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라는 것을 접하면 어렵고 복잡하게 느끼거나 지루하며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부분에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감히 글을 끄적여 봅니다.
우선 ‘힙스터의 끝은 재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즈를 입문하기 어려운 이유를 제 나름 생각해 본 결과, 그 즉흥성이라는 재즈의 본질과 같은 내용이 아득하게만 느껴져서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닐까 막연하게 예상해 봅니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어떤 피아니스트에게 아무 재즈 피아노곡을 던져주고 완벽하게 쳐보겠느냐고 한다면 바로 칠 수 있는 사람은 천재가 아닌 이상에야 어렵고, 친다고 하여도 그와 같은 느낌은 안 날 것이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고유의 즉흥성과 여러 시도들이 우리가 듣는 익숙한 멜로디 음악들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시작했던 것이 주요 요소로 작용하니까요. 일단은 현재의 정형화된 음악이 아니였기에 어렵게 느끼는게 아닐련지.
그외에도 어려운 이유는 재즈를 제대로 알려고 한다면야 록의 역사만큼이나 갈래가 다양하고 복잡하고 어지럽기도 합니다. 저도 입문한 지 몇 년이 조금 넘었음에도 아직 얘는 왜 이렇고, 저건 왜 또 나왔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다르게 말하면 록이나 힙합에 입문하는 방식처럼 긴 역사를 토대로 관심 있는 부분을 갉아 먹어 가거나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만드는 방법이 좋을 것도 같습니다. 브릿팝이 좋고 오아시스를 좋아하면 관련된 곡을 찾아보는 것처럼, 소울 재즈를 좋아한다면 바비 티몬스나 주니어 멘스 같은 사람의 곡을 찾아보면 좋겠네요. 또는, 역사 그 자체를 살펴보면서 시대에 따라 유행한 재즈의 갈래에 따라 감상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는 제가 선택한 방법인데, 생각보다 재미가 쏠쏠하달까요. 혹은 도움 되는 책으로 ‘Paint It Rock’으로도 유명한 ‘남무성’ 만화 작가님의 ‘Jazz It Up’과 ‘테드 지오이아’의 ‘재즈를 듣다’를 추천해 드립니다. 저는 읽으면서 도움 되는 역사나 관련 매체들이 많이 나와 즐길 거리가 많았기에 재밌게 읽었습니다.
어쩌다 입문 방식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서론이 길어졌는데, 본문으로 돌아와 여러분께 재즈 입문에 용이한 앨범을 몇 개 추천드릴까 합니다. 물론 재즈의 갈래가 너무나도 다양하거나, 아티스트에 따라서 그 성격이 천차만별이기에 장르 구분이 크게 의미가 없는 경우도 존재하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지만 그 사이에서 의미 있거나 제가 듣고 편하며 좋았던 앨범들을 간략하게나마 소개합니다.
Chet Baker [Chet Baker Sings]
당대의 재즈 음악가들이 대개 그렇지만 유독 험난한 삶을 살았던 쳇 베이커의 첫 보컬 녹음 음반 [Chet Baker Sings] 입니다.
적절한 트럼펫 솔로와 적절한 보컬을 자랑하는 재즈 보컬 앨범 중에서도 특이한 자리를 차지한 명반으로 사실 담담한 발라드 보컬로 더 유명해진 앨범이지만 함께하는 베이커의 서정적이고 아련한 연주가 없었다면 그 가치가 떨어졌지 않았을련지. 물론 다른 여타 훌륭한 재즈 보컬 가수들도 있으나 쳇 배이커는 그들의 압도적이고 황황홀한 카리스마나 뛰어난 테크닉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특유의 연주와 보컬의 조화가 아련함이 짙은 안갯빛 향취를 제공하는 듯 해서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만약 그 지점을 좋아하신다면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당대에는 평가가 워낙 갈리는 인물이지만 지금에는 좋은 평가를 받는데, 그가 쿨 재즈에서 차지한 위치가 상당히 독특하고도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여겨봅니다.
The Oscar Peterson Trio [We Get Requests]
어디서 들어본 듯한 명곡들, 정감 있는 편곡과 앨범 재킷만 봐도 행복해 보이는 그들이 완성한 음악 [We Get Requests] 입니다.
