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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힙합 래퍼 5

아드아스트라2025.08.07 00:07조회 수 513추천수 5댓글 2

5. 화지


화지의 이름은 여전히 과소평가받고 있다. 그의 앨범 eat와 zissou는 한국힙합을 넘어 2010년대 한국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앨범들이다. 래퍼 화지의 장점들을 열거해보자. 그루브 가득한 플로우와 뛰어난 랩훅짜임새, 본인의 히피스러움을 드러내는 여유로운 태도..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화지의 가장 뛰어난 지점은 이 모든 장점들을 조합해 음악적으로 완결적인 앨범으로 조형해내는 능력에 있다. 분명 화지가 앨범을 낸 시기는 리릭시즘과 진지함의 시대는 아니었다. 트랩과 경쾌함의 시대였고 이센스가 내뱉은 ‘한국 힙함 80퍼센트는 오케이션 자식들’이라는 발언이 설득력을 가지던 때에 화지의 앨범은 시대정신을 관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작금의 한국현실에 느끼는 감정과 태도, 대응을 담아냈다. 그의 소포모어 앨범이 발매된 2016년에는 좋은 앨범들이 발매된 해였다. 넉살, 저스디스, 허클베리피의 앨범들은 모두 현재의 한국사회에 대한 무력감을 담고 있었다. 이들은 이 사회의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를 표현한다. 하지만 넉살이 하나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노래하고 저스디스가 분노를 표출하고 허클베리피가 넓은 시선으로 삶의 다양성을 포용할 때 화지는 히피의 태도로 관조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zissou의 마지막 트랙 이르바나에서 드러난 연대정신과 거기에 깃든 자유로움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보이는 가장 힙합스러운 태도라고 믿는다. 


4. 빈지노는 특이한 존재다. 그는 청춘이라는 요상한 단어를 상징하기도 했고 어느 때에는 한국의 힙합스타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으며 젊은 나이에 성공한 청년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고 하나의 예술가로서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표현하기도 했다. 간단히 말해 빈지노는 본인의 현재를 응시하고 그것을 솔직하고 여유롭게 담아낸다. 빈지노의 음악을 들으면서 나는 늘 이 래퍼의 앨범에 표출된 그의 능력이 100이 아닌 90에서 멈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일종의 여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빈지노의 장점은 수채화에 비유되는 그의 재치있는 가사와 시각적 이미지 전달력, 다양한 음악소스를 소화할 수 있는 부드러운 래핑과 다양성에 있다. 실제로 그는 재지팩트에서든 본인의 ep와 정규에서든 이 장점을 발휘했고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태작이 없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의 바이오그래피에 그의 위상에 걸맞는 앨범이 부재한다는 인상 역시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군입대라는 대한민국 대다수 남성들의 과제를 마치고 결혼을 하면서 소위 젊은 감성으로부터 멀어졌다. 그리고 하나의 힙합아티스트이자 씬의 리더로서 자신이 속한 세계를 되돌아보고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노비츠키다. 그리고 노비츠키는 그 빈지노의 10을 채운 빈지노의 100이 담긴 명반이다. 이 앨범은 공감을 요하는 작법으로 제작되지 않았다. 차라리 전시에 가까우며 그는 과시하고 여과없이 감정을 표출한다. 다양한 사운드소스를 정말이지 부드럽게 소화하고 그러면서 앨범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래핑, 너스레와 자기자랑, 불만 등등 감정들을 표현하는 가사와 단음절 라임도 당당히 차출해 사용하는 유머까지 노비츠키는 분명 빈지노의 역량이 극대화된 앨범이다. 이 앨범에 쏟아진 평단의 찬사와 수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노비츠키와 빈지노는 이제 ‘국힙원탑’이라는 유치한 칭호가 전혀 어색하지 않는 위치에 올랐다. 다시 말하자면 2000년대가 누명과 버벌진트이고 2010년대가 에넥도트와 이센스인 것처럼 20년대는 노비츠키와 빈지노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한 것은 다양한 정서와 사운드를 받아들이는 그의 여유로움에 있다. 


3. 버벌진트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00년대에 태어나서 그 당시 한국힙합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현재형이 아닌 현재완료형으로 그의 업적을 받아들인다. 애석하게도 힙합은 동시대의 흐름을 너무나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장르다. 아닌 분야가 어디있겠냐만은 힙합은 더 그렇다. 여하튼 이런 사정으로 나는 그가 완전히 진화시키고 변혁시킨 랩방법론을 자세히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버벌진트는 사실상 유일한 한국힙합의 유일한 게임체인저이다. 스윙스, 일리네어,오케이션, 등등이 있겠지만 유행을 넘어 영향을 남긴 래퍼는 사실상 버벌진트가 유일하다. 모던 라임즈와 무명으로 완성한 다음절 라임의 작법은 한국랩을 그를 기점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누명은 한국힙합을 대표하는 앨범으로 그의 위상을 지지하는 대들보이다. 누명 당시 버벌진트의 상황은 자세히 모르지만 누명의 가치는 그 맥락을 넘어서는 지점에도 분명히 있다. 힙합의 가사를 라임이라는 틀을 지키면서 자연스럽게 본인의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누명은 이 분야에서 그의 성취를 보여준다. 더 깊게 들어가자면 버벌진트는 시퀀싱으로 진행한 연주곡을 집어넣어 선형적인 구성과 해석을 탈피하는 것에 성공한다. 누명의 가치와 버벌진트의 업적은 그가 변화시킨 작사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로 인하여 한국힙합은 앨범이라는 단위로 완결성을 갖출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나도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된 말들을 다시 한다. 한국힙합은 버벌진트 이전과 이후로 구분되어야 한다.


