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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5 FM) {장문주의} 에미넴의 음악을 듣고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title: SANTA DOOMKangHosam2024.10.14 00:31조회 수 1121추천수 19댓글 28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이고

좀 많이 슬프고 어두운 사연이라

이런 곳에 제 누추한 사연을 적어도 될지

고민이 많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왕 이벤트를 하니

이 김에 내 마음속에 쌓아왔던 것들을 다 풀어버리자, 해서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네요.

 

먼저 자기소개를 해야겠지요. 

저는 현재 서울에 있는 어느 한 대학교에 다니는

외국인입니다.

한국생활이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래도 아직 많이 서툴 수 있으니

글이 좀 어색해도 이해해 주십시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우리나라"라고 할 경우,

한국이 아닌 어느 한 다른 나라임을 가만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제가 한국에 온 것은 10살 때의 일입니다.

그러니 제 사연을 이해하려면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제가 이제 막 컴퓨터/모바일 게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나이에

저희 어머니께서는 저를 사촌형이나 누나에게 맡기고 가곤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분위기상 아이를 가지면 최소 3명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제가 사촌들이 생각보다 많거든요.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저랑 친한 몇 명을 차례대로 부르곤 하셨어요.

 

저는 아직 10살도 안 된 애기였고,

누나들과 형들은 그런 저와 함께 있어주었죠.

가끔씩은 드라마를 본답시고 저에게서 티비를 뺏던 누나들이 싫었지만

그래도 좋았어요. 사촌과 있을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그 일이 일어난 것이.

제 사촌형 중 한 명이 노트북을 들고 온 것이었습니다.

아마 남성분들이시면 피시방이라는 곳이 얼마나 천국 같은 곳인지

굳이 말씀 안 드려도 다들 고개를 끄덕이시겠죠.

저에게는 게임을 할 수 있는 방법이 핸드폰, 컴퓨터(라 해봤자 노트북) 그리고 패드 뿐이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무려 사촌형이라는 존재가 노트북을 들고 온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 그 형을 좋아할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난 것이죠.

 

그 형은 제가 있는 앞에서 게임을 했고,
제가 옆에서 지켜보는 것을 허락했어요.

저에게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죠.

아니, "행복했어야 했던" 순간이죠.

 

제가 어머니께 그 형이 언제 오냐고 하도 물으니
어머니께서도 결국 그 형만 부르기 시작하셨습니다.

저희 둘의 사이가 좋았다고 생각을 하셨으니 당연했죠.

실제로 그때까지는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형이 매일같이 놀러온 어느 날,

제가 그만 그 질문을 해 버렸습니다.

"나도 해봐도 돼?"

 

그 형은 저를 보며 씩 웃더니
다음 타깃을 찾은 디디처럼 말했습니다.
"이 일을 부모님한테 말하면, 너 큰일난다?"
제가 이 일을 부모님께 이르면

안 된다고 저를 협박하고 그 인간 아닌 인간은

제게 지옥을 살게 했습니다.

적어도 제 기억상으로는 그랬죠.
그로부터 1달간은 정말 지옥 같았어요.

제가 디디의 이름을 언급한 순간
컴퓨터 게임을 대가로 제가 무엇을 겪었어야 했는지

대충 감이 잡히셨을 테니 굳이 상세히 적진 않겠습니다.

넘어가시죠.

다행히 영원한 비밀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어느 날 제가 어머니 앞에서 눈물을 터뜨렸고
어머니께서 무슨 일이냐고 여쭈어 보셨을 때
저는 그 인간이 저에게 했던 짓을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그 인간이 했던 협박이 머릿속에 남았기에
부모님께 말을 해도 자유롭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이제 난 ㅈ될 거야.'

오직 이 생각 뿐이었습니다.
물론 조금씩 나아졌고 다시 학교에 적응을 해 나아갔고
그 인간도 결국 제 눈 앞에서 사라진 것 같아
조금씩 괜찮아졌습니다.
그리고 2015년 8월 달에
저희 가족은 한국으로 왔죠.

그 당시에 저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인해
엄청난 마이클 잭슨의 팬이었고

마이클 잭슨의 앨범들을 모두 들어보고
심지어 미공개곡들까지 다운받아 듣곤 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즐기는

문워커 한 명으로 살아가던 저의 인생에 엄청난 변환점을 준 노래를 듣게 됩니다.
바로 에미넴의 Lose Yourself이었죠.

저희 아버지가 차에서 틀곤 하시던 그 곡을 듣고
저는 집에 오자마자 유튜브에 들어가 그의 히트곡들을 차례대로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 Godzilla가 나왔으니 아마 2020년도이었을 겁니다.
저는 유튜브에 있는 30분~1시간짜리 플리영상들로 에미넴에 빠지기 시작했고
Stan을 듣고 짐 캐리가 연기했던 트루먼이 본인 인생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받았을

그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에 가사는 1도 몰랐지만 비트 속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와

비트에 완벽하게 묻은 빗소리가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마지막에 차가 전복당하는 소리까지
당시에 영화감독을 꿈꾸던 저에게
나는 이런 음악을 하고 싶다, 하고 생각하게 만든 곡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차례대로 에미넴의 앨범들을 듣기 시작했고
4년간 에미넴의 가장 큰 빠돌이 중 한 명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과거사를 알면 알수록 저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고,
나도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여름, 저는 참 뭐같은 소식을 듣게 됩니다.