제목에서 드러난 것처럼 당대 팬들이 요청한 음악을 재해석해서 완성한 앨범인데, 드럼과 콘트라베이스를 담당한 멤버 둘 다 훌륭한 연주를 선보이지만. 오스카 피터슨 특유의 힘 있고 흥겨운 피아노 연주는 이 앨범이 명작으로 꼽히는 이유가 아닐지 싶습니다. 그 밖에 보사노바를 재해석한 곡들도 상당히 흥미로우니 추천합니다. 혹 재즈에 입문하려 한다면 누구나 추천하는 앨범 중 하나고 덕분에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을 듯합니다.
Grover Washington, Jr. [Winelight]
재즈와 팝, 재즈와 알앤비, 재즈와 펑크, 1980년대의 퓨전 재즈를 자랑하는 [Winelight]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Bill Withers'와 함께한 'Just Two Of Us'로 유명하지만 다른 곡들도 상당히 훌륭합니다. 어딘가의 섹시함을 보여주며 그 시대의 영화같은 색감을 자랑하는 펑키한 재즈라면 싫어하기 어렵겠죠. 그 까닭은 다양한 장르를 훌륭하게 해석해서 현대적인 재즈로 뻗어가는 힘이 탁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덕분에 만약 복잡한 연주가 싫고 조금은 신나면서도 편안한 감각을 느끼고 싶다하면 강력하게 추천하는 앨범이 되었습니다. 제목처럼 와인 한 잔을 하시면서(?) 들으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Charlie Parker & Dizzy Gillespie [Bird and Diz]
[Bird and Diz]는 색소폰과 트럼펫의 두 천재가 만나서 합을 이룬 당대의 비밥 중에서도 뛰어난 구성을 자랑하는 앨범입니다.
제가 유난히도 사랑하는 'Bloomdido'가 들어갔는데, 이 곡이 비밥의 화려함과 그들의 거침없는 태도가 뚜렷한 것이 재밌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처음 듣는 분들도 연주에 집중해서 감상하시다 보면 분명 그들의 현란함에 감탄하실 수도 있으리라 여겨봅니다. 또, 제목은 버드와 디즈이지만 재즈 피아노의 대가 델로니어스 몽크도 앨범에 참여하여 상당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데, 덕분에 섹션이 더욱 풍요롭고 재밌는 구성이 되었습니다. 당대 비밥이라는 연주자 중심의 구성이 정말 잘 드러나지만서도 과격한 면이 일부 정제된 앨범이기에 혹 비밥에 관심 있다면 추천드립니다.
Art Blakey [Moanin']
하드 밥의 명작 중 명작 [Moanin'] 입니다.
비밥보다는 듣기 편한 걸 원하지만 너무 심심하지 않는 걸 원하신다면 잘 찾아오셨습니다. 여기 바로 그 앨범이 있거든요.
[Moanin']은 그런 점에서 가스펠과 블루스를 도입과 함께 본 재즈의 정체성을 잘 이끌어 간 감상을 줍니다. 악기 섹션 멤버들의 조화가 상당할 뿐만 아니라 아트 블래키가 주도한 드럼이 흐름을 꽉 잡는 소리로 청중을 매료시키는 힘이 대단합니다. 여담으로 이 앨범이 나왔을 때, 당대 유명한 멤버들을 채운 것이 아닌 신인들로 채웠는데, 그 결과로 베니 골슨이나 바비 티몬스가 앨범의 작곡을 담당하여 더욱 다채로워진 것이 큰 특징입니다. 결국 아트 블래키의 리더쉽으로 이뤄진 메신져스 밴드는 하드밥의 정수이자 아이덴티티 그 자체로 남게되었고 그 선두주자가 [Moanin']이니 들어보시길 꼭 권장합니다.
