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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브루너 패밀리가 떴다!

title: [회원구입불가]LE_Magazine2017.07.26 01:18추천수 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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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29, 30일, 양일간 펼쳐지는 <홀리데이 랜드 페스티벌>이 어느새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이 페스티벌에는 헤드라이너인 이어스 앤 이어스(Years & Years), 더 엑스엑스(The xx)부터 네이요(Nao), 라이(Rhye), 샘파(Sampha) 등 국내, 외의 개성 넘치고 역량 있는 아티스트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그중에는 지난 3월, [Drunk]를 발매하며 여러 흑인 음악 커뮤니티와 SNS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좋은 반응을 얻었던 썬더캣(Thundercat)도 있다. 당시, 사람들은 썬더캣과 더불어 그의 형제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하기도 했었다. 갑자기 별 관심도 없는 썬더캣의 형제들을 이야기하는 게 뜬금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유없이 그러는 건 아니다.


이 형제들은 모두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 노미네이트 된 건 물론, 한국에서 공연을 한 음악가들이다. 누구냐 하면, 각각 스탠리 클락(Stanley Clarke) 밴드의 드러머인 로널드 브루너 주니어(Ronald Bruner Jr., 이하 로널드 주니어)와 디 인터넷(The Internet)의 키보드 연주자로 한국을 방문한 킨타로(Kintaro)다. 이런 범상치 않은 형제들의 아버지 로널드 브루너(Ronald Bruner Sr., 이하 로널드) 역시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를 비롯한 다양한 앨범에 참여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드러머다. 때마침 올해 브루너 삼형제는 각자의 스타일이 담겨 있는 앨범과 트랙들을 공개하였는데, 이 작업물들에서 범상치 않은 브루너 가족들의 음악력을 느낄 수 있다. <브루너 패밀리가 떴다!>에서는 이런 브루너 가족들의 이력과 함께 이들의 음악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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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로널드 브루너


로널드 브루너는 브루너 형제들의 아버지로 형제들에게 많은 음악적 영향을 끼쳤다. 캘리포니아 태생의 로널드는 6, 70년대의 락 음악을 듣고 자라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밴드에서 연주하기를 희망했다고 한다. 이후, 대학을 졸업한 뒤 본격적인 연주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사실 로널드는 꽤 화려한 이력을 지니고 있는 베테랑 드러머다. 그가 세션으로 참여했던 음악가들을 쭉 열거하자면 앞서 언급한 다이애나 로스를 비롯해 슈프림스(The Supremes), 이모션스(The Emotions), 템테이션스(The Temptations), 게리 바츠(Gary Bartz) 등이 있다. 인터뷰에 의하면, 그는 교회에서 플루트 연주자인 아내와 함께 공연을 했었다고 한다. 로널드는 그때마다 아이들을 교회에 데려와 공연을 지켜보게끔 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음악을 즐기는 법을 가르친 것이다.

   


로널드는 테너 색소폰 연주자로도 유명한 아자르 로렌스(Azar Lawrence)의 퓨전 밴드 카멜레온(Chameleon)의 드러머로 활동한 적이 있다. 이 밴드는 엘렉트라 레코드(Elektra Record)를 통해1979년 데뷔 앨범 [Chameleon]을 발매했다. 이 앨범에는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밴드와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의 팔러먼트-펑카델릭(Parliament-Funkadelic)에서 트롬본 연주자로 활동했던 프레드 웨슬리(Fred Wesley)가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퓨전 재즈와 디스코/훵크 음악의 팬들이라면 환영할 만한 트랙 "Get Up”, “Game Of Life” 등이 수록되어 있으니 놓치지 않고 꼭 감상해 보길 바란다. 로널드는 이 앨범이 나온 1979년 이후, 지금까지 퓨전 재즈 밴드 스트레인지 재즈 유니버스(Strange Jazz Universe, 썬더캣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 그는 밴드의 네 번째 앨범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을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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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로널드 브루너 주니어


로널드 브루너 주니어는 명실공히 동 세대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드러머 중 한 명이다. 레드불(Red Bull)과의 인터뷰에 의하면, 그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2세 때부터(!) 드럼을 치기 시작하고 많은 재즈 음악을 듣고 자랐다고 한다. 또한, 야마하 음악 학교에 진학해 카마시 워싱턴(Kamasi Washington) 등 다양한 동료 뮤지션들과 교류를 쌓고, 음악 대회에서 상을 타며 일찌감치 남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15살이 되던 해 로널드 주니어는 델로니어스 몽크 인스티튜트(Thelonius Monk Institute)에서 웨인 쇼터(Wayne Shorter), 다이안 리브스(Dianne Reeves) 등과 공연을 하며 본격적인 프로 뮤지션의 행보를 걷기 시작한다. 이후, 그는 조지 듀크(George Duke),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와 같은 뮤지션들의 밴드의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LA 출신의 하드코어 펑크 록 밴드 수어사이덜 텐던시스(Sucidal Tendencies)의 멤버로 활동했으며,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To Pimp A Butterfly]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아버지 못지않게 화려한 경력을 지닌 로널드 주니어는 펑크 록과 재즈, 알앤비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때로는 그루비하게, 때로는 에너지가 넘치는 식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드럼 연주를 선보이곤 한다. 얼마 전 발매된 솔로 앨범 [Triumph]를 들으며 그의 연주 실력을 직접 확인해보는 게 좋을 듯하다. 재즈를 기반으로 소울, 펑크, 힙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의 요소가 들어 있는 본 작에는 동생 썬더캣은 물론,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현' 남친 맥 밀러(Mac Miller), 재즈/훵크의 대부인 조지 듀크까지 참여진으로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앨범에는 퓨전 재즈 트랙 “Geome Deome”, “Chick’s Web”, “Open The Gate”과 함께 역동적인 그의 연주가 빛을 발하는 “Take The Time”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비교적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트랙들인 “Whenever”, “Doesn’t Matter”, 후반부에는 808사운드와 트랩 리듬으로 전환되어 그의 랩까지 감상할 수 있는 “To You/For You”도 수록되어 있어 재즈 팬이 아니더라도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앨범을 통해 그의 재능을 확인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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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브루너(썬더캣)


