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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ye West - The College Dropout 리뷰

title: KRS-One공ZA2025.01.28 21:46조회 수 543추천수 25댓글 19

<The College Dropout>

Kanye West - The College Dropout Lyrics and Tracklist | Genius

 

Kanye의 첫 앨범 발매 전 그의 포지션은 뜨거운 프로듀서였지만, 아무도 그를 래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KanyeJay Z, Alicia Keys, Ghostface Killah 등의 힙합과 알앤비를 넘나드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프로듀싱하며 이름을 날리고 있었지만, 그는 프로듀싱보다 자신의 랩을 담은 본인만의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컸다. 마지막 트랙 "Last Call"에도 나오는 내용이지만, 래퍼가 되기 위해서 여러 계획사와 계약을 하던 도중, Jay Z를 뉴욕의 왕으로 만들어 준 <Blueprint>의 프로듀싱에 참여한 인연 덕분인지 Jay Z의 회사 Roc-A-Fella 레코즈와 성공적으로 계약을 맺는다.

 

순탄할 것만 같았던 그의 아티스트 인생은 초장부터 삐끗한다. 가뜩이나 미국의 힙합 씬은 거리의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극심한 가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범죄와 마약이 득실거리는 거리에서 겪은 일들을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으로 랩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Street Credit'이라는 단어가 힙합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반면 Kanye West는 중산층 부모 밑에서 자라 부족함 없이 자랐고, 대학교 과정을 밟던 중 음악에 빠져 대학교를 중퇴한 거리의 이야기를 뱉는 사람들에 비하면 엘리트 코스를 밟은 범생이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2002Kanye는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차의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는 심한 사고였는데, 이 때문에 그는 턱을 크게 다쳐 말도 똑바로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좌절하게 된다.

 

그가 좌절에만 푹 빠져있었다면 우리는 힙합이라는 장르에 큰 족적을 남긴 그의 음악들을 감상할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턱 수술이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무사히 <The College Dropout>이라는 그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데뷔 앨범이 발매된다. 1집에서부터 사운드 면에서 그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볼 수 있는 샘플링이라는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샘플링이란 힙합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 장르에서 사용되는 기법으로, 다른 아티스트들의 음악의 일부분을 차용하여 본인의 스타일에 맞게 재창조해내는 것이다. ‘So many records in my basement’(나의 집 지하에는 수많은 레코드판이 있어.) 라는 6번 트랙 "Spaceship"에 나오는 가사처럼 Kanye는 다른 아티스트들과는 차별화된 샘플링을 위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청취한 후에 본인의 음악에 적용시켰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을 뽑자면 흔히 칩멍크라고 부르는 샘플링 기법이다.

 

19번 트랙 "Through the Wire"을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 미국의 소울 가수 Chaka Khan의 "Through The Fire"이라는 곡을 샘플링하였다. 곡의 후렴을 들어보면 임의적으로 원곡보다 피치를 높인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원곡에서 샘플한 부분의 피치를 낮추거나 높이는 등으로 조정하여 활용하는 것을 칩멍크라고 한다. 원곡 가수인 Chaka KhanKanye가 자신의 곡을 편곡한 것을 듣고는 자신을 모욕하는 것이냐며 노발대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칩멍크는 현재 여러 다양한 장르에서 널리 쓰이고 있으며, Kanye가 얼마나 시대를 앞서 나갔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중 하나이다.

또한 그는 가스펠이라는 우리나라로 치면 ‘CCM'과 비슷한 요소들을 사운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가스펠 특성 상 신을 찬양하는 합창단의 웅장함과 여러 명이 조화를 이루는 하모니의 따듯함을 느낄 수 있다. 이를 샘플링 기법과 적절히 혼용하여, Kanye 이전 그 어떤 힙합 앨범에서도 접해보지 못한 독특한 사운드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런 특징은 "We Don't Care", "I'll Fly Away", "Jesus Walks", "Family Business" 등 여러 트랙에서 느껴볼 수 있으며 가끔 Kanye의 랩과 샘플 부분이 충돌하여 가사가 잘 안 들리는 단점을 제외하고는 소울풀한 사운드 위에서 그의 풋풋한 래핑을 감상할 수 있다.

