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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에 부치는 송가, Oracular Spectactular

TomBoy2024.02.04 21:12조회 수 347추천수 5댓글 2

MGMT 새 앨범이 드디어 발매가 되는군요.

선공개 곡만 들어보면 영락없는 90년대 얼터 록이던데,

3집 생각이 나는 것이 걱정 반 기대 반입니다. ㅎㅎ

그래도 이번에는 데이브랑 다크 에이지에 참여했던 패트릭 윔블리를 포함

데인저 마우스와 OPN까지,

참여진이 꽤나 빵빵한 편이네요.

 

MGMT도 그렇지만

LCD, 애니멀, 뱀파이어 위켄드, 플릿 폭시스 등

저는 밀레니얼 밴드들을 유독 좋아합니다.

단지 제가 밀레니얼 세대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 팀들이 그때 느꼈던 감정을 더욱더 풍부하게 되살려준다고나 할까요?

 

MGMT는 가사가 중요한 밴드는 아닐 테지만,

내가 정말 쓰고 싶었던 구절을 누군가 대신 써준 것처럼

생각날 때마다 되뇌는 구절이 있습니다.

 

 

동물들과 놀이터에서 벌레 잡던 날이 그리울 거야.

엄마 품의 아늑함과 세상의 무게도 그리울 거야.

내 동생, 우리 아빠, 내 강아지, 우리 집도 그리울 거야.

그래, 그리움과 자유, 혼자만의 시간들도 그리울 거야.

 

 

 

 

 

folder1.jpg

 
 

Electric Feel 뮤직비디오에서 MGMT 달을 사냥한다. 이 듀오는 정글을 무대 삼아 친구 몇 명, 개 몇 마리, 애니메트로닉스 인형들과 함께 밤하늘에 작살을 쏘아 둥근 달을 지상으로 끌어내린다. 애드벌룬처럼 생긴 달의 배를 가르자 온갖 네온 빛깔 픽셀이 흘러내리고, 이들은 그것이 성수라도 되는 양 온몸에 펴 바른 다음 달을 다시 하늘로 올려보낸다. 꼭 LSD를 체험하는 듯한 이 판타지는 애니멀 컬렉티브의 Fireworks, 디어헌터의 Nothing Ever Happened과 함께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삽화처럼 작용한다. 형광에 가까운 색감, 거추장스럽고 중성적인 옷차림, 친구라기보다 '부족'에 가까운 커뮤니티, 특히 냉소와 회색빛이 아니라 자발성과 무례함으로 가득한 당시 인터넷 문화의 매력이 이 삽화를 오롯이 메우고 있다. 새 천년의 출발선에 맹렬한 펑크 기타와 가죽 재킷, 각 잡힌 슈트에 대한 향수를 그대로 계승한 스트록스와 인터폴이 있었다면, 결승선에는 히피의 천진난만함과 글램의 반짝거림을 투박하게 버무린 네오 사이키델리아가 있었다. 이들이 선보인 것은 줄리안 카사블랑카스의 후안무치 보컬도 아니고 폴 뱅크스의 음울한 뉴 웨이브 코스프레도 아니었다. 앤드루 밴원가든과 에비 테어는 마치 욕실에서 애창곡을 따라 부르는 것처럼 혈기를 앞세운 목소리로 노래했으며, 토크쇼나 라디오 부스에서 폭탄 발언을 하기보다는 고이 간직했던 불만을 인터넷 게시판에서 해소하는 유형의 예술가였다. 바야흐로 사이키델릭의 다섯 번째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모든 데뷔 앨범에는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매우 특별한 성질이 있다. 예를 들어, 그린 데이, 파라모어, 모던 베이스볼 같은 밴드는 첫 음반에서 선보인 팝 펑크 사운드가 아직까지도 그들을 규정하고 있으며 팬들 또한 그 이미지에 맞는 노스탤지어를 공유했다. 반면 데이비드 보위, 비틀스, 라디오헤드 같은 거장들에게 데뷔 앨범이란 겨우 첫 계단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은 첫 계단을 올라선 뒤 점차 새롭고 혁신적인 음악을 만들며 창조성을 아낌없이 꽃피웠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Oracular Spectacular>는 두 경로의 중간 지점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MGMT는 <Little Dark Age>를 통해서 더 나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다는 걸 증명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15년 전 발표된 음악을 통해서 이 밴드를 추억하고 있으니. "사이키델릭 록 음악은 모두 똑같이 들리잖아요. 비슷한 이펙트도 너무 많고요." 나는 푸념인지 조롱인지 분간할 수 없는 앤드루의 발언이 이 앨범의 특별한 성질이라고 생각한다. <Oracular Spectacular>는 장황하게 이어지는 기타 솔로 대신 개방감을 선사하는 키보드 리프, 쉴 새 없이 울려대는 드럼, 목적성과 실현성이 부재한 가사, 그리고 도무지 어우러질 것 같지 않은 악기 편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앨범은 도어즈와도 달랐고 플레이밍 립스와도 달랐다. 두서없는 아이러니가 앨범 전체에 퍼져 있었고 음악과 퍼포먼스 또한 신중함이나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들에게 '사이키델릭'이란, 재현하고 싶은 환각 효과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흥시키고자 하는 사운드도 아니었다. <Oracular Spectacular>나 <Strawberry Jam> 같은 작품들에는 오직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표현 방식, 냉소와 유머가 뒤섞이고 속은 텅 비었지만 이치에 밝은 척하는 태도가 깃들어 있었다. 말하자면 청춘의 사운드트랙인 것이다.