Benny Carter [Jazz Giant]
베니 카터의 수수하면서도 당길 땐 당겨버리는 스윙이 매력적인 작품 [Jazz Giant]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툭 치고 들어오는 색소폰 소리에서 거부감이 없었기에 너무 좋았던 앨범입니다. 그만큼 앨범의 흡입력이 상당하달까요. 뻔뻔하게 밀고 나가는 스윙이 인상적이며 섹션에 참여한 개인들도 기량이 상당하니 좋으며 지금 들어도 여전히 신선한 작품입니다. 복잡하게 이뤄진 화성에도 우아하고 편안한 연주를 선보이는 기묘한 감상을 주기도 합니다. 술로 치자면 복잡하게 여러 종의 알코올이 섞여 들어갔지만 맛은 깔끔한 칵테일로도 볼 수 있겠네요.
Miles Davis [Kind of Blue]
모달재즈의 대명사라고만 하기엔 너무나 거룩한 작품 [Kind of Blue]
사실 재즈 입문에 이 앨범이 좋을까라는 약간의 고민을 했습니다. 이 앨범을 듣고 다른 재즈 앨범을 듣는다면 의아하게 느낄 점도 존재하고, 깊게 들어가서 모드가 뭔지 코드가 뭔지 난해한 면이 있기도 하니까요. 더 쉽게 설명하자면 화음이 아니라 리듬이 반복되는 형식이고 구조를 바꾸는 데 있습니다. (힙합으로 치면 MBDTF에서 Yeezus 가 나온 느낌의 혁명)
이 혁명은 모달재즈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더니즘적 재즈로 향하는 길을 열었고, 후에 사람들이 극찬하는 존 콜트레인도 이 앨범의 참여를 비롯하여 후 앨범에도 지대한 영향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Kind of Blue]를 접한 뒤에 여타 초기 재즈 앨범을 듣는다면 이상한 부분을 느낄 수도 있고 난해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죠. 이전 비밥뿐 아니라 재즈의 선로에서도 다른 방향을 추구하니까요. 그런데도 입문에 괜찮다는 이유는 [Kind of Blue]가 주는 공간감은 시대를 초월하며, 후대에도 여러 장르의 모티브가 되어 모던한 재즈 이상의 결과물을 남겼기에 추천합니다.
The Dave Brubeck Quartet [Time Out]
뛰어난 대중성으도 유명하지만 혼합연주를 도입한 실험적이고도 즐거운 앨범 [Time Out]입니다.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는 막연하게 편안하고도 뻗어져 나오는 연주가 막연하게 좋았는데, 후에 어떤 연주인지 알고 나면 더욱 괜찮은 앨범임을 알고 감탄한 기억이 있네요. 그 결괏값이 바로 다양한 박자들을 섞어둠과 동시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섬세한 연주가 대표적이죠. 종종 이 앨범이 실험적임에도 왜 대중들에게 먹힐까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브루벡 본인의 클래식의 피아노 연주법을 변형한 것이 재즈적 결합으로 성공적이며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먹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즉흥성으로 대표되는 재즈에게 클래식의 접목은 이상하면서도 어울리는 순간이 많은데 이 앨범도 그 중 하나입니다. 덕분에 재즈 입문에 있어서 정말 편하고도 즐거운 교본과도 같은 느낌을 장담할 수 있게 되었고요. 적어도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볼 때, 혹은 간단한 집안일을 할 때도 좋으니 언제든 들어보기를 추천합니다.
Charles Mingus [Mingus Ah Um]
밍거스의 수많은 걸작 중에서도 여러 음악적 다양성이 돋보이는 작품 [Mingus Ah Um]입니다.
찰스 밍거스는 마일스만큼이나 다양하고 독보적인 길을 추구했습니다. 오히려 초기에는 마일즈보다 더욱 스타일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습니다. 요 앨범은 가스펠, 소울, 비밥, 스윙, 하드밥 등의 다양한 요소가 밍거스의 지휘 아래 힘차게 뻗어나간다는 점이 가히 대단하다고 그 속에 섞어둔 메시지 또한 밍거스 답게 감정적이거나 사회적이기도 개인적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밍거스의 장기인 여러 장르를 품는 동시에 아방가르드적이면서도 풍부한 감정선이 이 시점에 자리를 잡았다고 봅니다. 만일 찰스 밍거스의 작품을 입문하시려 한다면 여러 좋은 작품들이 있지만서도 우선적으로 [Mingus Ah Um]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Cassandra Wilson [Blue Light 'Til Dawn]
[Blue Light 'Til Dawn]은 카산드라 윌슨의 읊조리는 듯한 보컬이 참으로 매력적인 앨범입니다.
