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 시반의 Something to give each other는 음악부터 전체적인 기획, 비디오, 아웃핏 모두 대단했음.
퀴어문화에서 영감받은 앨범들이 근래 쏟아지고 있는데 그중에 트로이의 작품이 특히 눈에 띄었음.
가령 비욘세의 <르네상스>는 8090 게이들의 나이트라이프에 담긴 유산을 탐험하며 이를 개인화하는 역사적 과제를 수행했음.
lgbt문화의 열렬한 지지를 표현하는 동시에 해당 문화안의 '흑인성'을 조명하는 이중의 부담이 있었을테고 쉽지 않았을것임.
나는 비욘세가 왜 <르네상스>를 만들었어야 했는지는 설득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함.
좀 더 러프하게 말하면 흥행을 위한 장치처럼 느껴졌음. 레거시를 전시하는데 그쳤다는 인상.
물론 흑인 퀴어들의 밤문화에 담긴 춤과 음악을 라디오 팝과 블록버스터 투어로 바꾸는 능력은 탁월하다고 생각함.
비욘세인데 뭐..
갑자기 이야기가 새는데, 프랭크 오션이 동생의 죽음으로 폐기한 그 앨범. 싱글들 발매하면서 뭐했는지 기억하는 사람?
<르네상스>와 굉장히 흡사한 기획이였는데, 퀴어의 밤문화를 녹여낸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음.
싱글들은 애플 라디오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었고, 발매한 그주 주말
뉴욕의 나이트클럽을 통째로 빌려 lgbt DJ의 음악에 맞춰 파티를 열었음.
파티의 이름은 HIV 예방약에서 따온 <PreP+>. 입장료는 무료인 대신 커뮤니티의 일원의 초대가 있어야 입장이 가능했음.
오래된 커뮤니티의 밤을 비추는 거대한 은빛 미러볼.
퀴어문화가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번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아름다운 기획이였음.
물론 아쉽게도 프랭크에게 여러 일들이 생기며 발매는 취소되었음.
본론으로 돌아와서
트로이 시반의 본작은 정치성과 흥행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자유롭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전세계 게이들의 낮과 밤 안에서 수줍지만 춤추고 노래하고 있음.
내가 이 앨범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음.
게이도 퀴어이기 이전에 인간이고,
수줍음, 용기, 동료애, 환대같은 인간적인 가치를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참 좋음.
밑의 비디오를 보면,
방콕의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스스로를 굳게 믿고 홀로 춤을 추기 시작하는 마른 몸의 트로이 시반을 보여줌.
이내 춤을 추는 낯선 백인의 옆에 방콕의 퀴어들이 모여들어 같이 춤을 추는데
그를 집단의 일원으로, 같은 댄서로, 같은 퀴어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아름답게 담아냈다고 생각함.
엎어진 프랭크의 앨범과 비디오 역시 이와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싶어서 한편으론 아쉬우면서도
프랭크로 인한 갈증이 약간은 가시는 듯한 작품이였음.
아무튼..
https://www.youtube.com/watch?v=WjLcVqjIkLo
글 잘 쓰시네요 저도 들어봐야하는데 아직 커버의 장벽을 못 넘겠네요 ㅠ
해커들아 오션 앨범 유출 안하고 뭐하냐 일 안하네
저 앨범 좋죠 하우스 좋아해서 취향은 취향인데 인스타 스토리 공유행더니 친구가 진지하게 제 성정체성을 의심하더라구요
역시 음잘알은 엘평ㅋㅋ
최고
첫 4트랙 개좋습니다 ㄹㅇ
확실히 트로이시반 개인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에요
트로이 시반도 음악 정말 잘하는 아티스트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커버반 좀 어떻게 했으면 평점 2점은 더 올라갔을듯..ㅋㅋㅋㅋㅋ
좋은 의견 잘 읽었습니다! 평소에 트로이 시반을 그저 그런 팝스타로 생각했는데 이번 앨범을 계기로 음악적 역량이 상당하단게 느껴지더라고요! 아마 최근의 퀴어 음악 열풍에서 가장 돋보였던 수작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Rush는 개인적인 작년 최고의 싱글 탑20 안에 들 정도!
이와 별개로 본문 내용 중 르네상스에 대해서 약간 하고 싶은 말이 있네요. 르네상스는 물론 흑인 퀴어들의 볼 뮤직 장르에서 큰 아이디어를 가져오고 앨범 자체도 비욘세에게 댄스 뮤직을 소개해준 게이 삼촌의 죽음에서 비롯한 것처럼 분명히 퀴어 컬쳐와 연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르네상스는 댄스 뮤직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그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 주목적이고 퀴어 컬쳐와 별개로 (물론 그 중 퀴어도 많이 존재하지만) 댄스 음악의 창시자들을 축하하는 앨범으로 기억합니다. 8090 퀴어들의 밤문화도 분명 이 중 존재하지만 그것 르네상스의 헌사는 그것만을 위한게 아니라 알고 있습니다. 르네상스에는 퀴어 문화의 영향이 어느 정도 존재하지만 그 기반은 댄스 음악 전반에 대한 찬사이기에 굳이 설득력이 필요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배티성과 독점성을 유독 강조하는 소수자 문화와 그 작품은…본질적으로 억압적이고 반-소수자적이라고 생각해요..
백인 소수자는 비욘세의 공연에서 엔워드를 따라부르지 못하겠죠..
넘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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