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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LE Playlist : 당신의 멘토는 누구입니까?

Pepnorth2017.06.08 20:54추천수 7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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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LE Playlist : 당신의 멘토는 누구입니까?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이유는 무엇일가? 멜로디 때문일까, 리듬 때문일까, 아니면 귀가 심심해서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사가 들어 있는 대중음악이라면 노랫말의 비중을 간과하기 어렵다. 노랫말은 그 성격에 따라 우리를 웃게 하기도, 울게 하기도, 깊은 생각에 잠기게도 한다. 늘 주위에 있어 잊고 살지만, 음악은 그 어떤 매체보다도 사람들, 나아가 사회에 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매체다. 과거 정부의 음악 검열도 이런 특징과 맞닿아있다. 그냥 들어도 되고, 아무런 생각 없이 들어도 되지만, 사회적이거나 진지한 메시지를 담은 곡이라면 가사를 곱씹을수록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지금부터 소개할 곡들은 자기 자신 혹은 사회의 문제에 깊이 침전해 쉽게 넘길 수 없는 가사를 쓰는 음악가들의 곡이다. 가사 해석을 함께 펴놓고 천천히 감상해보기를 권한다. 어쩌면 그 속에서 뜻밖의 교훈을 발견하거나, 나만의 멘토로 두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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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ndrick Lamar (Feat. Rihanna) - LOYALTY.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는 음악을 통해 현실의 문제와 주변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지는데 능하다. [good kid m.A.A.d city]에서 [To Pimp A Buttterfly]를 거쳐 [DAMN.]에 오기까지, 메시지는 늘 켄드릭 라마의 음악 속에서 중심을 잡았다. 가장 최근 발매된 세 번째 정규 앨범 [DAMN.]의 대표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 몇 주 째 이름을 올리고 있는 “DNA.”와 “HUMBLE.”이지만, 메시지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가장 돋보이는 트랙은 “LOYALTY.”다. 이 트랙에서 켄드릭 라마는 “DNA.”처럼 거대 미국 사회에 분노 어린 비판를 내뱉으며 자신을 포함한 흑인의 진정성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렇다고 “HUMBLE”처럼 거친 가사 위에 종교적 코드를 절묘하게 씌운 후 큰 틀에서의 의미를 만들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무엇에 진정 마음을 쏟고 충성을 다하는지 묻고 또 묻는다. 켄드릭 라마와 리아나(Rihanna)가 뱉는 가사의 주요 테마는 사랑의 육체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 중 무엇이 더욱 중요하냐이지만, 이는 충성심의 양면성을 제시하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 곡의 진정한 의미는 누구에게 충성하는지 청자에게 직설적인 화법으로 묻는 후반부부터 급격히 도드라진다. 당신은 누구에게 마음을 쏟는가. 가족인지, 연인인지, 아니면 나 자신인지. 켄드릭 라마는 여기서 신을 언급하지만, 모두가 신을 품을 이유는 없다. 다만, 곡을 들으며 본인의 마음이 지향하는 방향을 다시 생각해봤다면, “LOYALTY.”의 메시지가 갖는 가치는 충분하다.






Logic (Feat. Alessia Cara & Khalid) - 1-800-273-8255

래퍼 로직(Logic)은 이름만큼이나 논리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첫 정규 앨범 [Under Pressure]와 두 번째 정규 앨범 [The Incredible True Story]까지 모두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 가능한 작품들이었다. 하지만 로직의 새 앨범 [Everybody]는 유독 결이 다른 작품이다. 지금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곡을 만들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타인의 관점에서 다수의 수록곡을 만든 탓이다. 그가 음악에 담은 관점을 바꾸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우연히 한 팬을 만난 로직은 팬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팬이 로직의 손을 덥석 잡고 "당신의 음악이 내 삶을 구했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한 것. 로직은 의도하지 않았던 반응에 당황했으나, 이윽고 음악이 가진 사회적인 힘과 영향력을 깨달았다. 그리고 스스로 되물었다. “내 노래가 사람들의 삶에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준다면, 내가 마음먹고 그들을 위한 곡을 만들었을 때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이 질문의 핵심에 가장 맞닿은 곡이 “1-800-273-8255”이다. 미국의 자살 방지 센터의 번호를 제목으로 삼은 부분에서 알 수 있듯, 곡에서 로직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이들을 위로한다. 그는 자살을 나무라지 않는다. 그들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을 진심으로 풀어낸 후, 삶을 되찾을 수 있게끔 토닥이고 용기를 불어넣는다. 어쩌면 죽고 싶다는 화자의 생각이 곡의 끝에 이르러 전복되는 구성은 유치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제에 따라 직설적인 노랫말이 더 큰 힘을 지니는 경우가 있다. 이 곡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로직은 곡 발표 이후 여러 방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그 칭찬만큼이나 많은 이들이 이 곡에게 위로를 얻었길 바란다.






