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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 #5.

LucindatomasBBreaux2024.02.18 09:40조회 수 627추천수 14댓글 6

1994 #5. 

Method Man - <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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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탱이 그들의 첫 단체 앨범을 통해 번뜩이는 열반에 올라서던 시절, 힙합사에 전설처럼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멤버들 각각의 솔로 앨범 역시 활황한 물밑작업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물론 그 중심에는 추억처럼 RZA가 있었다. 그의 신비로운 동양적 환상과 영화/소울 샘플은 그가 '우탱'으로서 존재하던 모든 순간에 '로버트 딕스'라는 인물을 유성처럼 빛나게 하는 매개였을 것이다. 본디 첫 번째 솔로로 내정되었던 Ol' Dirty Bastard의 앨범이 실로 어이없게 수몰되고— 얼떨결에 제 2안이었던 메소드 맨(Method Man)의 래핑이 RZA의 비트를 독차지하게 될 주인으로 낙점되었을 때, 또 하나의 전설이 철커덕거리며 찬란한 힙합 황금기의 중안부로 굴러떨어졌다. 생전 쓸쓸한 두 개의 앨범을 내놓은 ODB에게는 조금 미안한 언사이지만, 이러나 저러나해도 그 덕에 또 하나의 역사가 쓰여진 셈이다. 

 

 메소드 맨이 <Tical>을 녹음할 때 가장 신경을 쏟았던 주제는 폭력으로부터 비롯된 얼룩진 삶과 그 삶의 불안정함, 그것들로부터의 탈출이었다고 한다. 1994년의 후일담에 의하면, 일련의 작업들은 '잠시나마 자식들을 지옥에서 꺼내는 것'을 주안점으로 삼고 주조되었다. 홍수로 인한 트랙들의 유실, 대거 트랙들의 재녹음이라는 일대 대혼란을 겪으면서도 이러한 주제들은 변하지 않아서— 들쭉날쭉한 앨범의 톤, 정제되지 않은 동어반복 속에서도 폭력에 의한 불안과 퇴폐만은 일관되게 앨범의 대주제를 관통한다. 아마 그러한 주제들만이 메소드 맨이 앨범 내외에 잠재된 혼란과, 불규칙한 수사들을 감내하고서라도 설파하고자 했던 유일의 미사여구였을 것이다.

 

 그런 까닭으로, 앨범이 그리는 궤도엔 시종 불안감이 필연적 운명처럼 서리게 된다. 야수처럼 서사시들을 내뱉는 메소드 맨의 리릭시즘에서 우리는 삶이라는 시대정신 자체가 수놓는 광기 어린 질곡을 느낄 수 있다. 거기엔 눅진한 헤로인의 격통이 있고 거리로부터의 곡성이 있다. 뉴욕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며 슬럼을 애통해하는 마음이 있다. 게토의 비극적 제행을 묘사하기 위해 형용할 단어가 부족할만큼 그의 문장력이 미약하지는 않은 것이다. 그보다는 풍족한 이디엄과 번뜩이는 수사학적 센스들이 돋보인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뻑뻑하고 쇳소리나는 질감의 비트와 대비되는 듣기 편한 목소리로, 메소드 맨이 연출하는 것은 시종 청자를 예민하게 뒤바꿔놓는 극도의 불안심리다. 장구한 도시의 비극이 내리누르는 압력의 질감, 밑도 끝도없이 언어학의 정수에 표류하는 스산한 펀치라인들이 농밀하게 결합해 단 하나의 결실로 발로될 때, 나는 진정한 의미로써의 <Tical>이 완성되는 순간을 최대한 천천히 감상한다. 그런 것들은 분명히— 여유롭고 풍성한 시간 속에서 느리게 곱씹을 때 모든 진가를 여과없이 체험할 수 있는 것만 같다.

 

 물론 단순히 준수한 언어만으로 <Tical>가 조직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큰 어폐가 있는 주장일 것이다. 메소드 맨의 훌륭한 랩 프로젝트는 우탱클랜으로서 가히 손색이 없을 정도를 넘어 붐뱁 앨범으로써의 굳건한 이정표 역할을 수행할 만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메소드 맨의 랩은 슬럼에 대한 분노와 애증을 눌러담아 얻은 자양분을 건조하면서도 뻣뻣하지 않은 목소리로 유려하게, 거의 차분하게 뇌까리듯 폭발시킨다. 정확히 같은 연도에, 게토의 삶을 매 킥 루프마다 장렬하게 격파시키듯 내뱉은 Biggie와는 그 방식의 차가 큰 폭발이다. 물론 그 플로우의 밀도와 쾌감이야 BIG에 비하면 한참 못하지만, 메소드 맨의 랩엔 오로지 우탱으로서의 Meth, 인간으로서의 '클리포드'만이 표현할 수 있는 고색창연함이 서려있다. 역사상 가장 랩을 잘하는 이들—동년에 앨범을 낸 Nas와 BIG, 우탱의 멤버 GFK, GZA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사이에서 고군분투했던 90년대 중반 무렵에, 그가 이들의 신드롬에 가까운 임팩트 사이에서 굳건히 실력파 래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이유 또한 이러한 특유의 래핑에 있었을 것이다. 그 일대 전설들에 비하면 조금 뒤쳐질지언정, 메소드 맨 또한 1994년의 고루하고 낡은 뉴욕거리의 랩 영웅이자 소자명대였다. 이러한 사실들이야말로 도저히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 없는 아젠다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래핑을 거뜬히 극적 효과의 수맥으로 장대하게 이끄는 것이 RZA의 프로덕션이다. 여전한 동양풍의 독특한 힙합 텍스처, 홍콩 무협 영화를 차핑한 사운드 소스들의 명멸까지— 한 해 전 그가 이끌어냈던 전설적인 역사들은 <Tical>에서 메소드맨의 발치에 다시 한 번 빈틈없이 깔렸다. 물론 앨범의 컨셉에도 충실했던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의 프로덕션과는 다른, 보다 더 블루지한 느낌의 트랙들 역시 쉽게 관측할 수 있다. 항간에는 RZA의 지하 작업실에 닥친— 홍수로 인한 트랙 유실 탓이라는 것이 정설처럼 돌아다니지만, 나는 그러한 사운드적 변화가 의도적인 것이라 해도 크게 상관없지 않을까 싶다. 앨범을 논하기 이전에, 메소드 맨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부터가 이미 '근원적으로' 블루지했기 때문이다. 약에 취해 비틀거리는 부랑자와 악취 풍기는 슬럼가의 삶을 바라볼 때, 대다수의 세인과 달리 메소드 맨은 그들을 안타깝고 비통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RZA의 프로덕션 컨셉 선회가 고의적이었건 사고였건 간에, 앨범의 톤과 분위기에 정확히 들어맞는 까닭일 것이다. 

