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duation - Kanye West
플레이타임 51분 2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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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Mo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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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mp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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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o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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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o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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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Life (Feat. T-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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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t Tell Me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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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ry Bonds (Feat. Lil Way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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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nk And Hot Girls (Feat. Mos D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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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ing Lights (Feat. Dwe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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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I Am (Feat. DJ Prem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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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l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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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coming (Feat. Chris Mar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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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g Br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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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Night (Feat. Al Be & Mos D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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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tersweet Poetry (Feat. John Mayer)
배경 이야기
<The College Dropout>과 <Late Registration>, 데뷔 후 단 두 장의 앨범만으로 칸예는 힙합에서 누린 자가 몇 되지 않는 영예를 품에 안게 되었다. 특히 괄목할 상업적 성공과 평론적 성과를 동시에 거머쥐었다는 점이 그렇다. 만약 이때 칸예가 음악계에서 은퇴했다고 가정해도, 가깝게는 안드레 3000 혹은 로린 힐이나 멀게는 일찍 타계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정도의 평가를 받을 수도 있는 위업을 그는 이미 달성했다고 보기 충분했다.
자타공인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로 인정받던 칸예 웨스트, 이제 그는 <The Blueprint> 시절부터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남은 고전적 소울 차핑 기법을 과감히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영역의 음악에 도전하려 했다. 다른 이들이 아티스트 커리어에 있어 한 번도 도달하기 힘든 음악적 고점에 이미 다다른 칸예가 이제 대중성을 향해 방향키를 돌린 것이다. 그 계기는 전설적인 락 밴드 U2의 투어 공연이었다. 2005~2006년 진행된 U2의 'Vertigo Tour' 오프닝 공연을 맡은 칸예는 지금까지 꿈조차 꾸지 못했던 초대형 공연장에서의 퍼포먼스를 경험하게 되었고, 이는 그가 스테이지의 음악(아레나 락)을 제작하도록 자극했다. 더 간단하고, 더 직설적이고, 더 멀리 퍼져나가며, 더 대중적인 음악. 그것이 바로 3집 <Graduation>의 탄생이었다.
<Graduation>은 발매 전부터 큰 화제가 된 앨범이기도 한데, 바로 <Get Rich or Die Tryin'> 발매 후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래퍼 50 센트의 정규 3집 <Curtis>와 정면으로 맞붙게 된 것이 그 이유이다. 두 래퍼가 발매일을 같은 날짜에 맞춘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니었고, 철저히 의도된 마케팅이자 선의의 경쟁에 가까웠다. 50는 이 대결에서 자신이 패배한다면 은퇴하겠다고 할 만큼 칸예 웨스트와의 경쟁에서 굉장한 자신감을 보였고, 칸예 또한 결과에는 승복하겠지만 자신이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며 생각을 밝혔다. 그리고, 결과는 첫 주에만 약 26만 장 차이로 <Graduation>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타이틀 싱글 'Stronger'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고 플래티넘 싱글 인증을 받는 등 <Graduation>의 상업성을 상징했다.
