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에겐 올해 마지막 내한 공연이었습니다. 전역하자마자 이틀 후 프레드 어게인, 그 주 토요일에 칸예 웨스트, 다음 달에는 찰리 XCX, 그 다음 달에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그리고 트래비스 스캇. 매 달마다 해외 스타를 한 명씩은 볼 수 있었죠.
그야말로 과격한 공연으로 악명이 높은 스캇의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장식한다는 것은 저에겐 꽤 의미가 큰 일이었습니다. 비록 열 손가락에까지 꼽을 만큼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아닐지 몰라도, 제가 그의 음악을 무척이나 고평가하고 또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무엇보다 여러 영상으로 그의 공연이 얼마나 화끈한 지 익히 알고 있었기에 기대치가 컸습니다.
게다가 작년 칸예의 신화가 일어났던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공연한다니, 뭔가 완전한 수미상관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기대치가 꽤 컸습니다.
공연 보러 오신 분들 패션이 하나같이 다 재미있었는데, 보통 어두운 색 계열로 코디하고 가죽자켓 입으신 분이 정말 많았습니다. 밀리터리 패션을 접목하신 분들도 계셨고... 최근에 간 공연 중에 체감상 여성 비율이 정말 높았던 것 같습니다. 예쁘신 분들 많더라고요, 정말. 그래서 꿀리지 않기 위해... 제가 아마 가장 특이하게 입고 온 사람 중에 하나였을 겁니다. 저 같이 하고 오신 분은 아마 없었을 거에요 ㅋㅋㅋ 일단 신발도 오랜만에 군화를 꺼내들었고...
공연 전에는 디제이 체이스 비 -> 럭키의 외힙 명곡 메들리로 예열을 했는데, 메트로 부민의 Too Many Nights나 팝 스모크의 Dior, 쉑 웨스의 Mo Bamba 같은 곡에 호응이 컸던 걸 감안하면 관객층의 음악 취향을 대충 알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전 혼자서 비기랑 스눕 독, 제이지 노래 나올 때 따라불렀어요... ㅎㅎ...
원래 공연 시작 예정 시간으로부터 30분쯤 지났을까, 스캇이 UTOPIA의 오프닝 HYAENA와 함께 CIRCUS MAXIMUS 한국 공연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일단 공연장 디자인 자체가 상당히 잘 되어 있었어요. 고대 로마 유적지 같은 양식의 구불구불한 직선형 무대였는데, 덕분에 여러 구역에서 시야 확보도 잘될 뿐더러 무대 장치도 여러모로 트래비스 스캇 본인을 돋보일 수 있게 구성되었습니다. 스캇을 보는 데 방해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기둥들은 오히려 대형 스크린 역할을 함으로써 멀리서도 스캇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조명! 위 사진에서 보이시다시피 정말 훌륭했습니다. 저는 레이저쇼 보는 줄 알았어요. 레이저와 연기, 색상 조명이 정말 훌륭하게 어우러져 멀리서 보니 훌륭한 광경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올해 칸예의 인천 공연 때 조명 사용이 정말 훌륭하다고 느꼈는데, 스캇의 공연이 그를 아득히 능가한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스캇도 한국과 서울 샤라웃을 쉴 새 없이 하고, 복근 자랑을 하는 등 관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팬서비스를 열심히 해줬던 것 같습니다. 흔히 스캇 하면 떠올리는 "공연장을 폭발시킨다"라는 느낌보다는 "관객과 함께 열기를 잘 돋군다"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특히 GOD'S COUNTRY (이거 참고로 제 UTOPIA 워스트 트랙 중 하나임) 공연 때는 스크린에 비친 스캇의 모습이 소름끼칠 정도로 강한 인력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신선한 연출이었어요.
