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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좋은 믹싱이란 무엇일까요?

Cyanoffee2023.12.12 21:13조회 수 902댓글 22

안녕하세요. 엘이에 꽤 오래 있었는데, 글은 몇개 안썼었네요.

 

오늘 리스닝파티를 듣다가 믹싱얘기가 보이길래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JIK 때부터 칸예의 앨범에 대해서 "믹싱이 별로다, 또는 믹싱을 너무 대충한다." 라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앨범으로 나온 곡들은 크게 거슬리거나 별로라고 느낀 적이 없었어서 "좋은 믹싱이란 무엇일까"가 궁금해졌습니다.

 

사실 전통적인 믹싱의 관점에서만 보면 쉽게 정의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피아노나 기타와 같이 오랫동안 쓰여왔던 악기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가장 믹싱이 잘 된 음악은 Micheal Jackson-Billie Jean 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확실히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모든 소스가 명료하고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인상을 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악기가 조화롭게 잘 섞였다는 느낌.

 

그런데 요즘의 음악은 점점 장르도 파편화되어 빠른 속도로 많아지는 중이고, 그렇게 파편화된 각각의 장르마다 원하는 느낌이 너무도 다릅니다.

 

그렇다면 과연 믹싱에 있어서 하나의 일반화된 기준이 예전처럼 유효할까요?

 

예를 들어, 기존의 상식으로는 믹싱을 할 때 나중에 마스터링을 위해 헤드룸을 꼭 남겨놔야 하고, 피크가 뜨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은 믹싱'이었고 파형이 찌그러지는 것에 매우 예민했습니다. (전문가 아님. 흘려들으셔도 됩니다.) 그런데 요즘 힙합을 보면, 제 기준에서는 slime이 유행할 쯤부턴거 같은데, 일부러 조금 믹싱을 찢어지게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게 거슬린다기 보다는 음악을 더 살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https://youtu.be/lEz8XIpAVoA?si=rle9L0zbwVVi17SF

 

예전에 하이퍼팝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냥 시끄럽기만 했었는데, 들으면서 보니 그 장르만의 맛이 있구나를 느끼게 되었고, 드림팝은 정말 심심하고 재미없는 장르다라고 생각했던 제가 이제는 cigarettes after sex나 검정치마를 너무 좋아하게 되면서, 요즘 시대에 방구석에서 만든게 아닌 메이저한 아티스트들의 음악에 믹싱이 구리다는 얘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정도면 프로덕션도 그렇고 믹싱마스터링도 정말 많은 자본이 들어갔을텐데, 믹싱이 구리다기 보다는 그냥 취향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에 칸예가 JIK를 내면서 "아이폰은 최고의 마이크다"라는 말을 해서 욕을 정말 많이 먹은 적이 있었죠. (As always.)

이번에 Vultures를 내면서도 믹싱이 구리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사실 저는 둘다 들으면서 그렇게 너무 깔끔하지 않게 믹싱하는 것이 오히려 이 음악들의 맛을 살린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너무 대깨칸일수도 ,,)

 

쓰다보니 너무 두서가 없어진 것 같은데, 결론은 현대의 음악에 일반화된 믹싱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부터는 취향의 차이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건전한 토론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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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 12.12 21:23

    믹싱이 잘 됐다는 건 악기의 소리가 어느 하나 튀는 것 없이 잘 조율됐다는 뜻일 텐데,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장르가 다분화되면서 일률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다만 JIK는 비트는 고음질인데 랩이 저음질이라 믹싱이 개이상하게 된 결과물이 맞습니다

  • Cyanoffee글쓴이
    12.12 21:30
    @온암

    그... 저는 고급진 비트에 거친 보컬이 칸예의 감정이 더 잘 전달되는거 같아 좋았는데,, 너무 대깨칸인가요? ㅋㅋㅋㅋㅋ

  • 12.12 22:00
    @Cyanoffee

    힙잘알입니다

  • 12.13 22:04
    @온암

    아닙니다. 믹싱이 잘됐다는건 악기의 소리가 어느 하나 튀는 것 없이 잘 조율됐다는 뜻이 아닙니다.