비록 당시에는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했으나, <Graduation>이 <Curtis>를 꺾은 것은 단순한 승패의 결과가 아니었다. 1980년대 N.W.A와 아이스 티부터 시작해 2000년대 중반까지 무적의 인기를 구가하던 갱스터 랩이 서서히 쇠락하고 타 장르와의 융합을 강조한 새로운 얼터니티브 힙합의 시대가 시작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고, 이후 힙합 음악 시장에서의 흐름을 단적으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https://youtu.be/PsO6ZnUZI0g
여담으로 본작 활동 시기부터 칸예는 남다른 미적 감각을 뽐내며 본격적으로 패셔니스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물론 이전에도 핑크색 폴로티를 입는가 하면 힙합에 정장을 접목시키는 등 패셔니스타로서의 기질은 있었지만(칸예 웨스트는 교통사고 이후 뜬금없이 힙합 아티스트 중 가장 옷을 잘 입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Graduation>의 패션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차원의 영향력을 끼쳤다. 스타일리시한 색 조합의 선글라스와 청바지, 자켓과 후드티 등의 신선하고 세련된 패션으로 유행을 선도한 칸예 웨스트는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 당대 최고의 힙합 패셔니스타임이 틀림없었다. 칸예는 패션에서도 갱스터 힙합의 흔적을 지워내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앨범 커버와 캐릭터 디자인, 그리고 'Good Morning' 뮤직 비디오는 일본의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가 작업했고, 'Stronger'의 뮤직 비디오는 애니메이션 <아키라(AKIRA, アキラ)>의 영향을 받아 일본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이로 미루어 알 수 있듯이 <Graduation>은 외적으로는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아 디자인된 앨범으로, 곳곳에 애니메(Anime) 특유의 사이버펑크 테마가 돋보인다. 전작 <Late Registration>이 과거와 현재의 융합이라면, <Graduation>은 현재와 미래의 융합이라고 칭할 수 있는 것이다.
음악 스타일
<The College Dropout>에서 <Late Registration>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단계는 어디까지나 수용 가능한 수준의 변화였다. 그러나 <Graduation>은 그렇지 않다. 작법의 유사성을 제외한다면 사운드의 결 자체가 완전히 다른 사람의 손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라 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소울 샘플 기반의 빈티지한 힙합을 주 무기로 삼던 칸예 웨스트가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의 융합을 시도하며 장르 융합적인 아티스트로 각성하는 순간이었다.
가장 먼저 작법에 대해 논해보자면, 샘플을 다루는 작법 자체는 의외로 전작들과 크게 다를 점이 없다. 음악적 틀은 유지했다는 이야기이다. 기본적인 멜로디 단위의 샘플을 추출해 루프를 만들고 악기를 추가해 비트를 만드는 방법론은 그 설계 형태만 보면 전작의 것들과 동일하다. 'I Wonder'는 칸예 특유의 보컬 샘플 루프가 활용된 훌륭한 사례이고, 'The Glory'는 칩멍크 소울의 영향을 받은 곡이다. 그러나 차용하는 샘플의 종류와 샘플을 적용하는 방식이 결정적으로 다르다. 'Stronger'는 다프트 펑크의 변조된 보컬 아카펠라를 샘플링했고, 'Champion'과 'Good Life'는 변조된 원 샘플 위에 화려한 레이어드 신시사이저를 덧입힘으로써 샘플의 질감 자체를 변형시켰다.
앨범의 히트 싱글들에서 느낄 수 있듯이, 본작의 사운드는 팝 중에서도 하우스와 일렉트로닉 음악의 영향을 받은 팝의 비중이 크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당연히 마이크 딘(Mike Dean)이라는 훌륭한 프로듀서가 자리하고 있었다. 1집부터 믹싱에 참여하며 칸예의 음악적 고평가에 기여하고 있었으나 본작부터 본격적으로 신시사이저 작곡에 참여함으로써 일렉트로닉 음악으로서의 정체성을 부각한 그의 활약은 <Graduation>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무방할 수준이다. 질감과 멜로디, 화음까지도 정확히 계산해 신시사이저를 비롯한 전자음을 삽입한 그의 선택은 단 한 곡에서도 엇나가지 않았으며, 본작이 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완벽한 교두로라는 평가를 받게 한 일등공신이라 극찬할 만하다.