여타 재즈 보컬리스트의 카리스마나 화려한 기교는 아니나 중성적인 담백한 목소리 하나가 색다른 멋을 자랑합니다. 덕분에 당대 독특하고도 현대적이며 특이한 감성을 자랑하는데, 그 맛이 참 매력적입니다. 선대의 여러 재즈 보컬곡을 재해석하여 여러 연주를 본인에 목소리에 어울리게 배치한 결과, 어쿠스틱하고도 블루스 맛을 가미한 재즈 보컬 앨범을 완성시켰습니다. 만약 과거의 보컬 재즈보다 현대적인 쪽을 접하고 싶으시다면 추천드립니다.
Sarah Vaughan [Sarah Vaughan]
한 때, 재즈계 3대 보컬로 이름을 날린 'Sarah Vaughan'의 셀프 타이틀 앨범입니다.
그녀가 대단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특유의 비브라토와 연주와 대화하는 듯한 가창력에 있습니다. 대표곡이자 특색이 가득 묻어나오는 'Lullaby of Birdland'를 들으신다면,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라 믿습니다. 더군다나 섹션을 담당한 '클리포드 브라운'을 비롯한 섹션 역시 그녀의 음색을 부각해 주는 훌륭한 연주를 선보이며, 더 나아가 마치 보컬과 연주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라의 스캣이나 보컬 뒤에는 각 악기가 그에 화답하듯 풍미 있는 연주를 보여주거든요. 결국 개성 있는 훌륭한 보컬과 그를 바쳐주는 안정감 있는 연주의 앙상블이 가히 아름다운 앨범을 완성했습니다.
Sonny Rollins [Saxophone Colossus]
최고의 재즈 테너 색소폰 연주가 중 하나이자 제목 그대로 거장이 된 앨범 [Saxophone Colossus]입니다.
우선적으로 소니 롤린스의 연주가 독보적이기도 하나 타 섹션과의 호흡도 상당한 편입니다. 앨범을 듣다 보면 다양한 감정을 색소폰 하나로 표현하는 풍부한 연주력이 그야말로 돋보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경쾌한 리듬의 'St. Tomas' 뒤의 슬픈 발라드를 자아내는 'You Don't Know What Love Is’를 들어보신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뽐내기 위한 연주가 아니라 표현하기 위한 연주의 대표자가 누구냐 하면 소니 롤린스가 대표적이라 생각할 정도이니 추천해봅니다.
Cannonball Adderley [Somethin' Else]
캐논볼 애덜리의 그 유명한 [Somethin' Else]입니다.
사실 재즈 입문하면 바로 추천하는 앨범이기도 하지만 섹션만 봐도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기에 상당히 괜찮습니다. 특히 'Autumn Leaves'라는 희대의 인트로를 가진 명곡이 있는 앨범이기도 하며 아마 누구나 부담없이 들을 정도의 절제되고 깔끔한 구성을 지녔으니까요. 또, 'Somethin Else'같은 대표 곡을 포함한 다른 곡들도 상당한 퀄리티와 경쾌한 감정을 제공하니 여러모로 재즈 입문에 참 좋은 앨범인 것 같습니다.
Brad Mehldau [The Art Of The Trio, Vol. 3: Songs]
과거의 블루스와 팝부터 현대의 록까지 재즈로 재해석한 아트 오브 더 트리오 시리즈의 볼륨 3 앨범입니다.
대표적으로 닉 드레이크의 'River Man'과 라디오 헤드의 'Exit Music'이 있어서 알게 된 앨범인데, 상당히 독특한 매력을 제공합니다.
어떤 강렬한 연주는 없지만 재즈라는 형식으로 자신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좋아했던 곡들이 재가공되는 모습은 충분히 재밌는 맛을 제공하니까요. 브래드 멜라우의 섬세한 터치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Thelonious Monk [Underground]
가장 몽크다운 앨범이라 생각하는 [Underground] 입니다.
