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시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싼 돈을 지불하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투자하며 받게 되는
요즘의 바이닐 LP 음반들은
과연 소장용일까 감상용일까?
(아니면 되팔기용 투자용일까?)
솔직히 3가지 요인을 골고루 갖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셋중에 절대 간과되어선 안될 용도가
바로 감상용(청취용) 목적이 아닐까 싶다.
요즘 힙합 커뮤니티에 가보면
LP는 그냥 소장용이고 어차피 스트리밍으로 들어요...
이런 분들이 많다. (그 비율이 꽤 높다.)
바꿔 이야기하면 음질 문제가 있어도
커버만 이쁘고 깨끗하면 (그리고 엘피 색깔 이쁘면)
그걸로 됐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소장용으로 음반을 사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 음반이 턴테이블 위에 놓여져 플레이되었을 때
제 기능을 한다는 가정하에 전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나는 CD/LP로 음반을 구매하거나 라디오에서 나와야만
어떤 음악을 들을 수 있던 시대부터 음악을 들었다.
그 때 형성된 음반 구매 및 청취 습관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출퇴근 차 안에서는 CD로 음악을 듣고,
집에 와서는 턴테이블 LP 한 장씩 듣는 게 낙이다.
음질이 뭐가 더 좋다. 더 편리하다... 이런 건 차치하고
음원보다 음반으로 들을 때 좋은 점 5가지만 나열해본다.
1. 앨범 단위로 들을 수 있다.
- 음원으로 듣다보면 아무래도 싱글/플리 중심으로 들으니
- 몇년간 공들인 '앨범' 단위의 의미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 음원으로도 앨범단위로 들을 수 있지만 곡 넘기기가 쉽다.
- 바이닐은 다음 곡 넘기는 게 무지 귀찮기때문에
- 참고 듣다보면 의외의 좋은 곡을 발견하기도...
2. 청취에 더 집중하게 된다.
- 음원은 들으면서 야외 걷거나 지하철 타거나... 하니까
- 잡음과 주변 영향 받아서 가사나 사운드 집중도가 낮다.
- 바이닐의 경우 자리에서 벗어날 수 없고 실내라서
- 음악에 온전히 집중 시간 가질 수 있다. (불편하지만)
- 바이닐은 앞뒤로 뒤집으면서 한번씩 Pause가 있으니
- 늘어지기 쉬운 타이밍에 지루함도 끊어지고 Refresh.
3. 앨범의 가사, 크레딧, 리뷰글 등을 더 보게 된다.
- 음원으로 들어도 가사나 크레딧은 볼 수 있지만
- 피지컬 사면 사진, 가사, 크레딧, 리뷰 등을 보게 됨.
- 그러다보면 프로듀서나 연주자가 누군지 익히게 되고
- 그걸 바탕으로 다음에 그들이 만든 곡들을 찾으며 확장!
4. 실물로 진열되어있는 음반들 중에 꺼내 듣는 의미와 재미.
- 좋아한 앨범이 온라인 '좋아요' 목록에 남아있는 것보다는
- 실물로 진열해둔 것은 오가며 다른 음반 찾다가 눈에 띄고
- 그러다보면 음원목록에서보다 추억의 한장 꺼낼 확률 증가.
- 그 음반을 들으며 이 음반 들을 당시 상황 떠오르며 추억...
5. 손맛
- 넷플릭스가 있지만 영화관에서 보는 맛이 있고,
- E-Book 이 있지만 종이책으로 보는 맛이 있고,
- 태블릿이 있지만 노트에 필기하는 맛이 있고,
- 디지털음원 있지만 용돈 아껴 구한 음반을 사서
- 조심히 꺼내 듣고 다시 꽂아 넣고 보관하는 과정의 손맛.
사실 음질이 더 좋다 나쁘다 측면 말고
바이닐이 주는 음악는 '소리'만 있지 않고 '진동'이 같이 있다.
오르골(태엽 감았다가 놓으면 단순 멜로디 나옴) 의 경우
음의 골짜기(그루브)가 돌아가면서 때려서 나는 소리다보니
그 소리를 녹음해서 다시 듣는 녹음본보다
실제 오르골 소리가 더 입체적이고 깊이 있게 다가온다...
바이닐도 그런 방식으로 재생되기에
실제로 한번 청음해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추천하고 싶다.
내가 고1 여학생들 데리고 바이닐앤플라스틱 데려가서
바이닐 청음 시간 줬는데 시간 지나서도 계속 듣겠다며
후에 편지까지 써서 인생의 음악 경험중 가장 좋았다고...