반면 곡의 멜로디 코드는 락의 영향을 받았다. <Graduation>을 제작하게 된 동기 자체가 아레나 락에 대한 선망이다보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코러스, 브릿지, 루프 등 다양한 부분에서 얼터니티브 락 혹은 하드 락의 영향이 조금씩 묻어나오며, 앨범 전체에 걸쳐 강조되는 중독성 또한 아레나 락의 중요한 외적 요소인 '합창'을 다분히 의도했다 볼 수 있다. 그를 위해 본작에서 특히 강조된 것은 킥 드럼이다. 신시사이저 다음으로 부각되며 하부를 강타하는 킥 드럼은 청자로 하여금 곡의 일정한 리듬을 훨씬 수월하게 인식하게 하며, 동시에 청각적 쾌감을 극대화시키며 음악적 경험의 오락성을 부각시킨다. 물론 전작에서 훌륭하게 완성시켰던 힙합 오케스트레이션 또한 포기하지 않아 웅장한 현악이 백그라운드 트랙에서 사운드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The College Dropout>과 <Late Registration>에 중간마다 수록되었던 스킷이 부재하여 앨범의 응집력이 강화되었다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앨범의 볼륨을 축소하고 세련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힙합의 의례적 전통을 기꺼이 타파한 칸예의 선택이 돋보임과 동시에 스킷 없이도 유기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그의 자신감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힙합에 전자음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시도는 당연하게도 처음에 호불호가 갈렸으나 본작을 필두로 힙합과 일렉트로닉 음악의 융합이 많이 시도된 지금, <Graduation>은 재평가받으며 시대를 앞서간 세련된 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단편화된 트랙의 구성과 중반부 유기성의 저하는 아쉬우나 그 결점보다 앨범이 음악 시장에 끼친 영향이 훨씬 지대했다. 그리고 그 사운드적 영향력은 앨범 발매 16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유효하며, 그 음악 자체만으로도 현재 제작되는 음악들에 비교했을 때 손색이 없을 수준이다. 칸예가 <Graduation>을 만들고, 티페인과 릴 웨인을 필두로 한 남부 힙합이 부상하며 힙합은 팝 랩(Pop Rap)이라는 다리를 더 쭉 뻗었다. 그리고 그 다리는 신시사이저 위주의 트랩(Trap)으로 변화하며 현 힙합씬의 90%을 책임지고 있다.
앨범 리뷰
https://youtu.be/2ulp_AMut14
앨범은 칸예 웨스트의 모든 앨범이 그러하듯 가장 인상적인 인트로를 선사한다. 카우벨과 킥 드럼의 메트로놈 리듬으로 천천히 시작하며 엘튼 존의 명곡 'Someone Saved My Life Tonight'을 샘플링한 'Good Morning'은 샘플과 앰비언트 신스의 조합으로 졸업 날 아침의 환상적인 기분을 그대로 반영한다. 랩 게임에서 한 단계 위로 올라가는 것을 '졸업'에 비유하는 칸예는 이전에 비해서도 더 직설적인 플로우를 구사하며 곡을 기억하기 쉽게 만든다. 곡은 훅에 도달할 때마다 합창단의 보컬을 한 겹씩 더 쌓으며 아름다운 화음을 형성하고, 마지막 훅에서 제이지의 'The Ruler's Back'을 샘플링함으로써 <The Blueprint>의 위상을 본작에 간접적으로 대입한다. 칸예의 이전 인트로 트랙들과 비교했을 때도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발산하는 곡은 후반부 신시사이저 연주로 향후 앨범의 미래지향적 성향을 예고한다.
스틸리 댄의 'Kid Charlemagne'에 화려한 음향적 색채감이 돋보이는 신시사이저를 덧입힌 'Champion'은 청자를 저절로 승리감에 도취되게 만든다. 아버지와의 일화를 먼저 소개하며 자신이 성공을 거둘 수 있던 배경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는 이 곡은 규칙적인 클랩 리듬에 보조받는 중독적인 플로우를 지녔다. 재즈 음악에 트럼펫이 사용되는 것처럼 칸예는 신시사이저를 사용해 승전곡 풍의 분위기를 구현하고, 코니 미첼의 레게톤 보컬을 삽입해 곡에 흥겨움을 부여한다.