다소 도전적인 앨범 아트워크부터 여유롭고 자유롭게 피아노를 누비는 몽크의 연주까지 재밌는 요소가 가득합니다. 혁명군을 나타낸 커버처럼 상당히 변칙적인 요소도 많지만 가족을 위한 애정이 듬뿍 여린 곡들까지 몽크가 어떤 사람인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앨범일 듯합니다. 또 몽크가 앨범이나 연주에서 추구하는 방식은 이상하리만큼 예상이 안가는 부분이 일정있는데, 오히려 그 독특함이 참 매력있달까요. 여담으로 제가 가장 몽크에게 빠져든 앨범이기도 하니 여러모로 추천해봅니다.
사실 글을 쓰면서도 부끄러운 입장이지만 정말 처음에는 공부하듯이 재즈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적당하게 재즈의 역사에 대해 원문을 찾아보거나 대표되는 예로 하나 듣는 형태로 말이죠. 지금 생각하면 그냥 재즈 좀 알고 싶다는 오만과 같은 생각 속에 시작했는데, 적어도 흥미라는 범주보다는 선민의식과도 같은 오만 속에서 기인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Kind of Blue]의 'So What'을 남들이 칭찬하니 이유도 모르고 따라서 칭찬하는 느낌이었죠. 다만 그런 상황 속에도 재즈를 제대로 느꼈다고 말할 수 있는 첫 순간이 델로니어스 몽크의 연주를 감상했을 때였는데, 무언가 어렴풋하게 연주만이 느껴지는 고요하고도 서늘한 감각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제야 몽크의 어떨 때는 장난기 있고 어떨 때는 비장미가 넘치거나 신중하고 마지막으로는 혼란스러운 감정이 변칙적인 연주 속에서 보이는 것 같더군요. (아니면 내가 그런 기분이었을지도...) 결국 그의 음악적 태도는 들리는 그대로 그냥 보고 느끼라고 말해주니까요. 실제로 후에 알게 되었지만 지금에도 재밌게 생각하는 말로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대중의 방식을 따르지 말아라. 원하는 대로 하고 대중이 내가 하는 일을 선택하게 해라. 그게 15년, 20년이 걸리더라도."라는 말을 했더군요. 당내 재즈계에서도 괴짜 취급을 받던 그를 생각하자면 그가 추구하는 음악적 이상향이 무엇인지 얼핏 알 것도 같습니다. 그 이후 같은 재즈 연주가이더라도 변칙적이며 저마다의 즉흥성이 만개하는 순간과 영혼을 불어넣는 작품들을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고 미친듯이 파고 들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마일즈 데이비스, 델로니어스 몽크, 찰스 밍거스, 찰리 파커, 존 콜트레인, 빌리 홀리데이 등의 유명한 아티스트들의 개성 넘치는 앨범을 하나씩 정복하듯 듣는 시간도 크게 늘었고요. 듣고 아니면 말고, 좋으면 듣다가, 싫으면 꺼두고, 그리고 계속 반복하다 보면 호오의 결정선이 분명해지는 순간도 있겠지요. 결론은 그냥 듣고 느끼면 된다는 것 그 자체였으니 어찌 되었든 좋았습니다. 구구절절 써놓았지만 결국 입문을 하시는 데에는 그냥 귀가 즐거우면 되니 그것이 가장 좋은 게 아닐까요:) 이 글은 그저 추천하는 앨범을 모은 것뿐이니 혹시라도 마음에 드시는 작품이 생긴다면 좋은 이정표가 되었길 바라며 이쯤 마무리하겠습니다.
와 좋은 앨범들 너무 많네요...
아직 못 들어본 앨범들도 있는데 다 들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성추
Kind of blue로 입문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운 앨범이었군요...
2번째로 들은 재즈앨범이 a love suprem인데 이 앨범 평가도 궁금하네요.. ㅋㅋ
개인적으로 재즈 앨범들은 들었을 때 이거다 싶은 것처럼 확 꽂히거나 강렬한 느낌은 없긴했는데 그냥 스피커로 틀어놓고 할일하면서 자연스레 일상에 스며드는 그 느낌이 좋은거 같아요.
