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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콰이엇 정규 10집-Luxury Flow

title: Kanye West (Vultures)Alonso200017시간 전조회 수 623추천수 3댓글 2

https://blog.naver.com/alonso2000/223513876883

 

 

 

 

한국 힙합도 어느덧 30년 가까이 된 오랜 문화가 되었고, 그만큼 수많은 유행들이 명멸하였고 아티스트와 집단들의 흥망성쇠가 반복되었다. 그 길다면 길고, 짤다면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평지풍파가 한국 힙합을 스쳐 갔음에도 힙합이 한국 대중음악의 여러 서브 장르 씬 가운데 굳건히 자리잡을 수 있게 된 데에는 소위 'OG'라고도 하는 씬의 어른들의 힘이 컸다. 뛰어난 예술적 역량으로 얻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위로는 선구자들을 존중하고, 아래로는 후배들의 지주가 되어주는 이 'OG'들은 숱한 이슈의 격류 가운데서도 이 한국 힙합이 유지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 가운데서도 더 콰이엇은 제일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한국 언더그라운드의 아이콘이었던 소울 컴퍼니의 영 건이자 프론트맨으로서, 한국 힙합 사상 최고의 소수 정예였던 일리네어의 지주로서, 그리고 이제는 랩하우스의 주최자이자 데이토나의 수장으로서 그는 장르 씬의 유행을 선도하는 위치에 있었고, 그에게서 직 *간접적으로 후원과 지지를 받은 이들은 이제는 헤아리기조차도 어려워졌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정규 앨범을 툭 내놓은, 파격적이라면 파격적인 행보에는 이러한 위상, 상징성에 토대를 둔 자신감의 발로였을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내놓은 결과물이 그 자신감에 충분히 상응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사실이다.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더 콰이엇이 했던 말 - '나는 (힙합이) 프로그레시브로 가면 갈수록 오히려 원래 힙합이 어땠는지를 알고 싶은 사람이다.' - 이 <Luxury Flow>의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가장 큰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더 콰이엇 본인의 주도 하에 닥스후드, 프레디 카소, 웨이 체드. HD BL4CK 등 언더그라운드에서 날고기는 프로듀서들, 심지어는 해외의 타입 비트들의 힘을 빌려와 고금의 힙합 사운드를 집합시켜 놓았다. 물론 그 기반이 되는 것은 원초적인 90-00년대의 이스트 코스트 힙합이다. 샘플링의 힘을 빌려 쌓아 올린, 초반부에 도도히 흐르는 고전적인 기류는 시작부터 앨범에 짙은 무게감을 부여한다. 이렇게 육중히 흐르던 앨범의 조류는 "UGRS"에 트랩에 가까운 변주가 가해지며 변화를 암시한다. "I WON'T RMX", "Crystal Crates"등으로 대표되는 미니멀한 트랩 넘버들을 지나고 나면 앨범에서 제일 멜로딕하고 얼터너티브한 넘버인 "Mercedes"로 이어지며 앨범에서 제일 이질적인 구간을 형성한다. 서부적인 훵키함이 느껴지는 "Selfie"이후로는 다시 고전적인 흐름이 이어지는데, 드럼리스를 채용하여 변주를 꾀하는가 하면("Last of Us"), 더 나아가 덴마크의 재즈 뮤지션들을 활용해 누자베스에 가까운 접근을 시도하는("꿈") 부분은 앨범의 프로덕션이 단순한 답습의 선에만 머무르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청량감과 차분함이 공존하는 래칫 넘버 "After Party"가 앨범 내내 반복되어온 성공과 야망, 그 이면의 꿈과 지향을 갈무리하고 나면, 다시 초반의 칩멍크 소울로 회귀하여 초심을 상기시키는 일련의 흐름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수미상관이라 할 수 있다. 트랙들의 길이가 3분 대를 넘어가지 않고, 심지어는 1분 도 안되는 시간에 벌스 하나만 뱉고 끝낸 트랙도 있을 만큼 상당히 미니멀한 구성을 취하고 있지만, 그 러닝타임 안에 채워진 사운드의 밀도는 도리어 세심하고 촘촘하다.

