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제가 밑에서 샘플링 횟수에 관해서 똥글을 썼는데...
사실 뭔가 진지하게 말하려던 건 그런 의미가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지저분한 유머에 관해서 욕심이 쏠리는 바람에 글이 다소 천박하게 변해버린 감이 있어서... 그래서 이번엔 그런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장문으로 상대적으로 진지하게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일단 저는 취미로 3~4년동안 비트를 찍는 비트메이커고, 샘플링밖에 몰라서 가상악기는 딱히 쓸 줄도 모릅니다 ㅋㅋㅋ
근데 샘플을 디깅하면서 한가지 딜레마에 시달리곤 했습니다.
저는 주로 샘플을 디깅하면 Whosampled라는 샘플링 전문 사이트를 방문하여 이 비트가 어디서 어떻게 샘플링되었는지 검색을 해보곤 하는데요, 여기서 제가 원래 샘플하려던 곡이 많은 곳에서 이미 샘플된 것을 확인을 하면 묘한 거부감을 느끼곤 합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샘플링을 해갔으면 '어차피 이걸 샘플해봤자 먼저 샘플한 사람들의 곡의 느낌에서 나도 크게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라는 감정이 드는 것이 있고요.
둘째로는 이미 한가닥하는 실력있는 프로듀서들이 샘플해갔다면 '내가 이 샘플을 써서 이 사람들보다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불신과 열등감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론 두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샘플링을 애용하는 프로듀서들의 부류도 여기서 크게 갈린다고 생각하고요.
첫번째론 디깅을 더 열심히 하는 분파죠.
내가 고른 샘플들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쓴다 하면 사람들이 정말 안 쓸 것 같은 샘플들을 위주로 찾아보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어떻게든 열심히 디깅을 해서 음악에 대한 견문과 숨겨진 선율들에 대해서 더 찾아가면 능사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LP판을 열심히 모았거나, 아니면 주변 환경이 LP판이나 고전 음악에 대해 접근성이 높은 환경이었다면 이런 쪽으로 더 유리하죠.
아니면 게임이나 클래식 장르 음원, 고전 영화, 고전 유튜브 영상 등등 남들은 상상도 못한 기상천외한 방식에서 샘플링을 하는 것 또한 방법일수도 있죠.
이쪽에 해당되는 프로듀서는 제이딜라, 누자베스, Knxwledege, 프리모, 알케미스트, 매들립, 피트 락, 그 외에 각종 올드스쿨 힙합 프로듀서나 현재 드럼리스 장르에서 맹활약하는 아티스트들이 주로 이쪽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론 샘플링 스킬을 더 화려하게 하는 분파입니다.
아 비슷한 느낌이 날 것 같아 걱정된다? 그럼 화려한 스킬로 새로운 느낌을 내거나 이전에 이 샘플을 썼던 사람들의 곡을 추월해버리면 그만이다! 하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요새 날고 기는 정상급 프로듀서들은 역재생도 해보고, 필터를 엄청 씌워도 보고 다 하지 않습니까?
몇몇 레어한 힙합 프로듀서들과 특출난 EDM 프로듀서들이 이쪽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인물들은 다프트 펑크, 저스티스, 스크릴렉스, 클램스 카지노, 808melo, El-P, 그 외에도 앞에서 언급했던 프리모나 딜라, 매들립 등등의 사례들도 여기에 충분히 포함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이렇게 크게 두 갈래로 설명했지만 진짜 잘하는 사람들은 둘 다 뛰어나다고 봅니다 ㅋㅋ
그렇기에 정상에 설 수 있었을 거라고도 생각하고요.
이상 장문뻘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합니다
장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되네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샘플을 찢을 순 있겠지만
그런 동시에 그 샘플을 쓸 이유도 사라져버림
딱 프리모의 절륜한 차핑스킬 정도가 이븐하고 알맞지 않나...
아니다 잠시만요 다프트 펑크도 존나 잘하던데...?
극공감
관심 있으시면 엘이 합작 앨범 프젝.참여하세요
감사합니다. 추후 확인해보겠습니다.
이미 샘플링 된거 저는 그냥 알아보지도 않고 신경도 안써요
돈기버뻑
Through the wire 마냥 듣고 바로 아는 그런건 이미 통 루프로 많이 알려져서 안쓰긴 하지만, 전 누가 뭘 했든 걍 제 느낌대로 합니다
샘플링을 할때 한번 듣고 아 이거는 이렇게 바꿔야지 생각하면서 하는게 아니라 그냥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면서 좋은 쓰임새를 찾는 방식으로 하다보니, 만지다보면 명곡이 탄생할지도 모르는거니까요
사실 이게 맞죠... 매들립이나 케니비츠가 남긴 명언이 있습니다.
"Don't overthink shit."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면 본래 자기가 만들려던 걸 망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고로 안좋은 생각은 집어던지고 일단 맘가는대로 만들면 자기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맞아요
저도 얼마 전에 만든 비트에 쓴 곡이 알고보니
Like That 원곡이더라고요
하지만 메트로는 그 노래에서 멜로디만 따왔고
저는 드럼만 따와서 완전 다른 느낌으로 꽤 괜찮은 비트 하나 만들었어요
제가 처음부터 이미 쓰인거 알았으면 안썼을지도..
그렇죠 제가 얘기하지 않았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같은 샘플이라도 샘플하는 구간에 따라서 느낌이 크게 달라질 수가 있죠, 그것 또한 본문에서 설명한 딜레마를 정면돌파하는 방법들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샘플을 본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하고 이리저리 바꾸어보는 프로듀서가 정말 대단한것 같습니다
가끔씩 샘플원본 영상같은거 찾아볼때마다 원본 샘플이 진짜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바뀌는걸 보는데, 감탄만 나오더라구요
샘플의 문제가 아니라 프로듀서의 역량 차이라는점 깊게 공감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디깅 수치나 디깅 실력도 프로듀서의 역랑 중 하나로 꼽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에 대한 견문의 깊이와 넓음 또한 능력이니까요.
동감합니다
잘하는 놈은 다 잘한다고 할랬는데 직접 말씀하섰네요ㅋㅋㅋ
저는 이쪽은 문외한이지만, 결국 많은 디깅과 공부, 거기에 타고난 센스와 진짜 운이 결국 훌륭한 결과물을 낳지 않을까 싶네요
맞습니다맞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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