카인드 오브 블루가 없었다면 존 콜트레인의 러브 슈프림은 없었을 것 같은 느낌의 앨범이랄까요. 저 작법이 당시로서는 혁명적이라는 것이 참…
재즈 잇 업 진짜 재밌게 읽었는데
저도 읽으면서 군상들이 참 재밌게 표현된 것 같아 좋았습니다
정성글은 개추입니다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재즈 디깅하고 있었는데 이런 양질의 글이... 역시 엘이는 사랑이야... 저는 재즈를 빌에반스로 입문했습니다 그의 재지하지만 서정적인 무드가 저를 재즈의 길로 이끈거같아요 글 읽기 전에 사실 winelight를 듣고 있었는데 이게 운명인가
빌 에반스도 누구나 듣기 좋으며 서정적인 무드라 추천하고 싶었는데 다음엔 넣어야겠네요…
1, 2, 3은 재즈 잘 모르시는 분들도 이지 리스닝 하기 진짜 좋을 듯요!!!
좋은 작품을 고르느라 신경썼는데 감사합니다!
챗베이커 마일스 데이비스만 알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중에 다 들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스크랩 해놨다가 한겨울에 돌려봐야지 개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생은 길고 예술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주 길다.
예술이 긴 만큼 재밌어요~~
잘 봤습니다!!!! 생각날때마다 하나씩 들어볼게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모달 재즈 개념을 접했을 땐 너무 신기해서 조지 러셀 이론 찾아보고 했었는데 지금은 거의 다 까먹었네용
근데 이론과 구조를 알아도 카인드오브블루는 취향에 맞는 일이 없더라구요 취향의 힘이란 참 세네요
재즈 퓨전부터 시작한 바람에 덜 파격적인 재즈는 확 와닿지 않았는데 몽크의 언더그라운드를 너무 재밌게 들은 덕에 이따금 고전적인 재즈도 듣게 됐어요
저흰 이쪽 취향은 잘 맞나봐요 다른 추천도 잘 챙겨갈게요 감사함니다!
저도 처음에는 카인드 오브 블루보다는 고전적인 재즈가 좋았습니다.
조지 러셀 이론도 예전에 본 적이 있던 것 같은데 생각보다 그 시도들을 짚어보는게 재밌었던 기억이 나네요.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질의 정보 감사합니다
스크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getz/gilberto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보사노바쪽 재즈가 첨 들었을때 잘 맞더라구요
위 앨범도 리듬감이 참 좋은 보사노바 재즈 앨범이라 좋아요. 특유의 삼바가 살짝 얹힌 리듬이 좋다고 할까요
빌 에반스가 재즈 이해하려 들지 말라고 했던게 기억나요 짜증난다고... 근데 왜인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왜냐면 음악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
맞는 말씀이네요 ㅎㅎ ㅋㅋㅋㅋ
저는 쳇베이커 형님으로 시작해 요즘은 엘라 피츠…(발음어렵) 누님에 빠졌네요
엘라 피츠제럴드 누님은 라이브가 참 감탄스럽죠...
요즘 재즈에 관심이 생겼는데 입문글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 날때 다 들어봐야 겠네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즈팬으로서 언급하신 대부분의 앨범들도 입문자들에겐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보사노바인 Getz/Gilberto만한 입문 앨범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팝으로서도 빌보드 랭킹으로 성공을 증명햇고요. 다른 퓨전 장르 재즈나 보컬앨범이나 팝으로도 유명한 냇킹콜같은 스타일로 듣기시작하는게 재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퓨전이나 록재즈쪽은 래리칼튼의 팬입니다. 내한공연도 최고좌석 예매해서 봣엇는데 아직도 생생하네요
저는 조금 더 고전적인 것을 추구해서 리스트를 저렇게 짰다는 변명을 하고 싶으며. ㅋㅋ 사실 저도 Getz/Gilberto 참 좋아하는데 어째서 손이 가는 건 원론적인 미에 가까운 음악들이라 이렇게 짜게 되었습니다. 달아주신 분들도 참 좋은 음악가들이라 제가 크게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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