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uG2se-8-BzE?si=W0sGz-s90tbOG3Ys
(글 내용과는 전혀 무관.)
음악과 무관한 그뭔씹 오타쿠 얘기가 절반 정도 됩니다. 하지만 제거하면 하고 싶던 말이 잘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아 부득이하게도 그냥 올리기로 했습니다. 관심 없으시면 첫 문단과 마지막 문단만 읽고 다음으로 넘어가셔도 됩니다.
원문: https://blog.naver.com/0412jeong/223749111564
할 일 없이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Blonde》를 들으며 원피스 관련 나무위키나 커뮤니티에 떠도는 추측글 따위를 보고 있었다. 원피스가 술이고, 라프텔은 온천이라는 내용의 추측을 보고 있었는데 (흥미롭고, 뭔가 원피스답지 않은가?) 댓글에서 '잘도 그런 거겠다' 같은 반응을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연재 기간, 1000화를 훌쩍 넘긴 (벌써 2~3년 정도 됐다) 화수, 100권 이상의 단행본, 그만큼 수많은 이들이 원피스를 알고, 보고, 즐기고, 빠져드는데,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말이 존재할까?
한창 와노쿠미 편 종막이 연재되던 시기, 고무고무 열매의 정체와 기어 5가 공개되던 때를 생각해 보면 포지티브와 네거티브가 공존했던 것 같다. 니카와 고무고무 열매가 가짜라는 사실에 대한 떡밥이 너무 급하게 풀어진 감도 있었고(지금은 많은 사후 연구로 오다가 떡밥을 흘리고 있긴 했다고 보는 경향인 듯), 니카 자체가 원피스 세계관 속에 존재하는 신이다 보니 핍진성(이 맞는 용어인가?)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기어 5의 능력 자체도 너무 가볍다거나, 우스꽝스럽다는 등의 반응도 존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원피스라는 작품의 세계 자체를 뒤흔드는 초대형 떡밥인 조이보이와 루피의 연관성, "주인공한테 X되는 능력 있어야 하는 거 아님?"이라는 의문을 일순에 해소하는 매력적인 치트키 능력, 그야말로 카툰 그 자체인 기어 5의 능력 자체에 대한 찬사 등도 공존했다. 나 역시 기어 5의 능력이 X나게 간지나고 루피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역시나 너무 과한 드리프트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기어 5가 공개되기 전, 기어 4가 근육을 강화하는 기술임이 밝혀진 후로 기어 5에 관한 많은 추측이 "기어 5는 신경을 강화하는 거다!"라는 가정에 기반하고 있었다. 기어 2가 순환계, 기어 3가 뼈, 기어 4가 근육이었으니,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혈관을 펌핑한다던가, 뼈를 키운다던가, 근육을 빵빵하게 만드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도 나올 만한 발상이지만, 고무 신경을 활용한 전투력 도핑기는 정말이지 아무도 안 할 것 같지 않은가? 자연스러운 단계적 강화와 발상 자체의 참신함이 합쳐져 기어 5=신경이라는 공식이 많이 퍼져있었다. 기어 4가 2015년이고, 기어 5가 2022년이니 장장 7년 동안 그랬다.
요는, 7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만들어내는 상상 속 기대감과 장막이 걷히고 드러나는 실체가 주는 만족감의 괴리이다. 기어 4의 파워 업은 정말 막대했는데, 외형은 조금... 애매하니까, 그리고 그렇게 강해지고도 너무 약했으니까 기어 5에 거는 기대가 컸을 것이다. 그 기대가 7년이라는 시간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났을 터. 기어 5가 공개되던 때에는 정말 일본, 한국, 어디 관계없이 난리가 났었고, 거기에 기대감과 현실의 간극에 대한 열띤 반응이 한몫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오랜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이 기대해왔는데 그 대상이 사실 기대와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원피스 역시 이제 그런 상황에 봉착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라는 말도 너무 늦었다. 진작에. 원피스의 정체에 관해 셀 수 없이 많은 추측이 있다. 레드 라인을 부숴 바다를 하나로 합친다던가, 달나라 여행을 간다던가, 타임머신이나 메타픽션 얘기도 있고, 이제는 하수구 뚫어뻥부터 술까지 정말 아무거나 다 나오기 시작했다. 막말로, 원피스에 심취한 독자 하나, 혹은 그룹이 모여서 가장 설득력 있고 매력적인 추측을 진짜 만화로 그려내도 이상하지 않다. 그 정도로 각자의 추측과 기대가 갈라지고 있는 이 상황에서, 오다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원피스의 정체를 맞춘 사람이 0명일 리도 없고... 진짜 누구도 못 맞췄다 한들 재미와 설득력이 있을지는 또 별개니까. 나는 내가 원피스의 결말을 마주했을 때 즐겁고 기쁠지, 아쉬울지, 어쩌면 화가 날지, 전혀 모르겠다.