2. 타블로


나에게 가장 이해가 안 가는 논제가 있다면 두 가지다. 하나는 누가 한국 최고의 ‘래퍼’인가 이고 다른 것은 누가 한국 힙합 최고의 작사가인가 이다.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는 나에게 누구인지 너무나 명확하게 보이고 그들이 다른 이들과 궤가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 소개하는 래퍼는 후자, 즉 한국 힙합 최고의 작사가이다. 그러니까 나는 타블로가 한국힙합 최고의 리릭시스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작사력은 동세대의 래퍼들- 가사로는 어디서 빠지지 않는 이들을 포함해서- 보다도 다른 차원에 있다고 본다. 그의 가사가 곧 한국힙합이 나아갈 수 있는 가사미학의 최대치라는 말이다. 그의 비유력, 시각적인 이미지 창조력, 라임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진행하는 힘, 언어유희와 한국어와 영어를 넘나드는 이해도, 다양한 주제를 소화해내는 넓이와 어떤 주제를 던져도 청자를 흔드는 깊이까지 그의 가사는 한국힙합이 한국대중음악사에 남기는 선물이고 자부심이다. 타블로 가사는 지적인 쾌감, 사유, 공감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경탄스럽다. 타진요라는 희대의 끔찍한 사건의 희생양으로 느낀 감정을 드러낸 열꽃의 가사들은 아이러니하게 그의 역량이 최대치에 달했을 때를 보게 한다. 집에서 보인 비유와 airbag에서 선보인 이미지창조력과 시각적 심상들을 연결하는 전개력, 밑바닥에서 보인 표현력과 묘사력은 분명 한국힙합이 가장 높이 올라간 순간이다. 물론 그는 한국 최고의 랩스킬을 기진 래퍼들 중 하나이기도 하고 유능한 멜로디메이커이자 준수한 비트메이커이며 좋은 프로듀서다. 에픽하이가 성취한 음악적 성과의 일등공신으로서 그가 선보인 다재다능함은 분명히 한국힙합에 손꼽힐 수준이다. 하지만 다시 강조하고픈 것은 결국 그의 문학적 역량과 품위이다. 그는 평범한 비유와 진부한 표현, 좁은 주제, 단순한 감성들로 가득찬 세계에서 문학적인 품위를 잃은 적이 없다. 그렇기에 그가 한국힙합사에 먼저 리릭시스트로 기억될 것이다. 타블로가 한국 힙합 최고의 작사가냐고? 아니. 그는 한국대중음악사 최고의 리릭시스트다. 나는 이 문장에 이견이 될 후보조차 모르겠다.  


1. 이센스


타블로 글 도입에 말한 한국 최고의 래퍼를 논할 순간이다. 답은 명확하다. 이센스다. 이센스의 절륜한 리듬감과 플로우라는 단어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랩스킬은 그와 그 이외의 래퍼들과 선을 긋는다. 흡사 고요하게 날아가는 스테판 커리의 3점슛마냥 그의 랩은 고고하게 하늘을 걷는다. 그의 최신작 저금통을 들으며 이런 생각을 다시금 했다. 역시 그의 랩이 도달한 높이가 곧 한국힙합이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의 최고치일 것이라고. 그리고 이 생각을 새로 했다. 거기서 어떻게 랩이 더 늘지? 분명히 이센스의 한국어랩스킬은 스스로를 갱신하고 있었고 그의 래핑에 적수는 없다는, 정확히 말하자면 과거의 본인말고는 의식할 상대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었다. 물론 저금통은 좋은 앨범이지만 소위 명반은 아니다. 프로덕션은 기복이 있으며 피처링진 역시 잘 어울리는지 미지수이며 지루한 순간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센스의 랩은 이 모든 것을 상쇄한다는 것이다. 이센스는 분명히 훌륭한 리릭시스트이다. 그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필치로 본인의 관점을 드러내고 때때로 시각적으로 잊을 수 없는 이미지를 창조한다. 하지만 그의 최대장점은 청각적 쾌감이다. 이센스의 에넥도트는 주제의 묵직함에 자주 묵과되지만 역시 이를 잘 드러내는 앨범이다. 에넥도트에 대해서는 이 앨범이 이미 한국대중음악사를 대표하는 위치까지 올라갔기에 덧붙일 말이 없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에픽하이와 함께 이센스가 내가 힙합을 좋아한 이유라는 것을 추가해야할 것이다. 에넥도트의 절제된 프로덕션과 이센스의 섬세한 스토리텔링, 일상적인 어휘와 소재만으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사력 그리고 한국힙합사상 최고라 불려야 마땅한 랩스킬은 이센스를 한국힙합 가장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한동안 그는 거기서 내려올 생각이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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