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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티어 디스곡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Ellos2024.05.07 00:29조회 수 1620추천수 10댓글 5

1. pH-1은 풍자가 문화에 대한 조롱으로까지 번지지 않도록 선을 지키라는 내용의 가사를 썼습니다. 덧붙여서 반응하지 않아도, 반응을 해도 질 수밖에 없는 현 상황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요.

한국 힙합씬이 절대 건강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한국 힙합의 대표 플레이어로서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자기 조롱하는 소리에 입 닫고 가만히 있으면, 그게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반복되면 누구나 터질 수 있는 법입니다.


2. 하지만 맨스티어의 디스곡은 pH-1과는 달리 행동이나 태도에 관한 문제보다 pH-1의 개인적인 속성인 '검머외'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미국인이 왜 국힙에 비비냐, 군대는 왜 안 갔냐... 그러면서 은근슬쩍 유승준을 언급하는 건 덤입니다. pH-1이 맨스티어의 행동과 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맨스티어는 반박하기보다 초점을 억지로 돌리려 하고 있습니다.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었던 개인적인 측면을 수면 위로 끌어내서요.


3. 물론 맨스티어의 디스곡이 모두 pH-1 개인을 향해 스코프를 조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앨범을 안 내는 래퍼들, 브랜딩이랍시고 잠수 타면서 돈 떨어지면 티셔츠팔이하는 래퍼들, 예능에 출연하는 래퍼들... 한국 힙합의 문제점을 하나씩 읊어댑니다. 그러면서 주위를 한 번 둘러보라고 말하죠. 케이셉 라마라는 캐릭터는 한국 힙합의 문제적인 요소를 한데 모아 만들어졌기에 맨스티어를 디스하는 것은 제 얼굴에 침 뱉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논리입니다.


4. 그러나 과연 맨스티어를 향한 디스가 아무 의미가 없을까요? 뷰티풀너드 유튜브에 출연하는 것은 케이셉 라마라는 캐릭터지만 그 캐릭터를 창조하고 연기하는 것은 결국 최제우라는 인간입니다. 케이셉 라마가 국힙의 암적인 요소를 버무렸다 한들 그 안에 최제우가 포함되어 있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캐릭터는 작가를 닮는 법이니까요.

맨스티어 역시 스스로 씬에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디스곡을 낸 이상 자신의 가사가 들이대는 잣대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래퍼 캐릭터로 돈을 벌고, 힙합 음반으로 인기를 얻고, 힙합 페스티벌에까지 출연했다면 그건 한낱 캐릭터가 아닌 래퍼입니다. 스스로가 자신을 개그맨이라고 단정짓는다 하더라도요. 문화의 영역 내로 발을 들인 이상 언제든 똑같은 논리로 공격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된 겁니다.


5. 케이셉 라마, 나아가 맨스티어는 겉으로 보기에 한국 힙합의 병적인 측면을 잘 긁어내 풍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건 풍자라기보다는 한국 힙합이라는 문화를 묶어놓고 두드려 패는 행위에 불과합니다.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찔려서 말도 못하네', '한국 힙합 수준이 이 정도로 떨어졌구나 ㅋ',

반응을 한다면 '개그맨한테 긁힌 거임?', '개그맨한테도 따이는 한국 힙합 수준 ㅋㅋ',

어느 쪽을 선택하든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풍자는 보통 사회의 불합리함과 현실의 모순을 대상으로 합니다. 찰리 채플린이 산업화/기계화되어 가는 사회 구조나 히틀러를 풍자했던 것처럼요.

