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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재즈x힙합 특별 편: 재즈 힙합이 뭐길래!

title: [회원구입불가]greenplaty2017.06.01 05:26조회 수 20922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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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재즈x힙합 특별 편: 재즈 힙합이 뭐길래!

 

* 우선, 나는 ‘재즈 힙합’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특정한 스타일을 지칭하는 용어도, 공식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본문에선 편의를 위해 재즈 힙합을 실재하는 용어로 상정하겠으며, 대신 그 단어의 어폐와 무의미함을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재지팩트(Jazzyfact)의 새 EP [Waves Like]가 [Lifes Like]로부터 약 7년 만에 발매되자 예상하지 못했던 지점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바로 재즈였다. 재즈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이번 EP를 ‘재지’팩트의 앨범이라고 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2010년 발표했던 데뷔 앨범 [Lifes Like]는 누가 들어도 ‘재지’한 앨범이었다. 앨범을 여는 첫 곡 "A Tribe Called Jazzyfact"에서부터 재즈 색소포니스트 루 도널드슨(Lou Donaldson)의 명곡 "It's Your Thing"이 등장한다. 재즈 샘플링의 시대를 열었던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에 대한 오마주와 함께, 힙합에 자주 샘플링된 곡으로 잘 알려진 "It's Your Thing"을 활용해 재지한 사운드를 계승한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실제로 나머지 수록곡들 곳곳에도 재즈가 깃들어 있다.




 

[Waves Like]에 사용된 샘플에서 재즈의 비중이 얼마만큼이냐는 질문은 프로듀서 시미 트와이스(Shimmy Twice)가 직접 공개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답할 수 없다. 다만, 감상자들의 관심이 샘플을 향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 재지팩트의 음악을 비롯해 재즈 힙합이라 불리는 음악에서 재즈를 찾는 이들이 찾는 건 재즈적인 분위기 혹은 그루브다. 나는 재즈 힙합이라 불리는 이 음악의 본질과 정체성을 음악이 아닌 분위기에서 찾는 이 문제가 다소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고, 이에 누자베스(Nujabes)의 추종자들이 어느 정도 원인 제공을 했다고 본다. 누자베스는 재즈 연주곡에서 좋은 악절을 골라내 샘플링하고 변형을 주는 방식으로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런데 그걸 듣고 비트를 만든 비트메이커들은 그 변형된 말랑말랑한 소리와 분위기만을 사용하며 ‘재지’하다고 표현하고, 멜로우(Mellow)한 힙합 인스트루멘탈을 재즈 힙합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 어디에서도 재즈를 발견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재즈 힙합을 다시 차용했으니 ‘재즈 힙합 힙합’이라 불러야 마땅하지 않을까.

 

다소 폭이 좁은 그러한 판단에 비해 재즈 힙합이라는 스타일 혹은 장르는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포괄하는 범위도 지나치게 넓다. 그래서 재즈 힙합이 되기 위해서는 아티스트가 자신의 곡을 직접 규정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쯤되면 도대체 무엇이 재즈 힙합인가 싶을 정도로 '혼란의 카오스'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넓은 범주에서도 재즈 힙합의 파편적인 모습을 세 가지 덩어리로 압축해볼 수 있기는 하다(앞서 언급한 누자베스의 추종자 유형은 재즈와 아무런 상관이 없으므로 논외로 한다).