 

컴퓨터는 20세기 말부터 일상생활을 지배해 왔지만, 록 음악에서는 여전히 러다이트 운동이 한창이었다. 스트록스나 화이트 스트라입스 같은 밴드는 일정 시기 음악 경향을 모방하며 반동적인 문화의 긴장을 활용했고, 다른 팀들 역시 70년대 영광을 복권하는 데는 일가견이 있었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했다. 하지만 아이폰이 등장함으로써 모든 것이 변했다. 통화와 인터넷 통신 기능을 탑재한 3.5인치 아이팟은 도저히 거부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잠재성을 품고 있었다. 지금 와서 보면 MGMT는 인터넷에 관한 음악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인터넷에 의해 변화된 세상을 투사하는 음악을 만들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예술이 대개 그러하듯이, <Oracular Spectacular> 또한 무한한 희망과 완전한 냉소주의 사이 어딘가에 서 있었다. 가령 오프닝 Time to Pretend는 20세기의 규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체념과 마침내 그 속박에서 벗어났다는 황홀경이 뒤섞인 송가처럼 들린다. 이 21세기 환희의 송가 위에서 앤드루는 "부담스럽긴 하지만 우리가 달리 뭘 할 수 있겠어? 사무실에 취직하고 아침 뉴스를 보기 위해 일어나기라도 할까?"라며 노래한다. 이것은 케케묵은 히피 이원론, 즉 비순응적이고 자유분방한 사상을 가진 자신과 정장 차림의 타협적인 여피 이미지의 재활용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앤드루와 밴에 따르면, 자유분방한 록스타가 정장 차림의 일반인과 지신의 삶을 저울질하며 젠체하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데이트 상대조차 구하지 못하는 긱Geek과 너드가 록스타의 방탕한 삶을 조롱하는 시대가 온 거예요."