칸예 웨스트의 모든 곡을 통틀어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히트곡 'Stronger'는 프랑스 전자음악계 거장 다프트 펑크의 명곡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를 샘플링한 것으로 저명하다.(사실 칸예 웨스트는 샘플링할 곡을 디깅하던 중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를 듣기 전까지 다프트 펑크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한다.) 원곡의 기계음 아카펠라 보컬을 차핑해내고 마이크 딘의 화려한 신시사이저와 팀발랜드의 감각적인 드러밍을 더한 곡은 원곡과 분명히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을 뿐더러, 가히 힙합과 일렉트로니카의 가장 모범적인 결합 사례였다. 무려 75번의 믹싱을 거친 만큼이나 곡의 트렌디함은 발매 16년이 지난 현재에 와서 들어도 유효하다. 또한 컨셔스 랩보다도 일차원적인 스웨거에 집중한 <Graduation>의 특징이 잘 드러난 곡인만큼, 칸예는 뼈있는 농담과 자의식 과잉이 섞인 플로우를 전개하며 가사의 내용보다도 청각적 멋에 집중한다.
https://youtu.be/GTmbyuTKT_c
칸예 웨스트의 수많은 명곡들 중에서도 심심치 않게 최고의 곡으로 언급되는 'I Wonder'는 앨범 수록곡 중에서도 특히 U2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곡이다.(칸예는 이 곡이 힙합 버전의 'City of Blinding Lights'가 되길 원했다고 한다.) 라비 시프레의 'My Song'을 샘플링한 곡은 피아노 건반과 보컬을 재정렬한 아름다운 선율로 시작하며, 수 개의 신시사이저로 형성된 감성적인 화음과 투팍의 'Ambitionz Az a Ridah'를 샘플링한 드럼 패턴이 그를 감싼다. 아레나 락을 연상케 하는 놀라운 완성도의 프로덕션에 비해, 칸예는 복잡한 플로우를 구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 벌스 내내 하나의 스타카토 플로우만을 사용하며 기술보다 가사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편을 택한 것이다. 모든 이에게 꿈을 찾을 것을 종용하는 칸예의 목소리는 앨범의 지향점과도 곧장 맞닿아 있었다.
이제는 너무나 유명한 구절이 된 "Like we always do at this time(우리가 이럴 때 항상 하는 것처럼)"으로 시작하며, 'Good Life'는 그야말로 2000년대 최고의 팝 랩 싱글일 것이다. 마이클 잭슨의 명곡 'P.Y.T.(Pretty Young Thing)' 중 짧은 키보드 멜로디를 샘플링한 후 피치를 올려 신시사이저로 그를 감싼 비트는 다채로운 음향적 색감으로 청자의 귀를 한껏 자극한다. 같은 시기에 역시 탁월한 오토튠 사용으로 유행을 선도했던 티페인의 보컬은 칸예의 랩과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곡을 더욱 화려하게 만든다. 차, 여자, 전용기 등 실질적인 증거를 대동하고 물질적으로 부유해진 자신의 삶을 과시하며 행복감을 표현하는 칸예는 청자로 하여금 환희에 젖게 하는 최고의 인생 찬가를 만들었다.
화음으로 쌓인 훅이 중독적인 'Can't Tell Me Nothing'은 앨범의 또 다른 히트곡이다. 차가운 질감의 체명악기 멜로디를 앞세우며 코니 미첼과 영 지지('I Got Money'에서 샘플링)의 보컬로 르자 스타일 보이스 샘플 활용의 정석을 보여주는 프로덕션은 칸예 웨스트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기 부족하지 않을 정도였다. 단순한 스웨거 표출에서 본격적으로 컨셔스한 영역으로 가사의 주제를 옮겨가는 칸예는 자신의 내적 압박감과 자존감을 주로 다룬다.모든 것이 불확실한 주변 환경 속에서도 가장 자신다운 방식으로 응수하는 칸예의 라인은 흔들리지 않는 주관의 서정적 표현에 가까웠다.
