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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2주의 선곡 - 2017년 8월 2회차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08.28 19:37추천수 2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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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엘이(HiphopLE)의 매거진팀은 격주로 일요일마다 오프라인 회의를 한다. 회의에서는 개인 기사에 관해 피드백하며, 중·장기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체크하기도 한다. 열띤 논의 끝에 회의를 마무리할 시점이 오면 그때부터는 특별하다면 특별한 시간을 갖는다. 지난 2주간 에디터 개인이 인상 깊게 들었고, 다른 팀 멤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노래를 소개하고, 하나씩 감상한다. 처음에는 그저 각자의 취향을 공유해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던 이 작은 습관은 실제로 서로 극명하게 다른 음악적 성향을 알아가며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는 효과를 낳았다. 그래서 우리들의 취향을 더 많은 이와 공유하기 위해 <2주의 선곡>이라는 이름의 연재 시리즈로 이를 소화하기로 했다. 가끔은 힙합/알앤비의 범주 그 바깥의 재즈, 훵크 등의 흑인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조차도 아닌 아예 다른 장르의 음악이 선정될 수도 있다. 어쨌든 선정의 변이라 할 만한 그 나름의 이유는 있으니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 8월의 첫 번째 매거진팀 회의에서 선정된 일곱개의 노래를 소개한다.




후디 - 한강

한강에 관한 곡은 많지만, 이토록 예쁘고 로맨틱하게 표현한 곡이 또 있을까. 사실 서울 상경 이후 한강은 시골에서 온 나에게 조금은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한강을 지날 때마다 감회가 새로웠던 적도 있다. 날이 풀리면 한강 공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즈음 이 곡이 나왔고, 때마침 그러는 거 같아 기분이 덩달아 좋았다. 롱다리 미녀 후디(Hoody)의 감미로움을 접하고 있으면 괜히 애인 손을 잡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요즘 너무 바빠서 여유는 커녕 매일 일에 허덕이면서 일하고 있는데, 후디의 "한강"은 나에게 아주 작은 여유를 주고 있다. 같은 한강인데 자메즈(Ja Mezz)와는 이토록 다르다니 그것도 신기하다. 비록 한강은 바다보다 작은 느낌을 주지만, 한강에 있는 공원은 해수욕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 bluc






J-Enigma - EGO

다들 얼마나 동의할지는 모르겠는데, 이런 음악은 내게 안정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 저음부를 가득 채운 음악에 두각을 나타내지 않으면서도 제 구실을 톡톡히 하는 보컬, 여러 디자인으로 각 부분에 포인트를 주는 신스 등이 그렇다. 필라델피아의 제이 에니그마(J-Enigma)의 음악이 대부분 그렇다. 링크를 걸어둔 이 곡부터 예쁘장한 기타로 시작하다가 기괴한 코드와 괴악한 저음부로 진행하는 "Moon", 어쿠스틱 밴드 구성의 "OBLIVION"까지 전부 저음의 향연이다. 저음은 아름답다. 소리보단 에너지에 가깝지만, 그 에너지가 없는 음악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심은보(GDB)






김진표 (Feat. BMK) – 아직 못다한 이야기
 
매 시즌마다 아는 지인들이 출연하는 재미로 틈틈히 시청하고 있던 <쇼미더머니 6>의 결승전이 어느덧 이번 주로 다가왔다. 이번 시즌은 유난히 감흥이 남달랐다. 왜 그런가 이유를 한참 생각해 보았는데, 타이거 JK(Tiger JK)와 김진표가 이렇게나마 같은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거 같다. 김진표는 타이거 JK가 한국말이 서툴렀던 [Year Of The Tiger] 시절에 대신 가사를 써주기도 했으며, 무브먼트(MOVEMENT) 크루의 첫 단체곡인 “The Movement”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그런 오랜 인연을 지닌 그들이 한 사람은 MC로, 한 사람은 심사위원이 되어 농을 주고 받는 것을 보면서 추억에 잠시 잠기기도 해 이 곡을 선정해 보았다. "아직 못다한 이야기"는 김진표의 4집 앨범 [JP4]에 수록된 곡이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BMK의 호쾌한 보컬 덕분에 노래방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곡이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당시 음악 방송에서 이 노래를 접하자마자 가사를 달달 외워 그해 수련회에서 처음으로 무대를 선보였던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곡이기도 하다. - Geda
 





Jazzmeia Horn - Lift Every Voice And Sing / Moanin'

