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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재즈x힙합 ⑧ Souls Of Mischief - 93 'Til Infinity

title: [회원구입불가]greenplaty2017.06.12 00:57추천수 7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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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재즈x힙합 ⑧ Souls Of Mischief - 93 'Til Infinity

* '재즈x힙합'은 재즈 매거진 <월간 재즈피플>과 <힙합엘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기획 연재입니다. 본 기사는 <월간 재즈피플> 2017년 6월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1992년부터 시작된 서부 힙합의 유행은 1993년 들어서 정점에 도달했다. 힙합의 발원지인 뉴욕을 중심으로 했지만, 90년대 초엔 서부의 중심지 LA의 힙합 씬이 그 주도권을 가져갔다. 그 핵심은 지훵크(G-Funk)였다. 70년대의 훵크와 사이키델릭 음악을 샘플링해 80년대 말부터 유행한 갱스터 랩과 조화시킨 음악이었다. 당대의 서부 힙합이라고 하면 대개 지훵크나 갱스터 랩을 떠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캘리포니아 주에서 힙합의 종류는 다양하게 존재했다. 재즈 샘플링을 한 소울즈 오브 미스치프(Souls Of Mischief)도 그중 하나였다. 동부 힙합, 조금 더 정확히는 재즈를 샘플링한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이하 ATCQ)를 연상시켰다. 대세를 거부한 이들은, 서부 힙합 씬의 이단아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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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의 서부 힙합

지금은 힙합이 미국 전국에서 다양한 형태로 독립적인 씬을 구축한 음악이 되었지만, 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사정은 많이 달랐다. 80년대 중반까지 힙합은 그 발원지인 미국 동부, 그중에서도 뉴욕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80년대 말이 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캘리포니아 주 LA에서 N.W.A라는 걷잡을 수 없는 녀석들이 등장하고 말았던 것. 의식 있는 검둥이(Niggaz Wit Attitude)라는 약어였지만 우리가 이해하는 그런 의식과는 달랐다. 이들이 1989년에 발표한 앨범 [Straight Outta Compton]은 폭력적이었다. '경찰을 조지'라는 "Fuck Da Police"라든지, 조폭의 삶을 찬양한 "Gangsta Gansta" 같은 곡으로 채워진 앨범이었다. 80년대 중,후반부터 서부 힙합 씬에서 등장한 갱스터 랩(Gangsta Rap)이 미국 전역으로 퍼지게 된 결정적인 작품이었다.

N.W.A는 갱스터 랩이라는 표현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흑인들이 마주한 불합리한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리얼리티 랩'(Reality Rap, 현실적인 랩)이라 말했다. 실제로 이들은 당시 흑인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해야 했던 문제들을 끄집어내 거친 언사로 불만을 토로했었고, 이에 많은 이가 대리만족했었다. N.W.A라는 걸출한 팀의 등장은 더는 공감되지 않는 뉴욕의 랩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시사했다. 뉴욕 래퍼들의 언어, 그들이 이야기하는 공간은 외부인들에게 괴리감을 느끼게 했다. 이런 거친 언사에 미국의 경찰 당국은 강하게 규제하고 반발했지만, 오히려 N.W.A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며 결과적으로 이들을 막아내지 못했다. 확실히 흑인들이 갱스터 랩으로 백인의 억압을 이겨낼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가사적 통쾌함과 더불어 이런 이점은 갱스터 랩의 대유행을 이끌었다. 뉴욕에선 여전히 둔탁한 사운드와 정교한 랩 구조를 중시한 붐뱁이 동부 힙합 씬의 구심점이었다. 대중들은 갱스터 랩에 더 큰 매력을 느꼈고, 90년대 초가 되자 힙합 씬의 주도권은 서부로 넘어가버렸다.