https://youtu.be/cxKs2b5lRsA
홈런 타자로 잘 알려진 야구 선수 배리 본즈에 대한 레퍼런스 트랙 'Barry Bonds'는 상대적으로 올드 칸예 프로덕션의 형태에 가깝다. 마운틴의 'Long Red'를 샘플링한 육중하고 펑키한 비트 위 칸예는 무려 릴 웨인과 함께 쫀득한 브래그도시오 라임을 주고받는다. 뛰어난 실력의 두 래퍼는 허풍스러운 라임과 펀치라인을 난사하며 곡을 오락적으로 채워나간다.
캔의 'Sing Swan Song'을 뒤틀어서 사용한 'Drunk And Hot Girls'는 <Graduation>뿐 아니라 칸예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실망스러운 곡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존 브라이언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신시사이저 오케스트레이션은 나름 그럴 듯한 형태로 완성되었으나 샘플의 상투적인 반복과 지루한 플로우는 곡의 완성도를 저하시켰다. 그나마 피쳐링으로 참여한 모스 데프의 브릿지는 준수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바로 다음 곡, 'Flashing Lights'는 언제 그랬냐는 듯 칸예의 프로듀싱 실력을 제대로 증명한다. 교향곡 풍의 현악 연주로 시작하는 곡은 곧 고급스러운 도시의 야경을 온전히 청각화하며 앨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화려한 레이어드 신시사이저 연주와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가공할 하모니가 형성되는 중, 코니 미첼의 보컬은 기계적으로 배치되고 드웰의 코러스는 첼로에 부드럽게 감기며 하우스와 트립 합을 포함하는 고급스러운 프로덕션이 환상적으로 구현된다. 향락적인 사랑을 다루는 듯한 칸예의 라임은 곧 대중과 리스너들에 대한 은유로서도 작용한다.
https://youtu.be/YOzAdMs5dEc
프린스 필립 미첼의 'If We Can't Be Lovers'의 서정적인 건반을 샘플링해 재조립한 'Everything I Am'은 본래 커먼의 <Finding Forever>에 사용될 비트였으며, 신시사이저 사운드로 점철된 앨범 내에서 올드 스쿨에 가까운 아름다운 미니멀리즘 프로덕션으로 잠깐의 휴식을 부여한다. DJ 프리미어가 퍼블릭 에너미의 'Bring The Noise'를 사용한 스크래칭을 가미하는 가운데 칸예는 자신이란 존재를 이루고 있는 성격들을 분석하며 '칸예 웨스트'라는 인간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돌아보는 자아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로라 니로의 'Save The Country' 라이브 공연 음성을 하이 피치시켜 자신의 주특기를 뽐내는 'The Glory'는 신스와 현악이 결합된 미래적인 칩멍크 소울 트랙이다.(이 역시 커먼의 <Finding Forever>를 위한 비트였다.) 명품 브랜드와 음악가로서의 상품성 등 온갖 실제적 증거를 제시하며 자신의 경제적 성공과 영광을 찬양하는 칸예의 목소리는 피치업된 보이스 샘플과 결합하며 가슴 깊은 곳을 자극한다.
고향 시카고에 대한 찬사 'Homecoming'은 칸예 웨스트의 믹스테잎 <Get Well Soon...>에 수록되었던 곡 'Home'의 리메이크로, 가스펠 스타일의 피아노 루프가 매력적인 곡이다.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의 부드러운 보컬(원곡은 존 레전드가 코러스를 맡았으며, 참고로 칸예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콜드플레이이다.)이 칸예의 억센 랩 톤과 협력하며 만들어가는 조화는 곡의 향수적인 질감에 보편적 공감 가능성을 부여한다. 커먼의 명곡 'I Used to to Love HER' 속 유명한 구절("I met this girl when I was ten years old")을 인용하며 벌스를 시작한 칸예는 반전이 있는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해 시카고란 도시를 첫사랑 여성으로 비유함으로써 고향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아낌없이 표현한다.