Alessia Cara - Scars To Your Beautiful

알레시아 카라(Alessia Cara)의 주가는 몇 년째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싱글 “Here” 와 “Wild Things”는 모두 플래티넘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가 부른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OST “How Far I’ll Go”는 애니메이션의 인기와 함께 몇 주간 꾸준한 사랑을 받았고, 제드(Zedd)와 함께 발표한 “Stay”는 빌보드 핫 100 차트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그가 2015년 말부터 지금까지 약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계속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는 노래 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첫 앨범 [Know-It-All]에서 보여준 특별한 감성 역시 큰 역할을 했다. 앨범에서 알레시아 카라는 사회의 기준에 반기를 들고 자신의 개성을 숨기지 않으며 비슷한 처지의 타인을 독려하는 10대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Scars To Your Beautiful”은 이 맥락의 연장선에 있는 곡이다. 알레시아 카라는 가사를 통해 너의 아름다움은 오직 너만의 것인데 왜 획일화된 기준에 얽매이냐고 이야기한다. 나아가 사회가 개개인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똑같은 사람 한 명 없다는 세상에서 똑같은 아름다움과 멋을 강요하는 사회는 열 번이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 비판을 알레시아 카라는 담백하고도 뚜렷한 언어와 가창력으로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이 곡은 애초부터 사람들의 시선에 매일 재단 당하는 여성들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뚱뚱하다거나 너무 말랐다는 말들에 상처받는 남자들도 이 곡으로 꽤나 큰 위로를 받지 않을까.







Big K.R.I.T. - Soul Food

빅크릿(Big K.R.I.T.)은 개인의 경험과 철학을 유려하고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여 사회적인 이야기로 치환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두 번째 정규 앨범 [Cadillactica]는 빅크릿이 우주 속에 행성을 만들고 직접 신이 되어 튀어나간다는 컨셉의 작품이다. 물론 그 속에서도 빅크릿은 앞서 언급한 본인의 개성을 잃지 않는다. 이런 특징이 앨범에서 다시금 발현되는 시발점의 역할을 담당하는 트랙이 “Soul Food”다. 빅크릿은 1절과 2절에 각각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삶을 병치하며 사회가 변했음을 암시한다. 여기서 중심이 되는 내용은 일명 '소울 푸드'라는 음식이다. 소울 푸드는 미국 남부 흑인 사회, 노예 제도와 관련이 깊은 전통 음식이다. 빅크릿은 "함께 나누던 소울 푸드에 무슨 일이 생겼는가?"라고 말하며 과거와 현재 사이 상실된 공동체의 유대 또는 사람 간의 사랑을 언급한다. 물론 마냥 과거가 좋다는 건 아니다. 과거에는 약을 팔아야 했고, 힘들게 달려야 했으며, 주거지가 안전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문제가 사라진 지금이 그때보다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거의 유대와 사랑과 꿈, 현재의 성공과 이성을 향한 욕망 중 더욱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빅크릿은 이에 대한 대답으로 과거가 조금은 더 행복했다고 넌지시 암시한다. 그 대답은 모두가 빅크릿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소한 사회적 문제를 끄집어내서 거친 욕설이나 불필요한 표현 없이 유려한 화법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빅크릿의 능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 않을까.







J. Cole - False Prophets

고집을 부리고 아집에 휩싸여 있을 때,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회피할 때가 있다. 그럴수록 필요한 건 절친한 친구의 뼈아픈 충고다. 관심과 사랑에서 우러나온 말 한마디는 생각을 다잡게 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의 모색을 가능하게 한다. 제이콜(J. Cole)은 “False Prophets”에서 누군가에게 진지한 충고를 날린다. 지나친 칭찬에 둘러싸여 오히려 중심을 잃고 자신을 돌아보는 능력을 상실한 모습을 비판하고, 한편으로는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고 몇 줄의 비평에 일희일비하는 탓에 온전한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전자는 한때 제이콜의 우상이었던 칸예 웨스트(Kanye West)이고, 후자는 제이콜의 친구인 왈레(Wale)다. 사실 겉만 보면 “False Prophets”은 영락없는 디스곡이다. 하지만 디스곡이라고 다 같은 디스곡은 아니다. 제이콜은 칸예 웨스트와 왈레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 비판함과 동시에, 3절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현재 상황을 언급한 후 일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단순히 문제를 제기하거나 비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 것이다. 이는 긍정적인 비판의 전형적인 형태이며, “False Prophets”를 평범한 디스곡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수취인이 명확하지 않은 글은 그 글을 읽는 모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제이콜의 진지한 비판의 대상 역시 칸예 웨스트, 왈레를 넘어 비슷한 처지에 놓인 청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친구라면 두 번 세 번 디스를 들어도 기분 나쁠 일은 없을 것이다.


글 | 김현호 (Pepno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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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 6.8 23:24
    와...진짜 엄청난글... 잘 읽었습니다
  • 6.9 00:18
    에버튼....7위면 유로파겠네요. 쿠만 감독이 왔으니 나름 자기 입맛에 맞게 리빌딩을 좀 할거 같은데 , 챔스권까지 갈수 있을지도요.

    아스날이랑 같이 사이좋게 챔스ㄹ...
  • 6.11 12:07
    @믹스테잎
    ???!
  • 6.11 17:02
    @Quavo
    펩님이 에버튼 팬이면 저는 아스날 팬이란 말입니ㄷ....
  • 6.11 17:03
    아 근데 유로파 애기는 잘못 한거 같기도 하네요. 유로파가 몇위까지더라...챔스는 4위까진가 그런걸로 아는데.

    쿠만이 16 - 17 보내고 17 - 18 준비중이니 리빌딩 어떻게 할지도 궁금...
  • Pepnorth글쓴이
    6.12 18:11
    @믹스테잎
    아스날 팬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사이 좋게 유로파 가요 ^^
  • 6.12 23:46
    @믹스테잎
    원래 5위까지인데 fa컵,리그컵 우승팀이 다 챔스권팀이어서 7위까지 나가죠
  • 6.9 21:34
    감사히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접하는 펩님 글이네요
  • 6.10 01:20
    좋은글 감사합니다 ㅎㅎㅎ
  • 6.10 08:20
    이참에 로직노래들 찾아들어야겠네요
  • 6.12 13:28
    제이콜형 이발해주는줄 알았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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