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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tles #0

title: Illmatic앞날 Hustler 2024.03.30 17:29조회 수 146추천수 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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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중음악 역사상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끼친 한 밴드의 디스코그래피를 돌아보기 위해서 시작한 소고를 어디서부터 조명하는 게 맞을까. 실제로 이들에 관한 글이 차고 넘쳐나는 현실에서 제가 가질 수 있는 차별점을 고민해 보았는데, 딱히 뾰족한 수는 없었다. 차별점이라고 해도, 제가 가질 수 있는 몇 개의 개인적인 감상이 다가 아닐까. 애초에 대중의 사랑을 받는 데 더러 이유가 있는 작품들에 내가 붙일 감상의 실효성이 있는지는 차치할 이야기겠지만. 설령 그들의 작품 중에서 몇 개의 요소에 대하여 호오를 따지더라도 애매한 부분이 많을 듯한 직감이 든다. 애매한 부분이라 함은 내 감상이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지에 대해서다. 삶에 있어서도 나의 태도는 종잡을 수 없는 부분을 많이 따진다. 애초에 나 스스로를 그렇게 감성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는 애매한 인간이라 여기기에 복잡다단한 생각만이 맴돈다. 그리고 감상조차도 애매모호한 사고에 따라 움직이니 심히 염려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더욱 솔직하게 말해 보자면, 본 글을 시작한 계기도 최근에 음악 감상 태도에 대한 숱한 회의감이 일렁였기 때문이다. 회의감의 출처를 따라가보면, 제 몇 개의 감상문 같은 글들과 휴대폰 스트리밍 앱에 빼곡히 가득 찬 여러 아티스트들의 앨범들을 기묘한 심정으로 바라본 한때의 나 자신이 존재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일까?’, ‘내가 글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진정으로 취미를 즐기고 있을까?’ 어느 질문에도 확신에 찬 대답을 내놓기 힘들었다. 그제야 내가 쓴 글조차도 알맹이 없는 속 빈 강정과도 같은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하니, 회의감의 출처도 그곳이었을 테다. 그 때문이라도 내가 쓴 글들을 모두 지우리라 결심을 한 적이 있다. 그동안 내가 쓴 글들이 음습한 잔여물로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인터넷에 기고한 모든 글들이나 계정들을 지우려고 마음먹기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보여주기 위해서 글을 쓴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나누고자 글을 쓰고자 했는데, 약간의 착란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서 생각을 조금 바꾸었다. 제 부끄럼을 뒤로하고 초심을 찾고자 했다. 음악을 사랑했던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대중음악의 거목과도 같은 이들을 들추어 보면 나름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다시 글을 시작한다. 예컨대, 고전을 감상한다면 내 태도에 드는 기시감도 지울 수 있을 거라는 묘한 믿음으로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고자 하는 것은 참으로 많은데, 제대로 굳센 마음을 먹게 된 것은 이 시리즈가 처음이다.

사실 앞으로 이어나갈 시리즈를 대체할 인물들은 엄청 많았다. Radiohead, Kanye West, Pink Floyd, Björk와 같은 인물들 말이다. 그럼에도 대중음악계의 고전이나 클래식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다른 것보다 그들의 이름이 최우선적으로 거론되니, 내 손아귀에도 가장 먼저 잡힌 이름 역시도 그들이었다. 모름지기 수많은 앨범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수많은 시간, 수많은 사람들의 비평을 거쳐가며 본유의 가치가 더욱 상승하는 기묘한 현상을 목도한다면, 그제야 고전의 가치는 식을 줄 모름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책으로 쳐도 고전을 읽는 데에는 뻔한 이유가 있을 터인데, 대중음악계의 고전을 듣는 데에도 그 뻔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들의 디스코그래피를 파헤치고자 한 시작점도 그러한 까닭이다. 고전이나 클래식이 어느 하나의 출발점인 것처럼, 나는 근원을 찾고자 했다. 다소 진부한 주문일지라도 듣고 보면서, 새로이 발견하는 것이 있다면 새로운 디딤돌로 삼을 만하지 않을까 싶다.

