john wayne gacy jr을 이런 구절로 갈무리합니다.

i am really just like him
Look beneath the floor boards
For the secrets I have hid


그가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믿기지 않는 가사일 수도 있겠죠. 저는 여기서 조나단 글레이저의 수상소감을 떠올립니다. 그는 아우슈비츠와 가자 지구에 대해서 언급하며 비인간화에 대해서 그리고 그들이 무엇을 했나 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하냐에 관한 영화라고 말합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가장 무서운 점은 그들 가족이 인간으로 보인다는 점이겠죠. 선인도 악인도 아닌. 


그래서 우리가 가져야하는 태도는 무엇일까요? 예수가 말하는 원수도 사랑하라는 전언은 우리같은 범인들에게 불가능합니다. 우리는 쉽게 악인들을 우리로부터 분리하고 다른 자들을 혐오와 악의 테두리로 가두기도 합니다.

사실 그들도 인간인데 말이죠.



유대인은 눈이 없소? 유대인은 손도 없고, 오장육부도 육신도 없소? 감각도, 감정도, 격정도 없단 말이오? 기독교인들이 먹는 것과 똑같은 음식을 먹지 않고, 흉기에도 다치지 않으며, 같은 병에 걸리지도 않고 같은 방법으로 치료되지도 않으며, 똑같이 겨울에 추위를 느끼지 않고 여름에 더위를 느끼지 않는단 말이오? 우리 살점은 찔러도 피 흘리지 않소? 간질여도 웃지 않소? 독을 마셔도 죽지 않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복수하지 말아야 하는 거요?


베니스의 상인은 평범한 희극이지만 샤일록의 존재와 입체감은 이 희극을 걸작의 영역으로 끌어올립니다. 말로가 쓴 몰타의 유대인 그리고 당시 런던인들이 유대인에게 보이는 태도와 셰익스피어가 가지는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셰익스피어가 당시 시대 한계를 뛰어넘은 도덕적 통찰을 가진 인간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예술가 셰익스피어는 인간에 대해서, 삶의 불가해한 다양성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했기에 당시 악마나 쥐처럼 상징화된 악이었던 유대인 캐릭터에게 인간성을 부여합니다. 여기서 샤일록은 인간으로 보이고 저 대사는 지금도 관객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고 가슴을 가격합니다.

 왜냐하면 저 대사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임을 암시하거든요. 



힙합음악이나 이런 음악을 들으며 느끼는 것도 이런 종류겠죠. 그것이 안도든 냉소든 이런 말이 있습니다.

 다 사람사는 곳이다.


예술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모두가 인간임을 납득시킬 수 있다는 것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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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강류아Best베스트
    4 2.14 23:42

    잘 읽었습니다.

    요즘 인터넷 게시판의 혐오 정서에 관련해서 저도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요.

    특히 엘이에는 학생분들이 많기도 하고요.

    인터넷 게시판에서 서로 사랑하는 법보다 혐오하는 법을 먼저 배우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풋이 부정적이면 아웃풋도 부정적인 법입니다.

     

  • 2.14 23:29
    너무 잘읽었습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이네요

  • 2.14 23:30

    가슴 한켠에 있던 말이지만 필력이 안 좋아서 못 썼는데 너무 좋은 글이네요

  • 2.14 23:30

    멋진글 감사합니다

    저두 최근에 비슷한 생각진짜 많이 했었어서 더욱 공감가네요

    너무 잘읽었습니다.

  • 2.14 23:31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2.14 23:40

    항상 좋은 글 고맙습니다

  • 4 2.14 23:42

    잘 읽었습니다.

    요즘 인터넷 게시판의 혐오 정서에 관련해서 저도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요.

    특히 엘이에는 학생분들이 많기도 하고요.

    인터넷 게시판에서 서로 사랑하는 법보다 혐오하는 법을 먼저 배우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풋이 부정적이면 아웃풋도 부정적인 법입니다.

     

  • 2.14 23:44
    @강류아

    이게 맞조.막줄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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