아무 관련 없는데 프랭크 오션의 《Blonde》 얘기를 한 것도 사실 같은 맥락이다. 《Blonde》가 2016 년작이다. 그 사이에 간혹 발매된 싱글과 (그마저도 20년대 이르러서는 거의 절멸이다) 어쩌다 한 번 피처링을 제외하면 오션은 아무것도 안 냈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아무것도. 이씨발. 그 사이에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앨범을 3개, 오션의 친우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가 4개,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6개를 냈다. 켄드릭이 가시관을 벗고 한 명의 래퍼로 내려오는 동안, 타일러가 3개의 얼터 이고를 거쳐 자기 자신이 되는 동안, 칸예가 신에서 조울증을 거쳐 미친놈이 됐다가 정신을 차리는 동안, 오션은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다.
사실, 정말 아무것도 안 한 것은 아니다. 23년의 코첼라를 난 아직도 기억한다. 기억 안 할 수가 없다. 얼마나 X같았는데. 23년만 해도 7년 만에 오션이 활성화 상태에 돌입한 것이었으니, 말 그대로 온 세상이 뒤집어질 만한 일이었다. 단발성 공연에서 끝날지, 이후 신보를 발매할지, 대체 뭘 할지 아무것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오션의 활성화" 그 자체만으로도 나 같은 이들의 정신을 나가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블랙핑크 역시 헤드였어서 국내에서 꽤 화제였던 것 같은데, 나한테 그게 뭐가 중요했겠는가? X발 오션이 다시 나타났는데. 당시 공연 시간이 평일 대낮이었다. 코첼라가 감사하게도 모든 스테이지의 모든 공연을 유튜브에 무료로 스트리밍 해주었지만, 오션이 자신의 공연을 송출하지 않기로 했는지 볼 수가 없었다. 인스타나 틱톡 따위에서 별 X신 같은 인플루언서들이 폰으로 해주는 생중계에 오션의 팬들, 음악 업계에 관심을 가진 이들, 버락 오바마, 드레이크, 지구 반대편의 나까지 몰려들었다. 비록 남은 것은 빵댕이 흔드는 경비원 뿐이지만.
코첼라 먹튀와 함께, 오션은 7년간 쌓인 우리의 기대를 그야말로 모래성 부수듯 부숴버렸다. 아니,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분명 오션에게도 사정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20~21년 즈음에 형제를 잃은 상실에 앨범 발매를 취소했다는 얘기도 있었지 않은가. 그냥 스스로의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르는 사이에 연애를 5번 정도 하고 실연의 아픔에 허덕이고 있는 걸지도. 코첼라가 자신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나, 굳이 앨범을 내고 투어를 돌아서 돈을 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데, 이런 걸 따져봐야 무슨 의미가 있는가? 왜 그랬는지 어차피 알 도리는 없고, 오션의 의중을 헤아리는 게 생산적인 일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영화 찍고 있다던데...) (나에게) 중요한 것은 오션이 나의 기대를, 무럭무럭 자라나 이제는 거대한 도시 하나쯤 가볍게 박살 낼 괴수가 되어버린 나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니까. 9년, 내가 《Blonde》를 처음 들은 2019년부터 계산해도 6년 동안, 《channel Orange》와 《Endless》, 그리고 《Blonde》가 남긴 것은 만족감보다 더욱 큰 기대감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지난 6년간 나무위키에서 어클레임드 뮤직, 힙합엘이에서 RYM을 거쳐 나의 스포티파이 보관함에 수백 개의 앨범을 저장하게 된 이유는 《Blonde》가 내게 남긴 울림을 어디에선가 다시 발견하고 싶어서였다. 그 과정에서 전혀 닮지 않았지만 엇비슷한 크기의 울림을 준 걸작들 - 《To Pimp A Butterfly》, 《Abbey Road》, 《Since I Left You》, 《무너지기》 - 과 그에 비견될 수는 없겠으나 나름의 만족감을 남긴 앨범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 탐구하고 나아간다는 귀중한 경험을 얻었다. 그래도, 결국 《Blonde》의 대체제는 없었고, 이제 믿을 것은 프랭크 오션 본인뿐이다. 사실 오션을 믿는 데에는 아무 근거도 없다. 그냥, 그가 《Blonde》를 만들었으니까 믿는 것일 뿐. 틀림없이 오션이 돌아온다면 《Blonde》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channel Orange》에서 《Blonde》로의 변화가 우습게 보일 만한 격변을 거쳤을 것이다. 어쩌면, 10년 동안 무언가 완성하여 발매하지 않은 만큼 그의 감각이 닳아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원한 그림이 아닐 때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나는 전혀 모르겠다.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다린 만큼, 더, 나는 오션이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묵묵히 기다릴 뿐…
크아아아악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냐!!!
그래도... 너를 기다리겠다... (흰수염 톤으로)
그래도 와노쿠니 끝나고 폼 오른 것 같아서 기대 중입니다ㅋㅋ
오다의 폼에는 저도 요즘은 의심이 없네요
다만 구조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ㅠㅠ
도황 진짜 씹간지네 ㅋㅋ
오다는 창의력이 참 좋은 작가이기 때문에
결말도 참 기대가 되네요.
또 어떤 참신함으로 독자들을 놀래켜줄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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