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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Welcome to the Juice WRLD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8.08.08 23:49조회 수 577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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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 핍(Lil Peep)에 이은 텐타시온(XXXTentacion)의 죽음,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는 이모 랩 팬들에게 힘든 시기였다. 두 젊은 래퍼를 잃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과장 좀 보태 이모 랩이라는 장르가 휘청거릴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텐타시온의 경우에는, 그가 사망하면서 "SAD!", "Jocelyn Flores"가 차트 역주행하는 현상을 자아내기까지 했다. 물론, 이후 드레이크(Drake)의 신작 [Scorpion]이 차트를 씹어 먹으며 기세가 한풀 꺾이긴 했다. 아이러니한 건 그다음이었다. [Scorpion] 발 지각변동 속에서도 휩쓸려 내려가지 않고 꾸준히 빌보드 차트 상위에 랭크된 이모 랩 아티스트가 나타났다. 2018년 8월 8일을 기준으로 빌보드 핫 100에서 7위, 빌보드 200에서 4위를 차지하는 중인 주스 월드(Juice WRLD)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직은 이름이 생소하다. 일단 주스 월드는 일리노이 주 출신의 래퍼다. 시카고에서 태어났지만, 고등학교 시절 일리노이의 홈우드(Homewood)로 이사를 했다. 부모님이 이혼하며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어머니는 그가 힙합을 듣지 못하게 하려 했다. 그럼에도 그는 사촌이 구찌 메인(Gucci Mane), 버드맨(Birdman)의 음악을 몰래몰래 들려줘 힙합을 접할 수 있었다. 이윽고, 고등학교 2학년부터는 진지하게 래퍼를 꿈꾸었다. 잠시 공장에서 일한 적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을 그만두고 음악을 시작했다고. 시작은 2015년 사운드클라우드에 업로드한 "Forever"였다. 한국 나이로 21살, 98년생인 그가 그로부터 3년 만에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머물고 있으니 굉장히 빠른 속도로 쾌거를 이룬 셈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이 일리노이 출신의 98년생 루키를 두고 길게 설명하기보다는 음악을 들어보는 게 그를 이해하기 더 좋을 것이다. 히트곡 "Lucid Dreams"은 틀자마자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영화 <레옹>의 OST인 스팅(Sting)의 명곡 "Shape of My Heart"를 샘플링했기 때문이다. 가볍게 드럼만 편곡한 이 노래 위에서 주스 월드는 "넌 나의 심장을 박살냈어", "가장 못된 여자가 가장 이쁜 얼굴을 가졌을 줄이야" 등 직설적인 가사로 이별을 노래한다. 여기에 릴 펌(Lil Pump), 릴 스카이즈(Lil Skies) 등 거물급 신예들과 작업한 거로 유명한 뮤직비디오 디렉터 콜 베넷(Cole Bennett)이 함께한 뮤직비디오가 더해진다. 주스 월드는 뮤직비디오에서 사륜안처럼 붉게 빛나는 눈 등 요란스러운 특수 효과 속에서 담백한 가사와 무표정으로 담담한 기조를 유지한다.

두 번째 히트곡 "All Girls Are The Same"의 강점도 두말할 것 없이 비슷한 분위기다. 멜로디가 곡을 끌어가고, 주스 월드는 힘을 크게 주지 않은 랩으로 따라가기만 한다. 담담하게 내뱉는 가사로는 이성 관계에서 느낀 슬픔과 아픔을 진솔하게 표현한다. 첫 스튜디오 앨범 [Good Bye & Good Riddance]에서도 흐름은 여전히 일관된 편이다. 제목은 '작별인사와 시원한 이별'이지만, 주스 월드는 그와 다르게 과거에 했던 사랑 때문에 지금도 고통받는, 쿨하지 못한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클리셰가 된 전화 음성사서함 인트로와 인터루드 사용조차 진부하지 않고 듣는 이의 감정이입을 돕는 포인트로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이유다. 이렇듯 주스 월드는 무리하지 않으면서 순간순간의 솔직한 감정을 어렵지 않은 말로 분명히 드러내는 게 매력적인 래퍼다.




태생부터 힙합은 마초적 성격이 강한 음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힙합 안에서 우울증, 이성 관계에서 오는 좌절 등 개인적인 약점을 보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이전에는 분명히 금기시되었던 측면이었다. 그 흐름은 현재 이모 랩이라는 형태로 씬에 나타났다. 이모 랩에 해당하는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이 차용하는 사운드 또한 널리 퍼뜨렸다. 서두에서 언급한 릴 핍과 텐타시온은 록적인 요소를 부각했으며, 이는 이모 랩의 소리적 특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주스 월드의 음악에는 이 같은 요소들이 혼합되어 있다. 그리고 이제 그는 이모 랩의 아이코닉한 존재들을 뒤이어 현재 팝, 힙합 음악 시장에서 'Emo'함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지표로 거듭났다. 증거는 큰 사건이나 특별한 열풍없이 "Lucid Dreams"가 조용하면서도 꾸준히 빌보드 핫 100 차트를 거슬러 올라간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쯤이면 이모 랩 특유의 사운드나 내용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

누군가는 주스 월드의 음악이 오글거린다고 할 수 있다. 오글거릴 순 있다. 대신 눈쌀이 찌푸려지진 않는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친숙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서정적인 비트와 멜로디가 곡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2000년대 초반 유행하던 소위 '싸이월드(Cyworld) 미니홈피 감성'에 딱 맞기 때문이다. '난... ㄱㅏ끔... 눈물을 흘린ㄷㅏ...'로 대변되던 그 시절, 누구든지 감정적 호소와 조금은 짜낸 듯한 눈물이 넘치던 그 시절이 어쩌면 2010년대 후반에 이모 랩 열풍으로 다시 돌아온 걸 수도 있다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런 생각은 뒤로 미루더라도 어쨌든 주스 월드는 흥미롭다. 릴 핍처럼 백인도 아니고, 텐타시온처럼 특별한 인생 스토리도 갖고 있지 않으며, 드레이크 같은 팝스타는 더더욱 아니다. 그는 단지 스팅의 "Shape of My Heart"에 랩을 얹은 '잡종' 사운드로 이성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이야기한 평범한 신인 래퍼였을 뿐이다. 그 평범함이 자신의 감정을 무엇보다도 중요시하는 현 세대의 취향에 힘입어 좋은 스코어로 나타나니, 이제는 마냥 평범하다고만 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CREDIT

Editor

Kimi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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