프린스의 'It's Gonna Be Lonely'를 샘플링하고 신시사이저를 덧입힌 'Big Brother'는 그의 친형과도 같은 제이지(그리고 스승과도 같은 노아이디)에 대한 헌정곡이다. 락 음악 특유의 열혈 감성을 힙합에서 재현하는 칸예는 제이지와 자신의 인연을 시작부터 다루며 그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토로한다. 때로는 팬심, 때로는 서운함, 때로는 동료애, 때로는 경이로움을 느끼며 제이지란 인물을 조명하는 칸예는 힙합에서 터부시되던 대(對)남성 고백을 꺼리낌없이 시도하고 그의 우상에게 변치 않는 경의를 표했다.
https://youtu.be/_J-OaFVdTKE
보너스 트랙인 'Good Night'는 모스 데프의 코러스부 보컬을 포함하며, 오프닝과는 정반대로 잔잔한 글리치 키보드가 가미되어 칸예만의 자장가로 완성된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아가라는 칸예의 메시지는 알 비의 보조 하에 아기자기하게 전달된다.
전작의 스타일을 연상케 하는 소울 샘플 기반의 'Bitterswett Poetry'는 체어맨 오브 더 보드의 'Bittersweet' 샘플과 존 메이어의 코러스를 포함하며, 동요적인 비트와는 상반된 가슴 아린 상호파괴적 사랑 이야기가 특징이다.
앨범에서의 랩
학교 삼부작(The College Dropout-Late Registration-Graduation)에서 굳이 퍼포먼스적 저점을 뽑자면, 필자는 <Graduation>을 택할 것이다. 랩 자체는 <The College Dropout> 시기가 가장 미숙했으나 <Graduation>의 랩 지향점은 랩 스킬을 뽐내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힙합의 아레나 록을 만들겠다는 제작 의도처럼, 칸예는 본작에서 기억에 쉽게 남고 따라 부르기 용이한 랩을 설계하는 것에 집중했다.
이는 칸예 래핑의 특징이었던 '원 패턴 플로우'와 '라임의 발음 연장'의 강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트에 충실히 따르며 네 박자 안에 안착하는 간단한 플로우를 애용하는 칸예는 라임 중에서도 필연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종결운을 그 특유의 시카고 악센트로 길게 연장함으로써 모든 라인을 청각적으로 각인시킨다. 이는 음악 내적 요소인 '랩 기술'보다도 음악 외적 요소인 '청자의 직간접적 경험'을 중시한 결과이다. 실제로 칸예는 랩을 하는 중간에 플로우의 속도를 조절하는 등의 각인 과정을 방해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며, 철저히 정박에 맞춰 음악의 진행에 대한 보조적 역할만을 수행한다. 단, 이 역시 'Can't Tell Me Nothing' 혹은 'Everything I Am' 이후로 전환되며 칸예가 래퍼로서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청각적 각인에 대한 것이라면 칸예의 랩 톤 또한 생략할 수 없다. 주로 중음역대를 오르락내리락거리는 칸예의 목소리는 그 어떤 래퍼의 목소리보다도 평탄하지만 적용 가능성이 큰 목소리다. 특히 팝 랩 장르의 <Graduation>에서는 그 특징이 더욱 부각된다. 세련된 전자음 사운드에서 이토록 뚜렷하게 각광받을 수 있는 소리는 칸예의 것 이외에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것은 에미넴도, 제이지도, 혹은 50센트와 릴 웨인도 쉽사리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려 그 마이클 잭슨(마이클은 음악에 관해서라면 철저한 완벽주의자로 유명하다.)이 직접 칭찬한 만큼이나 칸예의 톤은 천부적이며, 그 특유의 시카고 악센트는 전달력의 저하는 커녕 오히려 그의 랩에 충만한 스웨거를 부여한다.