하지만 맨스티어가 하는 '풍자' 행위는 풍자라기보다 조롱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과장된 몸짓, 어설프고 웃긴 행동, 모두 풍자의 요소지만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왜곡하는 것만큼은 납득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6. 한국 힙합의 문제점은 과도한 기믹과 병역 면탈, 마약성 약물 복용과 같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병역과 마약 문제의 경우에는 개개인의 판단이 낳은 결과이지만 기믹의 증가는 한국 힙합 씬 자체의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맨스티어 역시 기믹 래퍼의 문제점을 그대로 꼬집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 힙합이 마냥 손을 놓고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스카이민혁은 '해방'을 통해 자신을 증명함과 동시에 근본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철학을 내세웠고, 빈지노는 'NOWITZKI'를 통해 빈지노 본인의 인생과 경험을 되돌아보며 인간다움과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맨스티어라는 또다른 기믹 래퍼에게 조롱을 들어야 할 정도로 씬이 성숙하지 못한 건 아니라는 말입니다.

한국 힙합은 쇼미더머니나 각종 논란으로 위상이 추락하고 씬이 오염되어 가는 와중에도 분명히 자정을 시도하고 있고, 그 결과는 2023년 실제로 드러난 바가 있습니다.


7. 맨스티어의 조롱은 앎에서 기원하지만 맨스티어에 대한 대중의 호응은 무지에서 기원합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힙합을 들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들이 보기에 더 이상 힙합은 '멋있지 않으니까'요. 그 단초를 래퍼들 스스로 제공한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힙합이라는 문화를 다시 한 번 일으키려는 플레이어들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다시 한 번 나락으로 끌어내린 것은 맨스티어였습니다.

맨스티어는 힙합이라는 문화에 대해 너무나 잘 압니다. 하지만 그들은 힙합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맨스티어는 단지 힙합을 도구 삼아 스스로의 유명세를 키우고 돈을 불릴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떻게든 씬을 살려보려는 래퍼들의 목소리가 묻혀 결국 갈기갈기 찢기더라도요.


그렇기에 맨스티어는 다소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에 대한 존중 없이, 힙합이라는 문화를 발판 삼아 체급을 불려나갈 생각뿐입니다.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앞으로의 디스전 전개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 맨스티어의 맞디스곡 이후로 제 스탠스는 명확해진 것 같습니다.

맨스티어는 더 이상 컨셉 잡는 개그맨이 아닌, 디스전에 참여한 분명한 래퍼입니다. 부디 스스로의 행위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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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2 5.7 00:34

    7번이 제일 공감가네요

    그들에게 호응하는 대중들도

    맨스티어 곡의 어느 라인이 좋았는지 하는 칭찬 대신

    국힙 수준이 낮다는거에 열광하는 느낌 같아요

  • 5.7 00:38

    뷰너는 올티 언에듀가 서로 디스하던 때 언에듀의 스탠스를 보는것 같네요. 차이점이 있다면 메뚜기 떼를 거느리는데에 성공했다는 점이죠.

    국내힙합의 자정을 외쳤던 많은 이들도 이 상황에 목소리를 내는 순간 메뚜기 밥이 될 것 같네요.

  • 5.7 00:50

    디스곡 내용에 대해선 공감합니다. PH 1이 던진 담론을 제대로 이어받지 못했어요. 다만, 래퍼의 방송 출연과 뷰티플너드를 비교하는 건 궤변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요. 뷰티플너드가 힙합 곡 내고 힙합씬에 들어오는 것 자체를 문제삼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의 문제죠. 래퍼들이 방송 나가면서 예능인들을 까거나 무시한 적이 있었나요?

  • Ellos글쓴이
    5.7 01:03
    @체스인가

    3번을 말씀하시고 계신 것 같은데 '앨범을 안 내는 래퍼들, 브랜딩이랍시고 잠수 타면서 돈 떨어지면 티셔츠팔이하는 래퍼들, 예능에 출연하는 래퍼들' 부분은 맨스티어의 디스곡에서 '한국 힙합의 문제점'이라고 언급된 내용이기에 나열했습니다. 3번 문항은 맨스티어의 디스곡이 가진 논리를 그대로 풀어 설명한 문항에 불과합니다. (즉 제 의견은 3번이 아니라 4번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 5.7 01:06
    @Ellos

    아, 글쓴 분을 까려는 의도는 아니에요. 다만 합리적인 비판으로 들어갈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쓴 내용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조금 공격적인 어투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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