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분야에서 성공하는 것이란 쉽지 않고 설령 그 분야에 성공하더라도 더 이상 자신만의 영역을 넘지 않는 넘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일 거다. 하지만 이번 리뷰의 주인공인 차일디쉬 감비노 (Childish Gambino)는 다르다. 그는 신입시절 SNL 쇼의 작가를 넘어 코미디언이 됐으며, 코미디 연기 중 연기 실력을 인정받아서 배우로써도 큰 성공을 누리고 있는 다재다능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그야말로 천재 중에 천재이다. 그가 건드리는 예술 분야는 탄탄대로 인생같이 죄다 호평과 찬사를 받았지만, 힙합만큼은 없던 욕을 만들어낼 정도로 혹평만 가득했다. 희극인 생활을 꽃피워준 뉴욕 예대를 가기 전 애틀랜타 학창 시절부터 '힙합' 이란 단어는 그를 미친 듯이 가슴 뛰게 하는 '열정'과도 같은 단어였으며 그의 궁극적인 꿈 중에 하나였다. 이러한 꿈을 실연하게 해준 앨범이 본작 <Because The Internet>이다.
전작 <Camp>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가사적인 면은 중구난방이고 사운드들은 하나로 통합되지 않고 괴상한 사운드들을 한곳에 쑤셔 받듯이 정돈되지 않은 주제와 뚜렷하지 않은 사운드가 눈에 띈다면 <Because The Internet>만큼은 다르다. 전작에 비해서 보다 자신만의 색을 찾고 사이키델릭한 전자음악과 알앤비를 곁들인 힙합 앨범을 구상해 냈으며 전작과 비슷하게 중구난방적인 면은 있지만, 자신의 본업 중 하나인 코미디언의 말장난을 랩에 섞으며 전반적인 분위기를 상쾌하게 만들어주며 중간중간 뛰어난 라임 배치 실력을 보여줬다.
이러한 감비노의 유쾌한 워드플레이는 앨범의 깊게 숨겨놓은 의미들을 밑으로 더 숨겨놓는다. 이로써 재미있는 그의 입담과 워드플레이는 1차 청취에는 단순 재미로써 다가오지만, 다 회차 청취를 할 경우 수많은 문장 속 진의를 찾아가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분 시키게 만든다. 또 본 앨범 속에선 MF Domm의 유명 전개 방식을 따라 해 가상의 인물을 하나 세움으로써 가상의 '소년'을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써 내려간다. 위 효과는 앨범의 유기성과 몰입도도 높이는 방면,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을 자주 교차하며 평범한 이야기 아래 진의를 더 예쁘게 포장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성을 교차하는 점은 서사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듣다 보면 <Because The Internet>의 사운드 자체가 위 콘셉트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인트로인 음산한 전자음 느낌이 나는 "The Libary" 시작해 "Dial Up" 같이 현실로 통하는듯한 스킷을 반복하여 현실과 가상세계 즉 인터넷을 여러 번 교차해 준다. 위 스킷 순서들의 교차와 함께 전자음악을 사용한 힙합 사운드랑 산뜻한 알앤비 트랙들도 왔다 갔다 하면서 한 층 더 이 앨범의 매력을 끌어올린다.
"Dial Up" 을 이어받아 부드러운 알앤비 힙합을 표방하고 사이다 같은 강렬한 일렉기타 사운드로 익스페리멘탈 힙합의 찌든 때를 벗겨내는 "The Worst Guy", 가상의 전자음악 힙합과 현실 느낌 나는 알앤비 힙합 그 사이 어딘가 위치한 명곡 "3005", Azealia Banks의 감미로운 보컬 아래 독특한 신스가 흘러내리는 "The Oldest Computer", 19트랙 중 가장 장황하지 않고 바람직한 익스페리멘탈 힙합을 액기스로 뽑아낸 "Sweatpants"까지 앨범의 즐길 요소는 넘쳐난다.
사실 이 앨범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가 '팝랩' 이다. 다른 이들도 다 알다시피 2010년대 이후 현대적인 팝랩의 시초는 Tyler The Creator와 Drake, Mac Miller 등이 있지만 <Because The Internet> 또한 현대적인 팝랩의 시초로 보고 있는 사람이 많다. Drake는 멜로디 컬 한 랩과 알앤비 보컬을 넘나들며 알앤비 힙합 쪽 팝랩을 선보였고, Tyler The Creator는 팝을 자신만의 사운드로 재해석했으며 그 위에 세속적인 이야기 대신 자전적인 이야기를 썼고, Mac Miller는 싱어송라이터에 감명받아 싱어송라이터적인 요소를 힙합에 투영하려고 했다. 차일디쉬 감비노 또한 진부한 마약과 갱스터 이야기 대신 자전적인 이야기를 써 내려갔으며 전자음악과 알앤비를 적절히 섞어 독특한 향을 만들어냈다. <Because The Internet>은 현대적인 팝랩의 시초중 하나라도 보는 의견도 많지만 이 앨범 특징상 최근 얼터너티브 힙합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받고 있다.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을 다 가져와 볶은 흔히 잡탕 스타일이라는 비판도 있고, 가사를 쓰는 능력과 워드플레이는 능숙하다 과도한 개그 욕심으로 앨범의 분위기를 워드플레이가 해친다는 평도 있었다. 랩 또한 불완전했으며 몇몇 이들에겐 국어책 읽는 듯한 불안정한 플로우와 재미없는 그의 랩이 싫다는 평도 많다.
하지만 현재 10년이란 시간이 지난 시점으로 이 앨범을 되돌아볼 때 힙합 팬들의 평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발매 당시엔 아무나 카피한 듯한 흔한 스타일이고 여러 가지를 넣고 섞은 잡탕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감비노만이 낼 수 있는 감성을 짙게 품고 있는 앨범으로 평가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팝랩과 얼터너티브 힙합의 아버지로 여겨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가가 밝혀지는 작품들을 뽑아보자면 아마 힙합씬내에선 감비노의 앨범인 <Becase The Internet>이 그 대표 예시가 아닐까 싶다.
https://blog.naver.com/qazplmgv046/223307918539
팝랩과 연관 지은 설명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저도 진짜 심각할 정도로 저평가 받는 앨범이라 생각해요. 특히 발매 시기가 2013년인걸 고려하면
장르 잡탕이라 보기에도 참신한 시도들이 많이 섞여 있는 앨범인데 말이죠..
래퍼로서 감비노의 애매한 입지와 마찬가지로 애매한 1집이 괜히 2집의 발목을 잡은게 아닌가 싶네요.
하여튼 엘이 분들 한번씩 꼭 필청 하십쇼 ~ !!
ㅋㅋ 감사합니당
STN MTN도 해주세요
Because the Internet 추
모든 곡이 다 좋은건 아니지만 몇몇곡들은 진짜 2013년 감성이랑 최근느낌이 적절히 섞인 명곡은 맞는것같아요 3005같은
몇곡은 촌스럽긴해요
Mf domm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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