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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1 <Please Please Me>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4.03.30 17:30조회 수 257추천수 4댓글 8

One Two Three Four!

The Beatles - I Saw Her Standing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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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만약이라는 것은 없음에도, 혹시라도 지금부터 소개할 음반이 크나큰 히트를 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 순수하고 꾸밈없는 하나의 음반이 히트를 친 것도 행운임을 생각한다면, 역사의 시작은 미약한 출발점이 행운으로 치환되고서 거룩한 움직임으로 향하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당시에야 음악을 녹음한다는 행위가 얼마나 값비싼 행위인지를 알지만, 그들은 분명 시대를 타고난 행운아들이 분명했다. 약 7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우연이 차곡차곡 쌓여서 20세기를 대표하는 밴드가 될 줄은 그들도 몰랐을 테다. 그렇지만 그들이 행운을 만드는 힘에는 부차적인 요소들도 분명 존재했다. 데뷔 앨범 <Please Please Me>를 만든 행운에는 음악을 사랑하는 순수함이 우선적으로 돋보이니 어떤가? 어쩌면 그것이 정답일 수도 있겠다.

비틀즈(The Beatles)의 다른 명반들, 예컨대 <Rubber Soul>,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같은 저명한 작품을 마주한 뒤에 초창기의 작품들을 감상한다면 의문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은 내가 그랬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초창기 작품들에는 거창한 대주제도, 심오하게 갈고닦은 예술성도 찾아보기 힘드니 말이다. 오히려 꾸밈없는 순수함과 젊음의 열기만이 가득한데, 이러한 데뷔 앨범이 바로 <Please Please Me>다. 데뷔 앨범 <Please Please Me>는 1960년 초 리버풀 밴드 씬의 사운드 중 정수만을 뽑아내 제작했으니, 케빈 클럽(Cavin Club)의 간판스타에서 유럽 전역의 스타가 된 것도 본작부터다.

한데, 비틀즈의 데뷔 앨범을 현대적 관점으로 살펴보기에는 어폐가 있을 듯하다. 그도 그럴게, <Rubber Soul>이라는 격변기 이전 작품들에는 거창한 서사나 주제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그 까닭에는 장르적 한계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아무래도 초창기 비틀즈가 구가한 '머지비트(Merseybeat)', '머지사운드(Merseysound)'라는 장르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Please Please Me>의 근간에는 미국의 로큰롤과 구분되는 영국 감성의 로큰롤이 자리잡고 있었으니, 바로 그 이름이 머지비트가 되었다. 리버풀은 아이리시 해와 머지 강에 접하고 있으니, 미국의 로큰롤과 소울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유도 강 유역에 자리 잡은 항구도시였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미국의 로큰롤과 소울을 들여 리버풀만의 음악으로 재탄생한 것이 머지비트다. 더욱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머지비트는 본래 빌 해리가 창간한 잡지의 이름이다. 스키플의 단순하고 경쾌한 사운드가 뼈대를 이루고 미국의 로큰롤을 적절히 수용한 형태가 바로 머지사운드 내지 머지비트 되시겠다.

그렇다면 <Please Please Me>의 제작 배경은 어땠는가. 존 레논(John)이 쿼리맨(Quarrymen), 실버 비틀즈(Silver Beatles)라는 밴드명을 거쳐 비틀즈라는 전설의 4인방을 완성한 이야기는 유명하니 제외하고, 오히려 당시의 음악 시장이 어땠는가를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본작을 평가할 때의 이야기가 훗날의 오색찬란한 명반들과도 궤를 달리하는 상대성을 보여주는 이유도 후대의 기획과는 상황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일련의 도전을 하기 전에는 밑바탕이 필요했으니, 당시의 비틀즈는 최우선적으로 가장 유행하던 음악을 양질의 퀄리티로 녹음할 필요가 있었다. 약간을 상상력을 발휘하자면 당시 영국 주류의 로큰롤 밴드들은 LP라는 긴 시간의 음반을 발매할 기력이 현저히 부족했을 테다. 애초에 비트 뮤직의 주류 소비자층이 10대들이었으니, 히트곡이 아니면 이외의 음악들은 소비되기 어려운 현실이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필시 초창기 비틀즈의 환경도 여타 밴드와는 다르지 않았을 터이다. EMI(Electric Musical Industries Ltd)와 계약 후,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데뷔 앨범을 제작하게 된 것도 위와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싱글 "Please Please Me"와 "Love Me Do"의 전국적 성공 직후 기획된 앨범이 자연스레 청춘의 무언가를 형상하며 영국의 10대들을 주 타깃층으로 삼은 것도 위의 이야기와 같은 일환일 것이다.

대망의 1963년 2월 11일 데뷔 앨범을 위한 곡들을 프로듀서 조지 마틴(George Martin)과 녹음하기 시작했다. 이미 발매된 싱글을 제외하면 에비 로드 거리 EMI 스튜디오에서 9시간 반 동안 11개의 곡을 녹음하였는데, 그중 "Hold Me Tight"은 훗날의 앨범에 수록되었다. 그렇게 <Please Please Me>의 수록곡 총 8곡의 자작곡과 6곡의 커버 곡을 담게 되었다. 커버 곡의 연유에는 당시의 여타 밴드들처럼 유행하던 로큰롤과 R&B를 재해석하거나 커버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하나, 둘, 셋, 넷', 마치 공연장을 연상시키는 구호로 시작하는"I Saw Her Standing There"부터 존 레논의 쉰 목소리로 앨범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Twist and Shout"까지, <Please Please Me>는 9시반이라는 짧은 녹음 시간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었다.