(오해 마세요. 담임하는 반 학생들과 사제동행 활동 ㅋㅋ)
피지컬을 살지 말지, 사서 전시만 할지 감상도 할지 여부는
전적으로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있겠지만,
최소한 경험은 제대로 해본 후에 결정을 내리면 좋겠다.
턴테이블 청음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에서 들어볼 수 있다.
시대가 변했고, 투자용 / 전시용 가치도 생겨났지만,
그 기본적인 가치는 아직 유효하다고 믿으며...
특히 힙합에서는 DJ가 바이닐 레코드 2장을 번갈아 틀며
브레이크 비트를 연장하고, 중간에 스크래치하는 과정에서
'힙합'이라는 장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턴테이블로 재생하는 레코드의 의미가 더 크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QiIJv9Cvytk
SWAG
최근 피지컬 음반들을 하나씩 모으면서 미개봉 상태로 수집만 할 목적이었는데 음반 개봉해서 한 번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투자가 목적이라면 미개봉이 좋긴 합니다만...
돈보다 더 큰 경험과 가치를 받게 될 수도 있으니 청취도 해보세요 :)
저는 제가 좋게 들은 앨범을 내 손에 쥐고 있다는 소유욕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요즘 헛헛함을 채우는데 cd 사는 것만큼 맛있는게 없네요.. 시부랄 크리스마스..
맞아요. 사람은 누구나 소비욕구, 소장욕구가 있다보니 뭔가 좋아하는 것에 지출하는 묘미가 있죠...
중독처럼 사게 되는 시기도 있어서 문제지만 ㅠㅠ
씨디들을 보관하고 있는 입장에서 3~5번은 확실히 공감되네요
맞아요 3~5번의 맛을 아는 사람은 음원이 있어도 음반을 꺼내게 되죠!
저도 아직은 LP 2개만 가지고 있긴 한데 얼른 턴테이블도 사서 들어보고 싶네요 (가격이랑 준비할 게 물건이 몇 개 있어서 진입장벽이 있는것도 같네요 LP 들으려면 턴테이블이랑 스피커도 있어야 하니까요)
아무래도 비용면에서나 신경 쓸 게 많긴 해요...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수입이 있을 때 준비하시길 추천드려요!
요즘 cd 플레이어 자주 못 써서 음반들에 먼지가 쌓였는데 내일은 오랜만에 한번 cd로 들어야겠습니다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맞아요 오랜만에 꺼내서 들어보는 그 느낌이란... ㅠㅠ
선생님이셨군요 !
네 그렇습니다 ㅎㅎㅎ
1 더위켄드 앨범단위로 들으면 진짜 좋음..
2 닼사문 집중해서 듣게됨
3 다펑 리뷰글 재밌게 읽었음
4퍼플레인이랑 데인저러스 꺼낼때마다 기분 좋음
5시디들 망가질까봐 조심조심 꺼내고 다시 붙임
저도 한마음이네요~
ripdoom 님이야말로 이 가치를 어려서부터 잘 습득하고 확장해가시는 표본으로서 공감됩니다!
5번은 정말 피지컬 앨범뿐만 아니라 여러면으로 해당되는 얘기 같아요
맞아요! 가치가 같아도 디지털로 받은 선물과 실물로 받은 선물의 기억이 다른 것도 그런 이유인 거 같아요!
15년동안 피지컬 모으는중인 입장에서 전부다 공감합니다.
다만 저는 집에서 들을 일이 그리 많지 않은터라 가진걸 전부 무손실음원으로 리핑해서 폰에 넣고 다닙니다
그리고 재생은 항상 앨범단위로 하지요 ㅎㅎ
맞습니다! 하나하나 직접 컴에 넣어서 무손실 리핑하는 과정만으로도 해당 음반에 대한 존중과 추억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슨생님이셨군요
Sam이 쌤이였던것 ㄷㄷ
오... 예리 하십니다 ㅎㅎㅎ
넘넘 공감가는 좋은 글이네요. 피지컬의 매력은 진짜 ㄷ ㄷ. 글보며 오늘도 한장 꺼내 들어야겠습니다 !!
몸소 체험하고 계신 고수님의 공감에 힘 받습니다 ㅎㅎㅎ
3번이 젤 와닿네요 ㅋㅋㅋㅋ 크레딧 구경하는맛이 은근 쏠쏠해서 좋아용
피지컬 구매하시는 분이라면 3번은 특히 공감하실 듯요! CD던 LP던 말이죠! ㅎㅎㅎ
무형의 음악을 내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 정말 큰 것 같습니다
맞아요 VR/AR이 아무리 좋아져도 실제로 한번 보고 만져보는 느낌이 주는 실제적 감각과는 비교가 안되는 거랑 같은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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