구구절절 개인적인 고뇌를 토로했지만, 앞으로 이어나갈 글에는 내 고뇌는 크게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이름을 빌려 감상의 초석을 다시금 쌓자고 하는 일이니, 본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도 내 취미에 대한 회의감을 넘어와 원석을 가공할 매개체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 과정에서 우연히 선택된 사람들이 본 밴드였다. 앞서 말한 대중음악계의 고전과도 같은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나, 그보다도 큰 이유는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거대한 발자취를 남기며, 불과 7년 남짓의 짧은 녹음 기간에 세상을 바꾼 사람들이 제 호기심을 자극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단순한 이유를 해소하면 내 하릴없는 허탈함도 해소되지 않을까라는 묘한 기대를 품게 된 것도 그쯤이다. 만일 해소되지 않더라도 본 과정이 무언가의 결실을 이루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대중음악의 역사와도 같은 이들의 음악을 하나씩 짚어가며 듣다 보면, 언젠가는 본연의 취미라는 흥취에 더욱 빠질 수 있지 않을까란 짧은 생각. 아니더라도 내 원론적 고민의 해답을 찾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리라 믿었다. 어찌 되었건 시작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1960년대 초 혜성처럼 등장한 이들이 1950년대 말 궤멸 직전까지 간 로큰롤을 성대하게 부활시켰을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7년 남짓 한 시간 동안 내놓은 13장의 앨범들과 수많은 차트 1위 싱글들까지, 그들은 록 음악을 오색찬란한 빛깔의 무대 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밴드가 해체한 지도 어느덧 50여 년을 넘어가는데, 영향력의 불씨는 아직도 꺼질 줄을 몰랐다. 그들의 음악은 영향력이라는 거센 물결을 타고 올라서, 로큰롤이 수많은 록의 분파로 이어졌다. 이윽고 분파된 장르의 뿌리를 찾고자 했을 때 그들의 이름은 지나칠 수 없게 되었다.

13장의 앨범 동안 이들은 다양한 실험을 해왔다. 비단 현대 대중음악의 시초라고 뭉뚱그려 말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로큰롤은 여러 장르의 음악들(클래식, 팝, R&B, 포크, 블루스, 헤비메탈, 재즈, 아방가르드... 등)을 흡수하며 절충적인 형태로 나아갔다. 절충적 결과물로 드러난 13장의 작품들은 각기 다른 색을 자랑한다.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장르를 융합한다는 점은 현대에 와서도 꽤 유효한 수단이 아닌가? 그들은 록을 기둥 삼아 다양한 장르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서는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심지어 완성한 스타일의 결과물조차 질적으로 우수한 모양새를 띄니, 새로운 스타일에도 부끄럼은 없었다.

다양하고도 절충적인 실험을 이어나가면서도 대중적인 성공을 이룬 모습에 떳떳한 그들이었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작금에 와서도 그러한 음악들에 대해 과대평가나 과소평가를 받지 아니하니, 딱 준수한 정도의 평가를 받지 않는가 싶다. 혹, 상회한 평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들 음악이 보여준 결과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을 터이다. 게다가 이들의 1960년대 변혁은 음악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그들의 등장은 사회문화적으로 전방위적인 혁명이자, 하나의 신드롬이었으니 그 자체로서도 가능성의 세계를 확장한 사례이다. 그들이 무너뜨린 벽은 음악만이 아니었으니, 후대에 와서는 더욱 칭송받는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 'The Beatles'라는 이름으로.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전에는 비틀즈의 디스코그래피를 전부 들어보지는 못했다. 물론 히트 싱글이나, 명반으로 대표되는 몇 개의 앨범들은 시간을 두고 재생한 적은 있으나, 그조차도 어딘가 부족하게 들은 감상이다. 심지어는 언젠가 힙스터 기질이 다분히 발휘되어 명반이라는 소리를 듣고서는 주먹구구식으로 찾아 들었던 기억도 존재한다. 그때에는 왜 이 음악이 좋은지 설명조차 할 수 없으며, 그냥 좋으니 좋다는 심산이었다.(사실 그게 정답일지도 모르지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부족함을 채우는 것밖에 해답이 없었다. 애초에 결핍이 욕구의 근원이라면 결핍이란 양동이에 물을 마구 채우면 될 일이다. 물론 그들의 앨범에는 양질의 리뷰 글들이 이미 존재하므로, 앞서 말했듯이 그것들과 둘 수 있는 차별점으로는 지리멸렬하고 개인적인 감상이 전부일지도 모를 일이다. 어차피 개인적인 감상이 가장 나다운 것이라면, 결국에 가장 개인적인 감상을 쓰면 될 일이라 마음먹었으니. 그렇다고 숙제처럼 차일피일 미룬 것들을 감상하고 글을 쓰는 모양새는 아니다. 누구보다도 글을 못 쓰는 나라고 생각하지만, 음악에 대한 마음가짐은 진심이니 부끄럼을 무릅쓰고 내 마음을 들춰보며 본 시리즈를 연재할까 한다. '나만의' 글이 되는 것이 아닌, '나다운' 글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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