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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Ocean - Blonde

title: [로고] Wu-Tang Clan예리2024.12.01 16:04조회 수 2376추천수 29댓글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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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k Ocean - Blonde






눈이 내리는 밤이었다. 가로등 빛 아래 조용한 밤거리를 걸었다. 입김이 피어올랐다. 버석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한 시간을 걷고 벤치에 걸터앉았다. 먼 풍경을 바라봤다. 12월은 집에 가는 길이 멀었다.


평소 내 걸음은 빨랐다. 얼음이 밟히는 겨울에만 느슨해졌다. 내 음악도 느려졌다. James Blake, Have A Nice Life, Jeff Buckley, Kate Bush를 만졌다. 겨울이 되어야 감정에 녹았다.


이 감정, 그러니 음악은 다양했다. Mariah Carey. <808s & Heartbreak>. Ariana Grande. <Take Care>. Julee Cruise. <Kid A>. Elliott Smith. <Vespertine>. The Microphones. <Wish You Were Here>. Bill Evans.


그 자리에 낀 <Blonde>.





나는 모르던 여름밤으로 겨울꿈을 났다.






지난 날들은 너무 짧았다. 마신 술과 사귄 친구보다 가까이 다가왔다. 켜지고 꺼지는 3개월이 오갔다. 주체할 수 없었다. Frank Ocean을 만난 지도 2년이 다 되어갔다.


첫 <Blonde>가 나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엄밀히는 "Nights"의 비트 스위치다. 닥쳐오는 영화에 무방비했다. 가실 여운이 없었다. 어른과 새 세상. 두 가지 선물은 순식간이었다. 마침 "Futura Free"의 엔딩이 물었다. 답이 간단했다. 이 찰나가 짧은 만큼 길지 않을까.


우습게도 그러고 잊었다. 길지 않은 모양이었다. D'Angelo가 가로챘다. Björk가 집어삼켰다. Pink Floyd가 앗아갔다. Nirvana가 머물렀다. <Blonde>는 그렇게 잊혔다.


다만 Frank와는 첫 인사 뒤로도 자주 만났다. 내 몫은 아니었다. 재촉과 원망들이었다. 그에게 홀딱 반해버린 수많은 당신들. 나보다 긴 7년이란 시간. 방랑자는 죽일 놈이었다.


깊이 공감하지 못했다. 나에겐 아픈 사랑이 없었다. 시적이고 서정적인 고통이 없었다. 어영부영 옅어진 뒤였다. Frank는 온데 간데 없고, <Blonde>가 흐릿하게 남았다. 다음 겨울에는 그마저도 없었다. 역사는 길고 음악의 세계는 장엄하다. 그 탓이겠거니 했다.





어른의 시간은 너무나 빨랐다.






겨울을 난 뒤 켜지는 새로운 3개월. 두 사람이 오갔다. 그리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복잡한 날들이 남았다. 셋은 서로 도망치는 길을 택했다. 흐지부지 끝나버린 이야기다.


두 번째 <Blonde>가 찾아왔다. Frank가 아니었다. 그를 닮은 ‘너’였다. ‘너’로 듣는 내 이야기였다. 처음으로 <Blonde>에서 눈물을 들었다. 사람이 아닌 작은 강아지를 걷어찬 기분이었다. 울지는 않았다. 웃었다. 눈물이 나질 않았다. 누군가가 대신 울어줬겠다 싶었다.


잊던 <Blonde>에 찾아가 Frank를 만났다. 가사를 읽었다. 라이브를 감상했다. 남을 빌려 ‘너’를 알고 싶었다. 내가 ‘너’를 떠나보냈지만, 나도 언젠가 ‘너’의 입장에서 누군가와 만나지 않을까. 그 때가 온다면 나도 Frank를 원망하지 않을까. Frank를 이해하지 않을까. 과분한 짐작이었다.


우습지만 그마저도 잊어버렸다. 덮쳐오는 시간만큼 크지 않았다. 중요하지 않았다. 아직 내께 아니었다. 저마다 아픔이 있겠거니 덮어두며, 여름밤이 저물었다.





하지만 여름밤의 편지는 서랍 속에 남았다.






그렇게 어제, 다시금 잊던 <Blonde>를 만났다. 조용히 내리는 눈. 가로등 빛. 입김과 눈길. 첫만남에 겹쳤다. 11월의 마지막. 멀고 먼 길이 돌아왔다. 조금 알게 된 여름밤에 돌아왔다.


걸음이 길었다. 느린 시간. 반짝이는 불빛. 잊은 시간들이 일렁였다. 느긋한 시간이 아까웠다. 앉을 자리를 찾았다. 먼 발치에서 풍경을 기다렸다. 서랍 속 편지가 떠올랐다.


거꾸로 돌아가 미래를 세어봤다. 몇 번이 지나갔나. 두 번이 있었다. 2년은 길고도 짧지만 몇십 번의 2년이 남았다. 그러니 언젠가 세 번째가 찾아오지 않을까. 네 번째가 찾아오지 않을까. 겨울꿈으로 돌아와 <Blonde>를 꺼내는 날이 오지 않을까. 그저 무심하게 기다리고 있다.





<Blonde>는 더이상 작품이 아니었다. Frank였다.



