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은 말 그대로 식케이(Sik-K)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자칫 큰 파문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대마초 흡연 사건 이후, 자숙은커녕 연속적으로 <KCTAPE>라고 명명된 2장의 레이블 컴필레이션 음반을 발표하며 자신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고 — 국내에서 그 누구보다 레이지Rage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여주며 자신의 커리어에 완전히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였다. 또한 이도 저도 아니었던 Swings와의 디스전과 앞서 언급한 대마초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될 대로 악화되던 와중,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수작을 발매하며 논란들을 정면으로 타파한 점 역시 필자를 포함한 많은 리스너들의 환심을 사기 충분했다.
신년을 맞아 발표된 릴 모쉬핏(Lil Moshpit)과의 합작 앨범 <K-FLIP>은 그가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스타일과 간지가 동일하게 관찰되나, 동시에 프로듀서인 릴 모쉬핏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더욱 비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가 본작에서 선보인 탁월한 프로덕션은 말 그대로 놀랍기만 한데, 이른바 해외 스타 프로듀서들에게서나 기대할법한 기발한 샘플링이 돋보인다. Silica Gel의 "Desert Eagle"을 샘플링한 "K-FLIP"이 주는 인상은 굉장히 강렬하며, 코미디언 천인학의 요아정 챌린지를 화려한 사이렌 사운드로 변모시킨 "KC2"는 신선함과 유쾌함을 동시에 잡아내는 트랙이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대한민국의 포크Folk 아티스트 김사월의 "달아"를 샘플링한 "INTERLUDE"와 "SELF HATE"에서 릴 모쉬핏의 역량은 가장 크게 빛을 발한다. 대한민국 아티스트의 노래를, 그것도 포크 아티스트의 음악을 차용해 훌륭한 레이지 뱅어 트랙을 만들어내었다는 점에서 릴 모쉬핏의 공은 크게 고평가받아야 마땅하다. 2022년의 <AAA>도 정말 엄청났었는데, 릴 모쉬핏은 발전을 멈추지 않는다.
앨범의 메인 아티스트인 식케이 역시 앨범 전반에 걸쳐 준수한 퍼포먼스와 완급 조절을 보여준다. 앨범의 핵심 트랙이라고 칭할 수 있는 "LALALA (Snitch Club)"에서 그가 단적으로 드러내는 식케이 본인의 태도는 트랙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들을 고려하고 보아도 — 떠그민을 겨냥한 디스, 대마초 스니치 저격 — 어찌 되었든 꽤나 인상적이다. 'GOAT 호소인 새낀 결국 뒤졌잖아'. Swings를 저격한 본 라인은 어찌 보면 굉장히 뻔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Don't fuck with Sik'이라는 식케이의 현재 태도와 가치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그러나 앨범의 피처링 벌스들은 앨범의 완성도를 저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KC2"에서 HAON은 다소 평범하기만 한 래핑을 선보였고, "SELF HATE"의 호미들의 경우 앨범의 몰입도마저 와장창 깨뜨리고 만다. 이는 이들이 장르에 대한 이해도와 기본적인 역량이 식케이와 릴 모쉬핏에 비해 다소 부족하고 그 지식 역시 얕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점일 것이다. 물론 "PUBLIC ENEMY"의 노윤하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굉장히 충격적이다. 그는 본작 최고의 비트 위에서 어떠한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듯이 랩을 내뱉는데, 둘이 이루어내는 시너지가 너무나도 절묘하게 이루어져 있어 깊은 인상을 남겨준다.
'본토 수준이다'. <K-FLIP>의 발매 직후, 혹자는 이렇게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K-FLIP>은 분명 해외 레이지 앨범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수준의 작품이다. 이 앨범의 단순한 호오를 떠나, 식케이가 정말로 레이지에 대한 이해도가 출중하고 — 또 국내에서 장르를 이끌어나가는 인물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작년의 <KCTAPE, Vol. 1>에서 시작된 그의 레이지 탐구는 멈출 기미도, 또 발전을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동시에 오랜만에 모습을 비춘 릴 모쉬핏 역시 지난 3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냈음을 몸소 증명해 내며 다채로운 색깔들로 캔버스를 채워나갔다. 둘이 선보여줄 또 다른 작업물들에서 이들은 계속해서 발전을 이루어 나갈 것이고, 이들의 레이지 탐구는 일시적인 해프닝으로만 마무리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다시보여줘야돼'
잘 읽었습니다
갠적으로 이 글이 제일 적확하다고 생각드네요
그 많던 부정적인 여론들을 앨범 하나로 뒤집어버린게 대단함
'또다시보여줘야돼'
추추추추추
땡갓
잘 읽었습니다 피쳐링들 아쉬운 것도 공감하는데 우슬라임도 노윤하랑 같이 정말 좋지 않았나요?
전 그닥이었습니다ㅠㅠ노윤하가 너무 압도적이어서 그럴수도요. 그리고 우슬라임 랩이 제 취향과는 그렇게 안맞는거같아요
오.. 전 노윤하보다 우슬라임이 좋았는데 ㄷㄷ
Self hate ck도 별로셨나여? 전 괜찮았는데 ㅜㅜ
실리카겔도 한국 밴드고 public enemy 샘플링도 칵스 노래 샘플링입니다만 김사월만 부각시킨 이유가 있나요
그게 제일 좋았으니까요
발매 당시 제일 히트친 건 public enemy 아닌가요
제 기준이요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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