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랩의 음악적인 부분을 중심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필자는 키비의 광팬이었다. 키비의 향기부터 아에이오우어, 그리고 이루펀트의 man on the moon에 이르기까지 모든 트랙을 들어보았으며. 그의 서사와 탄탄한 발성, 라이밍 센스를 사랑했다.
한 때는.
화나와의 비프에 대해 다루고 있는 on and on위에 뱉은 몇개의 벌스들, 그리고 브랜뉴 사이퍼를 통해서 느꼈던 그의 밑바닥을 그는 이 앨범에서 보여줬다.
지슬로우의 퓨처사운드 위에 뱉고 있는 그의 랩은 분명 키비의 랩이다. 하지만 이것은 본인 나름의(그리고 어느정도 수준의 눈에 띄는)발전, 혹은 발전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었다는 것 외에는, 시대의 흐름에 비춰보았을 때 퇴보한 랩이다. '자아도취'에서 더콰이엇이 그의 벌스를 비트 위에 얹는 순간, 그의 모든 단점이, 일리네어를 지키는 탄탄한 랩의 장인과 비교되어 확실히 드러난다.
키비는 비트의 바운스를 타고 있다기 보다, 박자의 비피엠에만 맞게 목소리를 늘어놓는다. 트렌드에 따라 랩의 음절을 길게 늘이고 그 위에 멜로디를 얹는 표현 방식을 쓰고, 발음을 꼬아 '좋은 느낌'을 내려고 하기도 한다. 그의 랩은 기교를 부리려다 기본을 망각한 듯 들린다. 기교는 본디 기본 위에 쌓여 있어야 하는데 주객전도가 되었으니 어색한 느낌이 들 수 밖에.
그는 또한 비트에 따라서 목소리의 분위기를 바꾸려고 '노력'하는 듯 보이지만, 너무 명료하게 튀어나온(그리 피치가 높지만도 않은) 높고 강한 목소리에선 좀처럼 힘이 빠지지 않는다. 퓨처사운드, 트랩, 붐뱁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고있지만, 타협하지 못하는 톤과 기교에 치중한 리듬메이킹, 그리고 바운스감이 부족한 랩 등 그의 목소리라는 악기는 몰입을 방해한다.
그의 라임에 대한 연구나 이를 운용하는 노력은 높이 살 만 했다. 이센스나 버벌진트, 혹은 빈지노가 해온 것 처럼, 그는 음절을 뱉을때의 구강구조의 유사성을 통해 전형적인 '모음 맞추기'의 라임이 아닌 다양한 운율을 운용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런 음운학적인 시도나 그의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서사는, 그의 폼을 잃은 랩 때문에 설득력을 잃는다. 극단적으로 '어려운 비유만 주구장창 넣어두고 이게 대체 뭐 하자는 거야?'라는 생각이 문득 들 정도이다.
그의 라임을 쓰는 방법이나 리듬구성은 분명 변화가 있었고, 이것은 아직 그에게 완전히 스며들지 못한 듯 보인다. 이것이 그의 잘못은 아니다. 다만 시대가 변했을 뿐. 잘하는 후배들은 너무나도 많고, 그들의 스타일을 참고하려 했으나 그것이 썩 완벽히 적용되진 못한 듯 싶다. 이 글을 혹시 키비가 접하게 된다면 미안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고싶다. 요즘 올라오는 프리스타일 랩에도 이런 단점이 보이고 있다. 분발해주었으면 좋겠다.
전체적으로 매우 공감가네요. 박자감있게 더큐처럼만 랩해줬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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