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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 Uzi Vert - Pink Tape 리뷰

title: Frank Ocean (2024)NikesFM2023.07.02 23:35조회 수 1928추천수 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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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l Uzi Vert - Pink Tape

 

힙합 씬에 시선을 고정시켜둔 팬이라면 조금씩 느껴지는 씬의 미묘한 움직임이 왠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을 것이다. 트랩 일변도로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던 힙합 씬에 조그마한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플레이보이 카티는 일종의 필연적 성공 공식인 몽환적인 비트와 클라우드 랩을 버린 채 느닷없이 피를 뒤집어쓰고서 마음껏 분노하기 시작했고, 릴 야티는 대다수가 예견하던 Lil Boat 4는 온데간데없이 테임 임팔라의 사이키델릭을 작품에 가져왔으며, 드럼 빠진 힙합이 약간의 영향력을 얻기 시작했고, 제이펙마피아가 주도하는 극단적인 실험주의가 순전히 인기라는 지표 하에 씬의 선두를 내달리고 있다. 이렇듯 하나 둘 거대한 성공 공식의 그늘을 벗어나고 있는 모습과 그에 맞춰 조금씩 흔들리는 씬의 지각을 보면 일종의 눈치싸움, 혹은 자연재해의 전조 현상을 예측하는 동물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힙합 씬에서 비범한 창의력과 함께 앞줄에 서고 싶은 욕망을 지닌(그리고 약간의 눈치도) 몇몇 이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23년 6월 30일, 마침내 릴 우지 버트가 본작 Pink Tape을 들고 이 눈치싸움에 참전했다.

한없이 가볍지만 한없이 중독적인, 그러면서도 질리지 않는. 우지는 그 어떤 래퍼보다도 트랩의 대명사에 가까운 인물이다. 'Bad and Boujee'만큼 이 주장에 설득력 있는 근거도 없겠지만, 'XO Tour Llif3'나 'Baby Pluto'처럼 그의 작품에 수록된 곡들 또한 만만찮은 중독성을 지녔다. 그러나 이 모든 기저에는, 우지를 우지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느낌'이다. 음악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느껴지는 다분한 의외성, 독특한 싱잉 랩, SF 혹은 아케이드적인 비트, 그리고 나름의 장치들. 이것만으로도 약간의 선점 효과를 얻어내어 어느 정도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겠지만, 셀 수도 없이 많은 옵션에서 우지의 음악을 한 번이라도 더 꺼내 듣는 이유는 역시 그만이 줄 수 있는 독특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이번 작품 Pink Tape은 작품 외적으로도, 또 내적으로도 만족스러우면서 아쉬운 작품이 될 수밖에 없다.

역사상 최초의 하우스 음악이 프랭키 너클스의 'Your Love'인지 제시 손더스의 'On And On'인지, 또 이 'Your Love'가 제이미 프린시플의 손에서 탄생한 음악인지 아니면 프랭키 너클스의 확실한 지분이 있는지, 트랩은 T.I인지 Gucci Mane인지. 그 어떤 장르, 혹은 서브컬처도 탄생의 순간에는 이처럼 극도로 예민한 상태가 된다. 그러나 종종 이런 논쟁 자체가 무의미해질 만큼 장르 혹은 서브컬처를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아티스트가 등장하는 때가 있다. 만약 그 장르에 느낌 외적인 요소의 비중이 충분히 보장된다면 아무리 이런 비범한 인물이 등장해도 새로움에 대한 우리의 갈망과 그에 따른 긴장감은 끊어지지 않겠지만, Rage는 분명히 그 반대다. 이 장르만큼 '느낌'이 중요한 장르도 없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본작을 감상하는 시간 동안 아무리 우지가 괴상한 추임새를 내며 분위기를 살려보려 해도 카티의 얼굴과 목소리, 그 광기가 오버랩되는 순간이 꽤 있었다. 그러나 그를 위한 무대에 가까울 만큼 모든 것이 준비된 이곳에 그는 유출곡 한 트랙을 제외하면 본작에 단 한 차례도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나에게 레이지는 어떤 그룹, 지역, 혹은 장르 내의 거대한 움직임이 아닌 한 개인의 움직임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설령 그게 아니라고 해도.