 

첫째, 랩/힙합과 재즈 연주를 동시에 진행했을 때


둘째, 재즈를 샘플링한 힙합 비트 프로덕션일 때


셋째, 힙합의 리듬이나 랩을 차용한 재즈 연주일 때


아무리 재즈가 현대에 와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그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 요소들은 분명 있다. 즉흥연주, 솔로연주, 인터플레이 같은 재즈 고유의 요소들을 말하는 것이다. 3번의 유형을 제외한 대부분 ‘재즈 힙합’에서는 그런 요소들을 거세한 채 그저 전체 연주의 몇 마디를 끌어온다. 피아노 건반 소리 몇 개 혹은 색소폰 소리가 더해졌다고 해서 재즈가 되는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재즈 힙합은 재즈의 영역에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 논의는 힙합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 Madlib - Slim's Return

 


1번과 2번의 경우에는 ‘재즈 랩’이라는 말로 통용된다. 라이브 연주가 되었든, 연주곡 샘플링이 되었든, 재즈의 소리를 차용해 힙합 비트를 만든 뒤, 랩을 올린 것을 일컫는 용어다. 여기에서 다시 두 가지 한계점이 발생한다. 하나는 랩 없이 비트만 있는 음악을 재즈 랩이라 부를 수 있냐, 또 한 가지는 샘플의 정체성에 따라 개별적인 장르로 구분할 수 있느냐다. 우선, 첫 번째 문제는 매드립(Madlib)이 재즈 레이블 블루노트 레코즈(Blue Note Records)에서 발표한 앨범 [Shades Of Blue]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재즈를 샘플링해서 원곡의 질감을 유지하지만 재즈 연주라기보다는 힙합 인스트루멘탈에 가깝다. 재즈 쪽에선 이를 설명한 장르나 용어가 없으며, 재즈 랩으로도 포괄할 수 없는데, 힙합 쪽도 사정은 같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재즈를 샘플링한 ‘힙합 앨범’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문제로 넘어가 보자. 힙합 비트에 샘플링되는 장르는 다양하다. 주로 소울과 훵크가 중심축을 이루고 재즈와 디스코가 이어진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소울 랩이라든지 디스코 힙합 같은 장르는 없다. 반례로 메탈 랩이란 게 있긴 하지만, 이 경우에는 성격이 분명한 메탈 사운드와 랩의 조합이라는 화학적으로 명쾌한 형태에 대한 일련의 합의가 있는 경우다. 그렇기에 재즈 랩이라는 용어는 여러모로 공식적으로 사용되기에 많은 한계가 있다.

 

이렇다 보니 재즈 랩보단 조금 더 포괄하는 영역이 넓은 재즈 힙합이란 용어가 더 많이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재즈 힙합이란 말은 누자베스를 필두로 한 일본 음악계에서 넘어온 용어로 보인다. 물론, 재즈 연주와 힙합의 요소를 절묘하게 엮어낸 래퍼 구루(Guru)는 인터뷰에서 "재즈 랩이라고 부르든, 재즈 힙합이라고 부르든 상관없다"고 말했던 거로 보아 90년대 미국에서도 이미 재즈 힙합에 대한 논의가 있긴 있었던 거로 보인다. 이조차도 미국에선 거의 사용되지 않는 용어다. 때문에 재즈 힙합이라는 정체의 모호함은 계속된다. 재즈를 샘플링하고도 재즈의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곡이 있는가 하면, 소울을 샘플링해서 재즈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곡도 있다. 이는 능력 없는 적통과 능력 있는 사생아 중 누구를 왕위에 오르게 할 것인지만큼이나 답답한 물음이다. 그만큼 재즈 힙합이란 용어에는 실체가 없다. 그래서 결론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다. 재즈 힙합이라는 게 무엇이라 정의할 수도 없거니와, 재즈 힙합이란 정체성을 두고 싸우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더구나 소리의 질감이나 분위기만을 두고 재지팩트의 정체성을 논하는 건 지극히 피상적이고 1차원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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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재즈와 힙합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80년대부터 분주하게 이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이건 그러한 과정을 폄하하거나 부정하려는 글이 아니다. 그러나 ‘재즈 힙합’이란 울타리 안에 쏟아놓고 평가하기보다는 개별적으로 파고들어 어떤 식으로 접합되고 조화되는지를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있어 보인다. [Lifes Like]와 [Waves Like]에 관한 논쟁 역시 다를 건 없다. 그것이 바로 내가 <재즈x힙합>이란 연재 기사에서 매번 하나의 앨범만을 다루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글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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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 옳은글 잘읽었습니다~
  • 2017.6.1 08:51 댓글추천 0
    재즈샘플링을 들이박은 곡을 재즈힙합이라고 하는건 이해가 가는데 이게 왜 싶은것도 다 재즈힙합으로 분류하는 국내 리스너들이 있어서 항상 의믄이였는데 좋은글이네요
  • 2017.6.1 09:50 댓글추천 0