1992년과 1993년은 갱스터 랩이 한 번 더 진화를 한 해다. 70년대 훵크의 요소와 갱스터 랩이 결합한 지훵크라는 새로운 갱스터 랩 장르가 등장한 것이다. 샘플로 활용한 70년대 훵크 음악, 날카로운 신디사이저 사운드, 전면으로 강하게 돌출하는 일렉트릭 베이스 사운드가 거친 비트 프로덕션을 이루었다. N.W.A의 멤버 닥터 드레(Dr. Dre)와 그의 이복동생 워렌 지(Warren G)가 그 흐름의 중심이 됐다. 그로 인해 서부 힙합 열풍은 더욱 강렬해졌다. 닥터 드레의 지휘 아래 스눕 도기 독(Snoop Doggy Dogg, 현 스눕 독), 투팍(2Pac) 같은 슈퍼스타들이 스타덤에 오른 것도 이 시점이다. 누가 봐도 대세는 갱스터 랩과 지훵크의 서부 힙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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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힙합 씬의 이단아

1993년, 서부 힙합 씬에 새로운 그룹이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오파이오(Opio), 타제이(Tajai), 페스토(Phesto), 에이플러스(A-Plus)로 이루어진 4인조 힙합 그룹 소울즈 오브 미스치프(Souls Of Mischief)였다. 이들은 캘리포니아 주 출신이긴 했지만 LA가 아닌 오클랜드 출신이었다. 샌프란시스코와 위성도시들로 이루어진 해안 지역을 일컫는 베이 에어리어(Bay Area)의 힙합 씬에 속해 있었다. 이 베이 에어리어는 LA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비주류에 속하긴 했지만, LA의 유행을 일부 흡수하면서 나름의 씬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오클랜드 출신의 힙합 집단 하이로글리픽스(Hieroglyphics)가 있었다. 소울즈 오브 미스치프의 멤버들은 하이로글리픽스에 속해 있었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힙합에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유명하다. 에이플러스와 타자이는 초등학생 때부터 랩을 시작했으며, 페스토와는 중학생 때 만났다. 그리고 에이플러스까지 합세해 고등학생 때 그룹을 결성했다. 서부 힙합 씬이 제대로 형성되기 훨씬 이전부터 힙합을 들었던 것으로 추측되는데, 서부 힙합의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음악을 한 것도 이 영향이 아닐까 한다.

소울즈 오브 미스치프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그룹이었음에도 자이브 레코즈(Jive Records)라는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동부 래퍼들의 견고한 랩 구조와 서부 래퍼들의 여유롭고 변칙적인 랩 플로우를 동시에 구사한 점을 높이 샀던 게 아닐까 짐작해본다. 데뷔 앨범 [93 'Til Mischief]는 당대 서부 힙합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었다. 갱스터 랩 특유의 폭언이나 지훵크 특유의 거친 전자음은 없었다. 오히려 재즈와 소울을 샘플링해 둔탁한 드럼을 얹은 동부 힙합의 어법을 따랐다. 그렇다고 이들이 서부 힙합에서 재즈 샘플링을 개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파사이드(The Pharcyde)라든지, 프리스타일 펠로십(Freestyle Fellowship) 같은 LA 출신 그룹들이 재즈를 샘플링하며 하이로글리픽스와 교류했기 때문이다.

ATCQ에서 큐팁(Q-Tip)이 전체적인 프로듀스와 작곡을 담당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소울즈 오브 미스치프에선 에이플러스가 총괄 프로덕션을 책임졌다. [93 'Til Infinity]는 소울즈 오브 미스치프의 데뷔 앨범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하이로글리픽스에서 발표한 첫 앨범이기도 했다. 소울즈 오브 미스치프의 성공적인 데뷔는 하이로글리픽스의 존속과도 직결되는 문제였기 때문에 소속 프로듀서 도미노(Domino), 델 더 훵키 호모세이피엔(Del The Funk Homosapien), 캐주얼(Casual) 등의 프로듀서들이 에이플러스를 지원했다.