어쩌면 그들의 디스코그래피에 있어서 <Please Please Me>는 그렇게 특별한 작품이 아닐지도 모른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앨범이라고 힐난할 수도 있겠으며, 오글거리는 사랑 가사와 현재에 와서는 과하게 느껴지는 연출 역시 일부 존재한다. 그럼에도 당대 클럽 분위기를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한 작품은 젊은이들의 흥취에 딱 맞는 셈이었다. 짧은 시간 안으로 최대한 쥐어짜낸 결과물은 당시 유행하던 클럽 특유의 생동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데에 전념을 다했다. 그야말로 강렬한 데뷔 앨범이 되었으니, 지금에 와서야 촌스럽게 들리는 작품도 시대상을 감안하면 신선하게 들린다. 그만큼이나 그들의 연주와 보컬은 유쾌하고 열정적이다. 애초에 남을 따라가고자 한 결과물도 아니었을뿐더러, 다양한 영향력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내는 힘을 그들은 분명히 지니고 있었다. 아날로그-싸구려틱하게 느껴지는 음악들이 그들의 순수한 정체성에 기반했음을 느끼게 된다면 <Please Please Me>은 아직까지도 유효한 작품일 테다. 클럽을 정진하며 갈고닦은 음악성과 재능, 나름의 행운, 호기로운 성미까지가 합하여 드러나는 본작은 그야말로 낭만의 길을 그릴 뿐이니.

그렇다면 내게 <Please Please Me>는 어떤 작품인가. 로큰롤에서 록 밴드가 되기 위한 시발점과도 같은 작품? 혹은 한 시대를 풍미한 기억 속의 작품? 물론 여러모로 맞는 말 같다만, 내게 <Please Please Me>는 어떠한 순수한 결정체에 가까운 작품으로 느껴진다. 특히 후대의 작품들과 비견할 때, 다양한 장르를 빨아들인 명작들과 견주어 감상한다면 명작들의 저변에는 기초가 되는 무언가가 자리 잡았다. 그것이 독자적인 예술성이 되었건, 장르적 교집합이 이룬 작품성이 되었건 간에, 그들의 음악에는 할 수 있다는 패기가 우선된 듯하니. 수많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면에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패기와 음악적 영역을 통제하는 능력이 존재했다. 레논-메카트니의 작곡과 멤버들의 보조가 찬란하게 빛날 수 있던 지점에도 음악적 순수함에 근원을 두지 않았나. 결국에 '청춘의 록', '젊음의 록'과 같은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훗날에도 수많은 록 밴드들이 융통하는 매개체임을 생각하면 꼭 틀린 말도 아닌 듯하다. 7년이라는 청춘가도, 거룩한 역사의 시발점에는 <Please Please Me>로 대변되는 야망과 음악을 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가짐이 자리 잡았으니, 하나의 태동은 대중음악과 젊은이들을 견인하는 힘이 분명히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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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3.30 17:36

    전설의 시작과도 같은 앨범

    나중의 앨범들과 비교하면 아쉬울수도 있지만, 이것자체로도 충분히 좋은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3.30 21:56
    @hgwe8071

    저도 과소평가된 앨범이라 생각합니다. ㅎㅎ

  • 3.30 21:18

    플플미는 진짜 개좋음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3.30 21:56
    @dOntcrybOy

    저도요!

  • 3.30 21:24

    단순함과 순수함, 혈기와 젊음으로 가득 찬 로큰롤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시작점이죠.

    개인적으로 A Hard Day's Night 정도를 제외하면 비틀즈 초기작 중 가장 좋게 들었기도 했고, 첫 앨범이라는 데서 오는 상징성 같은 것도 있고 해서 괜시리 보면 이상하게 기분 좋은 느낌이네요.

    그나저나 초창기 존 레논 얼굴이 중후기랑 너무 달라서 아무리 봐도 적응 안 되네요... 뭔가 얼굴은 이 시절이 더 젊은데 훨씬 올드해보인달까...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1 3.30 21:58
    @Pushedash

    그야말로 청춘 로큰롤의 시작점이죠:) 투박한데도 좋은 앨범이랄까요.

     

    존레논은 약간 아저씨처럼 나오긴 했네요 ㅋㅋㅋ

  • 3.30 22:51

    당시의 관행에 따라 절반 정도는 커버곡으로 채워졌기에

    이후에 비틀즈 멤버들의 순수 창작으로만 채워진 명반들과는 견주기 힘들지 몰라도

     

    음악적으로도 60년대 영국 록큰롤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머 음악사적으로도 브리티쉬 인베이전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몰고 왔던 앨범이기도 하고 ㅎㅎ

     

    특히 twist and shout은 갠적으로 원곡을 뛰어넘는 커버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 존레논의 야생미 넘치는 샤우팅이 일품

  •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글쓴이
    3.31 12:04
    @MarshallMathers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시대상이 달랐기에 후대의 명반들과는 다른 기준선에 놓여있는 작품이랄까요?

     

    Twist and shout은 존 레논의 쉰 목소리가 오히려 일품인 작품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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