 

"니 사촌형 결혼식에 참석을 해야 해서 우린 방학때 고향으로 갔다 올 거야."

 

저에게는 사촌형이 많았다고 했었죠?
저도 다른 사촌형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 인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기려고 했는데,
고향에 도착을 하고 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 인간의 얼굴을 볼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그 ㄱㅅㄲ가 언급이 될 때마다 저는 저 자신을 겨우 붙잡고 있었습니다.
제 머릿속에서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생각했던 트라우마들은
다시 물 위로 뜨기 시작했고

저는 제 마음 한구석에 방치해 두었던 아이를 그렇게 해서 발견했습니다.
그 때마다 저는 ㅅㅈ를 생각했고
정말 진지하게 준비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어머니께서 할머니와 사촌동생들 몇 명을 데리고
같이 캠핑을 가자고 하셔서 일단은 거기서
에미넴 신보까지 버티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에미넴 신보는 들어야죠, 명색이 엠빠돌이인데.

저희는 그곳에서 정말 열심히 놀았고
근처에 있었던 수영장에서 실컷 물놀이를 하며
자연을 만끽했습니다. 정말 천국 같았죠.

인생이 어쩌면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은 것 같아
그 사촌형은 ㅈ이나 잡수라 하고 그냥 살아갈까, 하다가도
복수를 해주어야 한다고 외치는 마음 한구석이 거슬렸습니다.
에미넴의 신보도 내일이면 나오니 일단 내일까지는 잊기로 했죠.

그리고 내일이 되었고, 에미넴의 신보가 나왔습니다.
(잠시 기습찬양이 있겠습니다.)
4년동안 에미넴을 빨았던 사람으로서 (no Diddy, though)

첫 곡 Renaissance에서부터 나오는 그의 어린 시절 목소리를 듣고 한 번 놀랐고, 어린 셰이디와 어른 마샬의 목소리가 번갈아 나오는 Habits에서 "암저스트플레잉"으로 끝내는 걸 듣고 미쳤으며 그 다음 Brand New Dance에서는 앙코르 시절로 돌아간 것을 보고 또 돌아버렸고 Evil에서는 미친 듯한 래핑과 훅으로 마음을 사로잡고 Lucifer를 "피풜!"로 시작하는 것을 듣고 함박웃음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또 Antichrist에서는 미친듯이 사람들을 패고 마지막에 랩갓 Bizarre 형님의 세기의 벌스까지 듣고 Fuel에서 전설의 "Did he?"라인을 듣고 미쳐버려서 한동안 이성을 잃었고 Road Rage에서 제가 당시에 그렇게 싫어했던 "body positivity"를 신랄하게 까주어서 사이다를 만끽했습니다. 또 Houdini가 나오니 엉덩이가 들썩였고 Guilty Conscience 2가 시작되었을 때 와 역시 에미넴의 스토리텔링은 절대 배신을 안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고 Head Honcho에서는 이지밀도 잘했지만 에미넴이 미공개곡 The Apple에서 언급했던 자전거를 돌려받으려 했던 삼촌 이야기를 해서 은근 좋았습니다.
그리고 다음곡을 기다렸죠.

그렇게 한참 앨범을 즐기고 있었던 저에게 갑자기 나타난 곡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Temporary.
저는 곡이 처음에 "A lot of people ask me"로 시작해
또 다른 셰이디 트랙이 되기를 기대했으나,

그녀의 이름을 듣자마자 훅 하고 치고오는 헤일리의 어린 시절 목소리가

괜히 저까지 눈물을 고이게 만들더라고요.

강렬하고 경쾌했던 지난 곡들과 다르게
이 곡엔 드럼도 없었기에 저는 가사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Mockingbird 래퍼런스부터
헤일리의 어린 시절들 목소리들까지
그냥 곡 전체가 마치 제가 제 딸에게 해주었을 말들로 도배되어 있어서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살기로요.
무슨 일이 생기든
그게 좋든 안 좋든
꼭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의 가장이자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어린 아이의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어
당당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이 곡은
Beautiful과 함께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주었습니다.


쓰다 보니 좀 많이 길어진 것 같네요.

이 점 양해 바라며,

모두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자신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항상 모든 것을 질문하시고

과연 본인이 원하는 것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그저 당장 풀고 싶은 욕구인지

생각하시며 살기를 빕니다.


그럼 전 이만,

이 길고 지루한 글을 마치고

곡의 링크를 남기며

자러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안녕히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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