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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The Notorious B.I.G. - Ready to Die(1994) 리뷰

title: Dropout Bear온암5시간 전조회 수 154추천수 6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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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otorious B.I.G. - Ready to Die

*본 리뷰는 10월 공개될 w/HOM Vol. 15에서 정식으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_JZom_gVfuw?si=sDdBChSzAHrrCysd

 

1972년 Curtis Mayfield의 "Superfly", 1979년 Sugarhill Gang의 "Rapper's Delight", 1987년 Audio Two의 "Top Billin'", 1993년 Snoop Dogg의 "Tha Shiznit"까지. 필연적으로 노스탤지어를 내포한, 대중음악과 접목된 역사는 우리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당신이 어느 시대에 추억을 두고 있던 간에, 특히 당신의 취미 중 하나가 음악 청취라면. 그리고 랩 팬의 입장에서 1994년은 분명 더욱 특별하게 기억될 것이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 혹은 비기 스몰즈(Biggie Smalls)라고 불리는 남자가 생전 유일하게 발표한 앨범 <Ready to Die>가 그려낸 당시의 모습은 생동하기 그지 없다. 비단 당시를 경험한 장본인들을 초월해 그 시절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마저도 1990년대 초반의 뉴욕으로 초대하는 입체적인 서술, 동시에 힙합 음반으로서 지닌 막대한 장르적 가치. 30년이 지났다 한들 <Ready to Die>는 여전히 역사상 최고의 랩 레코드 중 하나이다. 음악의 또 다른 가치, 기억된다는 것. 그의 육체는 세상을 떠난 지 오래이나 그의 목소리만큼은 우리와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

<Ready to Die>는 시대를 막론하고 힙합 역사상 최고의 앨범으로 자주 언급되는 명반이다. 그럼에도 본작이 발매된 1994년의 최고작으로 선정되는 일이 드문 이유는, 절대적인 찬사를 받는 힙합의 바이블이 같은 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를 뒤집는다면, <Illmatic>만 없어도 그 내로라하는 명반들이 차고 넘치는 1994년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 <Ready to Die>라는 이야기다. 단순히 상기해봐도, <Ready to Die>와 <Illmatic>은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는 음반들이다. 힙합 역사상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전설적인 래퍼들의 데뷔 음반이자 동시에 최고작으로 꼽히는 앨범들이며, 압도적인 랩 스킬로 후대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Ready to Die>가 <Illmatic>에 비견되도 손색이 없는 수준을 넘어 특정 영역에서는 오히려 그를 근소하게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역사적 의의로 본작이 <Illmatic>에게 밀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역사상 최고의 래퍼. 그의 상징적인 꼬리표가 된 호칭은 Christopher Wallace의 생애에 언제나 함께 해왔을까? 우리가 그의 유년기 일화에서 발굴할 수 있는 사실은 그저 그의 가정이 일반적으로 인식된 정도보단 유복했다는 것, 그가 학생 시절 꽤나 명석한 두뇌를 가졌으나 이른 일탈로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혔다는 것, 그리고 이웃이었던 재즈 색소포니스트 Donald Harrison에게서 드럼 교육을 받았다는 것이다. 변칙적이고 복합성을 지닌 재즈 드러밍의 경험은 향후 비기가 그의 랩에서 독특한 리듬을 생성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의 취향 또한 당시 마이크를 쥔 흑인 청년들의 것과는 상이했다. 비기는 힙합보단 소울과 알앤비 등 기타 장르의 흑인 음악 장르들을 더 많이 청취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모두가 Rakim의 영향력 하에서 라임을 구상하고 있을 적 몇 되지 않게 Big Daddy Kane을 더 고평가한 이였다. 이미 남들과 다른 길에서 홀로 성장하고 있었기에, 겨우 17세의 나이에 역사상 최고로서 남을 위대한 프리스타일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포용력, 힙합이 그 탄생으로 샘플링 작법을 채택했듯이 힙합의 위대한 인물들 또한 일반적인 이해선상을 벗어난 광활한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비기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흔히 '랩 피지컬'로 불리곤 하는 래퍼의 신체적 역량은 여러모로 중요하다. 래퍼도 결국 보컬의 일종이기에, 그가 소리를 내뱉는 방식이 하나의 악기로서 래퍼의 가치를 판가름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기의 랩 피지컬은 단언컨데 역사상 최고였다. 그의 발성은 일반적인 남성 래퍼의 것이라기보다도 하나의 신사적인 바리톤 보컬 내지 야수의 것에 가까웠다. 중저음부터 중고음까지 자연스럽게 오가는 음역대도 그의 장점이었지만, 거칠고 우렁한 소리를 내는 그의 스핏(Spit) 자체가 힙합에서 발현될 수 있는 최고의 타격감을 제공하고 있었다. 한 차례에 배출하는 호흡량도 많지만, 그는 단순히 호흡을 뱉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해나갔다. 보통 KRS-One과 Scarface 등 두터운 발성을 가진 기성 래퍼들의 랩이 라임에 강세를 주며 "끊어진다"는 감상을 준다면, 비기의 랩은 철저한 강약세 조절에 더불어 호흡 교환이 이뤄지는 대목이 굉장히 짧기에 플로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감상을 남긴다. 그가 문장의 길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때도 타고난 호흡량과 음절을 가볍게 늘리는 전달 방식이 그를 뒷받침하기에, 랩 벌스의 그루브는 극대화된다.

