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전은 힙합을 대표하는 문화들 중 하나죠.
한 사람이 랩으로 다른 래퍼를 디스하면, 디스당한 래퍼가 그에 맞서 자기도 랩으로 되갚아준다는 방식입니다.
대개 디스전은 한 사람의 커리어를 끝장내는 단두대 매치를 전제로 하고 붙는 만큼, 서로의 개인사를 짚어가며 진흙탕스러운 싸움으로 가는 경우도 꽤나 부지기수입니다.
힙합 역사상 제일 규모가 크고 위대한 디스전인 투팍과 비기의 디스전에서도 투팍이 비기를 애인 관련하여 디스했고 제이지와 나스의 디스전에서도 제이지가 나스의 애인이 자신의 여성편력에 들어있었다고 디스하다가 어머니한테 크게 혼나고 사과한 웃픈 일화는 나름 많이 알려져있죠.
현대 디스전으로 넘어와서는 드켄전이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가 되겠네요.
그럼 이런 사생활을 언급하는 일 없이, 순수하게 두 래퍼의 랩 커리어를 들고 간드러지는 펀치라인으로 승부를 본 정석적이고 깔끔한 디스전은 없을까요? 전 이에 대한 예시로 아이스 큐브 vs 커먼의 디스전을 들고 싶습니다.
둘의 디스전은 어떻게 시작된걸까요? 그걸 알기 위해선 커먼의 2집이 발매됐던 1994년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1994년, 커먼은 자신의 2집 'Resurrection' 을 발매했고 이는 당대 평론가들로부터 No. ID의 재지한 프로덕션과 커먼의 능수능란하고 유려한 플로우와 재치있는 가사로 시카고와 동부힙합을 대표하는 재즈힙합의 명반들 중 하나로 호평을 받게 됩니다.
특히 수록곡들 중 하나인 'I Used To Love H.E.R' 가 꽤나 큰 화제가 되었는데요.
https://www.youtube.com/watch?v=TrUERC2Zk64
아시는 분들은 아시는 사실이지만, 여기서 H.E.R은 Hearing Every Rhyme란 단어의 약자입니다. 커먼의 재치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죠.
이 곡은 당시 힙합을 여자에 빗대 비유하는 스토리텔링 곡인데, 그로 하여금 한때 범죄를 멀리하며 평화를 지향하고 흑인 음악의 정수를 담아내던 멋있는 장르였던 힙합이 갱스터를 비롯한 각종 범죄 문화에 물들여져버린 근황을 크게 비판하는 곡이었습니다.
지금도 노래의 인트로는 많은 곳에서 레퍼런스되고 있을 만큼 꽤나 크나큰 반향을 일으킨 노래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이 노래에 아이스 큐브가 존나 긁히고 말았습니다. 왜냐고요? 가사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Now, black music is black music, and it's all good. I wasn't salty she was with the Boyz n the Hood"
자, 큐브의 팬분들이면 아실 법한 사실이지만 큐브는 1991년에 Boyz n the Hood라는 영화에 출연을 했습니다.
마침 노래의 내용도 갱스터스러운 분위기에 물든 힙합을 비판하는 노래인지라 큐브 입장에선 "씹새가 내 욕하나?" 싶은 거죠.
근데 뉘앙스를 해석하시면 알겠지만 큐브를 디스하는 구절이라기엔 좀 어폐가 있습니다. salty는 시카고 사투리로 화가 났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단어인데, 자긴 아직까진 저 당시 힙합에 딱히 불만이 없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큐브를 디스할 의도는 아니었단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죠.
근데 가사 해석을 잘못한 큐브햄은 결국 Mack 10의 개인 앨범에 피쳐링으로 참여한 노래에서 커먼을 디스하게 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Tu1lolQJKI
"Used to Love H.E.R., mad ‘cause we fucked a Pussy-whipped BITCH with no Common Sense! Hip-hop started in the West! Ice Cube bailin' through the East without a vest"
꽤나 디스 내용은 직관적이네요. 대충 "커먼이 부르짖던 힙합은 우리가 다 따먹어버렸다, 힙합의 시작은 서부에서 끊은거다, 우리가 방탄조끼 없이 동부를 돌아다녀도 거긴 총도 못쓰는 겁쟁이들 뿐이라 전혀 문제가 없다" 이런 가사라고 해석하시면 되겠습니다.
커먼도 이에 가만히 있지 않고 화려한 펀치라인들로 응수해버립니다.
그에 나온 곡이 힙합 역사상 제일 훌륭한 디스곡들 중 하나인 'The Bitch In Yoo' 되시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BVqGYPe1Qs
(이건 피트 락이 프로듀싱한 버전인데, 사실 이거 말고 맙 딥의 Havoc가 프로듀싱한 버전이 따로 더 있습니다. 참고로 Havoc는 당대 동서부 디스전에도 맙 딥의 멤버로써 꾸준히 모습을 비춘 아티스트이기도 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커먼이 이 곡으로 큐브를 그냥 구워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가사 퀄이 비교도 안 됩니다.
대표적인 펀치라인이 대충
"Now what the fuck I look like dissing a whole coast? You ain't made shit dope since AmeriKKKa's Most Wanted decease from the Midwest to the East"
"Natural Born Killa? Nigga, you natural born God Read, rich! Got the nerve to say you rob Hypocrite, I'm fillin' out your Death Certificate Slangin' bean pies and St. Ide's in the same sentence"
보시면 큐브가 닥터 드레와 같이 작업한 싱글, 큐브가 출연한 영화, 이슬람 개종 이슈, 흥행에 참패한 앨범 등등을 싹 다 끌고와서 펀치라인으로 만든 다음 큐브더러 가사 해석도 제대로 못하는 문맹새끼라고 조롱하며 면상을 거하게 후려쳐버렸습니다.
I Used To Love H.E.R의 가사가 편을 가르고 서부를 디스한 내용은 더더욱 아니었다는 해명은 덤이고요.
실제로 한 랩 팬은 이 디스전 이후로 아이스 큐브는 래퍼 접고 배우가 되어버린 게 아니냐는 농담을 했을 정도였죠.
이후 두 사람은 화해를 했고, 오늘에 이르러선 큐브가 이 디스전을 자신의 흑역사라고 언급하고 반성하면서 둘의 디스전은 훈훈하게 막을 내리게 됩니다.
커먼이 큐브 발라버린건 처음 알았네요ㄷㄷ
걍 만장일치 판정승급입니다.
커먼 형님 무려 존윅이랑 총싸움한 사람이다!
ㄹㅇㅋㅋ 몸도 좋음
Her는 hip hop in its essence is real의 약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 그런 해석인가요
요게 맞습니다
커먼 ㄹㅇ goat급
DJ Quik vs MC Eiht도 흥미로운 디스전
이 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ㄹㅇ 제 탑 5 MC 중 한 분
대충 알고만 있었는데 자세히는 첨들어보네영
이런거 앞으로 더해주시면 안되나여 개꿀잼
되는 한 정보글은 계속 써볼 생각입니다 생각보다 재밌어서
근래 엘이에 보기 드문 근본 글
ㅊㅊ
감사합니다잉
이런 커먼 형님도 드리지는 여자땜에 디스를....
아오 드좆또너야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