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지극정성) 빈지노가 뭘 잘했는 지 모르겠다고 했던 lehop님

진지하게 궁금증 해소를 위해 글도 길게 정성들여서 쓰셨는데

대부분의 분들이 빈지노 실력을 못 느끼는 게 이상하다는 말만 적으시고

자세하게 이유를 설명하는 분이 없는 듯 해서 

제가 느끼는 빈지노의 장점을 써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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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결국 음악은 자기가 좋으면 좋은 거고, 자기가 싫으면 싫은 겁니다.

제 의견이 옳다 이건 절대 아닙니다.

단지 님의 궁금증을 풀어드리면 좋고, 더 나아가 님이 빈지노 팬 되면 더 좋으니까 써볼게요.

 

다른 곡 듣기 귀찮으실 수도 있으니.. BORN HATER 곡 내에서만 비교해 볼게요

 

 

가사야 뭐 세 아이돌 모두 공들여 쓴 듯하고, 빈지노는 지금까지 보여줬던 인생 벌스들에 비하면 본헤이러에서는 그냥 저냥 평타 같아서 비교 안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플로우에서 세 아이돌 모두 다채로운 플로우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력들이 있죠. 그런데 조금씩 아쉬운 점이 있는데요. 셋 다 랩씬 내에서 자기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서 발음톤에 힘을 많이 주고 있고, 화려한 플로우를 위해서 초당 뱉는 음절 수를 늘려서 랩을 빠르게 하고 있죠. 그리고 미노랑 바비랑 전체적으로 박자를 쫓아가는 느낌이 아주 조금 들어요. 다음에 돌아올 베이스 소리에 맞춰서 랩을 후다닥 마무리 해버린다고 해야하나. 결과적으로 전체적으로 단어 음절들 간 경계가 조금씩 합쳐지면서 발음이 약간씩 뭉개져 가사 전달력이 조금 떨어지고 있죠.

 

특히 바비 가사를 보면, 발음이 뭉개져서 원래 가사가 잘 안들리는 부분이 많죠.

 

“내가변했다고해 AND I THINK IT SO”

>> 내가변했다고해나대겠어

 

"ANYBODY UNDER THIS AIR COMMERIAL AGAINST MC'S THERE"

>> 에이바리 썬더쎄에에에 커머셜하속에 네임 쉬스데에에엥

 

"맞는말만하니까아래위없다싶어?"

>> 맞는말만하니까나를비겼다싶어

 

쇼미더머니 때 라이브에선 이런 현상이 더욱 극심해서 아쉬웠죠. 이 부분은 앞으로 발전하리라 믿습니다.

 

 

바비랑 미노 모두 음 높낮이 조절도 매끄럽게 잘 하더라구요. 근데 아쉬운 건 다채로움을 추구하는데 무언가 갑자기 과도하게 튀어나가는 듯한 느낌이라. 뭐랄까 탈선할까 위태로운 느낌?

“___________ㅗㅗ”

“________--__--” 이런 느낌?

 

목소리 높낮이를 조절할 때 변주를 주는 건 지루하지 않게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변주를 과하게 해버리면 뭔가 세련되고 dope하고 정갈한 맛이 좀 떨어지고 라면스프 같은 랩이 된다고 할까요. 지루한 랩과 자극적 랩의 중간 지점 어딘가에서 사골처럼 우려 들을 수 있는 중독성이 나오는 법인데, 그런 면에서 조금 아쉬웠어요.

 

이 아이돌들이 못한다는 건 절대 아니구요. 빈지노랑 비교하자면 이런 면이 아쉽고. 앞으로 발전 여지가 있다 뭐 이런 느낌을 받네요. 경력이 아직 짧으니까 앞으로 많이 발전할 거라고 생각 됩니다. 빈지노의 경우도 처음부터 랩이 자유자재는 아니었거든요. 

 

빈지노를 들어볼게요. 빈지노는 타고난 목소리 자체가 특색이 있어서, 그리고 이미 국내에서는 ‘빈지노’라는 캐릭터 구축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이 곡에서는 목소리에 기합이 들어가 있지 않죠.