 

 

 

 

더 콰이엇에게 있어 지난 6년간의 공백기는 앰비션 뮤직과 데이토나 엔터테인먼트, 두 레이블의 팽창과 운영에 집중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만큼 <Luxury Flow>에는 레이블 메이트들의 지원도 활발히 이루어졌다. 앰비션 뮤직의 중핵인 창모와 릴러말즈에게 언더그라운드의 종주로서의 각자의 자부("UGRS"), 혹은 2번에 걸친 기용("Mercedes", "After Party")을 통해 각기 힘을 실어주는가 하면, 스트릿베이비, 지스트, 멜로 등의 새로운 얼굴들을 적극 기용하여 익숙함 가운데서도 신선함을 심어주고자 하였다. 추가적으로, 랩하우스, 데이토나 레코즈에서의 여러 이벤트, 그리고 데이토나 엔터테인먼트에서의 음반 외주제작을 통하여 형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레이블 외부의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을 적극적으로 수혈하고자 한 것이 눈에 띈다. 개중에는 로스, QM 등 기존에도 그 입지가 확고했던 이도 있고, 미셸 양(Michel Yang), 마브(Marv)와 같이 조금은 낯선 이들도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게스트 기용이 각 참여 진의 특성에 가장 최적화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Selfie"의 훵키한 프로덕션을 찰진 톤과 플로우로 받아키는 스트릿베이비와 로스가 대표적이고, 일리네어 초창기 시절의 장엄한 지향을 재현하는 "UGRS"에서는 아예 창모가 직접 "Illionare So Ambitious"를 오마주 하기도 한다. 더 콰이엇이 20년 가까이 되는 세월 동안 걸어온 행로가 이내 후배들을 위한 탄탄대로가 되었고, 이내 그가 건설한 '음악적 도시'로 이어져 각부로 뻗어나가는 모습은 그의 바이오그래피 전반의 반영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한국 힙합이 위기라는 이야기가 근자에 많이 회자되고 있다. 씬의 붐업을 이끌었던 TV 쇼는 질적 저하로 인한 오욕을 뒤집어쓰며 명맥이 끊겼고, 그렇게 거품이 한번 꺼지고 나니 성세 이면의 비행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으며, 세인들은 그러한 표면적인 비위를 물어뜯고 조롱하기 바빴다. 일이 그렇게 되고 나니, 대중지향적인 이들 중 몇은 장르적이지도 않을뿐더러 특출한 것도 없는 곡들을 내놓기 시작하였고, 힙합은 그렇게 케이팝 속의 흔적으로나마 명맥을 이어갔다 하고 혹자들은 평할지도 모른다. 씬내의 플레이어라면 이러한 세태에 대해 쿨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다. 누군가는 한탄하고, 누군가는 비난하며, 누군가는 불안해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유행을 선도하고 후진들을 키워온 이 거물의 시선은 상당히 관조적이다. 내일 세상이 무너지더라도, 이에 개념치 않고 사과나무를 심으려 한다. '이제 시작이다'라는 이 베테랑의 한 마디는 세간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재능과 열정을 무엇보다도 잘 보여준다. <Luxury Flow>에서의 음악적 하드웨어도 그렇다. 숏폼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짧은 호흡을 러닝 타임으로서 가져가되, 그 내부의 밀도는 힙합의 기준에서 볼 때 도리어 빽빽해졌다. 이 선구자의 시선은 현재의 스타들과 미래의 유망주들을 모두 아울렀고, 이것이 앨범의 견고함, 그리고 향수와 맞물리며 하나의 고귀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어느덧 '대부', '거물'로까지 불리며 정점의 자리에 서있지만,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진심과 열의는 숱한 세풍과 유혹에도 불구하고 그의 초심에서 조금도 틀어지지 않았다. 가장 무심하게 내뱉은 뜨거운 사랑은 어쩌면 그의 생활과 삶 자체에 그러한 초의가 숨기기 힘들 정도로 배어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Best Track: UGRS (Feat. Paul Blanco, CHANGMO), Last of Us (feat. QM),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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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13시간 전

    묘하게 소울컴퍼니 시절 곡들이 생각나서 기분좋았던 앨범

  • 35분 전

    너희가 어디서 뭘 하든 나의 발자취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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