 

<Oracular Spectacular>는 MGMT의 세 번째 멤버 데이브 프리드먼이 참여한 이전 작품들처럼ㅡ<Deserter's Songs>, <The Soft Bulletin>ㅡ화려하고 익살스러운 앨범이다. 모든 세션과 드럼은 압축된 채 층을 이루고 있고, 데이브는 자신의 마술 가방(반짝이는 신시사이저, 딜레이 유닛, 이펙트 페달, 컴프레서 및 각종 기묘한 효과음)을 열어 데모를 보정한다. 그 결과 이 앨범은 신선하고 감탄스러운 감정과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낯익은 양식을 답습하는 듯한 인상을 동시에 전해준다. 일명 데이브 효과는 Time to Pretend와 Kids의 초기 버전과 앨범 버전을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프로듀서들이 수정하고, 잘라내고, 깎아내면서 앨범을 손보는 것과 달리, 데이브는 항상 무언가를 더하거나, 덧붙이거나, 연결함으로써 의뢰인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대학생 둘이 만든 원석 같은 앨범을 음반사의 입맛에 맞게 블록버스터화하면서 그들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아웃사이더의 기발함을 그대로 보존한 것, 이 감각이야말로 오늘날의 MGMT를 있게 한 데이브 프리드먼 효과일 것이다. (MGMT와 데이브의 관계는 현재진행형이며 그는 <Congratulations>를 제외한 MGMT의 모든 앨범에 참여했다.)

 

쾌락적인 리듬, 무질서한 신스, 오케스트레이션의 설렘 가득한 색조에도 불구하고 후회, 체념, 우울함처럼 상반된 감정이 앨범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앤드루와 벤은 록스타의 전형 같은 삶에 야유를 보내지만, 그 이면에는 록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고, 진정한 독창성이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희박하다는, 이미 모두가 밟고 지나간 애비 로드를 다시 밟는 것뿐이라는 탄식이 서려 있을지도 모른다. "밀레니얼 세대는 성년이 된 후 사회 질서의 의미 있는 변화를 추구하지 않은 첫 번째 세대입니다."라고 그들은 말한다. MGMT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 히피 대학생 2인조가 나타나 앨범을 발매하려 하던 시기에 정말 우연히도 아이폰이 출시되고, 오바마가 출마 선언을 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시작되고, 버지니아 공대 총기 사건이 벌어지는 등 미국 사회의 두드러진 모순이 불거지면서, "우리는 정신없이 살고 빨리 죽기로 결정했어. 미래는 정해졌으니까 이제 신명 나게 놀아보자." 같은 허무맹랑한 노랫말이 커트 코베인의 유언처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10년 동안 페스티벌 문화와 패션, 우후죽순 쏟아진 사이키델릭과 인디 록 리바이벌의 수훈 또한 MGMT보다는 애니멀 컬렉티브나 아케이드 파이어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앤드루와 밴은 자신들이 필연처럼 여겼던 우연, 청춘의 치기와 단순함, 인터넷과 아이폰에 의해 변화하는 세상, 그리고 사이키델릭 음악에 대한 애정 등, 밀레니얼 세대의 자화상을 유별난 화법으로 그려냈다. 밀란 쿤데라는 "모든 세대는 자기 세대 이야기를 전해 줄 기록자가 필요하다."라는 말을 남겼는데, X세대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었을 것이고 Z세대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인 나의 경우, 그 기록자는 다름 아닌 MGMT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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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2.4 22:16

    오 2월 23일 신보 기다리는 와중에, 요 몇일 1집 몇번 돌렸는데 반갑네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 2.5 02:12

    염소 수염에 노란 플란넬 셔츠를 입고

    팔뚝에 나침반 문신이 있던 그야말로 밀레니얼 힙스터의 전형이였던 원어민 선생님과의 일이 문득 생각나네요.

    2집에 동봉되어있던 엠쥐엠티의 로고 스티커를 전화기에 붙이고 다녔는데

    잔뜩 상기되어 너가 이 밴드를 진짜 아냐고 되물으셨던 기억이 있네요.

    알록달록 아이팟 나노의 컬러웨이를 닮은 테크 낙관주의의 락 페스티벌에서 존 메이어가 아이팟을 소개할때

    스톡홀름의 스포티파이 간이 사무실에선 Time to Pretend가 흘러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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