느낌을 내기 위한 우지의 노력이 이곳저곳에서 포착된다. 뉴메탈 밴드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의 "Chop Suey!"를 샘플링한 "CS"나, 설명하기도 복잡한 짬뽕 of 짬뽕의 "The End", Bring Me The Horizon와 함께한 순도 높은 메탈 넘버 "Werewolf", 뿐만 아니라 작품의 전체적인 튠 또한 전작에 비해 상당히 어두워졌다. 변화를 위한다면 우주에서 지옥까지 말도 안 되는 낙차를 서슴없이 감행하는 그이지만, 내 생각에 이러한 트랙들은 우지의 앨범을 예술 작품이 아닌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 치부할 법한 무언가로 보인다. 작품의 분위기를 위해 새로운 장르를 시도하는 것, 그리고 그러한 장르를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냐는 더 본질적인 문제로 가기 이전에, 그가 가져온 메탈이라는 레퍼런스가 마치 힙합을 불순물로 인식하고서 정제해버린 듯 그 순도가 너무나도 높다는 게 의아하다. 때문에 이 뜬금없는 전개는 정말 "뜬금없게"만 다가온다. 레이지와 메탈의 이어짐이 썩 나쁘지 않은 모양새를 자랑하는 것은 맞지만(그리고 이를 의도했을 수도 있지만), 비스티 보이즈와 Run-D.M.C.같은 Rap Rock을 기대했던 이들에게 우지의 메탈은 Rap, Rock, 그러니까 Funk 앨범에 끼어든 Punk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러한 아쉬움을 증폭시키는 트랙이 설명하기도 복잡하다는 말로 어물쩍 넘겼던 "The End"다. 따로 떼어두고서 감상하면 기묘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재미있는 곡임은 맞지만 난잡하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클로징 트랙으로 등장한 "The End"는(물론 지금까지 우지의 모습을 지켜봐온 팬들에게는 그렇게 놀랍지도 않겠지만) 진지하게 감상해 보려는 이들에게는 수습 없이 허겁지겁 갈무리되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우지의 작품들은 의외성 있는 전개로 유난히 빠르게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러한 전략은 어떤 큰 범주 안에서 이질감이 들지 않는 전제하에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앨범을 감상하는 리스너를 흔들림 없이 이끌어주는 곡들이 많다. 우지의 스탠더드인 "Flooded The Face"는 여전히 훌륭하고, "Nakamura"는 그가 꾀했던 변화의 움직임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다. WWE의 등장곡 "The Rising Sun"의 강렬함이 우지의 보컬에 맞물리는 이 곡이야말로 긍정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되었다. 이게 내가 우지의 음악을 한 번이라도 더 꺼내들었던 '느낌'이다. 뿐만 아니라 아마 그의 커리어에선 가장 과격할(어쩌면 대니 브라운이 떠오르기도 하는) 익스페리멘탈한 트랩 "Fire Alarm"은 앨범의 분위기에 완벽히 동화될 뿐 아니라 나름의 치밀한 곡 구조를 자랑한다. Justice의 "Stress"를 샘플 루프로 활용하고서 공포 영화 사일런트 힐의 사이렌 소리를 활용해 비트 드랍의 긴장감, 곡의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이처럼 긴 러닝타임 속 앨범에 흥미로운 포인트가 산재해 있는 것도 우지의 음악이 유난히 빠르게 지나가는 하나의 매력일 것이다.

그의 새 작품이 어떤 면에서 성공했고, 또 어떤 면에서 실패했는지를 조목조목 따지는 것은 다소 성급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게 지금 이 작품이 어느 과도기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본작의 방향성과 변화를 꾀하는 우지의 모습이 몹시도 긍정적으로 보인다. 생각해 보라. 지금처럼 장르파괴에 긍정적이었던 시기가 있었나? 지금처럼 어설픔을 너그러이 용납해 줄 수 있는 시기가 있었나 생각해 보면 단편적인 순간 순간을 제외하고선 없는 듯하다. 그리고 이 힙합 씬은 이런 작은 움직임마저 몹시도 유의미하다. 메탈 씬에서 타 장르와의 적극적인 융합과 장르의 전복 운동이 일어난다고 그게 얼마나 음악씬에 큰 영향을 미치겠는가. 힙합이라는 장르에서 이런 움직임들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킨다면 그 파급효과는 실로 거대할 것이다. 트랩 씬의 수명이 얼마나 남은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것은 "UTOPIA"의 퀄리티에 좌지우지될 수도 있고, 한계점까지 온 리스너들의 권태로움을 감지하지 못한 채 또 레토르트 식품 한 사이클을 흘려보내어 갑작스레 터져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무엇이 됐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Pink TapeWhole Lotta Red와 같은 혁신적인 무언가가 아니다. 이것은 그저 변화의 시기에 발매된 우지의 음악일 뿐이다. 언제나 그렇듯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뜬금없지만 여전히 중독적인.

 


 

솔직히 말해 이 작품을 정말 좋게 들었습니다. 태도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그냥 좋은 음악이 너무 많아요. 이 좋은 음악들이 이곳에서 흐르는 모양새가 살짝 불편한 느낌이 들었던 것을 제외하면 만족스럽네요. 앨범에 대해서는 할 말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그냥 전체적으로 평소의 제 생각이 Pink Tape을 들으며 상기되다 보니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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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7.3 00:33

    같은 결의 생각이지만 보는 전망은 훨씬 긍정적인 리뷰여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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