다만 아쉬운 점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일단 음향이 너무나 아쉬웠어요. 고양종합운동장의 구조 자체는 둘째치더라도, 초~중반부까지 스캇의 마이크가 문제인지, 스피커가 문제인지 곡이 중간에 끊기며 소리가 안 나오고 스캇 본인의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이 때문인가... 관객의 열기가 충분히 달궈지지 않았다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관객 하니... 사실 이런 소리를 하는 게 뭔가 좀 초치는 느낌처럼 드실 수도 있지만... 뭔가 스캇의 음악을 잘 모르고 오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았어요. 앨범을 듣기보다 릴스나 유튜브로 스캇의 공연을 접하신 것 같은... FE!N, SICKO MODE, goosebumps 같은 메가히트곡이 아니라면 호응이 "이 정도밖에 안 나오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찐팬 비율도 어느 정도 있긴 했지만, 스캇치고는 떼창이 이 정도밖에 안 나올 줄은 몰랐네요. 이건 개인적으로 좀 충격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모든 수록곡이 엄청난 떼창을 동반했던 ASTROWORLD가 뱅어 음반으로서 얼마나 막강한지 역으로 체감하기도 했지만요 ㅋㅋㅋ
셋리스트에서도 많은 노래들을 조금만 들려주고 바로 건너뛰는 경우가 많았고요. 공연 시간 문제는 있다고 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빨리 넘어가는 때도 있다보니 흥이 다 달아오르기 전에 식어버리기도 했습니다. 특히 Rodeo를 넘어 스캇 커리어 최고의 명곡들인 Nightcrawlers나 90210는... 그 정도밖에 안 해주는 게 맞나...
그럼에도 여전히 재미있고 에너지 넘치는 공연이었습니다.
중간에 관객 분들을 골라 같이 뛰어놀기도 했는데, 지정받지 못한 관객 한 분이 따라가려다가 경호원에게 잡혀 끌려가는 걸 보고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보고 계시다면 죄송해요... ㅇㅇ... Type Shit 때 여성 관객 분 손 잡고 그윽하게 바라보면서 부르는 것도 웃겼고... ㅋㅋㅋ
FE!N을 6트나 조져줄 때는 "One more FE!N!!!"을 고래고래 외치느라 정말 정신줄을 놔버렸어요 ㅋㅋㅋ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냥 그 신스 소리가 들리니까 정신을 놓게 되고... 내가 내가 아닌 것 같고... 밤샐 때까지 FE!Nin'을 해야 할 것 같고... 마치 우리가 세계 최고인 걸 스캇 앞에서 증명해야만 할 것 같고... 음 한 번 더 쁸을 갈겨주고...
또 제가 가본 내한 공연 중 가장 모쉬핏을 잘, 그리고 규모 크게 한 공연이었어요. MELTDOWN 때는 스탠딩석에 태풍 여러 개가 생기는 것 같이 모쉬핏하는 구역이 넘쳐났습니다. 2층 지정석에서 보니까 장관이더라고요, 참. 시야는 지정석 쪽이 전경을 확보하기 더 용이했는데, 놀기는 스탠딩 분들이 오늘 정말 재밌게 노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모쉬핏 문화란 걸 즐기기엔 멀었나봐요.
SICKO MODE나 goosebumps 같이 만인이 아는 곡이 나올 때는 역시나 체급이란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고... 스캇이란 '아티스트'가 실험성이나 예술성을 추구하는 건 반가운데, 공연의 경우에는 그냥 닥치고 트랩 드럼 때려박는 게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트랩 존좋. 초반에는 아쉽던 게 후반에 가선 정말 신났기에 공연 시간이 1시간 반도 채 되지 않는 것이 아쉽기만 했습니다. 다음 앨범이 나온다면 한국에 다시 찾아온다고 하니 그때를 기대해봐야죠. 태극기를 두르고 마지막까지 팬들과 하이파이브해주다가 신나게 퇴장하던 스캇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네요.
참고로 올해 제 내한 공연 순위는
1. Charli XCX
2. Tyler, The Creator
3. Fred Again..
4. Travis Scott
5. Kanye West
+
한국 셋리스트
1. HYAENA
2. THANK GOD
3. MODERN JAM (feat. Teezo Touchdown)
4. Aye (feat. Travis Scott)
5. sdp interlude (관객 소환)
