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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퀸? 퀸!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8.22 19:42조회 수 3321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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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말, 세상에 등장해 지금은 인기 절정의 대중음악으로 자리 잡은 힙합. 약 40여 년의 역사 동안 수많은 여성 래퍼가 있었다. 그중 몇몇은 음악사적인 의미와 인기의 척도에 따라 ‘여왕’이란 칭호를 얻었다. 2010년대에도 ‘랩의 여왕’이란 타이틀은 생명력을 잃지 않고 흔하게 쓰이고 있다. 이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현시점에서 그 주인공은 니키 미나즈(Nicki Minaj)다. 그녀는 2010년 첫 정규 앨범 [Pink Friday]를 발표 후, 많은 매체로부터 여왕이라 불렸다. 하지만 정작 니키 미나즈는 “Moment 4 Life”에서 드러냈듯, 여왕이 아닌 왕으로 명명되기를 원했다. <가디언(Guardian)> 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경쟁 상대는 성별을 막론한 모든 래퍼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랬던 그녀가 최근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의 “The Way Life Goes (Remix)”에서 여왕을 자처하더니, 심지어 네 번째 정규 앨범의 타이틀에 ‘Pink’를 버리고 ‘Queen’을 붙여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과연 니키 미나즈는 어떻게 랩의 여왕이 될 수 있었고, 또 왜 이번 앨범의 타이틀이 Queen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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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 여왕의 군림

세상에는 스스로 여왕임을 말하는 많은 여성 래퍼가 있었지만, 니키 미나즈처럼 만인의 인정을 받은 이는 없었다. 그녀가 오랫동안 왕좌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로는 일단 랩의 여왕으로서 갖춰야만 하는 음악적 역량이 있다. 니키 미나즈는 믹스테입 [Playtime Is Over] 시절부터 탄탄한 발성이 뒷받침된 박자 감각과 기가 막힌 펀치 라인을 선보였다. 재능이 있으니 누가 가만히 보고만 있겠는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영 머니(Young Money) 왕조의 릴 웨인(Lil Wayne)은 여왕이 될 자질을 알아보고 그녀를 자신의 세력에 끌어들인다. 니키 미나즈는 그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컴필레이션 앨범 [We Are Young Money]로 뛰어난 랩 실력을 드러냈고, 본격적으로 많은 이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영 머니라는 가문의 든든한 지원을 확보함과 동시에 자신의 재능이 충분히 대중들에게 매력적임을 확신한 니키 미나즈. 이내 오랫동안 공석으로 남아 있던 여왕 자리를 차지하고자 앨범 [Pink Friday]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 Nicki Minaj - Super Bass

니키 미나즈는 왕위 찬탈(?)을 위해 영 머니 소속 아티스트를 포함해 에미넴(Eminem), 리한나(Rihanna), 칸예 웨스트(Kanye West) 등 내로라하는 지원군들을 포섭했다. 힙합뿐만 아니라 당시 팝 시장에서 사랑받던 팝과 전자음악들을 앨범에 구현하기도 했다. 여기에 랩과 보컬을 유연하게 넘나들고, 자신의 얼터 이고(Alter Ego) 로만 졸란스키(Roman Zolanski)로 여타 남성 래퍼들에게 절대 뒤처지지 않는 탁월한 랩 실력을 뽐냈다. 그 남성 래퍼들이 규정했던 ‘Bad Bitch’를 음악 내,외적으로 캐릭터화했다. 어릴 적부터 영향받았던 일본 문화와 바비 인형을 패션으로 녹여낸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리하여 니키 미나즈는 일반 대중들에게도 자신의 음악과 캐릭터를 어필할 수 있었고,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하는 상업적 성과를 거두며 진정한 랩의 여왕으로 거듭난다. 많은 레이블이 그녀의 성공에 주목했고, 덕분에 수많은 여성 래퍼가 메인스트림 씬에 등장하기까지 한다. 실제로 <The Fader>, <Noisey>와 같은 매거진에서는 니키 미나즈를 남성 중심의 힙합 산업을 허물어뜨린 이로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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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

퀸? - 여왕의 위기

어느덧 니키 미나즈가 여왕의 직위에 오른 지도 8년. 모든 왕, 여왕이 그랬듯, 그녀 역시 권좌에 앉아 있는 동안 순탄치만은 않았다. 우선, 니키 미나즈는 왕권에 도전하는 경쟁자들의 끊임 없는 견제를 받아야만 했다. 대표적으로 믹스테입 시절부터 불화의 씨앗이 싹텄던 레미 마(Remy Ma)와 데뷔 초부터 강력한 견제 세력이었던 릴 킴(Lil Kim)을 들 수 있겠다. 한때 미디어에서 라이벌 관계를 부추겼던 이기 아젤레아(Iggy Azalea)도 있긴 하다. 니키 미나즈는 그들이 위기처럼 찾아올 때마다 아랑곳하지 않고 무시 혹은 맞대응으로 맞섰다. 왕위에 도전하는 이들만큼 대중들의 불만 또한 끊임없이 이어졌다. 니키 미나즈는 대중의 취향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2집 [Pink Friday: Roman Reloaded] 같은 실수 아닌 실수를 저질렀고, 골수팬들과 평단에게 냉혹한 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영리하게 그 불만을 3집 [The Pinkprint]에서 힙합 음악의 비중을 높여 극복해낸다. 한동안 태평성대가 이어질 것만 같았다. 문제는 오히려 그다음이었다. 카디 비(Cardi B)라는 초특급 신예 래퍼가 등장하며 심각한 위기를 가져온 것이다.