BLONDE.jpeg






https://hiphople.com/fboard/26364139


- 시시한 답변과 늦은 감사를 남깁니다. NikesFM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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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6
  • title: Frank Ocean (2024)NikesFMBest베스트
    6 12.1 19:29

    한동안 힙합엘이를 띄엄띄엄 들어오다 보니 좋은 글을 제때 못 읽는 게 참 아쉬웠는데 오늘 제 운이 정말 좋았군요. 글이 너무 좋아서 아까 한 번 읽고 또 와서 세 번이나 더 읽었네요. 왠지 글로 쓰인 Blonde를 읽는 느낌이 나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크리스마스만큼이나 소중한 연례행사가 눈오는 날 Blonde를 들으며 좋아하는 산책로를 걷는 일인데, 이 글이 저만의 연례행사에 피날레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title: [로고] Wu-Tang Clan예리Best베스트
    4 12.1 17:07

    안 울었잖아요

  • 12.1 16:11

    선추후감

     

  • 12.1 16:12
    @따흙

    감사합니당

  • 12.1 16:12

    Blonde는 특히 더 화자에 이입하게 되는

    앨범 같습니다. 특히 이별 후엔 말이죠,,

    정말 잘 읽었습니다 ㅎㅎ

  • 12.1 16:14
    @피닛

    😋

  • 12.1 16:17

    씨발기만질

  • 1 12.1 16:20
    @온암

    안 사귀었어요

  • 1 12.1 16:30
    @예리

    거짓말. 난 다 알아. 보복성으로 내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이런 글을 쓴 거잖아.

  • 1 12.1 16:35
    @온암

    당신의 기분이 상하셨다면 그런 걸로 할게요 😋

  • 1 12.1 16:39
    @예리

    역시 내가 맞았던거지m??rj쵸 느다날 ㅠㅠㅠ

  • 12.1 16:44
    @온암

    🤪👈🤔

  • 1 12.1 16:32

    그냥 소설이네 소설

  • 12.1 16:35
    @민니

    감사합니당

  • 12.1 16:38

    역시 오션은 오션이다

  • 12.1 16:43
    @K드릭라마

    라고 리뷰했지만 블론드는 역대 과대평가 탑 5에 든다는 의견임미다.

  • 12.1 17:13
    @예리
  • 12.1 17:15
    @K드릭라마

    😋

  • 12.1 17:36
    @예리
  • 12.2 17:43
    @피닛

    😋

  • 1 12.1 17:37
    @예리

    맞짱까실래요?!?!?!?!!?!?!?!?

  • 12.2 17:43
    @민니

    😋

  • 1 12.1 16:39

    오늘 날도 꿀꿀한데 감성적인 바로크팝 들으면서

    이 글 읽으니 제 차가운 심장에 감성이 차오르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예리님 쓰신 글들 중에 젤 맘에드는듯

  • 12.1 16:43
    @DannyB

    아이 감사합니당

  • 12.2 04:07
    @DannyB

    ㅇㅈ합니다

  • 12.1 16:39

    예리는짱이야

  • 12.1 16:45
    @자카

    감사합니다

  • 12.1 16:40

    잊어버리고 싶은 너의 흔적들이 새겨진 음반을 듣는다는게 고통스럽지만 필연적이죠. 전 첫짝사랑을 시작했던 음반과 깨졌을때의 음반이 동일합니다.

  • 12.1 16:47
    @모든장르뉴비

    저에게도 첫사랑을 주세요

  • 12.1 16:40

    잘 읽었습니다

  • 12.1 16:47
    @에미넴앨범

    감사합니당

  • 엄청난 필력…

    혹시 작가이십니까

  • 1 12.1 16:48
    @노는아이카르티

    애샛기입니다

  • @예리
  • 12.1 16:49
    @노는아이카르티

    😋

  • 12.1 16:58
  • 12.1 17:07
    @칸예아들
  • 12.1 16:59

    좋은 글.

  • 12.1 17:06
    @적극마인드갖

    좋아요.

  • 12.1 17:07
    @적극마인드갖

    👍📝

  • 12.1 17:01

    진짜 눈물나게 잘 쓰네요

  • 4 12.1 17:07
    @tjdnfdp

    안 울었잖아요

  • 1 12.1 17:10
    @예리
  • 12.1 17:15
    @tjdnfdp
  • 12.1 17:08
  • 12.1 17:09
    @Juicewrldneverdie

    비행청소년

  • 12.1 17:42
  • 12.2 17:43
    @Irvine
  • 1 12.1 19:02

    이글을읽고짝사랑하던그녀에게고백하기로마음먹었습니다응원부탁드려요

  • 12.1 21:38
    @HipHaHa
  • 12.2 17:43
    @HipHaHa
  • 12.2 17:49
    @HipHaHa

    화이팅입니다 혹시 결과가

  • 12.2 21:08
    @Irvine

    ? 구란데요

  • 12.3 01:09
    @HipHaHa

  • 12.1 19:03

    너무 잘 읽었습니다

  • 12.2 17:44
    @트스웨예니카

    아잉 감사합니다

  • 6 12.1 19:29

    한동안 힙합엘이를 띄엄띄엄 들어오다 보니 좋은 글을 제때 못 읽는 게 참 아쉬웠는데 오늘 제 운이 정말 좋았군요. 글이 너무 좋아서 아까 한 번 읽고 또 와서 세 번이나 더 읽었네요. 왠지 글로 쓰인 Blonde를 읽는 느낌이 나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크리스마스만큼이나 소중한 연례행사가 눈오는 날 Blonde를 들으며 좋아하는 산책로를 걷는 일인데, 이 글이 저만의 연례행사에 피날레가 되어주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 12.2 17:44
    @NikesFM

    사랑해요

  • 12.1 22:10
  • 12.2 17:44
    @칸베지드예
  • 12.1 22:35
  • 12.2 17:44
    @TRBL130
  • 12.2 00:09

    벌써 겨울 ...

  • 12.2 17:45
    @귀여운타일러

    앗츄

  • 12.2 13:25
  • 12.2 17:45
    @skate
  • 12.2 20:45

    아직 못느낀 앨범 ㅎ

  • 12.2 20:46
    @켈리모리스

    저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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