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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boy Q - BLUE LIPS 리뷰

title: The Notorious B.I.G. (2)온암2024.04.08 17:39조회 수 1856추천수 12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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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boy Q - BLUE L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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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버전은 w/HOM Vol. 9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https://hiphople.com/fboard/27858310

 

https://youtu.be/QyKyI_DBIZw?si=S3S2ig2BsFL6MR3Z

 

그 누구도 쉽사리 체감하지 못할 만큼 지난 5년은 유독 빠르게 흘렀다. 스쿨보이 큐(ScHoolboy Q)의 귀환은, 당신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왔는가? 그가 여전히 10년 전 <Oxymoron>의 거침 없는 갱스터 래퍼로 기억되는가? 혹은 좀 더 진한 <Blank Face LP>의 중후함을 기대했는가? <CrasH Talk>이 남긴 아쉬움을 타파할 수 있기를 바랬는가?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당신은 <BLUE LIPS>라는 작품이 이런 모습임을 예상할 수 있었는가? 푸른 입술의 구강을 비춘 커버만큼이나, <BLUE LIPS>의 전경은 다소 당혹스럽다. 다만 그것이 필자를 포함한 다수의 이들에게 그러했듯이 보다 좋은 푸른빛의 기억으로 남기를 희망할 뿐이다.

 

전작으로부터 5년이 지났지만 플레이어로서 큐가 가진 재능은 여전하다. 독보적인 탄력의 발성과 지저분하게 느껴질 만큼 감각적인 플로우, 잠적의 세월은 스쿨보이 큐의 장점을 단 한 톨도 훼손하지 못했다. 정통 갱스터리즘을 기반으로 라임을 전개하는 그는 불필요하게 수사적이지 않다. 표현은 여전히 직설적이고, 문장 단서를 배치하는 방식은 해체주의적이기까지 하다. 어느 시간대의 현실을 막론하고 갱으로서의 프라이드를 온존하는 특유의 태도 또한 여전하다. 그러나 스쿨보이 큐의 실력이 하나 죽지 않았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큐 본인을 제외한 주위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막강한 정체성의 캐릭터마저도 잠시 사색에 젖게 할 정도로. 그의 심정마저도.

 

친구의 비극적인 죽음, <CrasH Talk>의 모호한 성과, TDE의 개편까지 스쿨보이 큐의 환경은 점진적으로 격변해갔다. 그가 힙합 아티스트로서의 삶에 회의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불쾌하게 말이다. 오랜 시간 자연인으로서의 삶을 누리고선 다시 돌아온 그가 채택한 작업 방식은 훨씬 독립적이었다. 레이블의 지시와 상업적 성과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음주와 약물의 유혹에서 탈출하며, 그는 온전히 앨범의 주도권을 쥐었다. 보다 선명한 정신을 바탕으로 그는 그의 과거를 천천히 회상할 시간을 얻었고, 그 시간을 음악적으로 정교히 구조화할 수 있게 되었다. 표면적인 인상으론 큐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서도 가장 난잡한 <BLUE LIPS>의 전개는 사실 가장 철저히 연출된 결과물인 것이라는 사실을 그 증거에 앞서 표명한다.

 

<CrasH Talk>은 과거작들에 대한 답습과 반쪽짜리의 시도로 주조된 앨범이었다. 결코 실패작의 축에 포함될 만큼 저등한 작품은 아니었으나, 언제나 씬의 평균을 아득히 넘는 성과를 보여준 스쿨보이 큐의 복귀작으로서는 분명 아쉬운 작품이었다. 크게 인상적이지 못한 트랩 비트의 반복과 형식적인 사이키델릭, 호화로움 이외에 큰 인상을 주지 못한 빅네임들의 피쳐링 대신 큐가 택한 해결책은 재즈와 드럼리스였다. 2020년대 들어 새로운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며 장르적 정통성과 메인스트림 힙합의 한계를 타파할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드럼리스 힙합이 서서히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스쿨보이 큐는 이를 현 시류와 전혀 다른, 독특한 방식으로 적용했다.