 

그리고 빈지노가 동일한 박자에서 뱉는 글자 수가 좀 적다고 해야 하나. 빈지노 벌스랑 바비 벌스를 영어가사까지 싹 다 한글음절로 변환해서 대충 세어 봤습니다. 빈지노 38초 동안 206음절, 바비 39초 동안 228음절로 약 20음절 차이가 나네요. 그만큼 빈지노는 랩을 급하게 다 뱉어내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확보해서 발음을 정확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또 비트의 박자감에 맞게 랩에 여유를 주고 박자를 탈 수 있는 시간도 확보한 거죠. 글자수가 무조건 적다고 좋은게 아니라, 이 곡에서 바비의 벌스는 글자 수가 좀 많다는 얘기입니다. 빈지노 정도가 적정 글자수인 것 같구요.

 

빈지노는 플로우와 강세가 가장 장점인데요. 목소리로 물 흐르듯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게 부드럽죠. 갑자기 툭 튀어나오거나 갑자기 쑥 꺼지는 일이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목소리 높낮이가 출렁거리면서도 한 벌스 전체 큰 줄기의 흐름 속에 둥실둥실 실려서 흘러간다고 할까요.

 

빈지노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적정 글자 수 내에 라임 들어가야 하는 타이밍엔 라임 넣어 가면서, 식상하지 않도록 단어나 문장을 재치 있고 세련되게 풀어내고, 그것을 자연스럽고 그루브하며 세련된 플로우로 구현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가사를 잘 쓰고 랩을 잘한다. 라는 말은 빈지노를 두고 하는 말이죠.

 

빈지노의 아쉬운 점이라면... 라임을 위해서 한영 혼용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지노는 플로우랑 라임을 살리기 위해서 강세(액센트)를 넣어주는 걸 좋아하는데 그러기에는 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하잖아요. 원래 강세가 많은 언어다 보니.. 이번 곡에서도 역시 영어를 많이 썼죠. 어비어슬리 발음은 좀 구려서 귀여웠습니다. ㅎㅎㅎ 라임 좀 줄이더라도 한글을 더 많이 써주면 좋겠어요.

 

빈지노의 최근 작업물 중에서 몇 곡 추천해보자면

"핫펠트 - bond" 에 피쳐링 한 파트가 

정말 가사 내용이 정교하고 컨셉적이며 플로우가 대단합니다. 

제임스 본드의 바람둥이&총 이미지를 갖와서

바람둥이 나쁜 남자의 성기를 총에 비유한 가사입니다.

한 번 들어보시길 바랍니다.

01:55 부터

"VEN - 너의 몸에 벤"에 피쳐링 한 파트도 좋아요

역시 바람둥이 컨셉인데, 빈지노 진짜 바람둥이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장감 넘치는 가사가 참 좋더라구요.

01:47 부터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결국 음악은 자기가 좋으면 좋은 거고, 자기가 싫으면 싫은 겁니다.

제 의견이 옳다 이건 절대 아니에요.

님께서 빈지노 찬양하는 사람들이 왜 빈지노 찬양하는 지 궁금하다고 해서

빈지노 찬양하는 제가 개인 견해를 말해 봤습니다.

사실 음악이라는 건 집중해서 들을 때도 좋고, 대충 흘려 들을 때도 좋고, 이런 게 좋은 음악 같아요. 모름지기 랩은 적당히 타이트 해서 집중해서 듣는 재미도 있고, 또 적당히 루즈해서 흘려 들을 때도 편해야 한다는 게 제 견해입니다. 외국힙합으로 치자면 twista의 타이트함과 chief keef의 루즈함 사이 어딘가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잘 정하는 게 랩퍼의 미덕 같습니다.

 

p.s. 저 광팬인듯... 빈지노야. 87년생 빅팬이야. 니가 최고야, RESPECT 한다.

p.s.  빈지노 FUCK 발음 개 찰지네요. hit em up에서의 투팍 그 찰진 뻑유의 50% 정도는 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