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10
Released On.. 2018.05.11
Reviewd On.. 2024.05.13
Genre... Trap, Cloud Rap, Pop Rap, Plugg
훌륭한 랩 음반이란 과연 무엇인가. 컨셔스한 가사의 미학을 자랑하는 Kendrick Lamar의 <To Pimp A Butterfly>일 수도 있겠고, 압도적인 사운드로 청자의 후두부를 후려치는 Kanye West의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 훌륭하다는 명확한 기준은 전혀 존재치 않는다. 그런가 하면 여기, 한껏 웅얼거리는 발음으로 단순하게 자신의 방탕한 삶을 자랑하는 래퍼도 있다. 애틀란타 출신의 래퍼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본뜬 그의 첫 작업물 <Playboi Carti>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흥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플레이보이 카티는 분명 랩을 잘하지도 않고, 가사를 잘 쓰지도 못한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단점들을 뻔뻔한 추임새와 반복되는 가사로 메꾸어갔다. 래퍼는 꼭 멋들어지는 음악을 해야 하는가? 굳이 그렇지 않아도 된다. 플레이보이 카티는 그의 첫 믹스테입에서 이미 힙합의 새로이 재정립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Playboi Carti>에서 힙합의 새로운 표현 방식을 모색하였고, 그 결과로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그 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는 자신의 첫 정규 앨범을 발매한다. <Die Lit>은 제목과 커버 아트부터 시대의 새로운 락스타의 출범을 공고히 하고 있는 작품이다. 앨범은 전작과 유사한 성격을 지닌다. 뭉게구름 같은 플러그(Plugg) 비트 위에서 어눌한 발음으로 반복적인 추임새를 내뱉는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훨씬 더 엉뚱해졌다는 것이다. 더욱 단순해졌으며, 더욱 중독적으로 변했다. 플레이보이 카티는 본작에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최대한 쏟아부으며, 지금껏 보지 못 한 캐릭터의 매력을 진하게 풍기고 있다.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앨범의 메인 프로듀서 Pi'erre Bourne의 활약이다. 전작 <Playboi Carti>에서도 총괄 프로듀서 자리를 맡았었던 그이기에, <Die Lit>의 프로덕션 역시 전작과 비슷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분명 플레이보이 카티의 퍼포먼스만큼이나 단순하지만, 신기하게도 모든 트랙이 각자만의 향취를 머금고 있다. "Long Time"이나 "Fell In Luv"와 같이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트랙들이 존재하는 반면, "R.I.P.", "Shoota", "Choppa Won't Miss" 등을 비롯한 소위 '뱅어' 트랙들은 저마다의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갖고 있다. Pi'erre Bourne는 이 뻔뻔할 정도로 단순한 음반에 개성을 부여하며, 완급 조절을 훌륭히 해 내는 데 성공해낸 것이다.
플레이보이 카티의 <Die Lit>은 그의 메이저 데뷔 앨범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그에 걸맞게 Travis Scott, Nicki Minaj, Chief Keef 등 그야말로 초호화 피처링진이 꾸려져 있다. 그리고 여기서 재밌는 점이 있는데, 이 게스트들 역시 역시 매우 단순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작년 "MY EYES"에서 Travis가 보여준 휘몰아치는 래핑, Nicki의 "Monster" 피처링 벌스, Chief Keef의 항상 에너지 넘치던 퍼포먼스를. 그러나 본작에서 이들은 그저 플레이보이 카티와 함께 장난스러운 놀이터를 꾸며나갈 뿐이었다. 대부분의 게스트 아티스트들이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단순하게 각자의 벌스를 이끌어가고 있으며, 되려 "Lean 4 Real"에서 Skepta가 보여준 귀에 팍팍 꽂히는 벌스가 어색하다는 감상이 된다. 특히 "Choppa Won't Miss"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Young Thug의 벌스가 매우 인상적이다. 3분에 달하는 곡의 러닝타임 대부분을 추임새에 할애함과 동시에 본인 특유의 예술적이고 캐치한 플로우를 머금으며 아주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게스트들의 개인 작업물들과 <Die Lit>에서의 피처링 벌스를 직접 비교해 보아라, 흥미롭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분명 <Die Lit>은 지금껏 발매된 힙합 앨범 중에서 가장 이례적인 작품 중 하나이다. 플레이보이 카티는 본작을 통해 형식적인 트랩 음악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냄과 동시에 리스너들에게 강렬한 인상, 혹은 첫인상을 남기게 되었다. 첫 문단에서 언급했던 대로, 훌륭한 랩 음반은 꼭 가사가 엄청날 필요도 없으며 랩을 잘 할 필요도 없다. <Die Lit>과 같은, 오히려 단순해서 뛰어난 반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플레이보이 카티는 또 한 번 틀을 깨부쉈다. 틀을 깼기에 혁신이 된다.
차퍼 원 미스 니거
그라아! 제프리!
눈물 광광 명곡 롱 타임
롱타임으로 압살하는 앨범
오히려 그 단순한가사하고 약간 슬프고 공허하고 감성적인 비트가 합쳐지고 그런분위기를 내서 저 혼자서 저만에 해석을 달게 하는것 같음
처음 들었을때가 아직도 생각나는데 벌써 6년전이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