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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Jhené Aiko - Souled Out

Melo2014.10.04 21:25추천수 1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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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né Aiko - Souled Out

01. Limbo Limbo Limbo
02. W.A.Y.S.
03. To Love & Die (Feat. Cocaine 80s)
04. Spotless Mind
05. It's Cool
06. Lyin King
07. Wading
08. The Pressure
09. Brave
10. Eternal Sunshine
11. Promises (Feat. Miyagi Aiko & Namiko Aiko)
12. Pretty Bird (Freestyle) (Feat. Common)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서사와 감성은 아티스트에게 상당한 메리트다. 남들과 같은 인생을 거쳐오거나 보편적인 감성도 물론, 듣는 사람의 공감을 산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아티스트가 말하고자 하는바, 즉 ‘무엇’에서 메리트가 없기에 그 경우에는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대해 많은 고민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에 비해 애초에 ‘무엇’을 논하고자 하느냐부터 다르면 이미 확실한 차별점을 가져가게 된다. 그렇다고 그런 아티스트는 ‘어떻게’에 대한 고민이 없어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저네이 아이코(Jhené Aiko)는 그런 서사와 감성에서 확연히 차별화된 아티스트다.

그런 저네이 아이코의 이번 정규 앨범 [Souled Out]을 비롯한 지금까지의 결과물에서 담아내는 특별한 이야기를 모두 이해하려면 그녀의 인생 굴곡을 따라가 볼 필요가 있다. 그녀는 지금처럼 큰 반향을 얻기 전에 많은 사건을 겪었다. 하나는 그녀가 B2K의 멤버들과 함께 눈에 띄면서 에픽 레코즈(Epic Records)와 계약하며 활동을 시작하려 했다가 레이블로부터 버림 받은 이야기다. 그녀는 B2K의 콘서트나 앨범 작업에 여성 보컬이 필요할 때 활용됨과 더불어 솔로 아티스트로서 싱글도 발표했었다. 그러나 싱글이 주목받지 못하면서 이후 앨범을 내려는 시도가 레이블로부터 차단되고, 끝내 방출까지 당하게 된다.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건은 바로 B2K 소속 멤버인 오마리온(Omarion)의 동생인 오라이언(O’Ryan) 사이에서 20살이란 어린 나이에 딸을 낳은 것이다. 정확하게 파악은 안 되지만, 오라이언과 저네이 아이코는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헤어졌다고 한다. 게다가 2012년에는 그녀의 형제인 미야기 아이코(Miyagi Aiko)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형제의 죽음은 그녀로 하여금 “For My Brother”라는 곡을 만들게 한다. 2013년에는 그녀의 딸인 나미코 아이코(Namiko Aiko), 언니 미요코 아이코(Miyoko Aiko), 딸의 아빠인 오라이언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로 저네이 아이코는 손목과 치아에 손상을 입지만, 딸은 크게 다치지 않는다. 아직 한국 나이로 27살밖에 안 된 이 싱어송라이터에게는 정말 수많은 일이 있었다. 이어 그 수많은 일은 그녀의 음악으로 승화된다. 특히, 전작인 EP 앨범 [Sail Out]의 수록곡인 “The Worst”, “3:16am”, “Comfort Inn Ending (Freestyle)”는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 감정을 품은 대상에 대한 극도의 집착과 애환이 담긴 곡이다.

♬ Jhené Aiko – Comfort Inn Ending (Freestyle)


그렇다면 그녀의 그 굴곡진 서사가 [Souled Out]에서는 어떻게 승화됐을까? 앨범은 앞서 발표된 두 작품 [Sailing Soul(s)]와 [Sail Out]과는 다르게 인생을 살아오며 이리저리 깨지고 부서진 한 여자가 생을 살아가는 데에서의 진리를 깨닫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Sail Out]이 그저 남녀관계에서의 희비를 담아낸 것과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이다. 물론, 그녀는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히 사랑과 사랑의 대상에 대한 자신의 처절하고 끈적이는(?) 태도를 드러낸다. 주로 중반부에 배치된 “To Love & Die”, “Spotless Mind”, “It’s Cool”, “The Pressure”, “Brave”와 같은 트랙이 그렇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녀는 이전과 다르게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려고도 한다. 여기서 그 억누름이 담긴 가사를 늘어놓으면 늘어놓을수록 역설적으로 그녀 안에 집착이 남아 있다는 게 느껴진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마치 여자들이 “나 화 안 났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만약 저네이 아이코가 이렇게 절망만 늘어놓았다면 나는 이 앨범을 3부작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는 작품이라고 말하지 않았을 테다. 앨범은 [Sail Out]과 달리 단순히 절망의 감정으로 결말을 맺지 않으며, 딸과 굳게 약속하는, 젊지만 강한 베이비마마(Babymama)로서의 견고한 태도로 마무리된다. 몇 년간의 세월을 견뎌오며 얻게 된 인생의 깨달음은 그녀에게 힘이 되고 있으며, 현재에 충실하게 한다. 그 깨달음의 요는 앞서 계속해서 언급했던 ‘집착’이다. 결론적으로 저네이 아이코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 놓쳐 버린 것, 버림당한 것까지, 그 모든 과거를 붙잡고 있음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러한 태도는 후반부에 배치된 키 웨인(Key Wane)이 깔아놓은 멋진 선율 아래 노래하는 “Eternal Sunshine”과 딸 나미코 아이코와 함께한 “Promises”에서 드러난다. 나는 이로써 이 젊은 엄마이자 싱어송라이터가 믹스테입부터 정규 앨범까지 발표하면서 일궈낸 정신적 성장을 엿볼 수 있었다.