♬ Souls Of Mischief - Let 'Em Know
 

앨범의 첫 곡 "Let 'Em Know"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묵직한 베이스 연주는 조지 벤슨(George Benson/ 기타, 보컬)의 "Shadow Dancers"를 샘플링한 것이었다. 이 외에도 찰리 파커(Charlie Parker/ 색소폰), 램지 루이스(Ramsey Lewis/ 건반), 몽크 히긴스(Monk Higgins/ 색소폰), 데이빗 뉴먼(David Newman/ 색소폰), 빌리 콥햄(Billy Cobham/ 드럼), 레스 맥켄(Les McCann/ 건반), 에디 핸더슨(Eddie Henderson/ 트럼펫) 등 다양한 재즈 뮤지션의 곡을 샘플링해 앨범을 완성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 프레디 허버드(Freddie Hubbard/ 트럼펫)의 곡을 무려 4곡이나 샘플링했다는 점이다. 60년대 블루노트 레코즈(Blue Note Records) 시기가 아닌 70년대 초 CTI 레코즈(CTI Records) 시기의 녹음물들을 다룬다. 무조건적으로 트럼펫 소리만을 끌어온 건 아니고, 전체적인 사운드를 가져오기도 한다. 아마 60년대 블루노트 시절의 하드밥에 기반한 소울 재즈가 아닌 70년대의 현대적인 사운드가 필요했던 건 아닐까. 그런 앨범을 진두지휘한 에이플러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혁신적인 음악을 하려고 했어. 이상한 짓거리를 하겠다는 건 아니야. 힙합의 영역 안에서 사람들이 빠져들 수 있는 무언가를 하려고 한 거지."


이렇듯 재즈 샘플링을 기반으로 한 비트 프로덕션과 탄탄한 랩 스킬/구성은 평단의 찬사를 자아냈다. 특히 싱글로 따로 발표하지 않았음에도 많은 이의 주목을 받은 "Anything Can Happen"은 동부 힙합 씬에서 나왔더라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붐뱁 트랙이었다. 개인적으로는 1994년에 발표되어 동부 힙합을 대표하는 곡으로 인식되는 우탱 클랜(Wu-Tang Clan)의 명곡 "C.R.E.A.M"에 필적하는 곡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킬링 트랙까지 보유한 앨범을 진두지휘한 에이플러스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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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뮤지션

하지만 이후 발표한 앨범들은 [93 'Til Infinity] 같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90년대 중반부터 힙합 씬은 서부 힙합 씬과 동부 힙합 씬의 대결로 재편됐고, 주역은 스눕 도기 독이나 투팍 같은 대중적인 슈퍼스타들의 몫이었다. 소울즈 오브 미스치프는 대중적인 인지도와는 거리가 먼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이었으며, 음악의 성향으로 보아도 서부 힙합 씬을 대표하지 못했다. 급기야 이 대결 구도가 급격하게 무너진 1996년 이후 서부 힙합 씬은 몰락하고 만다. 시류에 편승하는 데 관심이 없던 소울즈 오브 미스치프는 결과적으로 그 시류에 밀려 힙합 마니아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물론, 그럼에도 꾸준히 앨범을 발표해왔다.

그러던 중 젊은 프로듀서 아드리언 영(Adrian Younge)을 만난 건 전환점이 됐다. 그는 소울즈 오브 미스치프의 새 앨범이 [93 'Til Infinity]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앨범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2014년에 발표한 [There Is Only Now]는 전혀 다른 작품이었지만, 비트 프로덕션에 찰싹 달라붙는 탁월한 랩 스킬은 여전하다. 그렇기에 현역 뮤지션으로 활동을 이어가려는 소울즈 오브 미스치프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고, 힙합 마니아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온 데서 그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Souls Of Mischief - Anything Can Happen


글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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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6.12 02:24
    좋은글 감사합니다 잘읽었어요 표면적인 서부힙합만 보다가 이런건 또 처음알았네요
  • 6.12 09:09
    Souls of Mischief 앨범도 언젠가 리뷰할 줄 알았습니다
    이번에도 잘봤습니다!
  • 6.12 16:21
    niggas with attitude 에서 attitude 는 예의바른이 아니라 의식있고 흑인다운이란 뜻입니다.
  • title: [회원구입불가]greenplaty글쓴이
    6.12 22:08
    @chino22
    작성자입니다. 옳으신 지적이고, 그렇게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6.12 19:58
    어마어마한 명반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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