 

앨범을 만드는 아티스트라면 신경 써야 할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유기성이다. 소설로 예를 들자면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있어야 독자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그 책을 끝까지 다 읽을 것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사운드, 가사, 주제 등 앨범을 하나로 묶어주는 유기성이 있어야 흐름을 잃지 않고 앨범을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Kanye는 유기성을 위해서 ‘Skit’이라는 장치를 활용했다.

 

1번 트랙 "Intro"에서 Kanye의 선생님이 졸업식을 위해서 아이들이 부를만한 노래를 만들어봐라라고 웅얼거리는 소리로 말한다든지, 3번 트랙 "Graduation Day"에서 아이들이 부를만한 노래를 만들라니까 마약과 거리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 오냐고 화를 내는 등 Kanye가 앨범에서 말하고자 하는 아직도 다양한 차별을 받고 위험에 놓인 흑인들이라는 주제와 어울리는 Skit 트랙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14-17번 트랙에서는 학위에 목을 매는 한 인물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대학을 중퇴하고 음악을 하는 본인을 향해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너희들이 더 멍청하다라고 되돌려주고 있는 듯하다.

 

앨범에서 웬만한 곡들을 다 인상 깊게 들었기 때문에, 몇 곡 뽑아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선 8번 트랙 "Never Let Me Down". 자신의 사장님 Jay Z와 플레이어가 아닌 시인 J-Ivy를 피처링 아티스트로 섭외한 곡. 역시 Jay Z의 랩은 명불허전이며 그는 아마 어떤 비트에서도 그루비한 래핑을 보여줄 것이다. J-Ivy는 래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과 당시의 흑인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비트에 맞춰 격정적으로 풀어내는 그만의 멋을 선보였다. Kanye는 자신의 어머니를 백인 좌석에 앉힌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면서 인종차별주의에 관한 내용을 스스럼없이 펼치고 있다.

 

다음은 "Get Em High". 트랙의 내용은 앞선 곡들에서 나왔던 흑인들이 받는 차별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긴 하지만, Kanye가 왜 래퍼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후렴이 끝나고 첫 번째 Verse에서 비트가 음소거 된 후 나오는 Kanye의 찰진 스핏은 귀에 쏙쏙 박힌다. 그리고 마디 끝 단어를 늘린 후에 다음 라인으로 치고 들어오는 부분에서도 청각적 쾌감을 준다. 랩 스킬에서 센스를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었기에 본인의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괜히 욕심이 있었던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뒤에 나오는 Talib Kweli는 개성 있는 래핑으로, Common은 놀라운 박자 감각으로 수준 높은 역량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세 명의 래퍼가 모두 잘 했기에 기억에 남는 트랙.

 

마지막으로는 "Family Business". 앞서 말했던 가스펠 사운드와 샘플링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편안한 피아노 반주 위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랩으로 풀어내는 Kanye와 따듯한 느낌을 주는 합창단의 후렴이 듣기 참 좋았다.

 

앨범에서 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트랙들이 워낙 많다보니 구간을 나누어서 말해보자면, 1번부터 8번 트랙까지는 Kanye가 본인만의 음악을 하기 위해서 자신을 얼마나 갈고 닦았는지에 대한 노력, 미국 사회에서 은연중에 존재하는 인종차별, 돈을 벌기 위해서 거리에서 마약을 팔지는 않았지만 GAB 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야기 등이 주된 주제로 나온다. 9번에서 13번 트랙은 전형적인 힙합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스웨거‘, 즉 자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고 잘 나가는지 과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억에 남는 가사가 있다면 13번 트랙 "Breathe In Breathe Out"에서 ’Now even though I went to college and dropped out of school quick, I always had a Ph.D.: a Pretty Huge Dick‘ (내가 대학에 갔다가 곧바로 나오긴 했어도, 언제나 Ph.D(석사학위)는 있었지 : 꽤 큰 거시기)이다. Kanye는 이런 유치하면서도 은근 기억에 남는 라인들을 툭툭 던지고는 한다. 14번에서 17번 트랙은 위에서 언급했고 마지막으로 18번 트랙은 내용은 딱히 없지만 트랩 장르에서 유행하는 두 음절씩 끊어서 랩을 뱉는 벌사치 플로우‘와 유사한 퍼포밍을 보여주고, 19번 트랙에서는 교통사고에서 재기한 자신의 모습을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다. 그 후 20번 트랙에서는 가족의 소중함을, 마지막 트랙 "Last Call"에서는 자신이 어떻게 대학을 중퇴하고 앨범을 발매하게 되었는지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Revisiting The Unfiltered Brilliance Of Kanye West's 'The College Dropout'