연주 방법, 즉 그가 플로우를 전개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비아이지는 최고로 평가받는다. 그가 가진 라임의 실질적인 숫자는 동시대의 타 리릭시스트들에 비해 많은 축에 속하지 않았으며, 라임 패턴 또한 절대적인 기준에서 복잡한 편까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라임의 배치와 문장의 길이를 변칙적으로 조절해가며 운율감을 극한까지 강조했다. 다음 라임의 패턴을 내심 짐작할 수 있음에도, 상술했던 그의 전달 방식에 힘입어 라임이 소화되는 방식이 장르적으로 너무나 큰 쾌감을 제공하기에 비기의 랩은 청자에게 결코 전형적이지 않게 느껴진다. 그 일련의 과정이 앨범의 모든 랩 구절에서 연속적으로 이어지기에 청자는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강대한 몰입감으로 귀결된다. "최고의 악기를 최고의 연주자가 연주한다," 이것이 대중과 평론계를 막론하고 비기의 랩이 역사상 최고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항간에는 흔히 "랩은 Biggie, 가사는 2Pac"이라는 문장이 돌곤 한다. 이 섣부른 단언 때문일까, 비기의 가사는 그의 플로우에 비해 다소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그가 정녕 힙합 최고의 작가가 아닐 지라도 모른다. 허나 그의 발성과 연주 역량, 그리고 가공할 작사 능력까지도 동시에 갖춘 래퍼는 두 명이 아니다. 그리고 그가 <Ready to Die>의 가장 인상적인 구절에서 여러 차례 전달한 바에 따르면, 그는 힙합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임이 극명하다. 그의 라이벌로 평가받는 2Pac과 비교했을 때, Pac의 화법은 묘사적이긴 하나 그 목적은 단순 정보 전달에 가깝다. 흑인 사회의 현실을 고발해 궁극적으로는 사회 변혁의 의지를 내비치는 메시지 전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반면 비기의 가사에는 메시지가 전무하다. 대신 그는 그저 묘사하고 구현하는데, 그것이 가히 시각적이기까지 하다. 비기는 베드스타이 시내의 전경을 생생히 그려내고 그의 일화적 경험을 다양한 화법으로 서술하며 청자를 그의 세계로 초대한다. "Gimme The Loot", "Warning", "Me & My Bitch" 등 현재까지도 역대 최고의 스토리텔링 랩 트랙으로 찬사받는 곡들이 본작에 산재하며, "Things Done Changed"와 "Juicy" 등 과거와 현재를 대조하는 전개를 취해 극적 효과를 강조하는 화법으로 앨범의 드라마는 굳건히 지탱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루브와 몰입감을 극대화한 그의 랩 스타일과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남은 한 줄기의 잠재력까지도 더할 나위 없이 발현해낸다.