♬ Nicki Minaj - Stupid Hoe

카디 비(Cardi B)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하더라도 누구도 감히 니키 미나즈의 왕위가 위협받을 거로 예측하지 못했다. 카디 비의 랩은 단단한 매력을 지녔지만, 화려하지 않았다. 플로우도 투박한지라 여왕의 자질을 갖췄다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카디 비에겐 이 같은 단점을 상쇄할 다른 매력이 있었다. 그는 스트리퍼 출신에서 촉망받는 래퍼로 올라선 일종의 영웅담 같은 스토리를 갖고 있었다. SNS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를 귀신같이 잘 활용하며 쿨하고 자신감 넘치는 유머러스한 여성 래퍼라는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갔다. 오프셋(Offset)을 비롯한 미고스(Migos)라는 든든한 지원군도 늘 그의 곁을 따랐다. 카디 비는 자신의 이 모든 장점을 데뷔 앨범 [Invasion of Privacy]에 녹여냈다. 그 결과, 빌보드 차트에 가장 많은 곡을 동시 진입시킨 여성 아티스트가 되었으며, 니키 미나즈가 하지 못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두 번(“Bodak Yellow”, “I Like It”)이나 기록한다. 여왕 니키 미나즈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더불어 미고스의 “MotorSport”를 계기로 오묘한 신경전까지 벌어지며 자연스럽게 둘의 대립 구도가 성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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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h Money Records


퀸! - 여왕의 귀환, 그리고 반격

경쟁자들의 끊임 없는 견제와 미디어의 조명 때문이라도 니키 미나즈는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이 건재함을 증명해야만 했다. 비록 그녀가 이제는 여왕이라는 칭호에 별 관심이 없었을지라도. 그래서인지 [Queen]의 타이틀과 커버 아트워크는 랩의 여왕이 여전히 자신임을 알리는 선언에 가깝다. 선언만 한 건 아니다. 합당한 결과물이 필요했다. 니키 미나즈는 [Queen]에서 전작 [The Pinkprint]보다 더 힙합, 랩의 비중을 높였다. “Good Form”, “Miami”가 대표적이다. 에미넴(“Majesty”), 릴 웨인(“Rich Sex”) 등 든든한 지원군도 함께해 그녀의 위상을 뚜렷이 알린다. 동시에 그녀는 대중적인 코드를 마냥 저버리지도 않는다. 이는 “Thought I Knew You”, “Run & Hide”,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FEFE”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렇듯 니키 미나즈는 스트리밍 시대의 아티스트들이 그러하듯, 이번 앨범에 스탠다드 버전을 기준으로 무려 열아홉 곡을 수록하고, 다양한 장르 음악을 섞어넣었다. 앨범의 프로듀서들도 그에 걸맞게 트랩(“Sir”)부터 붐뱁(“Barbie Dreams”)까지, 시대를 막론한 사운드를 구사한다. “Bed”와 “Come See About Me”에서는 팝, “Ganja Burns”에서는 댄스홀(Dancehall)의 요소를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Queen]이 지난 앨범들의 단점으로 여겨졌던 지루함을 탈피하는 이유다.


♬ Nicki Minaj - Ganja Burns

니키 미나즈는 단순히 장르, 프로덕션의 방향성으로만 흔들린 여왕의 권위를 세우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각 트랙에 걸맞게 다채로운 플로우를 구사하며 많은 이가 잠시 잊고 있던 어떤 게 여왕이 가져야 하는 자질인지를 다시 한번 증명한다. 이를테면, 싱랩을 구사하는 “Nip Tuck”, 랩 자체로 트랙의 강약을 조절하는 “Chun Swae”를 들 수 있다. 내용상으로도 마찬가지다. 가장 존경하는 래퍼라 꼽은 폭시 브라운(Foxy Brown)과 함께한 “Coco Chanel”, 자신에게 영감을 준 인물들을 차근차근 짚어 나가는 “Inspirations Outro”로 왕조의 정통성이 자신에게 있음을 강력히 주장한다. 도전자들에게 반격을 꾀하는 대목 역시 주목해볼 만하다. 니키 미나즈는 인트로 “Ganja Burns”부터 자신이 목을 쳐버린 여타 여성 래퍼들을 좀비에 비유하며 경고에 가까운 메시지를 날린다. 이어 “Chun-Li” “Hard WhIte”, “LLC”에서는 자신이 이뤄놓은 음악 내,외적인 성과를 과시하며, 카디 비를 은근슬쩍 저격하는 듯한 라인을 선보이기도 한다. 그 점에서 “Barbie Dreams”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그녀는 이 곡에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의 “Just Playing (Dreams)”을 오마주해 수많은 남성 래퍼들과 셀럽들을 꼬맹이라 칭한다. 위치가 모호한 이라면 엄두도 못 냈을 과감한 시도였다.



♬ Nicki Minaj - Majesty, Barbie Dreams & More (2018 MTV Video Music Awards Live)

이처럼 니키 미나즈는 [Queen]에서 주체적인 여성상을 드러내는 건 물론, 여성과 남성을 막론하고 여타 래퍼들 사이에서 자신을 비교우위에 두며 진정한 랩의 여왕이 자신임을 천명한다. 평단과 대중 양쪽에서 [Queen]에 환호하고 좋은 평을 내리는 데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 수치적으로도 앨범은 빌보드 차트 2위를 기록하며 몇 년간의 공백기에도 끄떡없는 니키 미나즈의 인기를 실감케 한다. 자, 이제 진정한 랩의 여왕이 니키 미나즈임이 확실한지 [Queen]을 다시 한번 들으며 직접 판단해보길 바란다.


CREDIT

Editor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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