데뷔 앨범이 이렇게 훌륭해도 되나 싶지만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한 가지가 있다. 바로 10-11번 트랙인 "Workout Plan"과 "The New Workout Plan". 이 곡들은 듣는 이의 텐션을 높이며 클럽에서는 크게 인기를 끌 법하지만, 이 앨범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유기성을 해치는 트랙이라고 생각한다. 뜬금없이 Kanye를 헬스 트레이너로 만들어버리고, 그가 계획한 운동 플랜 덕분에 돈도 벌고, 직업도 갖고, 결혼도 성공했다며 추앙하는 여성들의 통화 음성 녹음에 실소가 났다. 안 그래도 곡수도 많은데 굳이 이 곡들을 Skit까지 넣어가면서 수록해야 되나 싶었다.

 

그래도 앨범은 평단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Kanye만의 스타일을 물씬 느낄 수 있는 "Jesus Walks"는 제 47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올해의 랩 송을 수상했을 뿐만 아니라, 이 앨범이 베스트 랩 앨범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더 이상 그를 단지 Jay Z의 앨범을 프로듀싱 한 프로듀서로만 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여러 악재에도 굴하지 않고 본인만의 음악을 세상에 들려주는 데 성공한 Kanye West. 과연 2집에서 그는 성공한 신인들이 겪는다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이겨내고 수작을 만들어냈을까?

The College Dropout: Analysing The Cultural Impact of Kanye West's Debut  Album. | 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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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 title: KRS-One공ZA글쓴이
    1.28 21:49

    확실히 예전에 쓴 게 티가 나네요. 문장 마무리가 안 야무지구만요. 그래도 즐겁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

  • 1 1.28 21:50

    퀄리티와 별개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칸예 앨범..

  • 1.28 21:51
    @야마다료

    22

  • title: KRS-One공ZA글쓴이
    1.28 21:51
    @야마다료

    듣는 이에게 각각 다른 순위를 매길 수 있도록 수많은 훌륭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가끔 믿기지 않습니다~ 1집 정말 좋은 앨범이죠 ㅎㅎ

  • 진짜 너무 잘쓰셨네요

    개추 눌렀습니다

  • 1.28 21:51
  • 1.28 21:51

    크으 명-반

  • 1.28 21:52

    글 잘 읽었습니다

  • 1.28 21:52
  • 1.28 21:54

    잘 읽었습니다 The New Workout Plan 좋아하는데 앨범 유기성을 해친다는 말엔 동의할 수밖에 없네요..

  • 1 1.28 21:56
    @PDFMAFIA

    쪼끔 난잡하긴 함

  • title: KRS-One공ZA글쓴이
    2 1.28 21:56
    @PDFMAFIA

    듣기에는 신나는데 앨범의 무드와는 조금 안 묻는 것 같습니다 ㅎㅎ.. 단순히 제 생각입니당

  • 1.28 21:55
  • 1.28 22:01

    오랜만에듣고옵니다총총

  • 1.28 22:06

    명.반

  • 1.28 22:28

    감사합니다

  • 1.28 22:51

    잘 읽었습니다

  • 1.28 22:52

    최고의 래퍼의 가장 낭만적인 첫발짝

  • 22시간 전

    칸예 다큐보고 들으면 감동2배임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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