썬더캣, 스티븐 브루너(Stephen Bruner, 이하 스티븐)는 솔로 활동은 물론 켄드릭 라마, 카마시 워싱턴, 플라잉 로터스(Flying Lotus)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해 인상 깊은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는 베이시스트 겸 싱어송라이터다. 스티븐은 어린 시절 그의 형과 함께 수어사이덜 텐던시스의 멤버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이런 경력이 밑바탕이 되어 에리카 바두(Erykah Badu)를 비롯한 많은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세션으로도 참여하게 된다. 썬더캣이란 활동명은 에리카 바두의 앨범 작업을 함께한 사라(Sa-Ra)의 멤버가 녹음실에서 스티븐을 썬더캣이라 부른 것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이후, 썬더캣은 플라잉 로터스의 레이블 브레인피더(Brainfeeder)와 계약해 솔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레이블을 통해 세 장의 정규 앨범과 한 장의 EP를 발표했었다.


 

스티븐의 지난 작품 세계에는 상실과 죽음이 깔려있다. 친구이자 같은 레이블의 동료 뮤지션 오스틴 페랄타(Austin Peralta)의 갑작스러운 사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전작과 달리 [Drunk]에서 스티븐은 이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전반을 이야기한다. 이는 앨범의 구성면에서도 파악할 수 있는데, 어둠을 이겨내고 삶의 빛을 찾고자 하는 내용인 "Show You The Way"가 죽음을 소재로 한 트랙들인 "Lava Lamp", "Jethro"에 이어 나온다는 점이 그렇다. 더 나아가 스티븐은 앨범에서 삶의 다양한 일면들인 사회 문제("The Turn Down"), 현대 사회의 관계에 대한 고민("Friend Zone")과 같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음주로 인한 에피소드("Captain Stupido", "Drink Dat", "Drunk")는 이를 하나의 서사로 묶어낸다. 인트로 "Rabbot Ho"와 아웃트로 "DUI"에서 같은 멜로디를 배치해 앨범의 이야기가 계속 순환됨을 암시하는 점 역시 흥미롭다. 그냥 들어도 좋은 앨범이지만, 이런 지점에 주목하며 [Drunk]를 듣는다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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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자밀 브루너(킨타로)


브루너 가의 막둥이인 킨타로, 자밀 브루너(Jameel Bruner, 이하 자밀)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디 인터넷의 멤버이자 킨타로로 이름이 더욱 잘 알려진 아티스트다. 그의 형제들이 그랬듯 자밀도 어렸을 때부터 기타와 피아노 앞에 앉아 코드를 짚으며 자신의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열 살 가까이 나는 탓에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낼 때, 형제들은 프로의 길을 걷고 있었고, 인터뷰에 의하면 그런 형제들이 자신의 행보에 많은 자극을 가져다줬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이었던 2013년에는 디 인터넷의 멤버가 됐었다. 그로부터 2년 뒤 발표한 3집 [Ego Death]에서는 수록곡 "Girl"의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등 지금까지 일취월장하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이후 밴드의 멤버로 들어오게 되는 학교 후배 스티브 레이시(Steve Lacy)에게는 작곡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그 스티브 레이시가 현재 솔로 앨범은 물론, 켄드릭 라마의 [DAMN.]의 프로듀서로도 참여하는 등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으니, 그만큼 자밀의 안목과 재능이 뛰어나다고도 할 수 있을 듯하다.



올해 들어서는 유독 디 인터넷의 멤버들이 각자 개인 작업물을 하나둘씩 공개하고 있는데, 자밀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그의 작업물들은 사운드클라우드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공개곡들이 그의 SNS에 올라온 사진들처럼 아주 독특하기 짝이 없다. 다양한 사운드 이펙트들이 가득한 트랩 기반의 "Don't Mind A Label", "UNINSPIRED", "DRY ICE"와 같은 트랙이 대표적이다. 처음 자밀의 음악을 접한다면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명확하지 않고 번져 있는 느낌의 사운드들이 묘한 중독성을 불러일으켜 한 번 듣게 되면 계속 듣는 걸 멈출 수가 없을 수도 있다. 독특한 악기 구성, 신스와 함께 이펙트를 듬뿍 머금고 있는 자밀의 보컬(?)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LOT P", "SUPERSTAR"가 특히나 그럴 것이다. 이전 인터뷰와 보도자료를 보았을 때, 아마 자밀의 솔로 앨범이 머지않아 발표될 듯하다. 독특한 스타일의 음악을 찾는 이들이라면 그의 앨범을 기다려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글 | G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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