여기까지, 서사를 멋지게 드러냈다는 것만으로 이번 앨범을 높게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저네이 아이코가 그런 정신적 성장에 버금갈 만큼 음악적 성장도 일궈냈기 때문이다. 앨범의 분위기는 이전보다 더 일관된 면모를 띈다. 이 부분에서는 프로덕션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저네이 아이코가 소속된 레이블인 아티움 레코딩스(Artium Recording)의 오너인 노아이디(No I.D.)는 앨범 프로덕션의 절반 정도를 담당했는데, 피비알앤비(PBR&B) 특유의 공명감 있거나 과잉된 소리를 살리기보다는 기존의 스타일로 빚어낸 마일드한 비트를 제공했다. 그로써 앨범은 후반부로 가면서 소리적으로 과열된 양상을 보이지 않는다. 또한, 그녀의 새 남자친구로 알려진(!) 닷 더 지니어스(Dot Da Genius)는 “Limbo Limbo Limbo”를 통해 WZRD에서도 보여줬던 그의 락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LA 출신의 프로듀서 피스티커프스(Fisticuffs)는 “The Pressure”를 비롯한 3곡에서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에 어우러지고, 청자로 하여금 집중력을 배가시키는 프로덕션을 선보였다.

♬ Jhené Aiko – The Pressure

이 일관된 분위기의 프로덕션에서 저네이 아이코는 담담한 톤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집착 혹은 그 끝에 얻은 성찰을 적절히 표현해내고 있다. 이와 함께 중독적인 목소리로 특유의 짧은 동일 문구를 반복하는 파트를 자주 선보이기도 한다. 곡마다 거의 한 파트씩 차지하고 있는 이 반복 파트는 그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더 명확하게 함과 동시에 곡의 메시지를 더 강하게 들리게 하는 효과까지 가져간다. 앞서 언급한 그녀만의 서사를 알지 못해도 앨범이 듣기 좋은 건 이러한 부분 덕분이다.

한 아티스트의 커리어의 1막과 같이 느껴지는 3부작은 이렇게 끝났다. 저네이 아이코는 인고의 세월을 지나 더 강해졌고, 그 강함은 [Souled Out]이라는 멋진 풀렝쓰 앨범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그녀에게 또 어떤 시련이 닥칠지 모른다. 하지만 그간의 수많은 비통한 일을 경험한 그녀이기에 이전보다 더 잘 이겨내고, 잘 살아가지 않을까? 또한, 그동안 자신의 서사를 음악에 잘 담아왔던 걸 생각하면, 앞으로의 이야기가 희극이든, 비극이든 간에 그녀는 자신의 또 다른 음악에 그것들을 차곡차곡 잘 풀어놓을 거로 생각한다. 앨범의 마지막 곡인 “Pretty Bird (Freestyle)”에서 진언을 하는 커먼(Common)처럼 나 역시 그녀가 더 멋지게 날아오르는 ‘예쁜 새’가 되길 바란다.


글 ㅣ Me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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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 10.4 22:27
    무난하게 좋은것 같아요. 폭팔하는 스타일은 애초에 아니니 좋은 앨범
  • 10.5 21:07
    석양이 비치는 조용한 호수에 나 홀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거 같아서 좋습니다..
    항상 이 분 음악을 들을때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됨.
  • 10.5 23:27
    진짜 다 좋은데 등짝에 욱일기 문신한 건 좀 아니다..
    여자 뮤지션 중 유일하게 제일 애청하는데 ㅠㅠㅠㅠㅠㅠ
    너무 안타깝다
  • 10.10 09:43
    전 Sail Out보다는 그닥 별로였어요
    이 분도 역시 피처링으로 기용되는게 훨씬 더 좋은듯
  • 10.10 17:53
    bed peace 같은 달달한거 좀 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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