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드릭 디스 엄청 날카롭네요

우선 그동안은 조금 흐지부지된, 드레이크 본인이 가장 의식할 만한 주제들을 확실히 짚은게 좋네요.

믹밀이 점화시켰지만 정작 드레이크를 상대로 충분히 밀어붙이지 못했던 고스트 라이터 이슈,

나름 적극적으로 해명하지만 늘 본인을 따라다니는 페도파일 관련 가십, 

몸집이 이전보다도 커진 현재는 덜하지만 진작에 드러났던 본토 할렘가의 흑인이 아닌 캐나다 출신 혼혈로서 콤플렉스,

그리고 전적으로 흑인 음악인 힙합의 현재 우두머리로서 드레이크가 가진 정당성과 이중성에 대한 의문을 여기에 추가하죠.

릭 로스가 언급한 코/복근 성형, 푸샤에 의해 수면위로 올라온 아도니스를 둘러싼 양육문제 등도 다뤄졌습니다. 사견으로는 이미 다뤄진 이슈들이기도 하고 드레이크의 에고를 충분히 해치는 토픽들이 아니기에 별다른 반향을 일으킬 것 같진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날카롭게 느껴졌던 것은 순수하게 비난으로 떡칠된 벌스들이었습니다. 그동안 드레이크들을 향한 디스들은 뒤를 캐거나, 스닉 디스로 맞대응하는 양상을 보였다면, 켄드릭은 서부 출신답게 신랄하게 드레이크를 깎아내리면서 정면 싸움에 응합니다. 지금 힙합 씬의 정점에 서있는 아티스트의 면상에 대고 욕할 역량이 되는 켄드릭이고, Push Ups에서 드레이크가 부정한 본인의 체급을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인신공격에서 멈췄다면 상당히 지루한 디스가 되었겠지만, 켄드릭은 드레이크가 힙합에 남긴 족적은 뒤로 두고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위선이자 쇼로 치부하기에 이르죠. Euphoria에서는 10년도 넘는 세월동안 드레이크가 그토록 갈망한, 그리고 마침내 거미쥔 힙합씬으로부터의 '인정'을 박탈하고 선을 그을려는 켄드릭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AI투팍을 이용한 드레이크의 디스보다도 훨씬 악랄하고,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드레이크는 한때 본인의 랩이 스트릿까지 도달하지는 못한다는 고뇌가 있었고, 긴 세월과 꾸준한 콜라보를 통해 이것을 해소시켰습니다.  본토의 리스너들은 향후 디스의 여부를 떠나서, 다시 한번 토론토의 배우 출신인 드레이크에 고개를 갸우뚱할 가능성이 크죠. 

"how many more black features till you finally feel u black enough"

"And notice I said we. It's not just me: It's what the culture's feeling"

"I hate the way that you walk, the way that you talk, I hate the way that you dress" 

"We dont wanna hear you say nigga no more"

오늘 켄드릭이 선포한 구절들은 보고 있으면, 두고두고 드레이크를 괴롭힐 것 같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아직 정확한 해석이 나오진 않았지만, 

"i know some shit that is going to make gunna look like saint"

"How I make music that еlectrify ‘em, you make music that pacify ‘em I can double down on that line, but spare you this time, that’s random acts of kindness"

등의 암시를 보면, 드레이크에 대해 터뜨릴 폭탄이 켄드릭도 몇 발 남아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푸샤티에게 영혼까지 털린 후 수년동안 스닉 디스를 난사하면서 칼을 갈고 있던 드레이크인데, 본인이 그토록 원하던 정면 싸움이 생긴 만큼 쉽게 발을 빼지 않을거라고 예상합니다. 드레이크 또한 켄드릭에 대해 뒷조사를 마쳤다는 듯이 도발했는데, 어떤 것을 또 들고 올지 궁금해지네요. 이제껏 봐온 디스전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 걸린 만큼, 가장 흥미롭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