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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힙합 1세대 팬의 '한국 힙합 망했나?'에 관한 생각

HVQ9시간 전조회 수 526추천수 4댓글 3

최근 컴필레이션을 발매한 텔레포트의 이승준 씨를 모시고 음이온 라디오 진행을 하다 '한국 힙합 망했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좀 더 많은 분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숏폼 콘텐츠로 만들어 제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 했고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 밑에 긴 설명을 좀 달았습니다. 힙합LE에 다시 '한국 힙합 망했나?' 플로우가 도는 것 같길래 많은 분과 생각 나누고 싶어 여기에도 공유합니다. (영상과 함께 보시는 게 좋습니다 👉🏻 https://youtube.com/shorts/HT7zEOsZ6so?si=lduxFt2Nzalyg8l4 )

 

90년 말 매주 토요일 마스터플랜에는 힙합 공연이 열렸습니다. 4, 5팀이 공연을 했는데 관객은 20명 남짓. 그중 2/3 이상이 친구거나 관계자였어요. 그때 공연을 보던 이 중 한 명이 저였습니다. 당시 메인스트림에서 가요화된 힙합이 조금씩 반응을 얻고는 있었지만, 언더그라운드 힙합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럼에도 당시 음악가들은 힙합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비트를 만들고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더 콰이엇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자신은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고 꾸준히 음악만 만들었을 뿐이라고 얘기했죠. 누군가는 고집을 지키고 누군가는 조금은 타협하며 미래를 개척했습니다.

 

'쇼미더머니'라는 버블은 한국 힙합 신에 최초로 많은 돈이 굴러 가게 했습니다. 덕분에 부자 래퍼도 생겨났고, 좋은 음반과 콘텐츠도 많이 탄생했죠. 이 시기를 대표하는 과투자된 콘텐츠 중 하나가 뮤직비디오가 아닐까 싶은데요. 레이블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명확한 리턴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한 많은 투자를 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뮤직비디오거든요. 외부에서 처음으로 큰 금액을 투자 받은 레이블은 뮤지비디오를 통해 아티스트의 체급을 높이려 애썼습니다. 덕분에 좋은 뮤직비디오도 많이 탄생했지만, 무리하게 투자된 금액은 회수를 어렵게 했을 겁니다. 최근 힙합 뮤직비디오는 확실히 전보다 제작비가 많이 쓰이지 않은 게 보이죠? 2010년대처럼 화려한 힙합 뮤직비디오는 (AI로 영상 제작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지 않는 한) 다시 보기 어려울 겁니다.

 

버블이 사라지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 음반 작업은 안 하고 쇼미더머니 출연만 바라보는 3개월짜리 연예인 래퍼들도 사라질 테고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허슬하는 음악가가 많아질 겁니다. 망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한국 힙합 신은 여전히 한국 장르 음악 산업에서 가장 큰 규모의 아티스트 풀과 팬덤 그리고 커뮤니티를 갖고 있습니다. 밴드 신을 부러워 하는 힙합 팬이 보이던데. 공연 시장은 밴드 신이 더 큰게 맞긴 합니다. 이는 힙합 장르를 소비하는 남성 팬 상당수가 공연보다 음반을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반짝인기를 얻은 래퍼들이 라이브 실력을 키우고 좋은 공연을 만들어 팬을 만드는 데 게을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마스터플랜의 대표였고 지금은 MPMG의 헤드프로듀서로 힙합플레이야 페스티벌을 함께 만드는 이종현 님 최자로드에서 요즘 래퍼들 라이브 실력이 전보다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당연히 지금 활동을 시작하는 이들은 부자가 된 선배 아티스트를 보며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힙합 팬들 역시 자신들이 사랑하는 장르가 전과 같지 않음에 서운할 수 있고요. 하지만 음악 시장은 압정과 같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에서도 장르 음악 시장은 타깃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요. 다행인 건 케이팝 덕분에 한국 음악에 관심을 두는 이가 늘었고, 전보다 해외 음원 유통이 손쉬워졌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확고한 커뮤니티를 가진 장르 음악은 음악 유통의 국가 간 경계까 사라진 지금 더 유리할 수도 있어요. 이미 KR&B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큰 사랑을 받고 있고요. 과거 아무런 기약 없어도 좋아하는 마음으로 한국 힙합 신의 기틀을 다졌던 이들처럼 모쪼록 좋아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상황의 좋은 점에 집중해 활동 이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

 

-한국에서 한 번도 부자가 탄생한 적 없는 일렉트로닉 음악 레이블 영기획 대표 하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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