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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 808s & Heartbreak 리뷰

title: KRS-One공ZA2시간 전조회 수 262추천수 20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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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hiphople.com/fboard/30770707

 

Kanye West - 808s & Heartbreak

Kanye West - 808s & Heartbreak Lyrics and Tracklist | Genius

 

힙합을 예능 안에 담는 파격적인 엠넷의 방송 <쇼미더머니> 시리즈 이후, 힙합은 언더그라운드에서 메인스트림 장르로 올라서게 되었고, 덩달아 래퍼들의 위상도 연예인 급이 되었다.

평범하게 자신의 음악을 하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사람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관심이라는 게 항상 긍정적일 수는 없는 법.

가뜩이나 많은 관심도 부담스러운데, 혹평까지 받으니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래퍼들이 힙합의 유행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정말 많이 늘었다.

Kanye West는 어땠을까?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 그의 음악, 패션, 방송 출연, 인터뷰뿐만 아니라 그가 사석에서 하는 행동 하나하나까지.

영화 <트루먼 쇼>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대중들이 그의 삶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었다.

이에 더불어 개인적인 악재까지 겹쳤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어머니의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결혼까지 생각했던 약혼자 Alexis Phifer와의 결별.

안 그래도 감성적인 측면이 강한 예술가 Kanye에게 일련의 사건들은 감정의 고통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런 감정의 고통을 겪은 후에 사람들이 선택하는 행보로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감정적 고통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것, 두 번째는 이 고통들을 잊기 위해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

Kanye는 후자 타입이었는데, 자신이 겪은 ‘심장이 찢어질 것 같은’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기에 이른다.

세 앨범 동안 앨범 커버의 주인공이었던 곰돌이는 온데간데없고, 쪼그라든 풍선으로 만든 것 같은 빨간 색 심장이 중앙에 덩그러니 있는 <808s & Heartbreak>는 어떤 스타일일까?

 

Kanye West's '808s & Heartbreak' Turns 10

 

지금의 Kanye를 있게 한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아마 올드 소울 샘플과 칩멍크 기법일 것이다.

그가 힙합 씬에 플레이어로서 첫 발을 딛은 후에 한창 활동하던 2000년대 중반에 샘플의 피치를 멋대로 조정하는 칩멍크 기법은 당시 힙합에서 유행하던 정석의 흐름과는 완전히 엇나가는 것이었다.

이런 엇나가는 스타일이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지킴과 동시에 Kanye의 이름에 좀 더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는, Kanye 하면 떠오르는 샘플링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1980년대 신스 팝과 일렉트로 팝에 영향을 받은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베이스에는 2010년대를 휩쓴 트랩 장르에서 빠질 수 없는 Ronald TR-808를, 멜로디라인은 2집의 중심 사운드였던 오케스트라 세션이 도맡았다.

같은 오케스트라여도 사운드에서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다. 2집에서는 오케스트라가 올드 소울 샘플과 어우러지면서 따듯한 느낌을 주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808 베이스의 전자음악 드럼과 오케스트라가 합을 이루면서 겨울 새벽에 어울리는 차가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또한, 당시 T-Pain이라는 래퍼가 사용하던 오토튠을 그에게 배워 아예 이번 앨범을 오토튠으로 가득 채워 넣는다.

 

그의 앨범을 들은 대중들과 평론가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의 장기를 버렸을 뿐만 아니라 랩을 해야 하는 래퍼가 뜬금없이 오토튠을 쓰면서 노래를 부르고 앉아 있으니 말이다.

Kanye의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그 시기에 나온 가장 좋은 앨범에게 붙여지는 ‘Best New Music' 타이틀과 8점대 평점을 주던 해외 유명 평론 사이트 피치포크는 4집에서 유일하게 7점대의 평점을 주기도 했다.

당시 대중들의 반응도 차가웠다. “이제는 Kanye가 싱어가 되려고 한다.”, “개인적인 사정이 안타까운 건 알겠지만 구린 음악까지 이해할 필요는 없다.”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즐겨 들어가는 힙합 사이트에도 2010년대 중반까지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Kanye West 좋아하는 앨범 순위 어떻게 되시나요?” 라는 질문에 4집을 최하위권으로 뽑고는 했다.

하지만 Kanye가 누구인가. 사운드에 있어 몇 수를 앞서 내다보는 선구자이자 트렌드세터가 아니던가.

2010년대 후반에 등장한 트랩 사운드 위에 얼버무리는 랩 스타일인 멈블 랩, 랩에 멜로디를 입혀 노래 부르듯이 랩을 하는 싱잉 랩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4집은 재평가 받게 된다.

이 앨범이 2008년에 발매되었으니, Kanye는 다른 래퍼들에 비해 10년을 앞서가는 음악을 했던 것.

결국 Kanye가 하는 음악은 당시에는 조금 생소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해가 된다는 것을 증명한 가장 큰 사례였다고 생각한다.

 

Kanye Collaborator Malik Yusef Announces 808s & Heartbreak Anniversary Tour  | Pitchfork

 

앨범에서 가장 좋게 들었던 트랙들을 몇 곡 골라보자면, NBA 게임의 BGM으로 쓰이기도 했던 "Amazing".

다른 곡들이 감정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이 곡에서는 ‘내가 무슨 일을 하던지 간에 나는 놀라운 사람이다.’ 라는 스웨거를 보여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또한 Young Jeezy의 래핑도 이 트랙에 분위기에 잘 묻어났다.