그렇다고 하여 <Ready to Die>에서 비트의 역할은 결코 적지 않았다. 단지 30년이 경과한 현재까지도 비교 대상을 모색할 수 없는 비기의 압도적인 래핑 탓에 부각되지 않을 뿐, 퍼프 대디의 총괄 하에 하드코어 랩과 팝 랩 프로덕션이 절묘하게 결합된 앨범의 음악적 기반 또한 당대 최고 수준이었다. 앨범은 "Juicy"를 기점으로 분기된다. 전반부는 비교적 투박한 하드코어 힙합 비트들의 향연이며, 후반부는 조금 더 대중적이고 다채로운 프로덕션으로 구성되었다. 이는 그의 성공담에서 과거와 현재 테마를 분리하는 비유적 장치이기도 하다. 단순히 "Juicy"와 "Big Poppa" 같은 히트 싱글만으로 앨범의 음악풍을 정의하기에 본작의 내용물은 그 장르적 성취도가 상당한 편에 속한다. "Gimme The Loot", "Warning" 등 James Brown이나 Isaac Hayes 등 펑크 아티스트들의 영향을 받아 드럼 리듬이 부각되는 곡에선 당시 동부 힙합을 대표하던 프로듀서 Easy Mo Bee의 공이 지대했다. 알앤비 곡 "Juicy Fruits"를 샘플링한 "Juicy", The Isley Brothers의 명곡 "Between the Sheets"를 샘플링하고 지펑크와 융합한 "Big Poppa"는 철저히 대중의 취향을 저격한다. 또 "I Get Lifted"의 레게 리듬을 이식한 "Respect"와 DJ Premier의 미래적인 베이스 리듬이 절륜한 위력을 과시하는 "Unbelievable"까지, <Ready to Die>는 그 음악적 완성도부터 다양성까지 결코 저평가받을 수 없는 수준의 음반이다.

"Things Done Changed"의 비장미, "Gimme The Loot"의 고음압 충격, "Machine Gun Funk"의 연쇄적 라임 패턴, "The What"의 듀오 래핑, "Everyday Struggle"의 산뜻한 낭만, "Unbelievable"의 장르적 쾌감까지. <Ready to Die>의 명곡들은 그 자체가 아니라면 결코 대체 불가한 감상을 남긴다. "Juicy"와 "Big Poppa"로 대표되는 히트 싱글의 존재가 작금까지도 각각 분위기 환기와 유기성 저해의 의견으로 첨예한 대립 구도를 이루는 논쟁의 주인공일 지라도, 그 상징성과 위대함만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엔딩인 "Suicidal Thoughts"만큼이나 처연한 드라마의 끝맛을 남기는 곡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소 불우한 가정사와 10대 시절부터 지속해 온 마약상 경험으로 비아이지는 우울증과 편집증을 보유하고 있었다. 삶에 쫓기며 생존을 위해 정신적 문제를 방치해야만 했던 당시 대다수의 흑인 남성들처럼 말이다. 그는 그 어떤 래퍼들보다도 앞서 그의 트라우마를 랩으로 표현한 MC였다. 음산한 Miles Davis와 단출한 드럼 샘플 위 삶의 문제들을 진솔히 토로하며 자살 욕구로 귀결된 자기혐오적 고백은 당대 래퍼들에게 완전히 다른 차원의 서정성을 제시했다. 그의 가장 깊은 내면까지도 자조적으로 털어낼 수 있는 각오, 그것이 'Ready to Die'란 제목으로 설명되는 그만의 새로운 하드코어이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가 본작에서 남긴 역사적인 라인이 도대체 몇 개인가? "It was all a dream"이라는 랩 역사상 가장 유명한 오프닝 구절부터 시작해 후세에게 전승된 그만의 독보적인 라임은 그 재활용 사례를 차마 다 셀 수 없을 지경이다. 동시대부터 후대까지 거의 모든 래퍼들이 그의 경이로운 퍼포먼스에서 막대한 영감을 받았다. 생전 그의 친우였던 Jay-Z는 현재까지도 그에게 존경을 표하며 그의 라임을 인용하고 있으며, Pusha T는 랩 스타일 자체를 비기의 방법론에 크게 빚진 인물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래퍼들이 비기의 플로우를 연구하고 있는 만큼, <Ready to Die>는 랩의 역사에서 가장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음반이자 동시에 최고봉에 해당한다. 독보적인 랩 피지컬과 독창적인 랩 디자인이 결합한 힙합 역사상 단연 최고의 랩 퍼포머,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를 <Ready to Die>를 통해 아직까지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축복이나 다름없다.

9.7/10

최애곡: Gimme The Loot

-Machine Gun Funk

-Unbelievable

 


 

블로그: https://m.blog.naver.com/oras8384/223329600321

 

"I let my tape rock 'til my tape popped"...

 

심지어 저조차도 <Ready to Die>에 대한 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그의 라인을 빌려왔네요.

고등학생 적 한창 힙합에 입문할 때, <Ready to Die>를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비기의 목소리를 듣고 또 들어도 결코 질리지 않았어요.

심지어 요즘도, <Ready to Die>는 절 결코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보통 최고라 추앙받는 평반들은 많이 들으면 질리기 마련인데 말이죠.

그건 아무래도 비기의 랩이 1994년에 이미 초월적인 경지에 달했다는 방증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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