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ve Lehman & Sélébéyone - Sélébéyone
혼란스러운 앨범입니다. 그러나 혼란이라 해서 제이펙마피아의 파괴적 질주를 생각해선 안되고, 면허 딴 지 3주된 새내기 운전자가 영국의 도로 위에 올랐는데, 라디오는 고장나서 어딘가의 민속 음악이 나오고, 와중에 "여기 사람들은 왜 다 역주행을 하지?" 하며 땀을 뻘뻘 흘리는 그런 휘청휘청 질주를 생각해 보세요. 길죠? 짧게 해봅시다. "용과가 열리는 소나무숲, 안개 낀 밤의 산책" 그리고 주인공은 편집증 환자로 해봅시다. 혼란스럽죠? 그러나 탐험에 대한 약간의 흥미는 있을지 몰라도, 불안이 있으면 있지 흥분은 없습니다. 이 앨범의 혼란은 그런 혼란입니다.
이 앨범은 낯선 앨범입니다. 실은 익숙한 것들만 있는데, 그것들이 억지로 묶여 있습니다. 그래서 낯선 앨범입니다. 참여한 래퍼 High Priest는 오랜 힙합 매니아라면 아실지도 모를(난 몰랏슴) 언더그라운드의 베테랑이고, 이 앨범에서도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색소폰 루프와 전자 악기들은 랩을 위한 자리를 잘 내주지를 않습니다. 랩이 가끔씩 끼어들지만 그건 우리가 알던 ATCQ의 재즈 랩도 제이펙마피아의 진흙탕 힙합도 아닙니다. 랩은 악기로서 사용됩니다. 이 앨범은 힙합의 방식으로는 감상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재즈의 방식으로 감상해야 하느냐, 제가 재즈는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지만,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색소폰은 대부분이 루프로 사용되고 곡들은 어느 때엔 아주 힙합스러운 구조도 띄고 퍼렐이 연상되는 네박자 카운트도 몇번 나타납니다. 결국 무슨 소리냐, 이 앨범은 재즈와 힙합의 융합이지만, 재즈 팬에게도 힙합 팬에게도 익숙하지 못한, 정 가운데의 아주 낯선 공간에 위치한, 불편한 앨범입니다.
낯선 중앙에서 불편함을 지닌 채로 편집증 환자는 무슨 체험을 하느냐, 별 건 아니고, 끝내주는 산책을 합니다. 별 게 맞는 건 이 낯선 숲입니다. 세밀하게 조각된 이 공간은 아름다운 신비로 가득 차 있어서, 불안을 뒤덮는 유혹의 향을 뿜어댑니다. 랩이 악기로 사용되고 색소폰이 루프로 사용되는 이 앨범에서 힙합이나 재즈의 향취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힙합이 재즈를 모방하고, 재즈가 힙합을 모방하는 순간, 그 낯선 중앙에서 우린 환상을 체험합니다. 철과 유리를 묶어 만든 망원경으로 새로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야 심심한데 친구들이랑 만들던 거 다 스까볼까?
너절한 재주입니다. 음악을 글로 풀어내는 것은 너무 어렵네요. 음악 설명은 없고 '아무튼 좋다'라는 말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한 번씩 들어보세요. 아무튼 좋기는 하니까 ㅋㅋ
글 제목도 앨범 커버도 글도 그냥 궁금하기 짝이 없게 만드네요
너무 궁금한데 진짜 바로 들어보겠습니다
오 한번 들어봐야 겠군요
오늘은 이거다
예약
장르를 정하지 못해도 좋은 음악은 좋은거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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