    알기쉽게 설명하자면 믹싱은 헤드셰프가 만든 요리(레시피)를 수셰프가 좋은 칼질, 웍질, 불조절 등 최고의 조리실력으로 먹기좋게 쿠킹하고 플레이팅하는 과정입니다.

    모든 악기가 튀지 않는다 라기보다는, 레시피 제작자의 의도에 맞게 나올때 나오고 들어갈때 들어가기(레시피에서 의도한 대로 각 재료가 맛이 나기)

    그리고 악기들이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모든 악기들이 존재감을 가지고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기,

    전대역에 걸쳐 거슬리는 맛이 없이 조화로운 맛의 밸런스를 이루도록 다듬기가 중점적인 과정입니다.

    (ㅎㅎ전공자입니다.)

  • Cyanoffee글쓴이
    12.14 12:34
    @maboroshi

    전공자시니까 궁금한게 믹싱을 의뢰한 사람이 저는 베이스가 찢어지는게 좋아요라고 하면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그대로 해주나요 아니면 설득을 시키나요?

  • 12.14 13:26
    @Cyanoffee

    의뢰자가 프로 음악인이라면,

    실제로 찢어지지는 않지만, 원하는 그런 소리가 나도록 만들어 줍니다.

    말그대로 믹싱엔지니어는 작곡자가 만든 음악을 더 좋은 조리실력으로 재창조해주는 역할이니까요.

  • Cyanoffee글쓴이
    12.14 23:09
    @maboroshi

    그렇군요 신기하네요. 감사합니다

  • 12.12 21:29

    일부러 깨트리는 믹싱 요즘하는거 아는데 그 맛은 있지만 오래 듣기는 힘들어요..ㅠ

  • Cyanoffee글쓴이
    12.12 21:32
    @민지a

    그쵸 아무래도 자극적인 게 확 땡길 땐 좋은데, 먹다보면 슴슴한게 또 땡기기도 하니까요.

    저도 되게 왔다갔다 하면서 듣습니다 ㅋㅋ

  • 12.12 21:29

    저도 장르마다, 음악의 지향점마다 원하는 믹싱 상태?랄까요, 기준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제 좋은 믹싱이라고 한다면 바로 그런 지향점에 맞춰서 효과적으로 장르나 음악의 특색을 드러내고, 어필하고, 청자가 잘 감상할 수 있게 하는 믹싱이 아닐까 싶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Billie Jean 같은 음악은 정말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온 깔끔한 믹싱이 좋을테고, 로파이하고 노이지한, 인디 록이라던가 인디 힙합 쪽이라던가 그런 곳들은 좀 악기도 흐릿하고, 약간 음질도 지저분하고, 그런 게 잘 어울리겠죠.

    근데 제가 이런 데에는 진짜 알못이라서, 전 믹싱이고 뭐고 못 들어줄 음질 아니면 보통 다 잘 듣습니다ㅎㅎ

  • Cyanoffee글쓴이
    1 12.12 21:39
    @Pushedash

    예 정말 악기나 사운드들도 그렇고 음악의 지향점마다 원하는 믹싱이 달라졌다는 말이 공감되네요.

    카티나 오피움 같은 모쉬핏을 위한 음악은 더 깨져야 그 본능이 더 사는것 같고 Savage Mode 2 같은 경우는 고급지게 정제된 로파이함이 음악을 더 살려주기도 하니까요

  • 12.12 21:42

    믹싱,마스터링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꽤 공감합니다!

    저는 어떤 생각까지 했냐면, '믹싱 마스터링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 온 게 아닐까?'라고 까지 생각을 해봤네요. 아마 문외한이라 그런 거 겠죠? ㅎㅎ

    유선 이어폰,헤드폰으로 듣는 게 아니라 무선이어폰으로 가볍게 듣고, 또 매장 혹은 공연장에서 스피커로 듣는 사람이 많다면 한땀한땀 믹싱 마스터링 할 필요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네요.