 

 길거리에 관한 전언들은 풍부했고, 풍부한 전언들이 들어찬 트랙리스트는 풍족했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 중 가장 훌륭하다고 할만 한 곡은 'Bring The Pain'이었지만, 메소드 맨과 Raekwon의 랩 대결이 펼쳐지는 'Meth Vs Chef'나 RZA 샘플 차핑 스킬의 절정을 보여주는 'Stimulation' 또한 쉬이 얻을 수 없는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물론 전반적으로 투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탱의 데뷔앨범에서 필연적으로 연출되었던 특유의 로파이 감각은, 청명하고 정갈한 메소드 맨의 딕션과 래핑을 다소 뭉개는 듯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샘플 간의 호응과, 딕션을 뒷받침하는 음질이 명징한 'Bring The Pain'이야말로 <Tical>이 가진 좋은 점을 운위하기에 제격인 트랙이었을 것이다. 운명적으로 찬란하게 흐르는 RZA표 프로덕션 위에, 날렵한 플로우를 쏟아붇는 'Bring The Pain'의 전언에는 게토의 비감스러움이 느낄만 한 요소들이 어려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메소드 맨의 음악에서 왠지 모를 비장미를 느끼는 이유였을테다. 그는 험상궂은 모습으로 랩을 쏘아대지만 그 안에 연민 어린 시선을 혼용하고, 욕설 섞인 비판과 독설을 하지만 슬럼을 포용하는 애틋함을 담았다. 언젠가 말끔히 차려입고 TV에 나와 슬럼의 열악함에 관해 논하던 메소드 맨의, 그 비옥하고 투명한 시대정신이 <Tical>에서 더욱 명징하게 드러나는 까닭일 것이다. 그는 우주만큼 광활한 감정을 부여잡고, 게토의 비극을 애통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기억하기로 <Tical>은 메소드 맨의 그 음악성이 활개를 치던 시절의 마지막 앨범이었다. 메소드 맨은 두어 차례쯤 더 <Tical>의 영예를 이어가려 시도했지만, 그의 다른 후기 작들과 마찬가지로 좋은 음악성을 보여주는 것엔 번번히 실패했다. 그보다 메소드 맨은 그 자신이 가진 스타성을 십분 발휘해 우탱의 거대한 흥행 멤버로 올라서는 것에 집중했다. 그에게 주어진 입담, 소위 말해 위트있는 언변의 재주는 그를 명실상부한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 시켜줄만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메소드 맨 자신에겐 좋은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성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일련의 사건들은 열반의 추락에 가까웠다. 그의 표현력에 달린 날개가 떨어지고, 너무나도 천편하고 단순한 스타성의 공식이 반복되는 것을 보는 건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그저 우리는 그가 자신의 영혼 속에 담긴 무수한 자양분을, 그것도 단 하나의 작품 속에만 남겨놓은 그 자양분을 깊숙히 빨아들이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가 내뿜는 자양분은 내면의 숲을 비집고 들어가 청자를 영혼의 쉼터로 바래다주는, 실로 애틋하고 자애로운 자양분이었다.

 

 

2024. 02. 18. Sun. Seoul / Lucinda Tomas B. Brea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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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 11. 15.

43:49

Def Jam

RZA

 

 메소드맨의 솔로 데뷔 음반이자 우탱의 첫 솔로 음반입니다. RZA가 프로덕션 일체를 도맡았으며 우탱 솔로 앨범들 중에서도 Ghostface Killah의 <Supreme Clientele>, GZA의 <Liquid Sword>, Raekwon의 <Only Built 4 Cuban Linx...> 등과 함께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메소드 맨은 <Tical> 이후로 대외적인 유명세에 치중하며 큰 음악적 고점들을 남기지 못하게 됩니다. <Tical>의 기치를 잇는답시고 이래저래 공개한 시리즈들도 많았지만, 그것들은 큰 음악적 인상을 주기 힘든 구성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따라서 <Tical>은 메소드 맨 개인의 처음이자 마지막 명반입니다. 물론 그 뒤로는 어떠한 인장도 남기지 못하지만, 적어도 <Tical>만큼은 지적이며 한탄으로 가득 찬 청년기의 예술혼이 담겨있습니다. 엘이 여러분, 오늘은 아침은 <Tical>을 들으며 메소드 맨의 고고한 사색 속에 함께 자리하는 게 어떨까요? 장담하건대, 정말 인상적인 경험이 될 겁니다.

 

마침.


199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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