그 스웨거는 나르시시즘으로 의태해 칸예의 가사 또한 변화시켰다. 사회 비판류의 칼리지 랩은 칸예의 상업적 성공에 영향을 받아 향락과 금전적 성공을 다루는 스웨거 위주의 랩으로 변화했다. 술, 자동차, 여자, 명품 브랜드 등 자신의 성공을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을 자랑하는 가사를 과거 뼈대 있는 서정성을 지녔던 칸예의 예전 글귀들과 비교했을 때 분명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가사의 간편화는 앨범의 불호 의견에 기여하였으나, 그 간단해진 가사가 그의 의도에 한 치도 벗어나지 않게 부합했다는 점까진 부정할 수 없다. 칸예는 가장 보편적이며 직접적으로 와닿을 수 있는 '성공을 통한 행복'을 전파하는 데 결코 실패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칸예의 의식적인 면모는 여전히 존재했다. 역시나 'Everything I Am'부터 프로덕션적 변화와 함께 가사의 주제 또한 자기성찰로 변화한다. 'Can't Tell Me Nothing'(실존적 위기에 대한 대처), 'Everything I Am'(자아성찰), 'Homecoming'(고향에 대한 사랑), 'Big Brother'(존경심과 우정) 등 당시 타 메인스트림 래퍼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았던 주제를 택하며 진솔함을 무기로 삼은 칸예는 탐구의 대상을 사회 전체에서 자기 자신으로 좁히며 감정적 공감의 서정성을 성취했다.
자기자랑부터 자기성찰까지, 이번에도 칸예는 그의 펜촉에서 독창성을 지켜냈다. 중산층 출신으로 대학까지 나온 범생이 흑인은 이제 그가 바라던 대로 화려한 슈퍼스타의 모습으로서 또 다시 장르적 영역을 넓히는 데에 성공했다.
총평: 8.3/10
최애곡: Homecoming
현재를 지나 과거로 남을 미래까지도 유효한 소리를 깎아내다
To whom much is given, much is tested
많은 것을 가진 자에겐, 많은 것이 시험되지
Get arrested, guess until he get the message
체포당하고, 메시지를 얻을 때까지 생각해
I feel the pressure, under more scrutiny
압박이 느껴져, 더욱 압박받는 상황에선 말이야
And what'd I do? Act more stupidly
내가 뭘 했어야 했나? 더 멍청하게 행동하는 수밖에
Kanye West, 'Can Tell Me Nothing' 中
원글: https://blog.naver.com/oras8384/222858485417
"But he made Graduation"
칸예 앨범 중에서 줄세우기 하면 중하위권에 있는 앨범인데 막상 들으면 왜 이렇게 좋은지... 역시 칸예라니까
디스코그래피 최고 명반은 아니지만 808과 더불어서 자주 손이가는 앨범인거같아요
옛날에는 전반부가 좋았는데 요즘에는 후반부가 너무 좋네요
예전엔 졸업 앨범 리뷰에선 마이크딘을 크게 다루지 않는 리뷰가 많았는데 흥미롭네여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칸예의 음악이 전자음악 기질을 띄기 시작하면서 마이크 딘의 비중도 덩달아 커지는 것 같아요
갠적으론 드렁크앤핫걸스 좋아함요..
취향 차이여서 그럴 수도 있다고 봐요 ㅎㅎ
비트 자체는 나름 그냥저냥 뽑힌 편이기도 하고
근데 플로우는 진짜 ㅈ같아서 못 견디겠습니다
제가 칸예 앨범 중 제일 좋아합니다
저는 아니지만 이거 최고작으로 뽑는 분들 아주 공감됩니다
외국에서는 심심치 않게 최고작으로 언급되더라고요
HE MADE GRADUATION
드렁크앤핫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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