사무실에 들어온 음반들을 정리했다. 그중 눈에 띄었던 건 재지미어 혼(Jazzmeia Horn)의 [A Social Call]. 제니퍼 허드슨(Jennifer Hudson)을 연상시키는 외모와 에리카 바두(Erykah Badu)을 떠올리게 한 터번이 인상적이어서였다. 시선이 옮겨간 곳은 왼쪽 상단에 작게 붙어 있는 프리스티지 레코즈(Prestige Records) 로고였다. 로고가 발산하는 인상은 그의 외모보다 강렬했다. 프리스티지 레코즈는 ‘재즈의 정수’하면 빼놓을 수 없는 5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레이블이다. 재즈미어 혼이 풍기는 인상과 프리스티지 레코즈의 로고의 상징성이 결합하며 형성한 기대감은 제법 컸다. 케이스를 열고 꺼내 오디오에 재생했다. 오디오에서 흘러나온 음악은 그 기대감을 압도했다. 프리스티지 레코즈의 로고를 쓴 건 단순히 과거의 영광을 빌린 상업적 목적이 아니었다. 그 시대의 음악을 관통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흑인들의 미국 국가’라고 불리는 “Lift Every Voice And Sing”이 끝나기 무섭게, 청자들을 50년대로 회귀시키는 “Moanin'”이 등장한다. 50년대 ‘흑인 재즈’ 장르인 하드밥(Hard-Bop)을 대변하는 아트 블레이키 앤 더 재즈 메신저스(Art Blakey & The Jazz Messengers)의 상징과도 같은 곡이다. 첫 녹음 때만 하더라도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었으나, 훗날 재즈 보컬리스 존 헨드릭스(Jon Hendricks)가 가사를 붙였다. 재즈미어 혼은 이 곡이 마치 원래부터 보컬곡이었던 것처럼, 혹은 보컬이 음성이 아닌 악기인 것처럼 노래한다. 시대적 거리감도 완벽하게 무너뜨린다. 이후에 그에 관한 정보를 찾다가 놀라운 것들을 발견했다. 그는 재즈계 최대 행사인 몽크 컴피티션 보컬 부문 우승자였다. 더 놀라웠던 건 이번 달 초에 아무도 모르게 경주 지역 행사에 다녀갔다는 사실이었다. - 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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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 완벽한 사랑 (one take recording)

이제는 아티스트라고 해서 대단히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들 예술병이 도졌다며 깔보거나 무시한다는 게 아니라 우린 그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삶과 그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을 표현할 뿐이다. 왜, 가끔은 일상적인 행동에 '예술이네.'라는 말을 내뱉기도 하지 않나. 뭐든 정성스러우면 예술이 될 수 있고, 예술도 영혼이 담기지 않고 거짓되면 뭣도 아닌 허튼 짓거리 혹은 개수작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멋과 진실됨이 가득 담길 때, 그것이 가장 도드라지게 보이는 영역이 예술일 수는 있다. 최근에는 포크 싱어송라이터 시와의 새 노래 "완벽한 사랑"을 듣고 그 생각을 했다. 특히, 원 테이크 레코딩 버전이 그랬다. 끊어가지 않고 한숨에 부른 그의 노래에는 본래 담긴 감정과 감성 그 이상으로 진심 어린 어떤 묵직한 호흡이 느껴졌다. 자연스레 궁금했다. 처연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 시와가 가르쳐주길 원하고, 기다리는 완벽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생각에 잠기게 하는 순간과 흐름의 미학이었다. '한 번에 녹음했다더라' 같은 어디선가 들어본 것만 같은 일화를 괜스레 신화화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이 경우는 좀 다르지 싶다. - Melo






Lil Pump – Boss

 

2000년생 래퍼 릴 펌(Lil Pump)이 선보인 “Boss”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바로 중독성이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중독적이다. 분명 대충 만든 사운드 같은데, 단순한 룹의 반복 때문인지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그런 사운드 속에서 뱉는 릴 펌의 랩은 더더욱 중독적으로 다가온다. 릴 펌의 랩에 특별한 가사는 딱히 없다. 고차원적인 비유나 시적인 표현도 당연히 없다. 그냥 자기 과시가 전부다. 적당히 맞춘 라임, 흔히 말하는 '요즘 랩'에서 늘 들어가는 맛깔나는 추임새, 그리고 누구나 금방 따라부를 수 있는 쉬우면서도 반복되는 훅이 있을 뿐이다. 2분도 안 되는 트랙 길이는 듣는 이를 더욱 애타게 한다. 이제 좀 흥에 취하려 하는 순간, 곡이 끝나버리니 애타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다시 이 곡을 재생하고, ‘야캐민위러써~!’를 따라부른다. 이제는 이 비트를 듣자마자 움직일 수밖에 없는 몸이 돼버린 것 같다. -Loner 







Marlon Craft (Feat. Radamiz) - NEW YORK SH*T


많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찾아 듣다 보면, 음악의 절대적인 퀄리티를 떠나서 괜히 마음이 가는 아티스트가 생기기 마련이다. 내게는 말론 크래프트(Marlon Craft)라는 래퍼가 그렇다. 뉴욕 헬스 키친 출신의 말론 크래프트는 붐뱁 래퍼이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뉴욕 본연의 사운드를 음악에 담아내려 한다. 그의 음악에서 보이는 어둡고 둔탁한 비트, 중저음의 톤은 비록 신선하거나 특별한 무기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뉴욕 한가운데서 몇 년째 활동하는, 왜소한 체격의 백인 래퍼가 이토록 트렌드에서 벗어난 옛날의 사운드를 고집한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꽤 매력 있게 다가온다. 또, 이렇게 뉴욕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래퍼도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사운드도 사운드지만 가사적으로 특히 그렇다. 뉴욕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이 거대하고 미친 도시에서 벗어나야만 성공이라는 단어를 얻을 수 있는 아이러니가 그의 음악에서 잘 드러난다. 혹시나 말론 크래프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얼마 전 발매된 그의 앨범, [The Tunnel's End]를 들어 보길 바란다. 뉴욕 작은 래퍼의 '곤조'가 담긴 앨범이다. - Urban hippie



글 | 힙합엘이 매거진팀
이미지 | GDB(심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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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8.29 08:19
    으.. J-Enigma 귀갱
  • 8.29 08:20

    ~ 왜소한 체격의 백인 래퍼가 이토록 트렌드에서 벗어난 옛날의 사운드를 고집한다기 보단 백인애들이 소외당해서 맨날하는게 붐뱁타령 아닌가 싶은... 힙찔이 백인들의 레드오션 ㅠㅠ

  • 8.31 19:08
    말론 크래프트.. 죽이는 래퍼 발견했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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