    그야말로 근본없는 이지리스닝 인스트루멘탈?...이랄까. 듣기 편한 피아노 (혹은 어떤 종류의 샘플, 전혀 재즈가 아닌) 루프에 드럼만 정박에 박아넣은 노래들(심지어 질감도 말도 안 되게...)을 '재.즈.힙.합'이라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걸 갖고 당당하게 '재즈힙합'을 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일단 그런 종류의 것들을 논외로 했다는 것이 글의 시작에서 가장 바람직해 보입니다. 누자베스의 음악은 물론 듣기 좋고, 묘한 분위기가 있지만, 그 때문에 수많은 아류들이 '재즈힙합'이라는 이름 아래 그야말로 무근본 비트를 만들어내는 바람에...

  • 2017.6.1 10:27 댓글추천 0
    nas의 life's a bitch가 재즈에 샘플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반부에 재즈연주를 하는데, 이 경우도 재즈힙합이라 볼 수 있나요??
  • Thug Poet님께
    2017.6.1 13:12 댓글추천 0
    그부분은 샘플링이 아니고 NaS의 아버지 Olu Dara가 직접 연주를 하신거에요~
    time is illmatic 보시면 나옵니다.
  • J_dilla_DET님께
    2017.6.1 14:09 댓글추천 0
    그 부분은 알고있는데 재즈냄세(?)가 나지않는 연주이후에 재즈 연주를 한 비트도 위에서 언급한 예시에 해당되나 궁금했었어요!
  • 2017.6.1 13:14 댓글추천 0
    재즈만 넣었다고 다 재즈힙합으로 분류하는건 잘못된 생각이죠...
    UGK 같은 더리사우스 힙합에도 재즈샘플링이 들어가는데 이 그룹을 재즈힙합 아티스트라고 안하잖아요~
  • 2017.6.1 13:38 댓글추천 0
    좋은글 감사합니다~
  • 견해를 좀 정리할 수 있는 참고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
  • 2017.6.2 12:17 댓글추천 0
    요즘 샘플링 샘클만으로 안끝나고 저작권료까지 원하는 샘플이 많아서 그런가...옛날처럼 뭔가 시미의 그 센스있는 샘플선택도 많이 안느껴지고 1집만큼 빈지노의 가사도 와닿지 않는게 제일큰듯...
  • 2017.6.2 17:41 댓글추천 0
    좋은글 잘봤습니다
  • 2017.6.6 02:49 댓글추천 0

    시대가 어떤 음악 장르이든 정확하게 정의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즉흥연주라는 게 꼭 재즈의 모든 면을 다 차지한다던가 재즈에서만 가능한 연주 방식이 아니기도 하고 힙합의 작법인 샘플링 자체도 다른 음악에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거니까요. 재즈가 현대에 와서 다양한 모습으로흩어져(?) 있듯이 힙합도 시간이 흐른 후엔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재즈힙합이니 하는 건 그런 과도기적 과정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론 누자베스를 무척 좋아합니다 ^^ 재밌는 건 누자베스는 소위 말하는 정통 재즈보다 월드뮤직에서 샘플을 따오는 게 대부분이라는 게... 멜로우하다 그러지만 누자베스 본인은 붐뱁처럼 헤비한 드럼을 추구하는 사람이기도 했다는데 재즈힙합이란 용어 자체가 생길 수는 있다고 보지만 그 의미가 이상하게 꼬인 것 같은 건 사실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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