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dilla처럼.
지루하게 LP 판을 뒤진다.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그저 자리에 앉아서.
얼마나 화려한 드럼 루프를 만드느냐, 얼마나 이쁜 멜로디를 만드느냐, 얼마나 창의적으로 코드를 진행 시키냐, 얼마나 섬세하게 믹싱을 하느냐, 이런 고민들이 아닌 그저 자리에 앉아 노래를 듣는 것. 남들이 보기엔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
그저 자리에 앉아 노래를 듣는 것. 그 속에서 음악의 세계를 느끼는 것.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을 마주하고 예술과 대화하는 것. 끝없는 인고의 과정. 수많은 노래를 듣고, 느끼고, 자르고, 깎아내며. 창조가 아닌 그저 인고의 Searching.
하루가 끝나 보상을 찾는다. 나에게 보상은 뭘까? 내가 계획한 일과를 성실하게 수행한다면 성취감으로 가득 찬 도파민과 함께 편히 잠에 들 수 있을까?
하루하루 나의 과정들은 나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나를 만족시키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밑톤을 깔고,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또 색을 올리고, 또 마를 때까지 기다리고... 그저 기다림에 반복이다.
하루를 게으르지 않게 산다 해도 만족스럽지 않다. 그저 스스로 '고생했어 오늘도'라는 허울뿐인 자기 위로 밖에 할 수 없다. 전혀 위로되지 않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샘플 찾기를 할 생각이다.
하루가 끝나 집에 와서 씻고 책상 위에 앉아 일기를 쓴다. 그날 하루에 생각들. 경험의 문장들을 쓴다. 그 과정 속에서 내가 남기고 싶은 문장들이 새긴다. 그 문장들을 모아 내 인생이란 거대한 앨범에 샘플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내 손으로 만들어 내는 작품 들은 전부 부질없는 잔재주의 향연일 뿐이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싸한 조각상 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작은 바람에 흩어져 가는 모래들로 가득 찬. 수천 개의 돌들로 가득 찬 채석장 앞에 선 미켈란젤로.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6개월 동안 돌들을 바라만 보았던 미켈란젤로. 하얀 벽 위에 터치 하나를 긋고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바라만 보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미 답들은 내 안에 있다. 모든 훌륭한 작품들은 내 안에 있다.
엄마의 탯줄을 끊고 세상 밖으로 나와 힘차게 부른 울음소리에서 완성되었다. 매번 오디션에 떨어지는 3류 가수가 갈망하는 아름다운 노래는.
고작 10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엄마의 자궁 속에서 만들어졌다. 매번 공모전에 떨어지는 촌스러운 지방 무명작가의 작품은.
그저 내가 해야 할 것은 시간이 너무 흘러 수북이 쌓여 가는 자궁 속 완벽히 아름다운 작품 위에 쌓인 먼지들을 털어내는 것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 흐려지는 완벽한 울음소리를 기억해 내는 것 뿐.
작품은, 내가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은, 아름다워 보이는 보석들을 내 피부 위에 덕지덕지 붙이는 것이 아닌, 거짓말로 썩어 더럽게 달라붙은 징그러운 보석들을 떼어내는 것. 또다시 세상 밖으로 내 피부를 드러내는 것.
글 재주 좋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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