 

Better climb out of that hole before you fuck up your blessings
'Fore you realize that it's over with and start to get dеsperate
Keep your mind, body on pressurе, give your time when it's needed
Know a man gon' be a man, if he don't work, he ain't eatin'
-ScHoolboy Q, Blueslides 中

 

앨범의 선공개 싱글이었던 "Blueslides"에 주목하라. Lauren Santi의 보컬과 함께 향수적인 재즈 피아노와 현악 연주는 범람하는 그리젤다 타입의 드럼리스 힙합 범람 속에서 우리에게 다시금 선율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있다. 요컨대, 우리가 그동안 이런 큐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가능이나 했는가? 그가 10년 전부터 오늘날의 "Lost Times"까지 The Alchemist와 꾸준히 협업했다 한들, 이러한 종류의 서정성을 스쿨보이 큐에게서 기대한다면 그것은 분명 번지수 오류쯤으로 치부될 것이다. 그러나 Kendrick Lamar가 소시민의 삶을 택해 영웅숭배를 전면으로 부정하고 Danny Brown이 무력감과 회한에 젖었던 것처럼, 때로는 비현실적인 일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

 

허나 "Blueslides"는 <BLUE LIPS> 전체를 상징하지 않는다. 스쿨보이 큐의 커리어에서 어느 하나의 곡으로 정의되는 앨범은 쉽게 찾을 수 없다지만, 총 11번의 비트 체인지를 포함하고도 곡마다 톤이 상이한 <BLUE LIPS>의 경우 특히나 종잡기 어렵다. 팝 펑크 사운드를 앞세운 "Pop", 무자비한 킥 드럼과 베이스가 인상적인 "Yeern", 중독적인 훅으로 옛날의 큐를 소환하는 "Back n Love" 등 기존의 하드코어한 스쿨보이 큐를 찾을 수 있다면, "Druggys wit Hoes"의 훅을 이식하며 <Setbacks> 시절 Ab-Soul과의 듀오를 소환한 "Foux", 독일에서의 유년기를 담아낸 "Germany 86'" 등 재즈와 블루스, 붐뱁 기반의 컨셔스한 스쿨보이 큐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BLUE LIPS>라는 앨범의 축소판에 가장 가까운 형태라면, 그 자리에 "Thank god 4 me"와 "oHio"만큼이나 적법한 곡은 없는 듯하다. 각각 Julius Brockington의 "Forty-Nine Reasons"와 David T. Walker의 "The Windows of the World"에 기반하며 본작을 상징하는 음향적 양면을 담아낸 두 곡은 인상적인 비트 체인지 연출과 그를 포괄하는 큐의 랩 역량으로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트랙으로 남았다. 당연하게도, 드럼리스 비트는 기성 힙합 비트에 비해 평온하고 선율적이다. 때문에 평범한 808 베이스와 드럼셋의 조화만으로도 곡 전반 분위기의 전환 효과가 극대화되는, 영리한 전략의 힘인 것이다. 특히나 "oHio"는 "Foux"와 대립쌍을 이루며 작가 스쿨보이 큐의 시점이 과거 회상으로 전환되는 변곡점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며, Freddie Gibbs의 지원으로 그 무게감을 더한다.

 

"oHio"와 "Foux"의 상관관계를 파악했다면, 아마 <BLUE LIPS> 전체가 거울형의 대립쌍 구조를 취하고 있음을 파악하는 데에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뉴 클래식으로 평가받는 J.I.D의 <The Forever Story> 등 다수의 작품이 택한 바 있는 이 독특한 구조는 트랙 간의 사운드와 컨셉을 일치, 혹은 대조시킨다. 스쿨보이 큐는 본작에 이전보다 총괄 프로듀서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이 대립쌍 구조로 그의 메시지가 음반 전반에 걸쳐 형식화될 수 있도록 의도했다. 재즈와 소울 샘플링이 곳곳에 산개한 가운데, 큐는 자신의 역량으로 앨범의 역동성을 통제하며 상징적인 메타포를 그려나갔다. 때문에 큐의 저의를 알 수 있는 단서는 그의 가사 자체라기보다도, 그 라임들이 형성한 서사 패턴과 그 패턴을 나열한 앨범 구성에 대한 파악이다.

