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음악

작열하는 진술, 부서지는 계절들

title: [로고] Wu-Tang Clan다스시디어스2025.05.31 19:18조회 수 874추천수 13댓글 4

Lupe Fiasco의 Tetsuo & Youth 앨범 커버 아트

 

Tetsuo & Youth는 문을 열자마자 닫는 앨범이다. 루페 피아스코는 질문을 던지지만, 그 질문의 문법은 해체되어 있다. 그는 래퍼가 아니라, 말의 잔해를 조립하는 기계다. 이 앨범에서 의미란 도달하지 않는 목적지이고, 구조란 뒤틀린 기억의 궤적이다. 루페는 여전히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진술의 파괴 방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앨범은 사계절의 간격으로 나뉜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의 흐름이 아니라, 시간의 상실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봄은 언어가 자라나지 못한 장소고, 여름은 해가 들지 않는 골목이며, 가을은 의미가 떨어지는 소리, 겨울은 그 의미조차 얼어붙은 침묵이다. 각 인터루드는 공백이다. 그리고 그 공백은 곧 루페가 던지는 미해결의 선언이다.

‘Mural’은 첫 곡이자 마지막 곡처럼 작동한다. 8분이 넘는 가사는 한 편의 시도, 수천 개의 전치사와 명사들이 충돌하며 하나의 해답 없는 장면을 그린다. 이것은 벽화가 아니다. 오히려 색이 벽에서 흘러내리는 소리다. 루페는 이미지로 가득 찬 언어의 필름을 풀어놓고, 리스너는 그 끊어진 프레임 사이에서 의미를 조립하려 애쓴다. 그러나 끝내, 조립되지 않은 조각들만이 남는다.

‘Deliver’에서는 피자 배달원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는 피자를 배달하지 않는다. 그가 배달하는 것은 배제의 현실, 도시의 경계, 그리고 문을 두드릴 수 없는 이웃의 메타포다. 경찰차 대신 배달차가 멈추지 않는 구역들, 루페는 그것을 선명히 보여주는 대신 에둘러 묘사한다. 현실은 직접적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 대신 소거된 삶의 윤곽으로 제시된다.

앨범의 다른 곡들 – ‘Prisoner 1 & 2’, ‘Madonna’, ‘T.R.O.N.’ – 모두 동일한 궤도를 돈다. 이 곡들은 목소리가 아니라 고백의 잔상이다. 그는 교도소의 시스템, 종교와 자본주의, 인간의 실존에 대해 말하지만, 모든 진술은 잠깐 열렸다가 사라지는 창문처럼 느껴진다. 루페의 언어는 의미의 전달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더 날카로워진다.

이 앨범에는 클라이맥스가 없다. 대신 지속되는 의심과 피로, 그리고 의미의 무게가 있다. 그것은 완성된 선언이 아니라, 끝없이 수정되는 초안이며, 무언가 쓰이다 만 유언장이다. 루페는 이 앨범을 통해 세상과 단절된 언어의 조각을 붙잡고, 그것으로 하나의 불안한 진실을 짜낸다.

Tetsuo & Youth는 무엇인가를 설명하려는 앨범이 아니다. 그것은 설명하려는 시도 자체를 의심하는 앨범이다. 루페 피아스코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가 어긋나는 지점을 비추며, 청자를 정지된 시간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듣는다. 그러나 듣는다는 것은 곧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임을, 이 앨범은 조용히 가르쳐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4zSL3OLq8pg

신고
댓글 4

댓글 달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글쓴이 날짜
[아이콘] Lil Tecca, Jane Remover 등 아이콘 출시 / 6월 아이콘 ...86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5.23
[공지] 회원 징계 (2025.05.09) & 이용규칙 (수정)27 title: [회원구입불가]힙합엘이 2025.05.09
화제의 글 음악 익스페리멘탈 힙합 소개서🧪11 title: SCARING THE HOES히오스는니얼굴이다 17시간 전
화제의 글 일반 ㅎㅂ) 칸예 트위치 스트리밍 중 중요 부위 노출.jpg12 Delphox 3시간 전
화제의 글 일반 카티 머치 이메일 꼭 확인해보세요 (안 하면 주문 취소될 수도 있음)4 title: MUSICKoan 2025.06.01
219368 일반 칸예 콘 ㄷㄷ2 title: Jane Remover1300go 2025.05.31
219367 일반 5시간뒤에 지구상 최대 경기가 펼쳐지는데19 title: Chief Keef국힙원탑손심바 2025.05.31
219366 일반 와 이번 내한 역대급이네요2 rand0m 2025.05.31
219365 일반 그저 빛5 title: Daft Punkwonjusexking 2025.05.31
219364 일반 윗집이 베이스? 기타를 치는데 무슨 노랜지 알고 싶어요12 크브커비 2025.05.31
219363 음악 베테랑 최애곡 하나씩만10 title: Frank Ocean - BlondenEndless 2025.05.31
219362 음악 힙합뿐만아니라 예전 팝스타들도3 Ost 2025.05.31
219361 음악 TPAB <—- ㅈㄴ 과대평가10 title: Chief Keef따흙 Hustler 2025.05.31
219360 일반 10:00 PM4 title: Yeezusclayboiparty 2025.05.31
219359 일반 프랭크 오션 앨범 기원 175일차1 title: Chief Keef따흙 Hustler 2025.05.31
219358 일반 근데 요즘 신예들은 다 하이퍼팝 쪽인가요??10 title: Jane RemoverStarboiCarti 2025.05.31
219357 일반 힙합X 폰케이스 질문이있습니다6 라키더크리에이터 2025.05.31
음악 작열하는 진술, 부서지는 계절들4 title: [로고] Wu-Tang Clan다스시디어스 2025.05.31
219355 음악 Ace Trumpets이거 왤케좋음?11 title: Jane Remover1300go 2025.05.31
219354 음악 내가 만든 유튜브 플리 공유한다.2 도종 2025.05.31
219353 음악 lp질문) 맥밀러 swimming 5주년lp 사려는데5 김종욱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