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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간단 리뷰

Parkta19582023.08.05 23:16조회 수 439추천수 2댓글 1

앙드레 바쟁과 프랑수아 트뤼포, 제임스 조이스와 사무엘 베케트, 러셀과 비트겐슈타인, 워홀과 바스키아, 크루이프와 과르디올라. 어느 분야든 스승과 제자같은 관계가 있다. 힙합에 이런 부류의 관계를 뽑자면 닥터 드레와 에미넴 등등 많은 관계가 연상될 것이다. 요즘 세대에 이런 관계의 대표격은 칸예와 트래비스 스캇이다. 다만 나에게 스캇은 무엇인가 다르다.

 후자들이 이룩한 업적들을 이해하는 데 전자와의 관계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워홀과의 관계는 바스키아의 생애와 예술의 일부지 그것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자들에 대한 지식 없이도 충분히 후자들을 향유할 수 있다. 400번의 구타나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기 위해서 바쟁의 평론이나 율리시즈를 읽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이건 똑같이 스캇에게도 적용된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종종 우리가 배경지식으로 인해 선험적인 판단을 내린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중음악이 그렇다. 우리가 칸예같은 선구자들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인지 우리의 음악적 지식과 통찰력이 얕은 탓인지 아니면 우리의 게으름 탓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너무나 쉽게 분류표를 붙이고 분류한다. 


하지만 나는 스캇의 신보를 들었을 때 자동반사적으로 칸예가떠올랐고 비교되기 시작했다. 이것이 게으른 독법이라고 누군가 지적한다면 할 말이 없다. 나는 거기에 동의한다. 나의 빈약한 통찰력 탓이겠지만 유토피아는 내게 그렇게 들린다.


아닌게 아니라 스캇은 유토피아를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를 만들기 전의 상황에서 yeezus가 일부

함유된 the life of pablo처럼 만들고자한 느낌이다. 

 칸예처럼 음악외적으로 (사안은 비교할 수 없게 스캇이 중대했지만)큰 위기에 몰렸고 유토피아는 아마 그 돌파구처럼 보인다. 칸예가 하와이에서 올스타를 불러모아 희대의 블록버스터를 제작했던 방식처럼 스캇은 이번에 차트나 리스너들의 입에서 쉽게 찾아지는 이들을 초청했다. 여러가지 요소들이 달랐기에 마치 토너먼트를 준비하는 축구팀같은 응집력을 보인 칸예와는 준비방식이 상이했고 이는 앨범에서도 보인다.

 단적으로 이 앨범에는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를 걸작으로 끌어올린 칸예의 장력이 없다. 칸예는 지휘자로서 보인 카리스마의 기이한 힘은 그의 손길이 닿지않은 곡들조차 그의 천재성의 산물로 보이게 한다는 점이다. 니키의 기념비적인 피처링이든 저스틴 블레이즈의 샘플링이든 말이다. 유토피아의 화려한 도우미들은 그들로 보인다. 유토피아의 드레이크나 배드 버니가 아니라 그냥 드레이크와 배드 버니로 보인다는 말이다. 


yeezus와의 비교가 종종 눈에 띄는데 circus maximus는 black skinhead를 저절로 떠올리게 한다. 전자음 등 여러 부분서 칸예의 창조성에 젖줄을 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앨범 전체를 설명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나는 the life of pablo가 연상된다.


The life of pablo는 다소 독특한 앨범이다. 칸예는 그전까지 하나의 앨범을 관통하고 견인하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그 단단한 중력은 이 앨범서 산발적으로 분산된 느낌이였다. 그럼에도 (혹은 그래서? 나는 어떤 접속어를 넣어야할 지 모르겠다)멋진 앨범이였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개인적으로 스캇은 이 앨범의 방법론을 차용했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모든 역량을 끌어모아 집중시킨다기보다는 폭발시키는 것.


이 방법론은 어찌보면 잃은 것들이 꽤나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 앨범을 좋아할 수 없게 만드는 하나의 가치를 성취했다.그건 재미다.

 좋은 예술이 다 재밌지는 않지만 재밌는 예술은 좋다. 스캇의트레이드마크인 오토튠 훅, 절묘한 템포전환, 축축하면서 음울한 무드. 이것들이 새롭다하진 못하겠지만 스캇이 여전히 가장 잘한다는 사실 역시 부정하지 못한다. 스캇의 퍼포먼스슨 둘쑥날쑥하지만 그 어색함은 전체적인 앨범의 톤과 맞물려큰 시너지를 발휘하는 순간을 빚어낸다. I know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스캇의 프로덕션은 확고한 카리스마를 유지하지는 못했지만 최소한의 앨범으로써 틀을 지키는 데는 성공했다.


유토피아는 여전히 칸예가 드리운 그림자 아래에 있는 듯하고어떤 트랙은 게으르고 어떤 면서는 번잡하다. 하지만 그래서 어떤가? 스캇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을 모아서 터트린 블록버스터앨범을 주조했고 이는 (이 앨범이 불러일으킨 논쟁들과 반응까지 포함해)올여름 가장 재밌는 상품 중 하나다. 이걸 거부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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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8.6 00:57

    오 제가 앨범 평가했을 때 생각한 점들이 겹쳐 보이네요 점수도 똑같당

    칸예 5집보단 장력이 부족하단 표현, 파블로의 구성이라는 느낌이 유토피아의 감상을 정리하는 데에 정말 도움 될 것 같아요

    너무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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