다음은 "Paranoid". Kanye는 이번 앨범에서 랩의 비중은 극도로 줄이고, 대부분을 싱잉으로 채워 넣었는데 거의 유일하게 랩 Verse가 있는 트랙이다.

이렇게 싱잉과 랩의 비중을 비슷하게 가져갔다면 발매 당시에도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앨범이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Pinocchio Story". 요새 싱잉 랩을 한다는 래퍼들의 라이브를 들어보면 음원과 많이 달라 실망할 때가 많다.

발전한 음악 기술의 힘을 빌려 음원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라이브는 녹음 부스가 아니다(물론 최근에는 라이브에서도 오토튠 구현이 잘 되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래퍼들이 많이 늘었다).

이 곡은 놀랍게도 싱가포르 라이브에서 공연한 것을 음원으로 만든 트랙인데, 당시에는 오토튠으로 공연하는 기술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음에도 너무나도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프리스타일로 이 무대를 소화해냈다는 것에서 Kanye가 얼마나 라이브 준비를 철저하게 하였는지 알 수 있다.

 

Kanye West Turns '808s & Heartbreak' Into High Art at Hollywood Bowl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Kanye는 대중들이 자신에게 가지는 관심에 대한 부담, 어머니의 죽음과 파혼이라는 개인적인 가정사 때문에 정신적 및 감정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고, 이를 앨범에 담아내었다.

그로 인해 가사도 보다 다운되어 있는 Kanye를 볼 수 있다.

Kid Cudi와 함께한 "Welcome To Heartbreak"에서는 'My friend showed me pictures of his kids, And all I could show him were pictures of my cribs. He said his daughter got a brand-new report card, And all I got was a brand-new sportscar.' (내 친구가 자기 자식들 사진을 보여주었지,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내 집 사진 뿐이었지 그의 딸이 새로 성적표를 받아왔대, 나는 새 스포츠카 밖에 없는데) 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는 물질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그를 정신적으로 케어해줄 수 있는 가족의 부재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전반부의 "Heartless"에서는 자신을 떠나간 여자에게 어쩜 그렇게 무자비하냐며 비통함을 드러내고, Lil Wayne과 함께 한 후반부의 "See You in My Nightmares"에서는 이제 너를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고 고백하며 자신이 겪었던 좌절을 극복해낼 의지를 비친다.

즉, 앨범에서 자신을 화자로 하여 전반부에서는 외로움, 우울함 때문에 생긴 감정적 고통을 주로 말하고, 후반부에서 그 고통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기승전결 형식을 갖추고 있다.

The 50th Grammy Run Down. Complete with pics.

 

안 그래도 일련의 사건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달라진 스타일에 쉽사리 적응할 수 없었던 평론가와 대중들의 혹평만이 가득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앨범 판매량에서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으나, 발매만 하면 휩쓸던 그래미에서는 "Amazing"이 베스트 랩 퍼포먼스 그룹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것에 그치면서 주춤했다(하지만 Jay Z, Rihanna와 함께한 "Run This Town"으로 베스트 랩 콜라보레이션, 베스트 랩 송을 수상하면서 그래미 강자의 위엄을 잃지는 않았다).

이 밖에도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보다는 노미네이트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던 Kanye West.

당시 오토튠과 싱잉 랩에 대한 인식이 어땠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Kanye니까 이 정도지 다른 래퍼였으면 뼈도 못 추렸다.

여러 역경을 겪은 Kanye가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격언처럼 고난을 딛고 명반으로 돌아올 것인가?

그의 아름답고, 어둡고, 뒤틀린 환상을 확인할 수 있는 다음 앨범 리뷰를 통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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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
  • title: KRS-One공ZABest글쓴이베스트
    3 2시간 전

    How could you be so heartless~

  • 2시간 전

    IN THE NIGHT

  • 2시간 전
    @nettspend

    I HEAR 'EM TALK

  • 2시간 전
    @PDFMAFIA

    THE COLDEST STORY EVER TOLD

  • title: KRS-One공ZA글쓴이
    3 2시간 전
    @PhilElverum

    How could you be so heartless~

  • 2시간 전

    선추후감 늘 감사합니다

  • title: KRS-One공ZA글쓴이
    2시간 전
    @range

    저도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 영향력으로는 절대 무시못하는 앨범

    리뷰 잘읽었습니다!

  • title: KRS-One공ZA글쓴이
    2시간 전
    @내눈을녹여미래를보시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이런 앨범을 냈을까 싶네요. 리뷰에 넣을 사진 정리하면서 칸예의 비쥬얼라이징도 하나둘씩 변해가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 2시간 전
  • 2시간 전
  • 2시간 전
  • 2시간 전
  • 2시간 전

    하나의 단편 책을 읽는거같네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 title: KRS-One공ZA글쓴이
    1시간 전
    @김힙찔

    다 칸예 덕

  • 2시간 전

    이런글은 개추나 받으세요,,,,

  • title: KRS-One공ZA글쓴이
    1시간 전
    @dDog

    감사합니다..

  • 2시간 전

    진짜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4집은 예 앨범중에서도 개성이 뚜렷해서 좋은것 같습니다

  • title: KRS-One공ZA글쓴이
    1시간 전
    @피닛

    기존의 틀을 가장 잘 벗어난 앨범 같아요

  • 1시간 전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앨범이여서 더 재미있게 읽은것 같습니다

  • title: KRS-One공ZA글쓴이
    1시간 전
    @에미넴앨범

    애정이 짙을수록 보이는 게 더 많아지죠.. 제가 그 부분을 잘 짚었길 바랍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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