 

어찌 보면 <BLUE LIPS>는 이전 스쿨보이 큐의 정수라는 평을 들었던 <Blank Face LP>와 여러모로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작품이다. 앨범 커버의 색상과 피사체 본인을 조명한 방식, 앨범의 통일성과 진행 방식, 톤앤매너까지도 상이하기 그지 없다. 때문에 <BLUE LIPS>를 파악할 때, 우리는 본작을 기존 스쿨보이 큐의 이미지와 가장 멀다고 자칫 오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큐는 지금껏 앨범 구성에 있어 언제나 혼돈을 자청했으며, 갱스터로서 본인의 진모를 스스럼없이 토해냈다. 그랬던 그가 지금에 이르러 음악적으로 도저히 종잡을 수 없고 가장 직설적인 낱말들만을 운운한 작품을 제작했다면, 과연 이것이야말로 아티스트의 본질을 담아냈다며 찬사받아 마땅하지 않겠는가? 한계점이 없다거나, 음악적으로 특별히 걸출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BLUE LIPS>는, 스쿨보이 큐만의 방식으로, 가장 스쿨보이 큐다운 앨범이다.

 

P.S.

"Lost a homeboy to the drugs, man, I ain't tryna go backwards." 조롱받던 <Blue Slide Park>의 주인은 이제 명예롭게 추모된다. 당신은 사랑받던 만큼 사랑받고 있으니, 부디 의심을 거두길. Rest In Peace.

 

8.1/10

​​​​최애곡: THank god 4 me

-oHio

-Germany '86

 

 


 

<Montana>와 페기의 신작이 발매되지 않은 현재까지 힙합 부문 AOTY입니다.

이 앨범에 한동안 중독돼서 다른 스쿨보이 큐 앨범들까지 꺼내 들었네요 ㅋㅋㅋ

그렇게 들었는데도, 새삼 이번 신보만큼이나 흥미로웠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아요.

스쿨보이 큐의 예술성이 뭔가 확 각성한 느낌이랄까...

익숙하지 않다거나 쉽게 종잡을 수 없다는 이유로 평가절하받기엔 탐구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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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4.8 17:41

    좋게 들었습니다 ㄹㅇ

  • 4.8 18:22

    이거 보고 다시 돌려야겠다

  • title: The Notorious B.I.G. (2)온암글쓴이
    4.8 18:47

    블로그: https://m.blog.naver.com/oras8384/223408545692

  • 4.8 19:31

    제 취향엔 조금 안맞았지만 훌륭한 앨범

  • title: Frank Ocean (2024)MN3
    4.8 20:03

    캬 항상 기가맥히시네 제 보고서도 좀 써주십쇼

  • 4.8 21:16

    확실히 삶의 회한이 느껴지는 작품이였죠 전 당황스러웠어요 당연히 언제나 그랬듯 rap shit이 주가 될꺼라생각했는데

  • title: MF DOOMIT
    4.8 21:37

    잘 볼게요!!

  • 4.9 20:40

    제길 또 당신이야 온암

  • 4.10 02:17

    그동안 스쿨보이 큐에게 매력을 못 느끼던 청자입니다.

    이번에 저는 프레디 팬이라 벌스 들으려고 ohio 듣고 좋아서 듣게 됐는데 정말 좋아서 놀랐습니다.그래서 스쿨보이 큐의 이전 작들과 서사는 몰랐는데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요즘 한참 돌려듣는데 더 재밌겠네요

  • 4.15 14:27

    잘 들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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