6. BACKR00MS
7. Type Shit
8. Nightcrawler (feat. Swae Lee & Chief Keef)
9. CHAMPAIN & VACAY
10. DUMBO (관객 내려감)
11. Upper Echelon (feat. T.I. & 2 Chainz)
12. Praise God
13. GOD'S COUNTRY
14. MY EYES
15. BUTTERFLY EFFECT
16. HIGHEST IN THE ROOM
17. Mamacita (feat. Rich Homie Quan & Young Thug)
18. I KNOW ?
19. 90210 (feat. Kacy Hill)
20. MELTDOWN (feat. Drake)
21. TOPIA TWINS (feat. Rob49 & 21 Savage)
22. NO BYSTANDERS
23. FE!N (feat. Playboi Carti)
24. FE!N
25. FE!N
26. FE!N
27. FE!N
28. FE!N
29. SICKO MODE
30. Antidote
31. goosebumps
32. TELEKINESIS (feat. SZA & Future)
33. TIL FURTHER NOTICE (feat. James Blake & 21 Savage) (아웃트로)




엥 명색이 circus maximus 투어인데
동명의 수록곡이 셋리에 없었네
는 며칠 전 인도 뉴델리에서도 안했구나
아니 backroom은 한 줄도 몰랐네
이건 내가 몰랐을 리가 없는데
진짜 음향...
벌스 초반 몇 줄만 하고 바로 Type Shit으로 넘어갔습니다 ㅋ큐ㅠㅠㅠ 저도 바로 넘어가서 당황스러웠어요...
선택받은 3분 올라갔을 때 카티 두마디 정도만 하고 바꿨어요
쿼터백~ 따라부른 거 기억나네
알찬 후기 감사합니다 셋리스트 중에 저도 내가 들었나 싶은 곡들이 있네요 ㅎㅎㅎㅎㅎㅎㅎ 풀로 다시 돌려야지..ㅜ
God’s country 연출은 정말 인상적이었죠 그것만큼은 다들 같은 감상일 거 같아요
많은 곡들이 휙휙 넘어가고 곡 안에서도 스킵된 부분이 많아서 더욱 그랬을 거에요...ㅠㅠ 아쉽
지정석에서 보는 시야는 이렇게 다르군요. 잘 읽고 갑니다. 근데 궁금한데 타일러도 킨텍스, 음향이 안 좋았던거로 기억하는데 이번 스캇이 타일러보다 음향이 구렸나요? 제가 타일러를 안가봤어서…
타일러보다 훨씬 구렸어요
와 킨텍스보다 구리면 솔직히 공연하면 안되는데 ㅋㅋㅋ
진짜 말도 안되게 구리긴했음
가장 아쉬운 부분
타일러는 단순히 소리가 뭉개지는 수준이었다면, 스캇은 소리가 안 들리는 경우도 있었어요. 관계자 분들 음향사고 난 줄 알고 식겁했을 듯요
후기 잘 읽었습니다 ㅋㅋ
스눕 drop it like it’s hot 나올 때 전 너무 반가웠는데
주변은 뭐야 이 노래는 ㅋㅋ 이런 반응이더라고요 ㅋㅋ
90210은 로데오 대표곡이자 스캇의 명함과도 같다고 보는데
현장에서 반응은 그닥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빨리 자른 거 같기도 하고요
틱톡에서밈까지된스캇최고의명곡90210를왜한국관중들은환영하지않았단말이냐!!!
늦어서 비기, 스눕, 제이지 노래 나온줄도 몰랐네요 ㅠ
옛날 곡도 나왔고, 비교적 요즘이라 할 만한 트랩 곡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냥그냥 재밌는 시간이었네요 ㅎㅎ
찰리 xcx 를 젤 좋아하시나요? 저는 공연을못가서;;
그냥시발뇌녹여버리는최고의공연여신하이퍼팝퀸존나고트절대찬양퀸찰리의은혜가하혜와도같아아아오늘도양식을주심에은혜로운나날을선사하시어감사합니다브랫썸머포에버
...라고 주접을 떨 정도로 정말 취적이었습니다, 찰리 내한 공연은. 정말 쉬는 타임 없이 끊임없이 도파민이 터지는 고자극 공연이었어요. 인생 가본 공연 중에 고양 칸예 제외 2등입니다...
올해 알차게 다 보셨네요 부럽다
초반에 스캇 목소리 안나와서 저랑 제 주변 읭?하면서 당황한듯 ㅋㅋㅋㅋ
스탠딩a쪽도 마이크가 작다고 느껴진 순간들이 있긴 했었는데 안들릴 정도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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