     

  • Cyanoffee글쓴이
    12.12 22:48
    @레버리지

    아무래도 공연장에서 듣거나 CD, LP로 듣던 시대에서 유선이어폰을 거쳐서 이젠 아예 블루투스 이어폰이 대중화된 것이 믹싱의 지향점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떤 프로듀서 인터뷰에서 클럽같은 대형시스템에서 노래를 틀면 방구석 음원들은 대부분 웅웅대기만 하고 노래가 전혀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한 걸 봤는데, 이처럼 공연장에서 틀 때는 믹싱이 아주 중요하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밖에서 무선이어폰으로 듣는 시간이 훨씬 많기 때문에 오히려 에어팟도 하나의 참고사항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여담으로 스캇 다큐에서 스캇이 마이크딘이 믹싱한 걸 차의 스피커로 들어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차에서 음악 듣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믹싱이 별로인 음반을 본적이 없네요

    굳이 고르자면 'Corey Fieldman의 'Angelic 2 The Core'이 제일 가깝지 않나..

    mbv, the microphones같은 사례만 봐도 일부로 음악을 찌끄려트리는 분들도 있는데 믹싱이 별로라고 뭐가 있나 싶네요

     

    참고로 vultures 믹싱 좋아하던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지저분하면서도 개성있는 느낌을 받았네요

  • 12.12 22:22

    개인적으로는 어떤 장르든 모든 악기가 깔끔하게 들리고 서로 조화롭게 믹싱된 걸 좋아합니다

    Loveless가 명반이 되는 데에는 다른 믹싱 구린 인디 음악과 다르게 클리핑 없고 공간감 확실한 데다 기타의 비브라토까지 선명히 들리게 믹싱한 것이 꽤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반대로 MBDTF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소는 Runaway 같은 명곡에서조차 들리는 클리핑이라고 생각합니다

  • Cyanoffee글쓴이
    12.12 22:52
    @거리가리

    공감합니다. 저도 저 위에 저렇게 써놨지만 그런 음악들을 들을 때면 "아, 그래도 이게 믹싱인가?"하기도 하거든요. 마치 파인다이닝 같은 ...

    번외로 마지막줄을 보니 칸예는 옛날부터 믹싱의 지향점이 전통적인 그것을 따를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ㅋㅋ

  • 12.12 23:19
    @거리가리

    오 마지막 줄 보고 runaway를 들어보니까 킥 소리가 끊기는 게 들리네요

  • 12.12 22:33

    소리 터지거나 너무 통일성 없게 믹싱된 것만 아니면

    솔직히 저 포함해서 일반 리스너들은 크게 구분 못할듯요..!!

  • 12.12 22:39

    저는 개인적으로 더 위켄드 음악이 좀 공간감이 넓고 여러군데서 악기가 들리며 각각 선명하게 들려서 유난히 믹싱 마스터링측면에서 좋다고 느끼긴했어요

  • 12.12 23:02

    그 MBDTF 칸예라 그런 것 같기도 하네요

  • 12.12 23:38

    그냥 보면 낙서

    알고 보면 피카소 그림.

    피카소가 한 걸 알고 보면 명작...

    이런 의식의 흐름이 사운드 이해에도 적용되는 듯 합니다

  • 12.13 14:30

    믹싱과 마스터링은 예술보다는 전문적인 반복작업에 가깝습니다. 기본적으로 지극한 상업 음악, 팝 뮤직 같은 경우에는 정말 돈 쏟으면 쏟을 수록 퀄리티 자체는 높아지는데, 믹싱과 마스터링은 특히 투자하는 돈에 비례해서 퀄리티가 올라갑니다. 의도를 가진 믹싱과 마스터링은 결국 정교함에서 구분이 되죠. 믹싱과 마스터링의 소스라고 할 수 있는 음악 자체를 만드는 사람들은 작업구조 특성상 믹싱을 잘 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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